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도 다치고 공부도 시작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분주하여 봉사활동은 접어두고 싶었다. 그래도 채워지지않는 인원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메우려고 한다.
마석 조금 지나서 월산리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었다. 예전에 그곳에 가본적이 있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동네가 확연히 깔끔해지고 질서정연해졌으며 안정적이었다.
새롭게 조성된 단지 안에 새로 생긴 초등학교는 외관뿐아니라 실내까지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전입해오는 사람들이라 아이들 교실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아이들은 계속해서 전입되어오고 한반이었덧 아이들은 늘어나면서 두반으로 분반이 되고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등등 아이들은 매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혼란스러움에 놓여 있다.
초등 3학년, 딸아이와 같은 학년이라 기대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표정들 그리고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건강한 아이들의 에너지가 전해졌다. 물론 걔중에 우울해하고 하기싫어하고 특별한 관심에 목말라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조근조근 소중하게 다루어줄래? 하고 부탁했는데 내가 한땀한땀 소중하게 만들었던 토킹스틱을 휙휙 던지는 장난에는 솔직히 울컥했다. 이 아이들의 건강하지 못한 인격을 어찌한단 말인가. 게다가 서로 남탓하기 바쁘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들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태도에 비난과 놀림으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게 안타까웠다.

난 아이들이 건강한 신체만큼 건강한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 상대의 날선 말에도 쉽게 다치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다. 상대의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이해력도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모난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힘도 생겼으면 좋겠다. 맞아, 난 그래. 하고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안해, 고마워하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고마운 건 고맙다하고 말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물론 어리니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해주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행동하는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만난 아이들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각자의 가정에서부터 귀한 존재로 인정받고 웃을 일이 많고 아프거나 슬플때 마음 다해 아파해줄 사람들과 지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아끼고 소중히 다루었으면 좋겠다.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아이들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존재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라도 혹은 길거리 잘 모르는 어른들일지라도 우리 모두 너희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열살인 아이들이 천진난만 순수 그 자체였으면 좋겠는데 티격태격 비난하고 다투고 헐뜯는 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예쁜꽃처럼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사랑 많이 받고 튼튼하고 커다란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다. 자꾸만 아이들이 아른거린다. 모두들 잘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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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이 엄마인 아이들은... 정말 좋겠어요. 아쉬워요... 둘 밖에^^
꿈섬님이 상담 선생님인 아이들도 좋겠어요. 꿈섬님은 따뜻한 눈빛으로 들어주시는 분이니까요.... ^^

꿈꾸는섬 2016-10-22 16:4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네요.
제가 엄마라 우리 애들도 좋지 않을때가 있을 거에요. 그럴땐 다른 누군가로부터 위로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어제 만난 상처깊은 아이들은 안타까움이 커요.
단발머리님, 고맙습니다.

커피소년 2016-10-23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글대로만 되면 학교는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ㅎㅎ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아서요..^^

학교에 가면 매일 싸움을 본 기억이 납니다..ㅎㅎ

상대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는 일은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서로 티격태격하고 비난하고 다투고 헐뜯는 것만 본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그래도 꿈꾸는 섬님의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6-10-23 19:33   좋아요 1 | URL
학교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러기위해선 가정에서부터 행복해야할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보면 안타까운데 큰 도움 주지 못해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