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제법 읽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고민은, 늘 해외작품을 읽을때 나는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는 것인지, 혹은 번역가의 새로운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여전히 그 고민은 풀지 못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그 고민은 가끔씩 하고 있다.  이건 뭐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재밌게 읽자.  그렇게 되는거니까.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한 망(?!) 번역을 만났을때는 진심 작가가 이따우로 쓴거냐며 책을 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실 어릴때는 번역의 중요성이나 번역에 대해 생각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서 망 번역을 읽게 되더라도 작가가 그렇겠거니, 라는 생각이 많아서 그 작가책 안 읽으면 되지.  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렸었는데 책을 읽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이도 늘어감에 따라(?)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일이 꽤 벌어졌다.  20대 초반 나름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중 한사람인 제인오스틴의 <이성과감성> 번역본을 읽고 진심 책 집어 던질뻔 했다.  으아아악, 이제껏 만난 제인오스틴의 글이 아니었고, 번역을 발로 한 건지 읽다가 무슨 내용인지 도통 감이 안와서 앞장을 다시 읽고 뒤에 내용 다시보고 그래도 짜증나서 내가 다시는 그 번역가의 글을 읽지 않겠노라고 독서기록장에 메모까지 꼼꼼히 해놨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보니 지금도 그 역자의 이름은 기억이 나는군.  이 자리에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때 이후로 번역의 중요성을 어찌나 뼈저리게 느꼈던지.......  그 후부터 아무래도 책을 사게되거나 읽게 되면 번역가 역시도 다시 보게 되는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 나는 뭔가 문장번역이라던지 그런 세세한 부분을 잘 알지 못하는터라 읽으면서 글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번역을 선호한다.  내가 읽으면서 응? 이건 이상해! 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경우, 오역이 많다는 역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읽기 편했다면 나는 그 역자여도 책을 사서 읽는다.  물론, 원작가 명성이 더 큰 몫을 차지 하긴 하지만....... 그건 일단 기본이니까.



이 책에서는 번역가들의 정말 세세한 이야기나 고민,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의역이냐 직역이냐에 대한 고민과 갈등, 책에 대한 애정, 심지어 번역가들의 페이 이야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번역가의 이야기가 실생활과 맞물려 소개되고 있다.  읽으면서 전혀 내가 예상못했던 문제들이 나올때마다, 새삼 그들의 세계를 다시 이해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달까?

겉으로 보기엔 책에 딱 내이름 적혀나오고, 뭔가 굉장한 느낌이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말못할 고충도 있고, 그래도 책에 대한 나름의 깊은 애정도 있고.......

내 주위에 번역하는 언니가 한분 있긴한데 (물론, 전적으로 번역만 해서 먹고 살진 못한다.) 그 분을 보면서도 번역의 세계가 만만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느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니 이분들의 고민도 꽤나 깊구나 싶었다.  겉으로 보기엔 프리랜서니까 자유로운 시간 짜임과 지식인이라는 느낌에 혼자 막 우러러 본달까... 그런 기분이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니 책에 대한 애정없이는 정말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분명 힘든길이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있어 반갑고, 이들이 있어 고맙다.  그리고, 이들의 고민도 책에 대한 애정에서 오는터라 그 또한 고맙다.  오롯이 번역으로 먹고살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번역이라는 세계에 있는 그들이 부러운건 어쩔 수 없다.  책과 관련된 모든것들이 언제나 겉에서 보기엔 부러운 책 중독인간이다 보니.....

암튼 번역가의 길을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물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역시 그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재밌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