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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소설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정이 칼로 무를 자르듯 명쾌하게 정리될 수 없음은 30대로 무르익은 나 역시 이순간에도 인정하지만, 동시에 두 명을 사랑한다는 정우의 고해를 읽으며 어쩐지 피식 실소가 터져버렸다. 사랑을 듬뿍 받고자라 생활력이 강한 은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도, 측은하게 보듬어주고픈 태윤을 놓지못하는 찌질한 동물의 변명거리에 불과해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어찌할 줄 모르겠는 자신을 대신하여 문제를 척척 수습하고,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을 만낄 줄 아는 밝은 은희가 정우는 필요했다. 동시에, 언론사 간부인 아버지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의 쌈짓 돈을 가진 이상형의 미녀 태윤에게 정우의 심장은 여전히 요동쳤다.
그럼에도 태윤을 떠나보내는 정우를 보며 은희에 대한 사랑을 자각했으리라 믿었는데, 결혼 후 방황하는 정우를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동거와 결혼의 차이는 책임감이라 하던가? 그렇다면 결혼과 출산 이 후 정우는 은희에게 전에 없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그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모두 져버리고 망가져만 갔다. 태윤에 대한 부채감인지 은희에 대한 죄책감인지 여하튼 이름 모를 감정들을 뒤로하고 난 데 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별안간 떠나가버린 정우. 과연 정우에게 사랑은 또 결혼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4년이 지났음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고민 중인 나에게 사랑은 또 결혼은 무엇인지, 도대체 그는 어떤 존재인지.
세계문학상을 수상자인 신경진 작가의 7년만의 신작이라니 퍽 반갑다. [결혼하지 않는 도시]라는 제목보다는 [결혼이 순탄하지 않은 도시] 즈음이 더욱 어울리는 부제인 듯 싶으나, 이 시대의 결혼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