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
정이현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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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의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든다. 뭐든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거니와 괜한 시비에 휘말리는 불편함이 싫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현대인에게 익숙한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고 싶지 않았다. (18쪽)는 세영의 마음이 유별나다고 할 수 없다.

 

 소설은 동갑내기 부부 세영과 무원, 그리고 딸 동주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약사인 세영은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과 딸 동주를 돌보는 그 외의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유산으로 받은 호텔을 관리하느라 집에 자주 들르지 않는 남편 무원의 태도도 무던하게 받아들었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중산층의 모습처럼 보인다. 중학교 2학년 딸 동주의 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만 없었다면 이런 일상이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원은 무대로 세영은 세영대로 동주가 다니는 중학교 ‘학부모회’ 부회장인 세영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해야만 했다. 가해자인 남학생 양은석과 차지수는 동주와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피해자 유강은 전학을 온 아이로 조부모와 지내고 있었다.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회의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보내는 문자도 부담스럽고 약국으로 두통약을 사러 오면서 은근슬쩍 말을 거는 가해자의 부모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무원을 핑계로 참석을 피하고 호텔로 향했다. 세영에 학교 일로 인해 복잡했다면 무원은 온라인 동호회 활동으로 골치를 섞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모임에 호텔이 아닌 약국을 운영하는 걸로 가입했다. 어쩌다 보니 무원은 회원들에게 여성으로 인식되었다. 만날 사이도 아니니 상관없었다. 그런데 유독 한 남자 회원이 무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결국은 자신이 남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무원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해를 확고히 하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실제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상황을 그냥 놔두었다. 시간이 그렇게 갔다. (95쪽)

 

 어떻게 보면 세영과 무원 모두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일어난 일을 의논하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세영과 무원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은 세영이나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무원은 어느 순간의 나였거나 현재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세영이 빠진 학폭위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서면사과와 봉사로 결정 났고 피해 학생은 등원을 하지 않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례식 참석을 두고 학부모회는 참석을 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고 세영의 부담을 줄어들었다. 하지만 반장이었던 동주는 유강을 보러 간다. 쓸쓸한 장례식장에서 동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데리러 온 세영에게 동주는 완강하게 더 있다 가겠다고 말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깊고 긴 여운을 남긴다. 유강의 장례식장에 가겠다는 동주가 나중에 가라는 세영에게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 (122쪽)라고 한 말은 너무도 적확하게 모두의 가슴을 찌른다. 우리에게 나중은 있을까.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148쪽)란 의미심장한 말도 마찬가지다. 불안하고도 불편한 순간을 모면했지만 언젠가 우리가 당사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표면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소설을 읽고 관심, 관여, 개입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정이현은 당신이 세영과 무원이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묻는 듯하다.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세상과의 나 사이에 불투명한 유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인과의 단절뿐 아니라 스스로와도 단절하고 사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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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0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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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0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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