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아이돌 도경수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섬소년답게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수옥을 업고 달리기에 충분히 튼실한 어깨가 쫘악 벌어진 듬직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얼굴은 아직 소년이므로 앳된 미소를 갖고 있을 것 같다.
수옥을 마음에 담고 수옥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해주려는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기타를 가르쳐주던 선생을 사랑하던 열일곱 소녀 수옥의 갸날픈 모습도 내 마음대로 그려본다.
희고 가냘픈 수옥의 모습은 긴생머리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을 것 같다. 두 눈은 크고 동그랗지만 쓸쓸해보이는 미소를 가졌을 것 같다. 병약한 소녀의 가냘픈 모습이 그려진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부끄럽게도 한창훈 소설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범실과 수옥 길자와 용철 그리고 민구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 살아 숨쉰다. 그들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그려본다. 이미 영화로 개봉되었지만 영화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 마음가는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섬사람들의 일상도, 마을 노래자랑도, 배를 타고 다른 섬에 가는 것도 모두 내가 알고 있는 풍경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진다. 이십년을 채워야 완성된다는 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긴 시간 한사람을 마음에 담은 범실의 순정을 생각하면 나같은 사람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한채 살고 있단 생각을 한다.

엊그제 남편 친구가 오랜만에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도 한잔하며 남편 잘 만나 편히 사는 사람을 빗대 ˝ㅇㅇ은 나라를 구했나봐˝하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나라는 못 구했지만 내 남편 00은 구했지˝하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폭풍공감하며 맞다고 끄덕여주었다. 그 말에 남편은 삐죽거리긴했지만 함께 웃었다. 13년을 사는데 한결같지 않고 서로 다투기도 삐지기도 많이 한다. 어떤 날은 뭐든 다 해줄 것처럼 굴다가도 어떤 날은 전혀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선을 긋기도 한다.

한결같은 사람, 한결같은 사랑은 어렵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 그런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한 사람만 생각하고 그를 위하며 사는 아름다운 사람이 가까운 곳에서도 만나질 것만 같다.

소설 속 범실이 오늘밤 꿈에 나올 것만 같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그 여운이 남아, 자꾸만 그들을 생각하고 떠올리고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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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5-25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경수에게만 눈이 가서요. ㅎㅎ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예전에는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도 그런 사랑을... ㅎㅎㅎ 꿈꿨구요.
근데 요즘 제 주위에 스토커는 아니지만, 스토커 비스무레한 경우가 있는데, 좀 무서운 거예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건 좋은데, 싫다는데 자꾸 그러는건.... 아...
도경수가 그러면 생각해 보겠지만요.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ㅎㅎ

꿈꾸는섬 2016-05-25 14:40   좋아요 0 | URL
순정 영화 소개하는 걸 찾아 봤는데 도경수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범실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ㅎㅎ
도경수는 괜찮사 보고 연기 잘 한다고 생각하고 좋아했어요.^^

지고지순한 사랑, 남들 얘기로는 좋은데 전 그러지 못해서 ㅎㅎㅎ
단발머리님 주위에 그런분이 계시군요. 스토커 비스무레하다면 무서울 것 같아요.ㅜㅜ
순정에서 20년을 채워야 사랑이 완성된다는 말이 좋았던 건 살아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더라구요. 남편과 13년이니 7년 더 채워봐야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