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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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유하는 물>

요시미는 딸 이쿠코를 데리고 도쿄 매립지에 소재한 7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사온 지 3개월이 된 지금, 요시미는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다만 한 가지, 물 맛만은 익숙해질 수 없었다. 소독 냄새와는 다른 묘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쿠코와 함께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하던 요시미는 물탱크 옆에서 키티 가방을 발견한다. 새 것처럼 보이는 그 가방 안에는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할 때 쓸법한 장난감이 들어 있었다. 이쿠코는 그 가방 안의 장난감들을 갖고 싶었지만 요시미는 어쩐지 기분 나쁜 예감 때문에 가방을 경비실에 맡긴다.

얼마 뒤 요시미는 이쿠코가 밤 중에 사라진 것으로 착각해 옥상으로 찾으러 갔다가 그 가방을 다시 발견한다. 섬뜩한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쿠코가 욕실에서 가상의 아이에게 밋짱이라며 말을 걸며 놀았던 것이다.

얼마 뒤 요시미는 관리인으로부터 2년 전에 아이가 실종되었는데 그 아이 이름이 미츠코(밋짱) 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미츠코가 실종되던 날, 옥상의 물탱크가 개방되었었다는 사실도.

요시미는 물탱크 안에 사라진 미츠코가 있다는 확신인지 망상인지 불분명한 감정을 품은 채 이쿠코와 아파트를 떠나 호텔로 향한다.

<워터 컬러>

거품 경제가 붕괴되자 한 때 '메피스토' 라는 이름의 디스코테크가 성업했던 빌딩에 입주자 없는 공실이 남아 때때로 연극 상연 공간으로 임대되고 있다.

키요하라 라는 이름의 신진 연출가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어 이제 곧 키쿠노니야 홀이나 혼다 극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무리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극단에 소속한 카미야리 유이치는 지금 매우 의기소침한 상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이번 연극에서 배제되어 음향효과실 스텝으로 좌천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연극 상연 도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키요하라는 카미야리에게 즉시 공연장 위층으로 올라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카미나리가 허겁지겁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여자화장실이 물바다가 되어 아래층까지 물이 누수되는 상황이었다. 키요하라는 손을 배수구에 집어넣어 머리카락 같은 것을 끄집어 내는데, 끝도 없이 딸려나오는 머리카락의 색깔이 가지각색이라 소름이 끼쳤다. 대충 배수구를 정리하고 가까스로 고장난 수도꼭지 까지 단속한 카미나리는 그제서야 여자화장실 한 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카미나리는 분명 위층에 올라와서 불을 켰는데, 그렇다면 화장실 안의 사람은 줄곧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다는 말일까? 마침내 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무수한 검은 물체가 카미나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키요하라는 층마다 다른 상황을 설정하여 연극을 올린 것이었고, 카미나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한 것이었다.

<표류선>

원양 참치 어선 제7와카시오마루가 호화 요트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 요트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배 안은 평온한 상태였기에 더욱 이상했다. 1872년 영국 범선이 대서양 위에서 미심쩍게 움직이던 마리 셀러스트 호를 조사했을 때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한 흔적만 있었을 뿐 아무도 없어 유령선으로 불렸던 사건과 유사했다.

어쨌든 예인하기로 결정되자 카즈오가 요트에 승선하여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카즈오는 호와 요트에서 여러가지 호기심에 이것저것 조사하고 항해일지를 살펴보다 포도주를 마시고 잠이 든다.

그리고 깨어난 카즈오는 제7와카시오마루호와 연결되었던 로프가 풀려 요트 혼자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무엇을 놓친 건지 돌아보던 카즈오는 항해 일지에서 읽고 지나쳐 버렸던 사실, 요트에 탑승했던 가족 중 딸이 무언가를 주웠고 그걸 숨겨두었는데 아버지가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떠올린다. 아마도 딸이 주운 그 물건은 저주받은 것이었을 테고, 끝내 찾아내지 못해 배에도 저주가 내렸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카즈오는 저주받은 요트에서 벗어나는 것 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여 허겁지겁 최소한의 물품만 챙겨 구명보트로 옮겨 탄다. 하지만 딸이 주운 물건을 숨겨둔 곳이 구명보트 안이었다는 사실을 카즈오는 알지 못했다.

<환영>

붕장어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는 히로유키는 일상이 무료하고 답답했다. 벌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이 문제였다. 아버지는 치매였고, 딸애는 실어증에 걸려 아버지와 하루 종일 단팥빵을 먹어대며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기가 약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불만투성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휴일을 맞은 히로유키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내가 없었다. 마을을 돌며 아내를 찾아봤지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도 아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히로유키는 분노하며 배를 띄워 조업에 나갔다. 그러다가 활어조를 열어보고 거기 아내 나나코가 있는 걸 발견한다.

히로유키는 그제서야 그제 밤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내와 다투던 히로유키는 자기도 모르게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후 배에 방치한 것이다. 조업 나가서 바다에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히로유키는 술에 취해 기억을 모두 잊고 이제서야 아내를 발견한 것.

서서히 흐릿한 일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버지 역시 자신과 똑같은 방법으로 어머니를 살해한 것일 터였다. 그래서 그 사건의 영향이랄까,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겠지. 왜 날이 궂은데도 자신은 굳이 조업을 나와야 했는지도 생각이 났다. 아내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한 파도가 배를 강타했다. 히로유키는 뒤집힌 배의 에어포켓 사이에 갇히게 되고 죽음 직전에 구조된다. 잠수부가 건네주는 호흡기를 물고 호흡을 하면서 히로유키는 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해상보안청의 경찰이 발견한 두 구의 유체는 기묘했다. 남자가 두 팔로 여자를 껴안은 채 숨이 끊어져 있었는데 여자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뿌리까지 남자가 물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여자의 시신은 사후 2-3일 경과한 듯 보였는데, 남자는 방금 숨을 거둔 것 같았다는 점이다.

<유메노시마 크루즈>

에노요시는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우지시마 부부의 요트에 동승하여 여행중이다. 우지시마 부부는 다소 미심쩍은 다단계에 속해 있었는데 에노요시를 승선시켜 시간을 두고 설득한 뒤 자신의 아래 계급에 두고 싶어했다. 에노요시가 우지시마 부부의 속물 근성에 슬슬 질려갈 무렵, 요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지한다.

프로펠러를 살펴보던 우지시마는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신을 법한 신발이 끼어있는 걸 발견한다. 우지시마는 신발을 매우 꺼림칙해 했다. 신발을 치우는 것 만으로는 배가 움직이지 않았고, 키일에 무언가 끼인 것 같다는 판단에 우지시마가 잠수하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우지시마는 키일을 어린아이가 붙잡고 있다며 패닉에 빠진다.

어린아이가 맨발이라는 말과 함께 구토하는 우지시마를 보던 에노요시는 이들 부부와 함께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홀로 헤엄쳐 도쿄만의 테트라 포트로 헤엄쳐 간다. 먼저 육지로 가서 해상보안청에 신고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간신히 테트라포트에 닿은 에노요시는 콘크리트 틈새에서 아까 발견한 신발의 다른 한 짝을 발견한다.

<고도>

스에히로 켄스케는 도쿄의 제6다이바라는 고도에 갈 기회가 생기자 과거 일을 떠올린다.

9년 전 켄스케는 친구 토시히로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알게 된 여자가 나카자와 유카리였다. 토시히로는 나카자와 유카리가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며 함부로 대했지만 유카리는 다소곳한 태도로 토시히로를 대했다.

어느 날, 토시히로는 켄스케에게 비밀을 알려준다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인 즉슨, 자신이 유카리를 제6다이바라는 무인도에 발가벗겨 남겨둔 후 돌아왔다는 것이다. 말대로라면 유카리는 그곳에서 굶어죽는 수밖에 없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토시히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암으로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켄스케는 늦었지만 제6다이바에 갈 기회가 생겼으니 과거의 일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시히로를 꼭 닮은 야생 상태의 소년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켄스케는 토시히로가 종교적 이상에 빠진 유카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를 사람이 닿지 못하는 섬에 데려다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다에 잠긴 숲>

1975년 초겨울, 스기야마는 동료 사카키바라와 함께 발견되지 않은 동굴을 찾는 탐험에 떠났다가 실제 종유동을 발견한다. 장비와 인력이 더 필요했지만 처녀지를 탐험한다는 흥분에 둘은 종유동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미숙함과 실수가 겹쳐 사카키바라가 즉사하고, 스기야마는 사카키바라가 돌과 함께 길을 가로막아 버려 종유동 깊숙한 곳으로 더 들어가며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물길을 발견한 스기야마는 물길이 얼마나 이어질지, 그 끝에 있을 출구가 자신의 몸이 빠져나갈 만큼 큰 지 알 수 없었지만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기야마는 자신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뒷면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방수테이프로 밀봉한 뒤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1995년 스기야마 타케히코는 아버지가 사망한 종유동으로 탐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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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머니의 좁은 자궁 안 물 속에서 10달을 머물다 세상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좁은 공간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스즈키 코지의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이러한 물과 좁은 공간에 대한 공포를 주제로 한 7 가지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 <바다에 잠긴 숲> 에 나오는 편지를 전해주는 짤막한 프롤로그와 에피소드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仄暗い水の底から, 어슴푸레한 물 밑에서> 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검은 물밑에서> 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2005년에는 미국에서 <Dark Water> 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실제 원혼이 나타나 주인공과 딸을 위헙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희생한다는 줄거리인데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재미가 반감된다.

<유메노시마 크루즈>는 2007년 미국에서 기획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중 한 편인 <악몽의 크루즈> 로 영화화 된다. 감독은 <링 제로 버스데이>의 감독인 츠루타 노리오.

2012년에 판매된 고물 노트북을 당근에서 하나 구입해다가 블로그에 독서일기를 쓴다. 11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가격의 노트북을 단돈 5만원에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왜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은 죄다 과거의 물건들 밖에 없을까 자문한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의 가전제품을 살 수 있는데도 카세트 라디오나 유선 이어폰과 같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 외에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과거의 흥미와 욕망은 갈망의 형태로 변화해 매우 강력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흥미와 호기심은 어느 정도 거리 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일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048708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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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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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도제도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렸으나(작가의 다른 작품 「카리브해의 비밀」) 범인을 찾아 내 래필 씨라는 부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제인 마플 여사가 또 다른 모험에 뛰어든다.

이번 작품에서는 부호 래필 씨가 사망하면서 제인 마플에게 사건 하나를 의뢰한다. 만약 마플 여사가 사건을 맡아 해결하게 되면 2만 파운드를 받게 된다.

사건을 맡는 방법은 래필씨가 여행사를 통해 준비한 "대영제국의 유명 저택과 정원 순회 관광"에 참가하는 것.

마플 양은 여행에 참가해 래필 씨가 의뢰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래필 씨에게는 마이클이라는 외동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상당히 난잡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현재는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다. 그가 살해한 사람은 베리티 헌트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발견 당시 목이 졸리고 얼굴과 머리가 돌맹이로 짓이겨져 있었다. 래필씨 역시 그의 아들이 순진하고 정직한 젊은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베리티 헌트를 죽인 것은 마이클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그가 준비한 여행은 베리티 헌트가 돌봄을 받던 세 자매의 저택이 포함되는 등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행 중 엘리자베스 템플이라는 여성이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베리티 헌트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이었다.

그리고 제인 마플 여사는 베리티 헌트가 사망한 즈음 또 다른 여성, 노라 브로드라는 여성도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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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네미시스' 테마는 다분히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며, 책 내용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왜 제가 그 아이를 죽여야만 하나요?"

"그것은 당신이 그 아가씨를 사랑했으니까" 마플 양이 말했다.

소설은 '사랑은 무서운 말' 이라고 말한다. 베리티 헌트가 불량한 청년에게 유혹 당하자 그녀를 친딸처럼 아끼던 클로틸드는 베리티 헌트를 살해해서 저택 한켠 온실에 묻는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노라 브로드를 살해한 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짓이기고 그녀가 베리티 헌트인 것처럼 꾸민다. 그녀의 비뚤어진 사랑은 베리티 헌트를 독살할 수는 있어도, 얼굴을 짓이기는 행동은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사랑처럼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또 있을까? 증오, 분노, 살의 등 온갖 격정적인 감정들이 사랑의 기형적 변종이다. '사랑'이 아닌 어떤 감정을 일부 사람들은 '사랑'으로 착각하여 집착하고, 스토킹하고, 데이트폭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촉발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기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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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 삼성 만화 명작 7
박경진 글.그림, 쥘 베른 원작 / 삼성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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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3월, 쌍돛대 범선(스쿠너)인 슬라우기호가 거친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배에 어른은 한 명도 없고 소년만 15명 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의 항구도시 오클랜드에 있는 체어맨 기숙학교는 주로 외국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평판 좋은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여름 방학마다 소년들을 태우고 6주 동안 항해하는 특별 행사가 있었는데, 행사 전날 밤 소년들이 호기심에 승선했다가 그대로 배가 출항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머리가 좋고 대담한 프랑스 소년 브리앙(13살), 지기 싫어하고 귀족적인 영국 소년 드니팬(13살), 침착하고 꼼꼼한 성격의 미국 소년 고든(14살) 등 비교적 나이가 많은 소년 부터 8살에서 9살된 동생들, 그리고 충직한 개 팬으로 구성된 이들은 표류 끝에 한 무인도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섬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한 동굴을 발견한다. 소년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생존하다 끝내 구조받지 못해 죽어간 프랑스인을 기려 그곳을 '프렌치 동굴'이라 명명한 후 보금자리로 삼는다.

처음엔 고든을 지도자로 삼아 채집과 수렵을 하며 생존에 힘썼다. 하지만 다음 지도자로 브리앙이 지도자로 선출되자 드니팬이 반발해 갈등이 반복된다. 결국 드니펜과 그를 따르는 소년이 떠나면서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사람들이 표류해 섬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들은 세번 호라는 배의 선원이었는데, 이들은 선장과 부관 등을 살해하고 배를 탈취한 뒤 노예무역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배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이들 역시 무인도로 오게 된 것이다.

어려움이 닥치자 브리앙 그룹과 드니팬 그룹은 서로 합심하여 악당들을 물리치고, 그 배에 함께 타고있던 선량한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보트를 건조한다. 그리고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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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의 원제는 <2년 동안의 휴가>로 쥘 베른이 60세에 쓴 소설이다. 소년들 중, 주도적으로 그룹을 이끈 브리앙, 드니팬, 고든은 각각 프랑스, 영국, 미국 국적으로 쥘 베른은 산업 혁명 이후 이해 관계로 다툼을 거듭하는 강대국들이 협조와 화합 정신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특히 브리앙의 실제 모델은 프랑스의 총리 대신이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리스티드 브리앙이라고 한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 <삼성 만화 명작> 시리즈를 사주었는데 글줄 책들 외에는 버리겠다고 재활용 상자에 넣어 둔걸 꺼내 읽었다.

작년 여름 이후 독서일기를 쓰지 않았다. 네이버 정책이 바뀌어 편집툴이 바뀌고, 글감 첨부 방식도 특정 쇼핑 사이트와 연계하는 등 마땅치 않은 방향으로 가길래 일도 바쁘고 해서 손을 놨는데 거의 7개월 가량 블로그를 방치하게 되었다.

마침 승진도 되고, 부서도 상대적으로 한가한 곳으로 옮기게 되었으니 차근히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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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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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우지이에 도오루는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도오루 곁에는 언제나 히카루가 있다. 히카루의 존재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한 때 도오루는 히카루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히카루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거나 따돌림 당하는 일이 반복되자, 히카루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뿐 굳이 히카루의 존재를 타인에게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되었다.

도오루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3년 전에 유괴 사건이 있었다. 기리시마라고 하는 여학생이 2주일간 실종 되었다가 시체로 발견 되었다. 시체가 발견된 수영장은 그 이후로 폐쇄 되었고, 학교는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유령을 보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편, 도오루의 반에는 시라토라는 아이가 있는데 남자애인데도 스커트를 입고 다녔다. 시라토는 3년 전 죽은 기리시마(=후짱)가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도오루는 히카루의 존재에 대해 시라토에게 용기내어 얘기해 보았다.

시라토는 히카루가 어쩌면 도오루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힘들거나 괴로운 일들을 견뎌내기 위해 도오루가 만든 또 다른 인격이라는 것이다. 도오루는 시라토 역시 히카루의 존재를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시 남학생 하나가 실종된다. 이번에도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실종된 남학생은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아이들은 동요한다. 시라토는 용기를 잃는다면 범인이 바라는 대로 될 거라면서 방범대를 조직해 순찰을 하자고 말한다. 도오루 역시 명백히 선악이 구분되진 않지만 희망의 반대편에 있는 '회색'이 사건의 이면에 있다고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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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도오루는 힘든 상황을 버티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자신으로 부터 분리한 뒤 히카루라는 이름을 붙여 현실을 견딘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갖고 있는 도오루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등교거부를 수시로 반복했다. 그런 도오루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빵을 가져다 주는 짝 덕분이었다. '빵 아이'라고 이름 붙인 그 아이는 도오루가 결석하면 언제나 덤덤하게 빵을 가져다 주었다. 그 아이가 빵을 가져다 주면서 하는 말은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였는데, 그 말이 묘하게도 도오루를 안심시켜주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채팅 사이트에서 변태 남성에게 속아 성적 위협에 처한다거나, 어머니가 바람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거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도오루의 '해리성 정체감 장애' 치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시라토였다. 시라토는 여자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성 동일성 장애'를 갖고 있었다. 시라토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 덕분에 또래 보다 조숙했었다. 그래서 도오루가 말하는 히카루의 본질을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도오루는 차츰 시라토의 여성적인 면에 끌리고 둘은 사춘기 소년 소녀가 벌일 법한 성적 흥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라토는 역시 자신을 남성이라 생각했기에 둘의 관계는 더 깊어지지 못하고 어딘가 어긋난 뒤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도오루가 낯선 자에게 살해 당할 뻔 한 뒤 시라토 역시 낯선 자의 손에 사로잡혀 죽음의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이 온다. 도오루는 시라토를 살리기 위해 학교 밑에 존재한다는 또 다른 학교로 가서 히카루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희망'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시라토의 몸에 온기를 전한다. 죽었던 시라토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도오루는 현실로 돌아온다. 키가 훌쩍 커버린 도오루는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었다. 범인은 잡혔다고 했지만 정말 그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 시라토는 여전히 남자애처럼 굴었지만 머리를 길러볼까 한다는 말을 한다.

"인생이란 모두가 말하듯이 멋진 것일까, 아니면 나쁜 꿈일까"

작가는 반복해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게임과 달리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자살을 해버리는 아이들을 보며 작가는 절망하면서도, 희망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작가는 '빵 아이'라는 아이를 통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사건들도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라고 조금은 둔감하게 반응하면 어떤지 제안한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을 쫓는 소녀의 이야기인 미카엘 엔데의 <모모>가 연상되는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는 도오루의 '해리성 정체성 장애'에 착안하여 꿈과 현실을 교묘하게 뒤섞어 일본 사회의 병폐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마련인 불안과 공포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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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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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2년 전, <시인> 이라는 이름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하여 체포하는 데 공을 세우고 이를 기사화 및 소설화 하여 큰 명성을 얻은 잭 매커보이는 이후 <LA 타임스>에 스카웃 되어 기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가 득세하며 종이신문은 인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LA 타임스>도 100명의 기자를 해고해야만 했고, 99번째 해고 대상자로 잭 매커보이가 지목된다. 과거의 명성으로 매커보이를 붙잡아 두기에는 경력의 누적과 그에 따른 급여 증가분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매커보이는 2주일 여 남은 기간 동안 안젤라라는 이름의 미모의 신입 여기자를 - 매커보이 보다 주급 500달러는 싼 - 교육 시킨 후 신문사를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착찹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은 잭 매커보이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완다 세섬즈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노파는 자기 아들 알론조 윈슬로가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해서 현재 살인범으로 몰렸는데, 잭 매커보이가 경찰 말만 듣고 이를 기사화 했으니 정정 기사를 쓰라는 요구를 해 왔다. 잭은 처음에 시큰둥하게 반응했으나 퇴직 전에 별달리 할 일도 없었으므로 사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은 한 여성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채 목에 느슨한 끈이 묶여 질식사 한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된다. 알론조 윈슬로는 그 차를 훔쳐 여기 저기 돌아다닌 것 만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진술서를 통해 일관되게 자신은 차만 훔쳤을 뿐 트렁크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알론조가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알론조는 살인을 자백한 것이 아니라 절도를 자백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매커보이에게 수습기자 안젤라가 비슷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그녀는 트렁크 살인을 키워드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 봤고, 그녀의 조사를 좀 더 진척시키자 비닐봉지가 씌워져 살해하는 수법이 비슷한 사건이 발견된다.

매커보이는 그 사건에서도 범인이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는 점을 알게 되고 직접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사람과 변호사를 만나면서 이번 사건이 연쇄 살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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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보조기를 착용한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어베이셔필리아(Abasiophillia)라는 특이성애자 웨슬리 카버가 사건의 범인이다.(소설이 시작되자 마자 등장하며, 이번 소설은 수수께끼 풀이와는 전혀 관련 없이 진행된다)

웨슬리 카버는 자신의 제자 격으로 프레디 스톤이라는 자와 짝을 지어 피해 여성을 물색하고 살해했기 때문에 사건이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고, 이 때문에 잭 매커보이와 <시인>에서부터 등장한 FBI 레이철 월링도 중간 중간 혼란에 빠지게 된다.

웨슬리 카버의 직업은 서버 구축, 유지 관리, 보안이었다. 그는 trunkmurder.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들의 범죄를 추적하는 누군가를 유인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누군가 trunkmurder.com 에 접속했다면 자신들의 연쇄 살인을 눈치챈 사람이기 쉬웠다. 실제로 trunkmurder.com에 접속한 사람 중 하나가 안젤라였다. 웨슬리 카버는 즉시 안젤라와 매커보이의 존재를 감지한 뒤 그들의 이메일을 해킹하여 수사 진척 상황을 알아 내 둘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안젤라는 손 쉽게 처리가 되었지만 매커보이는 레이철 월링의 등장으로 계획대로 처리를 못 하고, 이 때부터 쫓는 자와 숨으려는 자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시인>에서 스릴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던 작가는, 이제 종이신문의 퇴보와 잭 매커보이의 퇴사 통보라는 음울한 현실에 걸맞는 무기력하고 개성 없는 문장으로 겨우겨우 소설을 끌어 나간다. 이렇다 할 긴장감도, 반전도 없이 소설 첫 머리에 등장한 범인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매우 단선적으로 그려나가는 <허수아비>는 작가의 기존작들에 비해 너무 격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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