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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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마루 밑 남자 >

어느 날 아내가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고 '나'에게 말한다. '나'는 아내가 피곤한 탓이라며 진지하게 상대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피곤한 것은 '나'였다. 아내가 무리해서 교외에 집을 사자고 하는 바람에 편도 세 시간 가까이 출퇴근 해야 했고, 회사 내 입지도 좋지 못했다.

얼마 뒤 '나' 역시 집에서 누군가를 발견한다. 머리가 긴 선인풍의 남자였다. 그 남자는 '나'를 발견하고도 놀라지 않았고, 신문을 조용히 정리한 뒤 마룻바닥 밑으로 내려갔다.

아내는 '마루 밑 남자'와 점차 친밀한 관계가 된다. 그러더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내'가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고 힐난하더니 급기야 집에서 쫓아낸다.

잘 곳이 없어 전철역 부근으로 가니 '나'와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나'처럼 집을 빼앗긴 사람이 많다면서 하루 빨리 '나'도 다른 집 빼앗을 궁리나 하라고 충고한다.

< 튀김 사원 >

밤 늦도록 잔업을 해서 친 보고서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린다. 옆에 앉은 다도코로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컴퓨터 코드를 건드린 탓이다. 한껏 짜증이 났지만 험하게 응대하진 않는다. 다도코로 씨는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지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오십대에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일개 평사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날 어찌된 일인지 과장은 '나'를 질책하지 않았다.

얼마 뒤 '나'는 실적에 쫓겨 회사의 주류 실력자 소네자키 전무의 '함정' 테크닉에 관여한다. '함정' 테크닉이란 이렇다. 거래할 회사 담당자에게 뒷돈을 주기로 하고 계약을 성사시킨 뒤 1회분 몫을 이체한다. 얼마 뒤 2회분을 이체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의 상사를 찾아가 계속해서 중간 마진을 떼어주기는 어렵다며 하소연을 한다. 담당자는 처분되고, 계약은 유지되는 악랄한 수법이다.

그런데 이 '함정'에 가담한 결과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진행되는 줄 몰랐던 '나'는 고뇌에 휩싸이고, 이 즈음 다도코로 씨가 자신은 사실 '튀김 사원'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소네자키의 술수에 말려들어 회사가 날아간 복수를 하기 위해 해커이자 아들에게 부탁해 전산을 위조한 뒤 회사에 잠입한 것이다. 내부에 잠입한 뒤에는 내부망에서 주고받는 메일을 해킹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갖가지 비리를 알게 된다. 소네자키는 결국 다도코로 씨의 술수로 몰락한다.

여자친구 쿄코는 회사를 그만 둔 나와 소네자키에게 '튀김사원을 활용한 복수 대행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 전쟁관리조합 >

뉴욕에 촬영을 갔다 아파트에 돌아오니 아파트가 여자들로 점령 되어 있었다. 엽총으로 무장한 그녀들은 남자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 사회에 전쟁을 선포한 상태였는데, 아파트가 애초 여자들을 위주로 분양한 탓에 주민 중 남자는 '나'와 '늙은이' 두 사람 뿐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사태를 호전시키려 했지만 '늙은이'는 그녀들이 자멸할 것이라며 가만히 지켜보라고 했다.

얼마 뒤 여자들이 회사에서 입수한 각종 비리정보를 언론을 통해 유출시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론이 이미 남자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 아무도 받아 써 주지 않은 것이다.

여자들은 내분에 빠져 자멸한다.

< 파견사장 >

파견사원에 이어 파견사장 시장이 활성화 된다. '경영 환경이 복잡화, 다양화의 일로를 걷고 있고, 한 사람의 전능한 리더십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한 시대가 아니'라는 말에 디자인 회사 사장 야마자키는 홀딱 넘어가고 만다.

파견사장은 한 달에 한 번 바뀌었는데, 그들의 경영방침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어 정사원들이 차츰 못 견디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파견사원으로 정사원을 대신하면서 견실하게 유지된다.

얼마 뒤, 회사는 파견 사장과 파견 사원만으로 굴러가게 된다. 파견업체는 이 시점에 경영권 마저 교묘한 수법으로 빼앗는다.

< 슈샤인 갱 >

어느 날 길거리에서 앳된 여자애가 다가오더니 구두를 닦기 시작한다. 구두를 닦는 사이 가슴을 접촉하기도 하고 슬쩍슬쩍 허벅지도 보여준다. 혼미해 있는 사이 구두는 깨끗해 지고 여자애는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아내와 아이는 실직한 '나'를 가차없이 쫓아냈고, '나'는 현재 노숙자나 다름없는 처지다.

이런 '내' 처지를 딱하게 여긴 여자애는 동업을 제안한다. 다음 날 부터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여자애 옆에서 바람을 잡는다. 여자애는 중년 사내들의 구두를 닦아준 뒤 돈을 천엔에서 이천엔 가량 받는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이들의 사업 아이템을 동네 양아치와 조폭들이 카피하는 바람에 오래 가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새 서로에게 깊은 정을 느낀 유사 '아빠와 딸'은 다른 사업을 통해 천만엔을 모으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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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서점의 영향력이 큰데 <마루 밑 남자>는 유린도 서점의 한 직원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2007년도에 케이분도 서점 추천 문고 대상으로 뽑힌 덕에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변화하는 가정과 사회를 주제로 하여 '소프트한 스티븐 킹' 풍의 소설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마루 밑 남자>에서 '나'는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하지만 정작 아내는 '나'에게 가족을 외면한다고 말하며 '마루 밑 남자'를 끌어들인다. '아니 그렇다면 돈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하는 내 의문에 지하철 역 남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자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된 대로 씩씩해서 말입니다. 내 집과 마루 밑 남자를 위해서라면, 억척같이 일하기 시작하죠."

<튀김 사원>에서 '튀김'은 튀김 옷을 입혀 겉만 번드르르 한 상태를 말한다. 가짜 사원이 침투해 한 회사를 몰락시키는 과정이 다소 현실성 없이 전개되지만 나름의 유쾌한 맛이 있다.

<전쟁관리조합>은 남성 헤게모니에 대항해 일어선 여성들의 투쟁이 대자적 반대 입장에 머무는 한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정당성 자체는 올바른 문제의식인데 작가는 이를 잘 풀어나가기 보다는 하나의 헤프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파견사장>은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장질서를 무자비하게 재편해 '플랫폼' 외에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요즈음을 날카롭게 예견하는 작품이다. '파견'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노동자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부속품처럼 여긴 사회가 치뤄야 할 댓가는 '안전'과 '안정'이다.

<슈샤인 갱>은 단독으로 장편을 만들어도 꽤 재밌을 것 같은 내용이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과정도 마음에 들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도 적절하게 투사되어 따뜻한 울림을 자아낸다.

대전에서 소방안전 교육 받는 네번 째 날 재미있게 읽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1335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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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김소진 문학전집 5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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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자로 소방안전관리자에 선임되는 바람에 일주일간 대전으로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주차난이 심각해서 새벽부터 서둘러 길을 줄여 나가면 8시 이전에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사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한시간 가량 책을 읽고, 오전 수업을 마치면 바로 맞은 편 골목에 있는 한식부페에 가서 잽싸게 점심을 먹는다. 음식은 짜고, 반찬은 부실하다. 그래도 가장 빨리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든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오면 한 시간 가량 시간이 비는데 다시 책을 읽는다. 재미가 쏠쏠하다.

<바람부는 쪽으로 가라>는 작가가 타개하기 1년 전인 96년에 발간되었으며, 90년 중반의 세태를 가볍게 그린 꽁트집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거개가 샐러리맨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로, 시트콤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전원일기>의 도시 버전 쯤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하다. 
엉뚱한 장소에서 낯익은 가족이나 이웃을 만나고, 거기서 오해가 시작되며,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커지지만, 종장엔 오해가 풀리면서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는 식이다. 가벼운 이야깃거리들 사이사이 작가의 시대인식과 세태평들이 가볍게 녹아들어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10757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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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러브스 유 - 도쿄 밴드 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7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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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발매 후 독자들의 후속편 출간 요청이 쇄도하자 쓰여진 작품이다.

전편 줄거리 참조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96253449

이번 <쉬 러브스 유>에서도 성불하지 못한 훗타 사치가 화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겨울'은 이웃에 사는 대학생이 <고사류원>이라는 60권 짜리 백과사전을 팔면서 시작된다. 메이지 시대에 발매된 이 백과사전은 꽤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기 때문에 고서점 당주 칸이치 영감은 10만엔에 사들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 한 권이 훼손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속지를 파내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겼던 것도 같았다.

한편, 이 즈음 서점과 함께 경영하는 카페에 어린 여성이 아이를 두고 달아나는 사건도 벌어진다.

두 번재 에피소드 '봄'은 아내의 유품이라면서 헌책 50권을 판매한 사내가 매일 매일 헌책방에 변장을 하고 돌아와 한 권씩 되사가는 이야기이다. IT 기업 사장이면서 아이코를 사랑하는 후지시마의 아픈 과거도 곁들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 번째 에피소드 '여름'은 집안의 막내 켄토와 카요가 친척 집에 놀러갔다가 어떤 할머니로부터 고서적을 받아 오면서 시작된다. 칸이치 영감은 고서적을 보고 '유령이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며 사뭇 심각해지는데... 영감에 따르면 그 서적은 일종의 해적판이었고 60년 세월을 건너온 책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사진에는 칸이치 영감이 <도쿄밴드왜건> 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네 번째 에피소드 '가을'에서는 훗타 가가 관리했던 소장도서 목록과, 이와 관련한 어두운 과거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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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두운 과거를 조금 채색하긴 했지만 역시나 기본적으로 작품의 성향은 대가족이 나오는 농촌 소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삶은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작가의 막연한 기대가 투영된 느낌이라고 할까.

'겨울' 에피소드의 파인 홈에는 이만엔 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다. 대학생은 헌책을 팔기 전 골동품 가게에 먼저 들렀었는데 거기서 오래된 지폐는 슬쩍하고 책은 <도쿄밴드왜건>에 팔라고 되돌려준 것. 아이를 두고 도망간 여자는 책을 판매한 대학생의 동생으로 친정어머니에게 사기를 쳐 돈을 우려낸 남편을 피해 잠깐 몸을 피한다는 것이 아이를 두고 간 것이다. 남편이 야쿠자에게 협박 당하는 것은 헌책방 남자들의 지인이 어찌어찌 처리해준다.

'봄' 에피소드의 책을 되사가는 노신사는 전직 형사로, 와세다 대학 출신 작가들의 책을 사들이는 것을 일종의 공양으로 생각했던 아내의 유지를 이어가려고 책을 한 권씩 되샀던 것이다. 상당한 편법임에도 나름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변장을 하고 헌책방에 간 것.

'여름' 에 등장하는 '유령'은 칸이치 영감의 여동생. 60년 전 미군과 결혼해 의절했던 동생이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가을' 에피소드에서 작품은 풀어 두었던 여러가지 떡밥을 회수하는데 아이코와 머독이 결혼하고, 아미와 스즈미가 아이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영국인 머독이의 부모가 일본까지 쫓아와 '결혼할 여식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예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은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싶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977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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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야마다 아카네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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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내'가 컴퓨터를 켜고 디지털 비디오디스크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서 시작된다. 영상을 만든 사람은 교코씨인데, 화자에겐 어머니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좀 애매한 존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냅사진은 생일 케이크를 앞두고 여럿이 모여앉아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엄마인 미소노, 할아버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인 초로의 남자, 그리고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인 법적인 아버지가 찍혀있다.

소설은 이렇듯 기묘한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를 추적한다.

미소노는 마흔을 한 해 앞둔 어느 날, 친구인 교코에게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미소노는 결혼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교코는 '누구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인지' 묻는데, 이에 대해 미소노는 '누구의 아이이건 상관 없다'고 말한다. 사실 불륜 상대인 중국인 '장'의 아이를 갖고 싶긴 하지만 그가 오케이 할지 어떨지는 모른다. 얼마 뒤 미소노는 자신의 결심을 '장'에게 털어 놓는데, '장'은 여러가지 어른스러운 이유를 대며 거부 의사를 밝힌다.

교코 역시 가정이 있는 조명기사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을 뿐, 결혼이나 아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교코가 자궁경부암 의심 진단을 받는데, 교코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남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지금껏 관계했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그 중 누가 자신에게 암 발병 원인을 제공했는지 밝혀내고 싶어한다.

한편, 그 즈음 교코가 프랑스에서 잠시 호감을 느꼈던 '다-' 라는 중년 남성이 귀국한다. 그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당시 교코와 육체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다.

교코가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 미소노, 교코, '다-'는 함께 바닷가로 이주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가 지금은 사망한, 의절했던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에 보낸 편지를 받게 된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 그 날, 뜻하지 않게 '다-'가 생애 처음으로 이성과 잠자리를 갖게 된다. 상대는 미소노였다.

셋이 사는 집으로 육개월 전 아주 잠깐 관계를 맺었던 미소노의 연하 남자친구 츠요시가 찾아온다. 츠요시는 '프랭크 자파'를 떠올리며 쿨한 남자가 되기로 결심, 미소노와 결혼한다.

이상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사진이 찍히게 된 경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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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인류는 여러가지 결혼 형태를 만들어냈다. 일부일처제는 사실상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결혼 형태이기 때문에 가장 장려되는지도 모른다. 한 명이 성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양육을 일부일처제로 이루어진 가족 단위가 책임지게 되니 양육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고, 사유재산의 상속에 있어서도 법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적으니 윤리적이라며 장려될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일부일처제, 이성애 라는 기존의 가치관과 도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엄마라는 것은 쿠폰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엄마가 되는 쿠폰?"

"미소노가 모처럼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마치 엄마가 되는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기한 전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아."

쿄코는 임신과 육아를 감히 '쿠폰'에 비유하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가 하면,

갑자기 교코는 깨달았다. 단 한 번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를...... '나' 이외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 '내'가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의 대가가 '엄마'라니......

라며, 엄마가 되는 것은 곧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자기인식을 토로한다.

생물학적 아버지이지만 동성애자이자 할아버지뻘인 '다-', 법적 아버지이지만 아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한참 연하의 츠요시, 아버지가 누구라도 상관없이 그저 아이를 낳고 싶었던 미소노, 그리고 남성적인 분야에서 한 사람 몫을 편견없이 해내고 싶었던 자주적인 성격의 쿄코가 이룬 기묘한 가족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성공하기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주변사람이 기준이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해탈한 존재일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야마다 아카네는 밝은 미래를 그려보이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 '다른사람'도 이들이 만든 기묘한 가족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 또한 새로운 기준이 되지 않겠냐는 듯이...

** '베이비 샤워'는 임신 8개월경에 임부를 둘러싸고 열리는 여자들만의 파티를 말한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864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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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화살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25
앨프레드 메이슨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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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비셔 앤드 허즐릿 법률 사무소가 재산을 관리해주던 잔느 마리 헐로우 부인이 사망한다. 헐로우 부인은 프랑스 디종 지방에 있는 저택에서 사망했는데, 유산 상속인은 남편의 조카딸이자 양녀인 베티 헐로우였다.

그런데 부인의 매제되는 보리스 와베르스키가 분탕질을 치기 시작한다. 와베르스키는 자신이 상속자가 되리라 생각했었다가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자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베티 헐로우가 이를 '손가락 끝으로 퉁겨버리며' 거절하자, '베티 헐로우가 마리 헐로우 부인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와베르스키의 밀고에 반응하여 베티 헐로우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법률 사무소에서는 제임스 허즐릿을 파견하여 고객인 베티 헐로우를 보호하기로 한다.

한편, 파리 경시청 소속 탐정 아노(Hanaud)도 디종으로 파견되는데, 아노는 사실 익명의 협박 편지 사건을 조사하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

관계자들이 모두 디종의 저택에 모여 사건을 복기하기 시작하는데, 예상대로 보리스 와베르스키의 밀고는 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와베르스키 역시 자신이 돈에 눈이 멀어 허위 신고를 시인하면서 사건은 그럭저럭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뜻밖의 진술과 물증들이 튀어나오면서 마리 헐로우 부인은 독살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먼저, 잔느 마리 헐로우 부인의 남편인 시몬 헐로우가 생전에 수집했던 독화살이 사라졌다. 독화살에는 스트로판투스 씨를 추출해 만든 독이 발라져있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단서였다.

다음으로, 베티의 친구이면서 같은 저택에 사는 앤 압코트가 마리 헐로우 부인이 사망하기 전날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진술한다. 그것은 첫째, 화살이 보관된 보물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고, 둘째,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헐로우 부인의 침실에서 '이제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며, 셋째,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상한 느낌에 잠을 깨 손을 뻗쳤다가 누군가의 얼굴을 만지게 되었다는 진술이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앤이 보물실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았는데 그 때가 10시 30분이었기 때문에 베티 헐로우는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 무도회에 참석 - 용의자로부터 제외된다.

탐정 아노와 제임스 허즐릿이 조사를 거듭할수록 정황과 증거들이 드러나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앤 압코트를 가르키고 있었다. 먼저 없어진 독화살이 앤의 방에서 펜대로 둔갑해 놓여 있었고, 와베르스키와 저택에 오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것이 드러났으며, 상당한 금액 상당의 진주목걸이가 사라졌다는 점 등이었다.

이 와중에 장 클라델이라는 독초 전문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면서 사건은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베티가 제임스에게 탐정 아노가 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녀를 피신시킬 궁리를 하면서 사건은 종장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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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은 1865년 5월 7일 런던의 덜위치 지구 에벌레이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의 트리니치 칼리지를 졸업했다. 로망 문학작가이자 극작가로, 한때는 해군정보부에 소속해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경력이 있다.

<독화살의 집 The House of The Arrow>은 1924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에는 반 다인이 '추리형 탐정의 주인공을 논하는 자리에서 메이슨의 아노 탐정을 빼놓을 수는 없다...... 빈틈없이 구성되어 모순없이 줄거리가 진행되며 매우 교묘하게 씌여져 있다...... 오락문학으로서의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며 극찬을 한 작품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불만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데, 첫째로 등장인물이 너무 소수라서 범인 지목하기가 너무 쉽다는 점이다. 앤으로 범인을 몰아가기는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2/3 지점이니 다른 범인이 있을 것은 자명한 터에, 앤이 밤중에 만진 얼굴이 매끈했으니...

둘째로, 트릭이 비교적 단순해서 박진감이 떨어진다. 앤이 한밤중에 시계를 봤을 때 10시 30분이었는데, 나중에 시계 위치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트릭은 거울에 비친 시계). 시계 덕에 알리바이가 입증된 인물이 여러 명이라면 모를까 한 명 뿐이니 이 부분 역시 아쉽다.

셋째로, 타고 남은 편지 더미에서 발견된 영수증에 대한 단서를 독자와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다. 나중에 가서야 비밀통로를 수리한 영수증이라고 하며 사건 해설에 써먹는데 이는 독자에 대한 기만이다.

소설은 30년 뒤인 1953년에 마이클 앤더슨 감독, 오스카 호몰카, 로버트 우르크하트, 이본 퓌르노 주연으로 영화화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29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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