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부>


'나'의 이름은 수전 트린더이고, 사람들은 보통 나를 <수>라고 부른다. '내'가 알기로 어머니는 죽었고 석스비 부인이 '나'를 친딸처럼 키웠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렌트 스트리트의 구석진 곳이다. 도둑들의 소굴인 이곳의 두목은 석스비 부인이다. 그녀는 압도적인 권위로 도둑 소굴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갓난애들에게 진을 숫가락으로 떠먹이며 키운 뒤 팔아 넘겼고, 잔챙이 악당들을 관리했다. 그녀의 파트너 격인 입스씨는 표면적으로는 자물쇠점을 했지만 본업은 장물아비였다. 존은 꼬마 악당이었고, 데인티는 존의 여자친구였는데 매번 존에게 얻어 맞으면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또 한명의 악당은 젠틀먼이라 불렸는데, 예술 계통에 다소 소질이 있었고 여자를 후리는 것이 주된 사업이었다. 어느 날, 젠틀먼이 1만 5천 파운드짜리 건수를 물어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패팅턴에서 조금 떨어진 브라이어라는 곳에, 책에만 파묻혀 사는 크리스토퍼 릴리라는 이름의 학자가 있다. 그에게는 열일곱 살 된 질녀 모드 릴리가 있는데, 그녀는 결혼하게 되면 1만 5천파운드의 유산을 상속 받게 되어 있다. 젠틀먼은 크리스토퍼 릴리에게 접근해 그가 소장한 그림들을 배접하는 일을 얻어 모드 주변에서 얼쩡댈 수 있었고, 호감을 얻는 데 마침내 성공한다. 하지만 모드와 결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크리스토퍼 릴리가 그렇게 되도록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젠틀먼은 모드의 마음을 훔친 뒤 함께 야반도주하여 몸도 훔치고, 유산을 가로챈 뒤에는 정신병원에 처박아 버린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옆에서 도와줄 사람으로 '나'를 지목한다. '내'가 수전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모드의 하녀로 들어가 계획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일을 꾸미면 반을 떼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석스비 부인과 입스씨, 그리고 '나'는 젠틀먼이 제안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에 혹해서 그러마고 응낙하고, 곧 하녀 수업을 속성으로 받는다. 그리고 브라이어로 떠난다.


브라이어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일년 내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었고, 저택은 외따로 떨어져 있었으며, 음침한 기운이 흘렀다. 모드 릴리는 '나'를 무척 반겼고, '나' 역시 모드 릴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는 여려 보였고,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그녀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삼촌에게 불려가 책을 읽어주는 따분한 일을 했고, 열정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보기에 모드는 젠틀먼에게 마음을 빼앗긴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묘한 구석이 있었고, 젠틀먼이 다가가면 안절부절 못했다. '나'는 그 원인이 그녀의 순진함과 성적 무지 때문이라 생각했고, 모드 역시 성적인 부분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기에 '나'는 무심결에 그녀와 신체 접촉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이 아닌 양상을 띠게 되고, '나'는 모드에게 매혹되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젠틀먼이 끊임없이 계획을 상기시킨 덕에 몽롱한 환상을 걷어내고 애초 계획대로 그들의 야반도주를 돕는다. 야반도주 첫날부터 젠틀먼은 모드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한다. 농가에서 모드의 순결을 빼앗은 젠틀먼은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하고, 모드는 더러운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다. 모드는 점점 초췌해진다. 모드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나'에게 선물한다. 나는 점점 귀부인과 같이 보인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 크리스티가 농가로 찾아온다. 그가 '나'에게 몇 가지 묻는다. '나'는 모드가 가여웠지만 계획대로 대답한다. 잠시 뒤, 젠틀먼과 모드가 '나'만 남겨두고 떠나간다. 그때서야 '나'는 깨닫는다. 버리는 패가 '나'였다는 것을.

젠틀먼은 크리스티 의사에게 자기 아내가 결혼한 뒤부터 정신이 이상하게 되어 스스로를 하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감금 치료를 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이름이 수전 스미스이고, 하녀라고 진술했다. 모드 릴리 역시 자신이 수전 스미스이고, 하녀라고 진술했다. 그녀는 진흙에 더러워진 드레스에 며칠간 먹지 않아 초췌한 모습으로 말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었다. 크리스티 의사는 모든 것을 알겠다는 태도로 나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간다. 


------


1966년생인 세라 워터스는 1988년 작은 서점에서 일하다가 공공 도서관으로 직장을 옮긴 뒤, 1991년 대학원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에 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9세기 런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빅토리아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자 데뷔작인 <벨벳 애무하기>를 쓰게 된다. 원제인 Tipping the Velvet은 <여성에 대한 구강성교>를 뜻하는 빅토리아 시대 은어라 하며, 2002년 앤드루 데이비스에 의해 드라마로 각색되어 BBC TV에서 방영되어 논란을 일으킨다.

두 번째 소설 <끌림>은 빅토리아 시대 여자 감옥과 강신술을 다룬 내용이라고 하는데,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이 작품이 저평가된 점이 아쉽다고 한다.

2002년에 발표된 <핑거스미스>는 1860년대가 배경이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은어로, 빅토리아 시대 소설 3부작의 정점을 이룬다. 부커상 최종 후보, 오렌지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대거상 역사 부문을 수상한다. 역시 2005년에 BBC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다시 한번 재조명 받기에 이른다.


<핑거스미스>는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위에 요약된 내용은 '수'의 시선으로 처리된 1부이다.


<2부>는 모드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1부에서 수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나온다. 모드는 수가 생각하듯 순진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모드는 자신의 어머니가 정신병자이고, 그녀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알고 자란다.

정신병원 간호사들에게 위탁되어 자라던 모드가 브라이어에 처음 왔을 때에는 천방지축이었다. 하지만 호된 매질로 곧 성질이 눅어지게 된다. 그녀는 섬세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기 위해 장갑을 끼도록 강요 받고, 적당한 목소리로 구둣점 등을 살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때때로 삼촌은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모드에게 낭독을 시킨다. 문제는 책 내용이었다. 삼촌이 수집하고, 읽도록 강요하는 책들은 모두 도색소설이었다. 매일같이 도색소설을 읽고, 정서하는 일에 찌들어 삶을 지긋지긋해 하던 때에 리차드 리버스, 즉 젠틀먼이 접근한다. 그는 수에게 제시한 단순한 방법으로 모드를 꼬드겨 낼 수 없음을 금세 알아차린다. 모드는 매일같이 도색소설을 낭독하면서 삶의 더러운 면을 너무나 많이 접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속여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젠틀먼은 모드에게 자신과 함께 도망쳐 형식적으로 결혼하여 유산을 얻고, 대역으로 '수'라는 하녀를 정신병원에 처넣음으로써 연기처럼 사라져 독립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모드 역시 잠깐 '수'와 마찬가지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혹을 느끼지만 '수'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제력을 발휘해 '수'를 정신병원에 처넣고 젠틀먼과 떠난다.


<3부>에는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들은 석스비 부인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석스비 부인은 17년 전 남편 없이 아이를 낳은 여인을 잠시 돌보게 된다. 바로 크리스토퍼 릴리의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문과 삶을 저주하며, 태어난 아이는 반드시 평범하게 자라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는 석스비 부인이 평범하게 키워주고, 대신 다른 아이를 크리스토퍼 릴리의 집으로 보내 달라고 말한다.

크리스토퍼 릴리가 고용한 사람들이 들이 닥치자, 석스비 부인은 '자신의 아이'를 그들의 손에 넘겨준다. 이 아이가 지금의 모드 릴리이다. 즉 모드 릴리의 친모는 석스비 부인인 것이다.

반면, 석스비 부인이 키우게 된 아이는 수전 릴리, 지금의 수전 트린더이다. 크리스토퍼 가문의 진정한 상속자는 수전이다.

이제 왜 석스비 부인이 정신병원에 갇힌 수전에 대해 무신경했는지 알게 되었으리라. 그녀는 17년만에 되찾은 자신의 딸, 지금의 모드 릴리 외에는 어떻게 되는 상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가 정신병원에서 찰리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것이 화근이 된다. '수'가 칼을 들고 도둑 소굴에 난입하여 해명을 요구하고 다투는 사이, 젠틀먼이 들이 닥친다. 젠틀먼이 술이 취해 떠들어 대다가 문득 석스비 부인과 모드 릴리의 얼굴을 보고 놀라운 비밀, 즉 그 둘이 친모녀 사이임을 알아채고 만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 칼을 들어 젠틀먼을 찌른다. 모드 릴리의 짓인 것도 같았고, 석스비 부인 짓인 것도 같았다. 곧 찰리가 집을 뛰쳐 나가면서 '살인이다'라고 외치고 석스비 부인이 자신의 부인이라며 잡혀 간다. 석스비 부인은 사형 당한다.

모든 것이 끝난 뒤, '수'는 부인의 유품에서 계약 내용이 쓰여있는 편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모드를 사랑했었는지를 깨닫는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브라이어를 찾은 수전은 모드를 발견한다. 그녀는 도색소설을 집필하고 있었다. 수는 당황스러웠지만 곧 그 내용을 읽어 달라고 말한다. 모드는 자신이 얼마나 수를 간절히 원하는지를 가득 써놓았다면서 자신의 글자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시작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7-06-2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ㅜㅜ 저 뒤에 아직 안 읽었는데 아아 ㅜㅜ

PostmanBlues 2017-07-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서

------

표시를 하고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뒤에 <2부>, <3부> 이렇게 굵은 글씨로 표시했는데... 읽으셨군요... 저도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