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은 나의 개학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지고 봐줘야 할 일도 더 많아지고 느슨하면서도 바쁘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히려 학교 가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방학은 노는 게 아니라는 엄마가 사실 싫기도 하겠다.

며칠 전 순오기님으로부터 톡이 왔다. 서울에 오신다고, 서울 오시면 응당 한번은 뵈어야 한다.(왜냐면 내가 순오기님 팬이니까) 

광주에서부터 오시는 것이니 서울근교 수도권에 사는 나는 흔쾌히 만나는 날을 기다린다.

순오기님의 서울 나들이 중 7일은 야나문에서 프레이야님의 출판기념 모임이었다. 출판기념식은 다른 곳에서 하고 그곳에서는 알라디너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착각한 나는 아이들과 바쁘다는 핑계로 빈손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알라딘서재를 하도 오래 떠나 있어서 야나문이 알라디너 야나님이 운영하는 북카페인줄도 몰랐고 그날 모이는 분들이 대략 순오기님을 포함한 5공주중 해외에 계신 한분을 제외한 4분이 모이는 자리라고 알고 갔다. 내가 좋아하는 서재지기님들 프레이야님, 세실님, 다크아이즈님을 만난다는 기대와 복잡미묘한 떨림에 가는 길이 낯설었다.

부암동은 예전에 환기미술관, 서울미술관 등에 다녀온 기억은 있지만 내게는 낯선 곳이다. 가기 전 야나문을 조회해보고 차를 가져갈 것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거의 2시간 조금 못 미치게 걸리는 거리였다.

프레이야님의 출판기념이라는데도 책도 아직 조회해보지 못했고, 구입도 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서재와 카스를 통해 프레이야님의 글을 읽어 온 나는 얼마나 우아할지, 얼마나 세련되고 섬세할지 예상은 한다.

 

그 자리에 새로운 알라디너 쑥님이 계셨고, 쑥님은 봄향기가 그윽한 분이셨다. 쑥님의 제안으로 '앵두를 찾아라'를 돌아가며 낭독했다. 고운 프레이야님의 글은 프레이야님을 닮았다. 나는 세실님이 밑줄 그은 부분을 읽긴 했지만 내 마음에도 좋았던 부분이었다. 여섯이 돌아가며 '앵두를 찾아라'를 읽는데 전율이 느껴졌다. 이 공간도 이 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샴페인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케잌을 나누어 먹으며 프레이야님의 앵두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많은 공감을 나누었다. '엄마'라는 주제는 누구나 공감할수밖에 없지 않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알몸으로 거리를 누비는 일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화면에서 만나던 글을 지면으로 만난다는 것은 또 어떤 기쁨을 줄 것인지 기대된다.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후 약속이 있던 세실님이 먼저 일어나셨고 다음에 프레이야님과 다크아이즈님이 일어나셨다. 쑥님은 더 남아 있겠다고 해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순오기님과 나도 남아 이야기를 더 나누기로 하였다. 야나문은 쉽사리 일어나기 쉬운 곳이 아니다. 야나님의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야나문에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고 혼자서도 즐기기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그곳은 정말 매력적이다. 가까운 곳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럴땐 정말 서울 살고 싶다는 생각)

 

조금 늦었지만 단발머리님이 6학년 딸아이와 함께 왔다. 두 모녀의 미모는 정말 빛이 났다. 우월한 유전자의 소유자들......단발머리님을 쏙 닮은 딸아이, 지금도 눈에 훤하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눈도 마음도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순오기님의 이야기, 쑥님의 이야기, 단발머리님의 이야기, 야나님의 이야기,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래도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이었다.

 

오후 3시반에 도착한 나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섰다. 그 시간에 일어서는 일이 왜 그리 아쉬웠는지 모른다. 알라딘 모임이라던 내게 남편은 책도 잘 안 읽고 글도 잘 안 쓰는 나는 자격미달이라며 놀려댔는데 예전 어느 글엔가 알라딘은 내게 친정이라고 썼던만큼 알라딘은 여전히 내게 친정같은 곳이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늘 그곳이 궁금했고 그래서 기웃거리며 지기들의 서재를 방문하여 남몰래 글을 읽고 갔다. 글을 올리는 일에 게을러진 것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아이들이 아직 컴과 많이 친해지는 게 싫은 탓이라고 해야겠다. 컴이 많이 유용하고 실생활 깊숙히 필요하지만 천천히 친해져도 좋은데 엄마가 매일 컴 앞에서 글 쓴다며 오래도록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물론 한밤중에 쓰면 되는데 난 잠이 많고 게으르다. 다시 서재에 글을 쓴다. 쓰다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이들이 학교 방과후 음악줄넘기에 다녀올 동안만 쓰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돌아온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밥 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ㅜㅜ)

 

예전 함께 정을 나누었던 알라디너들 생각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여기에 일일이 적지 않아도 모두들 제가 얼마나 좋아하고 흠모하는지 아실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1월 7일을 기념일로 표시해둬야겠다.

 

빈손으로 갔던 난 4권의 책을 받아들고 돌아왔다.

순오기님이 아이들을 위해 <해오름 골짜기 친구들-황선미> <과수원을 점령하라- 황선미>, 그리고 나를 위해 <내 사랑의 그림자-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쑥님이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를 선물해주셨다. 가볍게 갔다가 무겁게 돌아왔다. 물론 마음은 무겁게 갔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사진을 올리려고 전송중인데, 하도 오랜만에 다운받으려니 너무 많아 그런지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있다. 사진은 잠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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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1-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길을 흔쾌히 달려와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알라딘 식구라는 말을 즐겨쓰는 저도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든 알라딘은 친정같아요~♥♥

꿈꾸는섬 2016-01-14 16:45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렇죠~^^친정~^^
순오기님 덕분에 좋은 시 읽었어요. 감사해요.^^

프레이야 2016-01-1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그날도 회상하였듯 5년이 훌쩍 지났지요.
올해 3차 광주모임이 결정되면 또 만날 수 있을지도요. 꼭^^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오셔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5년 전보다 훨씬 어려보이시구^^
`현` 오누이랑 행복한 날들이시길~

꿈꾸는섬 2016-01-1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엊그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어요.
광주 3차모임도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6-01-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기 전에 <앵두를 찾아라> 낭독의 시간이 있었군요.
아....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을까요.
얼마나 차분한 시간이었을까요, 얼마나 따뜻한 시간이었을까요.

소중한 기억을 글로 옮겨주셔서 감사해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눈에 선연히 그려지네요.
행복한 시간들...


꿈꾸는섬 2016-01-15 22:03   좋아요 0 | URL
네 단발머리님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책을 못 읽은 제겐 좀 아쉬운 일이긴 했지만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