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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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 앤드류 웨스틀리는 신문사 <크로니클>의 기자로, '예수 그리스도의 환희' 교회라는 다소 의심스러운 단체를 취재 중이었다. 단체의 창시자는 패트릭 프랭클린이라는 사람이었고, 동시양처(bilocation)의 기적을 행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즈음 앤드류에게 한 제보자가 <마술 비법>이라는 책을 보낸다. 지은이는 알프레드 보든이었고, 앤드류의 증조부였다. 그는 新순간이동 마술의 창안자로, 무대에서 '드 프로세서 드 라 마지' 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술사였다.

앤드류는 제보자인 캐서린 앤지어를 찾아가 직접 만나 보기로 한다. 대저택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캐서린은 앤드류에게 자신이 19세기말 유명했던 마술사 루퍼트 앤지어, 무대명 그레이트 당통의 손녀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과 앤드류가 어렸을 적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앤드류는 어렸을 적 기억이 희미했다. 다만 자신에게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이 믿음과 과거의 만남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마술 비법>과 일기들, 그리고 과거 캐서린과 만났다는 기억을 더듬어 가는 사이 앤드류는 수상한 종교단체 보다 더욱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두 마술사의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진짜 사건은 액자 속 이야기에 등장한다.

마술사 알프레드 보든(드 프로세서 드 라마지)과 루퍼트 앤지어(그레이트 당통)는 마술에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로 엮이게 된다.

루퍼트 앤지어는 이런저런 마술 기교로 강령술을 진행하고 돈을 받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알프레드 보든이 자신의 친척에게 강령술을 하고 있는 루퍼트 앤지어를 발견하고 괘씸하게 여겨 판을 깨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루퍼트 앤지어어의 아내 줄리아가 유산을 하고 만다. 루퍼트 앤지어는 알프레드 보든에게 뼛 속 깊은 원한을 품게 되고, 그의 마술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관객들에게 마술 비밀을 큰소리로 외쳐버린다.

이후 둘은 원수가 되어 상대편 마술 비법을 알아내게 되면 여지 없이 복수를 감행했다. 복수를 위한 폭로는 점점 강도가 심해졌고, 나중에는 물 속 탈출 마술을 중간에 방해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도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둘은 절대로 알아 차릴 수 없는 궁극의 마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둘의 기술이 여타 마술사들을 능가하게 되어 시대를 풍미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런 경쟁 구도에 1차 마침표를 찍게 된 마술이 등장하는데, 바로 알프레드 보든의 '순간이동' 마술이었다. 캐비닛 하나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다른 캐비닛에서 등장하는 알프레드 보든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루퍼트 앤지어는 미인계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그가 듣게 된 비밀은 쌍둥이를 활용했다는 것이었는데 , 진실 여부를 떠나 쌍둥이가 없는 루퍼트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때 루퍼트 앤지어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였다. 루퍼트 앤지어는 니콜라 테슬라에게 순간이동 장치를 제작 의뢰하고 마침내 장치가 완성되자 전무후무한 이동 마술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엔 알프레드 보든이 루퍼트 앤지어의 이동 마술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별 수를 써도 마술 비법을 알아낼 수 없었던 알프레드 보든이 마침내 무대 뒤편으로 침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기장치를 건드린다. 테슬라 장치가 중간에 꺼져버린 탓에 루퍼트 앤지어는 두 개의 몸을 가지게 되고, 이 사건 이후 루퍼트 앤지어는 활기를 잃고 점차 시들어간다. 루퍼트 앤지어는 자신의 한쪽을 사망처리한 뒤 알프레드 보든을 살해하고 자신의 긴 복수에 막을 내리고자 한다. 하지만 막상 살해 기회를 잡게 되었을 때 그를 죽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중단한다.

100년 전 두 명의 위대한 마술사 이야기를 추적한 끝에 앤드류는 자신이 캐서린과 만난 날 순간이동 마술 장치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고 확신했던 기억은 바로 순간이동 이후 남게되는 외피(프레스티지) 때문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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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하면 위신, 명성 등의 의미로 주로 번역되고 차량 등급을 나타내는 단어 정도로 접하기 쉬운데 소설 속에서는 '마술', '속임수', '속임수의 결과물' 등으로 쓰인다.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는 1943년 영국 출신으로 본래 회계사였으나 1966년 SF 소설 <The Run>을 발표하며 데뷔한 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 번째 장편인 <역전된 세계 The Inverted World>가 영국SF협회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고 호평을 들으며 문단에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80년대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4년 <매혹 The Glamour>로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상 최우수 장편 부문 수상, 본작 <프세스티지 The Prestige>로 월드 판타지 어워드,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프라이즈 등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아이디어와 절묘한 구성으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본 작품은 2006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을 주연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설정 자체가 소설과는 많이 다르지만 영화적 효과를 위한 각색이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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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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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계몽군주 카를로스 3세가 30년간의 통치를 끝내고 1788년 사망하자 카를로스 4세가 제위에 올랐다. 아버지와 달리 그는 우유부단했다.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 황제 카를로스 4세 치하에서 스페인 제국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로부터 시작된 자유주의 물결은 거세게 유럽을 강타했다. 스페인은 볼테르, 흄, 루소, 몽테스키외를 금지했고,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과 수감형을 부과했다. 종교 역시 변화를 거부했다. 교회는 종교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이단 재판이 부활했다.

1793년, 프랑스 왕이자 카를로스 4세의 사촌인 루이 16세가 길로틴에서 처형된다. 왕조의 신성한 이미지는 파괴되고, 합리주의 정신은 흑사병처럼 스페인 전역에 퍼져 나갔다.

소설은 이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화가 고야가 지켜본 스페인을 그려내고 있다.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는 1746년생으로 낭만주의와 로코코 시대에 걸친 화가이다.

소설 속 고야에게는 두 명의 의뢰인이 있었다. 한 명은 종교재판소의 로렌조 카사마레스였다. 그는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으로 합리주의 물결에 맞서 종교재판소의 권위 회복을 주장한 인물이었다.

다른 한 명은 토마 빌바투아라는 장사꾼이었는데, 그에게는 이네스 빌바투아라는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네스 빌바투아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고야는 그녀가 자신의 뮤즈임을 알게 된다. 고야가 그리는 모든 이상적인 여성과 천사들의 얼굴은 이네스 빌바투아의 얼굴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네스 빌바투아는 성년이 되기도 전에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손을 뒤로 결박하고 들어올리는, 심플하면서도 고통을 주는 데 있어서는 매우 효과적인 고문에 못 이긴 이네스 빌바투아는 자신이 유대교를 믿는 이교도라 자백하고 만다.

토마 빌바투아는 종교재판소의 로렌조 카사마레스가 이네스 체포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야를 통해 그를 저녁에 초대한 토마는 딸을 석방해 달라고 로렌조에게 탄원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마는 '자신의 딸이 이교도인지 어떻게 확신하느냐' 물었고, 로렌조는 '고문을 통해 알아냈다고, 그녀가 진정 이교도가 아니었다면 고문을 이겨냈을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에 격분한 토마는 아들과 일꾼을 시켜 로렌조를 고문한다. 로렌조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자신이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이라는 자필 고백문을 작성한다.

이 사건이 종교재판소 수장인 그레고리오의 귀에 들어가 토마는 종교재판소에서 축출 당한다. 믿음의 순수성을 삶의 근간으로 삼았던 그는 절망한 채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그곳에서 나폴레옹의 사상에 심취한다. 그리고 황제에 올라 스스로를 배신한 나폴레옹의 나팔수가 되어 침략 프랑스군과 함께 스페인으로 되돌아 온다. 떠나간 지 15년 만이었다. 그리고 그 즈음 감옥에서 로렌조의 아이를 낳은 뒤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 이네스 빌바투아도 풀려난다.

이네스는 고야를 찾아가 딸을 찾아달라고 간청한다. 고야는 이제 권력자가 된 로렌조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로렌조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염려해 딸을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신대륙에 팔아넘기려 한다.

1812년, 영국의 웰링턴이 마드리드에 입성하고 페르난도 7세가 돌아오면서 스페인은 또 다시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로렌조는 프랑스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처형되고, 이네스는 한 창부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하면서 키운다. 이네스와 로렌조의 딸 알리시아는 창부 노릇을 하다 영국군 장교의 부인이 된다.

고야는 청각을 잃은 채 폭력과 광기, 혼란이 지배했던 스페인을 조용히 화폭에 담았다. 팔거나 전시할 목적도, 그럴 수 있는 성격도 못 되는 그 그림과 판화들은 음울하고, 악마적이며, 고통에 가득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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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밀로스 포만이 감독하고 하비에르 바르뎀(로렌조), 나탈리 포트만(이네스, 알리시아), 스텔란 스카스가드(고야)가 주연한 영화 <고야의 유령>과 동시에 발표된 소설 작품이다.

소설을 쓴 장 클로드 카리에는 소설가 보다는 시나리오와 각색으로 유명한데 <프라하의 봄(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양철북> 등의 영화 각색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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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양들의 성야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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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헨미 유스케, 통칭 보안(보헤미안) 선배가 '나'와 다카세(다카치)를 불러 포장지에 싸인, 선물로 보이는 물건을 내밀며 '어디서 본 기억이 없는지' 묻는다. 우리들의 기억은 일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 '나'는 아쓰키대학에 막 입학한 1학년 학생으로 비사교적인 성격 탓에 혼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12월 24일인 그 날도 숙취에 시달리며 학생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너절하게 수염을 기른 사내가 나타나 대뜸 한 잔 하자고 권했다. 그 너절한 사람이 보안 선배였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학교에서 퀸카로 이름 난 '다카치'도 있었다. 둘은 보안 선배를 기다렸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섯 시간을 훌쩍 넘겨 자리를 뜨려던 순간, 보안 선배가 세 명의 동행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동행한 시기타 교수(가모)의 방바닥이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꺼지는 바람에 늦었다며 대충 얼버무리고는 나머지 두 명도 소개했는데, 쓰루모토 에리와 도야마 요시히데로 둘은 커플이었다.

술이 조금 들어간 뒤 보안 선배가 느닷없이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서로에게 선물을 해야한다고 우기고, 일행은 학교 근처 스마트인 이라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편의점에서 각자 물건을 사가지고 나온 순간, 그들의 눈 앞으로 한 명의 젊은 여성이 떨어진다. 그들은 투신 자살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안 선배가 내민 '선물로 보이는 물건'은 그 때 당시 투신한 여성이 스마트인에서 사서 포장한 물건으로 투신할 때 함께 떨어진 것 같았다. '나'와 다카치는 이 '선물로 보이는 물건'의 진짜 주인을 찾아주기로 하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 그 건물에서는 5년 전에도 중학교 입학을 압둔 우등생이 투신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학생도 스마트인에서 포장한 물건을 가지고 뛰어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도야마 요시히데와 헤어진 쓰루모토 에리와 사귀던 시기타 교수도 같은 건물에서 같은 포장지로 싼 물건을 든 채 투신하는데... 
세 개의 다른 사건은 서로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은 혹시 자살이 아닌 연쇄 살인의 희생자는 아닐까?

나사가 빠진 듯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나(닷쿠)'와, 아버지로 인한 컴플렉스로 남자들에게 한없이 차갑지만 뇌쇄적인 미모의 다카치 콤비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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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사건은 각각 이렇다.

1. 중학생이 들고 뛰어내린 것은 성인잡지이고, 유서는 없었다. 그의 할머니는 자식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서 손자의 내밀한 생활까지 모두 통제하고 싶어했다. 한편, 어머니 역시 자의식이 강하고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스타일이었다.

2. 작년에 투신한 여성이 들고 뛰어내린 선물은 콘돔. 그녀의 아버지 역시 자녀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바람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 뒤 우체국에 취직한다.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약혼자의 직업도 공무원이었다. 한편, 약혼하기 전까지 사귀던 남자가 투신한 건물 꼭대기 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3. 가모 교수가 가지고 뛰어내린 물건은 책이다. 그는 한 가지 책을 판형, 초판이나 증쇄 여부 등에 따라 150가지를 모을 정도였는데 책은 그 중 한 권이었다. 그는 책갈피 대신 낙첨된 복권용지를 사용했는데 유독 그 책에는 복권용지가 없었다. 한편, 교수와 사귀던 에리는 이미 헤어진 도야마 요시히데와 최근까지도 만났었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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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닷쿠와 다카치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 소개된다. (첫번째 작품은 <그녀가 죽은 밤>, 두번째 작품은 <맥주별장의 모험>이다) 


세 사건은 모두 독립된 사건으로 중학생은 자신의 사생활 마저 통제하려는 할머니에 반발해 할머니를 살해했다고 착각한 뒤 투신한 것이다. 할머니는 그 후 정신 착란에 빠져든다. 


두번째 여성은 이 할머니가 살해한 것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여성을 손자에게 줄 제물로 생각하여 밀어 떨어뜨린 것. 콘돔 역시 할머니가 손자에게 주는 공물.

세번째 가모 교수의 투신 이유는 낙첨되었다고 착각한 당첨 복권 때문. 에리와 야마토 커플은 가모 교수가 복권에 당첨되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책갈피로 사용하자 복권을 빼내기 위해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가모 교수가 뜻밖에도 보수적인 사람이라 결혼 전에는 잠자리를 하거나 집에서 재우지 않는 바람에 약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교수는 결혼 직전 에리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를 깨닫자 투신하며 비난의 의미로 복권용지가 없는 책을 들고 뛰어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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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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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시모다에서 남쪽으로 해상 7리쯤 떨어진 곳에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이 있어, 그 이름을 월금도라고 한다. 한때 밀무역의 근거지였던 이 섬은 중국풍 건물이 여기 저기 들어서고 이국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메이지 신정부에 의해 쇄국제도가 해제됨과 동시에 차츰 과거의 영광을 잃고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쇼와 5, 6년(1930, 31년) 무렵, 이 섬의 이름이 중앙신문 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는데, 이따금 섬에 놀러 오는 학생이 중앙신문에 다음과 같은 다소 진위가 미심쩍은 글을 기고했기 때문이다. "섬에 스스로 우대장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후예라 일컫는 일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현재 다이도지 가문으로 섬 최고의 재산가이다" 운운.

어찌 되었건 간에 이 다이도지 가문에는 외동딸 고토에가 있었는데 무척 아름다왔다. 쇼와 7년(1932년) 두 명의 학생이 이 섬에 놀러왔다. 체류기간은 2주였는데, 이 체류 중 고토에는 은밀히 학생 중 한 명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섬을 떠난 후 고토에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깨닫는다.

쇼와 8년(1933년) 고토에는 무사히 여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의 아버지인 학생이 무참히 변사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쇼와 26년(1951년)이 되었다.

고토에의 딸 다이도지 도모코는 어느 새 장성해 18세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어서 어머니 고토에를 뛰어 넘을 정도였다. 어머니가 다섯 살 때 죽었기 때문에 조모인 마키, 가정교사인 가미오 히데코와 함께 섬에서 단촐하게 살던 도모코는 이제 18세 생일을 맞이하면 양아버지가 사는 도쿄로 가서 결혼을 할 운명인데, 이 때 한 통의 협박장이 배달된다.

경고.

월금도에서 그 아가씨를 불러내는 것을 그만두어라.

그 아가씨가 도쿄에 오면 좋은 일이 생길 리 없을 터.

그 아가씨 어머니의 경우를 상기해보라.

19년 전 참극을 회상하라.

...

그녀는 여왕벌이다.

접근하는 남자들을 차례차례 죽음에 이르게 할 운명이다.

...

그리고 협박장의 예언대로 그녀의 남편감 후보 세명이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과연 긴다이치 코스케는 범인을 찾아내고, 19년 전 코토에와 정을 통했던 학생의 신분과 사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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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범인은 다이도지 긴조, 과거 이름은 하야미 긴조인 도모코의 양아버지이다.

쇼와 7년에 섬에 놀러간 학생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쿠사카베 타츠야, 본명 기누가사노미야 도모아키라이다. 이 사람이 고토에와 정을 통한 인물인데, 그는 자신의 신분이 황족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신분을 숨긴 것이다.

다른 또 한명의 학생이 바로 다이도지 긴조이다. 그 역시 고토에를 사랑했기 때문에 쿠사카베 타츠야를 살해하는데, 고토에는 자신이 발작증이 도져 그를 살해한 것으로 오인한다.

이 오해로 인해 가족들은 고토에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비밀에 붙이, 쿠사카베 타츠야가 살해된 방은 폐쇄된다.

도모코가 장성하여 성인이 되자 다이도지 긴조는 이제 자신의 정념을 도모코에게로 쏟는다. 그래서 그는 도모코의 신랑 후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다.

한편 '박쥐'는 학생시절 다이도지 긴조가 월금도에 유랑극단으로 찾아갔다가 친구 구사카베 다쓰야에게 들키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월금도 사람들에게는 유랑극단 사람으로, 유랑극단 사람들에게는 월금도 사람으로 오인받았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중 <팔묘촌>과 함께 가장 많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여왕벌>은 1951년 6월부터 1952년 5월까지, 고단샤에서 발간된 잡지 <킹>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폐쇄된 섬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시점에 도쿄에서 일어난 사건이 연관되면서, 시공간을 달리하는 두 개의 사건을 관통하는 하나의 살의가 드러나며 소설은 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사용된 트릭은 알리바이 시간을 잘 못 추정한 알리바이 트릭과, '박쥐'를 모티프로 하여 제시되는 일인 이역 트릭.

역시나 무능한 긴다이치 코스케는 죽을 사람은 다 죽고 난 뒤에야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뒤늦게 사건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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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대니 월러스 지음, 오득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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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의 대니 월러스는 3년 사귄 여자친구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은 뒤 집 안에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다. 친구들의 초대에도 "No", 새로운 시도도 "No", 그는 어느새 "No Man"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전철이 운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탄 대니는 옆 자리 남자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가 대니에게 "좀 더 자주 Yes라고 말하세요" 라고 했다. 수염을 기른 아시아계 남자의 이 말에 대해 대니는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현재 상태가 No를 너무 많이 사용해 일어난 일은 아닌지 의심했고, 마침내 앞으로는 모든일에 Yes를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다음 날부터 대니는 각종 광고와 스팸 메일에 적극 응답했는데, 그 결과 성기 확장 패치 사용자가 되었고, 어르신을 두 분을 지원하게 되었다. 또 의례적인 초대에도 일일히 Yes라고 응답했기 때문에 각종 파티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치 조지 코크로프트의 1972년 소설에 나오는 Dice Man이 주사위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처럼 대니는 Yes에 운명을 맡겨 버린 사람 같았다.

Yes가 거듭된 결과 대니는 갖가지 사기수법에 걸려드는데 오만의 술탄 아들이 4천만 파운드를 이동시켜달라는 허위 메일에 속는가 하면 스타버스트라는 괴짜 모임에 속아 미륵부처를 찾으러 다닌다. 또 온갖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가짜 목회자 자격과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물론, 체험과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에 좋은 일도 물론 있었다. 복권에 당첨될 뻔 하기도 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들이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위태로워 보였다. 이를테면 누구든 거절하기 마련인 전 여친의 현 남친이 인사치례로 권유한 저녁 초대에 응한다던가 하는 행동들이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Yes Man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는 대니에게 어느 날 도전자가 나타난다. 도전자는 대니가 Yes Man 신념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도발하며 갖가지 미션 -스톤 헨지에 가라던가- 을 제시한다. 대니는 이를 악물고 거듭해 Yes를 외치며 도전자에게 응답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같이 Yes를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또한, 과거에 소극적인 태도로 놓친 인연-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여자친구 리지-을 다시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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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대니 월러스는 다소 엉뚱한 사람이다. 1976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는데, 22살에 BBC 역사 상 최연소 프로듀서로 입사하여 라디오 코미디 쇼를 제작했다. 또, 각종 일간지에 글을 기고하고, TV 프로그램과 퀴즈쇼 진행자로도 일했다. 텔레비젼 쇼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독립국가로 선언하는가 하면, 소설 Yes Man에서도 자신을 실명 주인공으로 하여 현실과 가공을 교묘히 뒤섞어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살면서 우리는 No를 말하는 데 익숙해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No는 편안함을 준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No는 그래서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No만을 외치면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사고틀에 갇혀 '좋았던 한 때' 만을 회상하게 되고, 변화를 거부하며, 새로운 경험과 인간관계로 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Yes를 말할 필요하 있는 것 같다. Yes는 개방적인 태도, 긍정적인 태도와 이어진다. 그럴수도 있다고 인정하니 타인의 삶과 사고관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

짐 캐리 주연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영화는 Yes를 통해 갖가지 좋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반면, 소설은 Yes로 인한 웃지 못할 곤란한 상황들과 '도전자 찾기' 에피소드로 곁들여 있어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1644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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