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5년 7월 16일 화요일. 한 남자와 여섯 여자가 가고시마 시에서 집단 자살을 했다. "가고시마 시 시로야마 동굴 집단자살 사건" 이것이 이 사건에 대한 경찰청의 정식 명칭이다. 남자의 이름은 기우라 겐조. 사망 당시 나이는 48세. 기우라는 집단자살이 있기 전 1년 동안 열 명의 살인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시즈오카 현 하마마쓰 시에서 여관 경영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하마마쓰는 대기업이 즐비한 활기 넘치는 산업도시였고, 1958년 매춘방지법이 완전히 시행될 때까지 스틱 걸 이라는 매춘부를 알선하는 조직이 발달한 곳이기도 했다.

기우라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이 뛰어나 재수도 하지 않고 곧장 도쿄대 문과에 합격했고, 졸업한 뒤에는 도내 국립대학의 조교수로 취임했다. 그런 그가 서른셋이 되던 해, 돌연 광역 폭력단인 류진연합 조장의 딸 후미에와 결혼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그로부터 다섯 달 후, 기우라는 아내 후미에를 목졸라 살해한다. 그는 살인은 인정했지만, 살해 동기를 비롯한 여타 사항에는 모든 진술을 거부한다.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기우라는 1심 판결을 인정하여 항소하지 않고 복역한다. 출소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이었다.


출소한 기우라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여관을 경영하다 몇몇 남녀를 이끌고 도쿄로 진출한다. 그곳에서 작은 여관 경영자들을 회유해 매춘을 알선하면서 부를 쌓던 기우라는 나고야, 니가타, 삿포로, 하코다테에까지 거점을 만들면서 이른바 이동매춘집단을 조직한다.


기우라가 경찰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도쿄의 여관을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여관 주인 가족과 보증을 서준 여동생의 가족 모두가 실종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폭력단 교쿠잔카이의 조직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유력한 용의자로 기우라가 지목되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기우라는 여자 여덟 명을 데리고 가와고에의 거점에서 도주하여 시로야마의 동굴에서 동반자살을 한다. 유일한 생존자는 우타라는 열 다섯 살 난 소녀였다.


------


30년이 흐른 뒤, 그 사건으로 숙부를 잃은 한 저널리스트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조각난 퍼즐 조각들을 제자리에 끼워 맞추던 저널리스트는 유일한 생존자 우타의 증언을 통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아래는 소설의 결말임)


기우라는 친누나와 상간하여 우타를 낳는다. 우타는 중국인 여자의 양녀로 자라다가 기우라의 여관에 합류한다. 기우라가 아내와 결혼한 이유는 누나와 닮았기 때문이고, 그녀를 살해한 이유는 추측컨데 그녀의 간청 - 정신병 때문에 겪는 고통을 기우라가 끝내주었으면 하는 -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 억지를 쓰기 시작하는 것은 그 뒤부터이다. 근친상간, 아내살해라는 극도의 신산함을 가슴에 품은 사내가 여관을 빼앗기 위해 사람을 살해하고 조폭들과 정신력을 소모해가며 관계를 이어간다?

어쨌든 <올드보이>와 <짐승의 성>을 적절히 교배한 듯한 이 소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나 출판될 법한 충격적인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르포르타주 형식을 빌어 긴장감을 고조시켜 가는 수법은 매우 훌륭하나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은 단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