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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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386들은 권해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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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왜 우주에서 미래를 찾는가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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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일론 머스크다. 페이팔을 팔고 난 뒤의 그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이윤보다 인류에 기여하는 사업을 추구한다는 선언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함께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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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고 믿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게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예술의 길이 아닐까. 그러니까, 초등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서, 여학생들이 체육과 가까워지기 힘든 환경이라고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거다. 문제를 드러내고, 관심을 환기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것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예술의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예술은 남학생들이 운동장을 점령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대신, 여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이야기(이미지, 리듬)을 만들 것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가 정확한 사례다. '축구'와 '생활 운동'에 대한 매우 훌륭한 에세이집인 이 책은(그렇다. 에세이 수준으로만도 이미 이 책의 성취는 빼어나다.), 다 읽은 독자들에게 '여자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장면을 경쾌하고 친숙한 느낌으로 각인시킨다. 아마, 이 책을 읽고 운동을 시작한 여성들이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고 여자 축구에 관심이 조금 생겼고, 여자 프로 축구 경기를 조만간 한 번 보러가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이 책이 '남자들만 운동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데에 충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운동(sports)'를 소재로 한 이 책은 '운동(movement)'의 전략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원하는 세상의 방향이 있다면, 그 방향을 멋지고 경쾌하고 근사하게 그려낼 것. 




 책에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가 있었다면, 드라마에는 역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다. 혹자는 'www'를 'woman woman woman'이라고도 하던데, 그 말이 우습게 들리지 않을 만큼 포스터부터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다. 그리고 16부 내내 매우 멋진 여성 서사가 진행된다. 임수정과 이다희 투샷이 잡힐 때마다 느꼈던 설렘이란. 그러니까 한국 드라마, 영화판이 '남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있을 거다. 그러나 그건 비평이나 사회학의 문제인 것 같고, 드라마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여탕'이 더 흥미롭고 시장에서 먹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검블유가 훌륭하게 해낸 것처럼. 사실, 나는 좋은 서사라면 '남성', '여성'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결국 그렇게 될 때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 서사라는 것의 특수한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멋진 '여성' 서사를 만들어 내는 일일 거다. 



  이 주제의 예능 버전은 <캠핑 클럽>일 거다. 여자 4명만으로도 오롯이 일주일에 2시간을 채워서 방송이 나오고,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담보한다. 덤으로 시청자들에게 저마다의 추억에 젖게도 해 주고,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렇다. 예능은 남성들이 점령해서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 하는 것에도 당연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런 말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캠핑 클럽>의 성공은 분명히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예능의 성공을 똑똑히 보고 있고, 앞으로 또 다른 여성 예능을 기획할 테니까. 


 "당신이 틀렸어요"라고 말하면 그 '당신'인 "아, 그렇죠? 제가 틀렸네요."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인간이란 자신을 공격하는 메시지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할 테니까. 그러나 '나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 한번 봐볼래요?'라고 제안하면 그래도 몇몇은 '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겠네요'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캠핑 클럽>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오랜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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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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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소설은 간혹 실망스러웠지만, 에세이는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엔 또 얼마나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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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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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시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을 봤다. 그러면서 한창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시끄러웠을 때 회사 선배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선배는 쌍둥이 자매의 편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으니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하지는 말자고 했고, 나는 이만하면 증거가 확실하니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아버지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다는 상황 자체가 문제가 있으며, 조선시대의 상피제도처럼 자식과 부모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특히니 민감한 문제니까.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의존해야 하는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는 유사한 일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공정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 선배(내가 태어난 해야 대학에 들어간)는 다른 부분에서는 대체로 열려 있으신 분이었음에도, 나의 주장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밀레니얼 세대는 오히려 공정성을 중시하고 정당한 절차와 규범을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에 유난히 크게 분노한 이유를 단순히 그들이 최근까지도 입시 경쟁을 했기 때문에, 혹은 그러한 부정이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 경쟁이 불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졌고, 그것이 그 불공정을 야기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되었기에 그토록 분노하는 거다. 그들이 '경쟁'이라는 가치를 이전 세대보다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만, 그 '경쟁'이 공정한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은 자주 무시된다. 이 책에서도 공시생들이 공시를 준비하는 주된 이유로 '공정한 경쟁'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거다. 심지어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라도 그것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주어지면 그것을 거부한다. 


  기성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가르쳐야' 될 대상으로 보는 건 곤란하다. 이미 그들은 나름의 윤리 의식을 갖추고 있고, '가르치지 않는 사람'에게만 배우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가르치려고 해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했던 MB로 다가올 뿐이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배우려는 태도, 그게 힘들다면 그들을 관찰하는 태도만이라도 가져보자. 책에도 인용된 알리바바의 CEO 장융의 말. 


"많은 사람들이 바링허우가 문제다쥬링허우가 문제다라고 하는데  세대들한테는 문제가 없다문제는 우리다그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우선이다."(138쪽)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 요즘 어떤 깨달음이나 생각의 단서를 주는 건 또래 혹은 동생들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CEO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책에 나왔던 가장 인상적인 사례를 하나 보자. 

   대기업은 '역멘토링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경영진이나 선배들이 11 신입 사원에게 진솔한 지도와 조언을 해준다는 '멘토링프로그램을 반대로 차용한 것이다쉽게 말해서 대표 신입 사원들이 본인이 속한 조직의 임원에게 역으로 본인의 진솔한 조언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프로그램은  달도 가지 못해 폐지되었다회사에서 내세운 표면적인 폐지 사유는 '임원이 참여할 시간이 아직은 부족해서'였지만실제로는 '너무도 솔직한 신입 사원의 의견을 임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다 부서에서는 근무한  1년이 되는 사원이 임원에게 "상무님은 회의 시간에 본인의 의견만 말하고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답정너 스타일입니다부서 회의도 강압적이어서 부서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제시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다음에 벌어진 일은 그리 놀랍지 않다솔직한 역멘토링에 얼굴이 굳어진 임원이 관리자에게 신입 사원 교육을 똑바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214쪽)


 어디, 저 CEO만의 문제이겠는가. 사실 후배(부하)가 선배(상사)한테 감동받는 지점은 자기가 용기내서 한 말을 상대방이 일단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그 순간 후배는 선배와 동료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지금 내게 월급을 주는 분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도 까마득히 어린 내가 젋은 혈기에 던졌던 (지금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다수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 맹랑한 제안에 대해 "그런 비슷한 시도를 예전에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도 다르고 무엇보다 사람도 다르니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자."라고 답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설령 월급을 못 받는 한이 있어도 이 회사를 다닐 거다.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는 평가는 가혹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밀레니얼 세대의 좋은 면만 썼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밀레니얼 세대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폄하하고 옛날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서다. 그리고 나는 90년생은 아니고 85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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