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목감기를 앓고 있다. 어쩌면 목감기를 위장한 독감인지도 모른다. 목소리가 변했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프니까. 모든 게 귀찮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해지고 있는 건 아니니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나는 최대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딘가 틈이 발생했다. 그 틈을 노리고 있던 감기는 날름 나를 점령했다.
물도 쓰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있다. 약 기운에 몽롱하고 얼굴은 부었다. 살이 졌는지도 모를 일. 감기를 핑계로 일상은 좀 엉망이다. 뭐 언제는 정상이었나 싶지만. 감기를 낫게 할 수 있는 약 처방전 대신 책 처방전으로 나를 간호한다.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를 기다린 독자가 나뿐일까. 많은 이들이 황정은을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가 계속이다. 이번엔 시인과 평론가, 둘 다 출판사 편집자들이다. 서효인과 박혜진의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기대하자면 박혜진의 글이 궁금하다. 이원의 산문집과 정용준의 소설집에서 만난 박혜진의 글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읽어본다는 읽어보려고 한다. 이제니의 시집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도 나왔다. 아, 제목도 너무 근사하다.
황금돼지 띠라는 2019년은 감기로 시작했다. 심하게 앓고 있으니 다른 것으로 인해 앓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에라도 앓는 일은 싫다. 몸에는 면역력이 생겼을 테니. 마음을 앓는 일도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