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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강성률 지음 / 살림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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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歷史)'라는 단어를 들으면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에드워드 H. 카)',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와 같은 문구들이 생각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는 그 나름의 역사가 있으니 참으로 다양한 역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한국영화사'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본 것이 13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 이전의 시간이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져서 그랬나봅니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역사 속의 사건을 극적으로 해석하는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기도 하고, 같은 주제가 시대별로 다른 관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그에 상응하는 시기에 제작되었던 한국영화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굴곡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영화만큼이나 영화사도 파란만장합니다.

한국영화사에 드리운 어둠은 짙었다

  <횡성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903년에는 이미 영화 상영이 일반화되어 있었다니 한국영화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서구의 도시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단편극영화가 대부분이었고, 한국인이 제작한 영화는 일제 시대에서야 등장했습니다.)
제국주의의 물결에 휩쓸렸던 대한제국 시절을 거쳐 일제 시대로 넘어가면서 영화 산업도 위기를 맞이합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졌고 상업적 흥행만을 노린 영화들, 또는 정책 영화나 어용(御用) 영화와 같은 친일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자신의 이념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던 카프(KAPF) 영화인들도 있었지만, 일제의 검열과 검거 앞에서는 힘들기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맞이한 해방, 이제는 미군정이 일제의 영화 정책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 검열, 실사 영화 검열은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니 우리나라 영화사에 드리운 어둠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영화는 대중적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에 시대의 지배자들은 영화를 통제하거나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는 영화(그리고 독립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관점에 주목합니다. 아무리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대이더라도, 현실 또는 과거를 직면하고 그것을 제대로 극복할 의지가 있는지 그 본질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의 그늘 속에 묻혀있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제주 4.3 항쟁, 빨치산, 비전향 장기수, 조총련, 베트남전, 광주민주항쟁, 노동자 문제과 같은 주제들을 짚어나갑니다. 

   우리나라의 영화는 1997년부터 재도약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국영화도 외국영화도 헤아릴 수 없는 요즘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한 사실입니다. 그것은 나머지의 시간에는 미디어의 자유가 탄압되고 정책적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뜻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영화에 자행된 억압을 보며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권력 앞에 울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석적이고 학구적인 분위기여서 영화 자체에 대한 생동감을 느끼기는 힘들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보지 않은 영화를 글로 읽으며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이며 또 다른 관점이 존재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사회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유익했습니다. 개개인이 '영화' 자체에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양하겠으나, 영화 속에 숨겨진 혹은 드러난 의도와 시대상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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