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이 꾸려지고 첫 책읽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췌자가 가져온 문장들을 돌아가며 읽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책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었다.
어린시절 김지영씨의 선생님은 괴롭히고 장난치는 짝에 대해 너를 좋아해서 그런거야하고 말했고, 우리도 그렇게 말한적이 있다고 말하며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6녀1남의 가족사를 밝히며 아들을 낳아야하만 했던 어머니, 딸 둘을 낳고 죄인처럼 죄송해요 어머니하고 말했던 그때, 둘째딸이 태어날줄 알았는데도 낳고나서 서운해했던 자신이 생각나더라는 이야기, 10년 터울로 막내 아들을 기어코 낳은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였지만 이건 소설 속 이야기였고, 지영씨 이야기이기도,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또 우리들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여성의 이야기라는 생각, 세상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래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으니 희망은 있다고, 물론 우리 아이들이 자랐을때 그때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82년생 김지영씨와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는 우울감이 스쳤으나, 김지영씨처럼 참고만 있지 않을거라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밝힐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리고 아빠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딸은 똑똑하게 사회 생활 잘 하기를 바라지만 실제 왕성한 활동가인 여성들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는다는 이야기, 여성피해자보다 남성가해자편에 서서 진실을 왜곡시키거나 본질을 흐리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난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나의 이중성에 대해서 고백했다. 알게 모르게 성고착화를 시키는 나의 발언들, 그리고 이중적인 교육의 태도, 해야할 말,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하길 바라면서도 한편 네, 알겠습니다의 순종적인 아이로 길들이고 있다는, 이중성, 또 남편에게 은근히 기대고 사는 나라는 사람때문에 세상이 더디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업주부라는 꼬리표, 어느정도 아이를 키웠으니 재취업을 해야할까하는 마음, 하지만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 결국 노는 걸 선택한다고, 전업주부는 노는 사람이 아닌데도 돈을 창출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논다고 말하게 되었고, 그 순간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잘못된 인식때문에 맘충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그건 정말 상처가 되는 말이다. 집안일은 아무리 잘 해도 티가 잘 안난다. 하지만 막상 집안일을 손놓아버리면 엄청 티가 나고 불편하다. 누군가 바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집안은 늘 엉망일 수밖에 없지만 우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여성의 위치를 생각하자니 씁쓸하기만 했다. 너무 똑똑해도 부담스럽고 너무 모르는 것도 문제이고 어중간한 것도 문제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말이다.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고, 김지영씨를 이해한다던 정신과의사도 결국 출산과 육아에 신경쓰이지 않을 미혼여성을 후임으로 정해야겠다고 하는데, 정말 폭발하는 줄 알았다. 이런 가운데 애는 많이 낳으라고 하니,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향상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은근히 남성들에게 밀려나는 사회 구조, 내딸은 사회에 잘 편승해 성공하길 바라면서 내며느리는 아들에게 따뜻한밥 해주길 바라는 우리의 이중성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도 해야할 말도 많았지만 정해진 시간은 속절없이 끝나고, 아쉬움을 안고 끝마치게 되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책 속의 한문장이 위로가 되었다니 좋았다.
우리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우리의 모든 것을 던져놓고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이 불편하긴 하나, 우린 모두 위대한 사람들임에 틀림없긴 하다.
소중한 생명을 품고, 낳고, 길러내기 위해 우리의 모든 걸 내던졌으니 말이다.

독서모임 시작 전 여는시로 정현종님의 방문객, 마칠때 닫는 시로 라이너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를 읽었다. 여는시와 닫는시가 있으니 한결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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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 2017-03-29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회모임에서 책을 추천해야 하는데 후기가 너무 좋네요. 이책으로 추천해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당.

꿈꾸는섬 2017-03-29 16:41   좋아요 0 | URL
마음의소리님 독서회모임에서도 다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7-05-1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이책으로 독서모임을 합니다.
남성으로서 여전히 어렵습니다만,
솔직하게 이야기나누고 올까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꿈꾸는섬 2017-05-13 16:43   좋아요 1 | URL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겠네요.
전 북프리쿠키님이 남성이신줄 몰랐어요.ㅎㅎ
북프리쿠키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