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두는 책이 늘어나면서 조립식 책장을 들였다. 책장이라기보다는 책꽂이가 더 알맞은 크기였다. 작은 그곳에 책을 꽂아두는 일은 맛있는 사탕의 껍질을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설렜다. 그리고 제법 책장의 형태를 갖춘 책장을 구입했다. 그 이후 그곳을 채우는데 정성을 쏟았다. 같은 크기의 책장을 하나 더 채우고 나는 더 이상 책장에 대한 욕망을 키우지 않는다. 키우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그곳에 방을 만든 책은 때로 긴 잠을 자다가 떠나기도 하고, 모두 떠나고 혼자 남기도 한다. 아주 가끔 출판사 별로 책을 정리한다. 이런 즐거운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말이다. 내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출판사의 책은 무엇인지, 이름만 다르고 하나의 출판사에서 나온 열매는 무엇인지, 고유한 이미지를 지키는 출판사의 책도 찾아보고,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의 책도 찾아본다. 


 이동진과 정혜윤의 신간이 반가운 위즈덤하우스의 책을 찾아보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책은 바로 이 두 권이다. 임경선의 『자유로울 것과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이다. 책을 찾기 전에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가장 최근에 읽은 이승우의『사랑의 생애, 한귀은의 『그녀의 시간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었다. 특히 한귀은의 산문을 애정한다. 전미정의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는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친구가 읽고 한동안 그 책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원재훈 시인이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를 읽을 때 정말 즐거웠다. 잊고 있던 책과의 추억이다. 내용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그 책을 만났을 때의 부푼 마음이랄까. 책을 읽는 인간은 자유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