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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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옛 집 뒤곁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빨갛게 익은 앵두를 따서 입안에 넣으면 그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으로 퍼진다. 맛있어서 선 자리에서 계속해서 따먹던 기억이 난다.
배혜경님의 <앵두를 찾아라>의 앵두는 내가 좋아하던 그 맛있던 앵두는 아니지만 그리운 날들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밤이면 앵두를 찾는 의식을 치룬다는 작가님에게 작은 물고기 한마리는 그야말로 유희이며 힐링을 주는 존재였을 것 같다.


<앵두를 찾아라>는 알라디너 프레이야님의 수필집이다. 프레이야님의 단아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글은 서재에서도 자주 읽을 수 있었지만 지면에 찍힌 활자로 읽는 것은 새로운 글을 읽는 느낌이 들게 했다. 예전에 읽었던 글도 있고 새롭게 읽은 글도 있지만 친숙하지만 훨씬 더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을 받았다.
프레이야님의 친필사인본을 받아들고 행복해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프레이야님의 세심함에 밑줄을 그어가며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또 읽었다.

`일은 느닷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인연의 바람`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 말미암아 일어난 인연의 바람을 나는 느꼈을진 몰라도 글로 써내지 못한다. 프레이야님의 글은 그렇다.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만하지만 누구도 쉽게 포착해내지 못한 것들을 글로 써낸다. 그런 글귀들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그렇지,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듯 밑줄을 긋게 된다.

`몸이 살아나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좋았다. 어머니의 수술 후 느낀 생각을 적은 것인데 백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는 것 같다.

맑은 눈을 갖고 싶어하는 프레이야님에겐 혜안이 주어진 듯 하다. 한라산 정상을 오르던 중 `적절한 시점에서 포기하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가진 프레이야님은 이미 혜안을 갖고 계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산다는 것은 끝없이 빚을 지는 일이다~산다는 것은 빚을 갚아가는 일이지`라고 썼던 문단을 출간기념회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모두 `빚꾸러기`들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빈손으로 왔던 우리가 이제는 가진 것이 많아졌으니 꾸어준 이들을 잊지 않고 빚을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

<앵두를 찾아라>를 읽으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가며 나를 키워 나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어린 어른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프레이야님 정말 고맙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쓰셨단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는동안 행복했어요. 감사해요. 아름다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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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0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02-13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좋아서 밑줄 긋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으셨군요. 아직 책을 구입하지 않아 일독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저한테는 책을 들여다보는 행운이나 다름없네요.
한편으로, 책 내용이 많이 노출돼서 작가 님과 출판사에서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꿈꾸는섬 2016-02-13 10:13   좋아요 0 | URL
제가 밑줄 그은 부분은 더 많았답니다. 맘에 와 닿는 글귀가 어찌나 많던지요. 오거서님 말씀대로 너무 많이 노출될까 이만큼 추리고 추린거랍니다.
서재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책으로 읽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