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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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1’은 새롭게 개정해 낸 최신 정본이다.

무려 1984년에 첫 출간한 소설이다. 그걸 지금에 와 단지 새롭게 다시 찍어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용까지 일부 개정해서 내기로 한 것은, 당시 제대로 몰라서 틀린부분이 많은 북한 관련한 것들을 고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을 다룬 이야기 중에선 꽤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무려 월북까지 한 사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이념적 신념에 따라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이지만, 막상 그게 대단한 정신적 고취나 만족감을 주기는 커녕 의구심과 이념적 혼란을 겪기도 하는 이야기는 꽤나 저자의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은 저자 본인이 겪고 아는 아버지의 이야기의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비판적으로 쓴 듯 보이는 건 괜한 심정일까.

소설은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남한에서 이리저리 유랑하며 고초를 겪게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한 축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일제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불거진 이념적 갈등과 그것이 자아낸 분단이 만들어내는 아픔도 꽤나 잘 그리고 있다.

월북한 지식인과 빨갱이 가족의 이야기는 불행했던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사람들과 그로인한 여파를 힘겹게 견뎌야만 했던 당시를 ‘영웅시대’라고 지칭하는 게 꽤나 반어적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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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천
이매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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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자(Maija Rhee Devine)’의 ‘음천(音天; The Voices of Heaven)’은 재미 한인 작가가 쓴 첫 한국어 장편소설이다.

한국전쟁을 주요 배경으로, 한국전쟁 전(前)과 전쟁 당시 그리고 전쟁 후(後)로 나누어 그를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은, 많이 다뤄진 소재를 통해 역사와 가족, 시대상과 개인의 변화같은 나름 익숙한 와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좀 독특하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재, 유교적인 가정관 등 소위 남존여비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는 것부터가 좀 그렇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음천’과 그의 가족은 옛 가족상이라 하면 흔히 그리곤 하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이기만 한 것과는 꽤나 다르다.

그렇다고 딱히 이들이 시대를 앞서갔거나 당시의 사회 문화적인 부분들을을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출가외인, 처첩제같은 당시의 사회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미 꽤나 현대적인 면모들을 보이기 때문에 묘한 낯설음이 있다. 교포 2세나 3세가 아닌, 이민 1세가 심지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낸 소설이 이렇다는게 꽤 신기하다.

이건 이후 계속되는 가족사와 여성사로도 이어져서 한국근대사를 다소 퓨전적으로 다뤘다고 느끼게 하는데, 그게 이 소설을 좀 신선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은 영어로 썼던 것을 저자가 직접 한국어로 다시 쓴 것인 듯 한데, 일부 어색한 문장이나 오타같은 게 엿보이기도 하나, 한국 태생이라서 그런지 단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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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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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여행 드롭(旅ドロップ)’은 여행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에는 총 세 편의 시와 번외를 포함한 총 37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있다.

모두 여행이라는 것을 기본 주제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엄청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가거나 하는 등의 전형적이고 좁은 의미의 여행으로 이야기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때로는 이런 것도 여행이라고 봐야 하나 싶은 것까지도 여행의 일종으로 다루는가 하면, 심지어는 딱히 어디로 떠난다든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마음이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든 처음 시작할 때나 중간의 연결, 전개 등에서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기본을 지키기는 하나, 그 외에는 거의 자유롭게 여러 이야기를 쓴 편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일관된 것 같으면서도 또한 폭이 넓은 이야기들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각 이야기에 담긴 것도 그렇다.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름의 통일성은 있지만, 어렸을 때 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를 폭넓게 아우르는 이야기는 실로 다양한 각 순간들의 생각이나 감정들이 녹아있어 어찌보면 평범한 경험들을 담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심심하거나 하지 않다.

일상을 잘 갈무리해 적어낸 문장도 좋다.

참 에세이를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새삼 느낀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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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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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의 ‘금단의 마술(禁斷の魔術)’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번째 소설이다.

‘데이토 대학’의 물리학 부교수인 ‘유가와 미나부’를 주요 인물로 한 이 시리즈는, 인물 설정을 그렇게 한 것에 걸맞게 과학 특히 물리학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한 특징 중 하나는, 일단 미스터리물이라는 겉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 장르물의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미스터리성, 그러니까 퍼즐물로서의 재미보다는 인간 드라마적인 면모를 훨씬 크게 다루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갈릴레로 시리즈는 이야기적으로는 꽤나 빠져들만한 점도 있기는 하나, 추리물로서는 쫌 못마땅한 면모가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여덟번째 소설인 이번 작에서도 여전히 그러하다. 나쁘게 말하면 개선이 없는 것이지만, 좋게본다면 애초에 작가가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 처음 생각했던 컨셉을 여러 소리들을 들었을 지금까지도 굉장히 잘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리즈로서 일관된 면모를 가졌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애초에 이 시리즈를 집어들 때 기대하는 요소를 좁힐 수 있고, 그렇다는 건 그것에 집중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게 결론적으로는 시리즈 팬들에게 지속적인 만족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퍼즐적인 면모에서 강점을 드러내기에 일본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그런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이야기는 좀 불만스럽고 실망스러울 만하다. 유명세완 달리 별 거 없다는 생각까지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완벽하게 짜맞춰진 퍼즐성이나 논리적 정합성, 그걸 파해치는 쾌감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 드라마를 중점적으로 그렸기에 더 분명하게 메시지나 감동같은 것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이나 전개가 조금 픽션적(작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속도감이 있어 전혀 지루함이 없고, 과학적인 소재도 재미있게 사용했으며, 전하려는 메시지도 분명하기에 전체적으로는 꽤나 볼만한 이야기였다.

개별 사건을 다루기에 각각이 독립성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야기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있다고 해서 다음은 또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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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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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는 쌍으로 만들어진 릴레이 소설의 한 짝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서로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담당해서 써내려간 릴레이 소설인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측면인 Rosso는, 밀라노에서 지내는 ‘아오이’의 시점을 그린 소설이다.

로맨스는 대단히 민감한, 감성의 끝자락을 건드리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적절하다면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녀 주인공 각자의 약 10년여에 걸친 사랑을 각자의 입장과 삶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개별 소설로 써내겠다는 것은 꽤나 실험적이고 또한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잘하면 다른 편이 다른 편을 서로 이끌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건 조금만 어긋나도 서로를 끌어내리는 최악의 결과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오이의 이야기를 그린 Rosso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소설이다.

캐릭터 설정부터가 좀 문제다. 주인공인 아오이는 성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좀 무감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양각색을 보이는 주변인들 때문에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게 로맨스적이어야 할 이야기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이게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다면 좀 다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아오이는 현실에서는 꽤나 흔한, 나름 공감을 끌어낼만한 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인데다가, 심지어 저자가 단일 작가로서 본인이 하고픈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작가의 것에 맞춰 나머지 반을 채우는 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그런 나름 특징적일 수 있는 캐릭터성은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다 황당한 결론으로 나아가는 이상한 인물로 까지 보게 만든다. 결말부가 특히 그러해서, 마치 그 전까지와 이후는 마치 전혀 다른 두 소설을 잘라다 붙인 것처럼 뜬금없게 보일 정도다.

아무리 짝을 이루는 이야기의 반만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전개와 이야기, 캐릭터는 납득해주기 어렵다.

작가의 장점이라 할만한 문장은 좀 엿보이나,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좋은 소설이라고 봐줄 수 없다.

나머지 반쪽인 Blu까지 보면 좀 달라질까.

번역은, 오역으로 유명한 것과 달리 (중간 중간 덧붙인 영문과의 불일치감을 제외하면) 크게 걸리는 건 없었다. 여러차례 개정된만큼 대부분 수정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마호병’같은 국적 불명의 단어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만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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