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 극장 나들이를 했다.

12월에 어린왕자를 보고 싶어했는데 시간 맞추기 어려워 못 봤다. 결국 동네 영화관에서는 일찍 내려서 볼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집 아들들은 시쿤둥하게 어린왕자 얘기 다 아는거라 보기 싫다고 했다는데 우리 아들은 내내 못 본 것을 서운해 하고 있다. (나도 아쉽다 보고싶었는데)

오전에 시간맞춰 굿다이노라도 보려고 하다가 그것보다 대형스크린으로 꼭 봐야할게 히말라야라는 생각에 이른 저녁을 먹고 오후6시15분 영화를 보았다. 허겁지겁 밥 먹은 탓에 속이 어찌나 불편하던지......할인쿠폰으로 산 콤보세트의 콜라를 마시며 진정시켰다. 작년에 vip되어 받은 영화관람 쿠폰으로 알뜰한 관람을 했다. (올 해는 너무 적게 봐서 vip쿠폰을 못 받는다. 지나고나니 아쉽다)

신의 영역이라 부르는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 그들의 산에 대한 마음을 보며 많이 울었다. 히말라야 대원이 되기 위한 막내대원 테스트는 웃음을 주었지만 혹한을 견뎌내고 정상을 오른 엄홍길과 박무택은 감동을 주었다. 그들이 정상을 오르기까지 다른 대원의 희생 또한 감동이었다. 히말라야의 쏟아질 듯한 밤 장면에서 내 옆에 앉은 아들은 온우주가 보이는 것 같다며 작은 감탄을 내뱉었고 장엄한 일출 장면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리 부상이 심해져 더 이상 산에 오를 수 없는 엄대장은 은퇴를 하고 그 뒤를 박무택이 히말라야 원정 길에 오르는데 3명의 대원이 그곳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기상 악화로 구조활동을 외면한 베이스캠프,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들 모두 두려웠을 것이다. 더 큰 사고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속 박무택을 위해 박정복은 홀로 찾아나섰지만 이미 박무택은 돌이킬 수 없었고 그 또한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함께했던 대원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속에 버려져 있다는 사실에 힘겨워했던 사람들은 휴먼원정대를 꾸리고 그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고자 모인다. 그 어떤 댓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일을 해낸다.

내 옆의 아들이 어찌나 훌쩍거리며 울며 보던지...영화보는내내 아들이 어느새 자라 함께 공감하게 되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딸은 가장 안쪽 남편 옆에 앉아 어땠는지 몰랐지만 다 보고 나왔을때 혼자만 멀쩡한 얼굴이었다. 아직 어리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길, 아들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라면 동료를 구하기 위해 휴먼원정대에 갔겠어요?˝
아빠는
˝아빠라면 가지. 다만 네 엄마가 보내주겠냐?˝
라고 답했다.
그래서 내가 보탰다.
˝엄마는 안 보내지 아니 못 보내지. 그런데 사실 아빠는 아예 히말라야를 안 가. 그곳을 가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야.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야. 산을 정말 많이 사랑해서 평범한 일상보다 산이 먼저인 사람들이야.˝
하고 말하니 아들은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 아빠는 모험가의 기질이 없다고.

박무택의 시신을 끝까지 가져올 수 없는 상황 그의 아내 수영은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들의 수고와 노고, 그들이 남편과 두 대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 몸을 다 바쳐 실행했으니 어찌 더 욕심낼 수 있었겠는가.

10여년전의 휴먼원정대 다큐도 생각나고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좋다.

히말라야의 눈물이라는 책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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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유 2016-01-16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말라야! 친구가 입술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해 준 영화인데 아직 관람을 못 했습니다. 꿈꾸는 섬 님의 멋진 감상문을 접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저도 서둘러 가족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 해야겠군요. ˝아빠 엄마는 모험가의 기질이 없다˝는 말씀에 공감지수 무한 상승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01-16 07:51   좋아요 1 | URL
엄마 아빠가 모험가 기질이 많으니까 아이들이 딱 질색하던데요~

꿈꾸는섬 2016-01-16 10:14   좋아요 0 | URL
설경이 정말 멋지더군요. 재미와 감동도 함께했구요.
산을 오르는 것을 인생에 비유하지요. 소소한 삶을 사는 저는 큰산은 정말 엄두를 못 낼 것 같아요. 히말라야 원정대원들의 삶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더라구요.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세실 2016-01-16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저도 울다가 웃다가...
각자 추구하는 삶이 다르겠지만 그 힘든 산을 왜 오르는지 이해가 안가는...ㅎ

오거서 2016-01-16 08:21   좋아요 1 | URL
어차피 내려올 텐데…
등산은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고 봐요.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숙명인데 삶에 대한 의지 아니 투지로 살아가잖아요. 불사를 욕심내는 사람도 있고요~

꿈꾸는섬 2016-01-16 10:18   좋아요 1 | URL
세실님 10년전 휴먼원정 다큐가 떠오르더라구요. 그때도 지금도 험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여전하지만 그들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 같아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일, 도전하고 성취하고 그들에겐 그게 행복이겠죠.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선택...한편 멋지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