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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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겨울, 오슬로 주 북동쪽에 위치한 로메리케. 한 여자가 아들을 차 안에 남겨둔 채 집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는 어디론가 떠나려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불륜 관계를 맺어 왔고, 남자가 이곳을 떠나면서 관계도 정리될 예정이었다. 여자는 남자를 강요해 마지막 관계를 맺는다. 

이 모든 것을 여자의 아들이 창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은 둘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남자의 가슴에 젖꼭지가 없다는 것도 발견한다. 아들은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문득 깨닫는다. 돌아가는 길에 아들은 엄마의 머리를 잭으로 내려친다. 차가 물에 빠지고, 여자는 사망한다.


1992년, 빌 클린턴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 해에 울리겐 산 정상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당한 여자의 이름은 라일라 오센이었다. 유능하지만 손버릇이 나쁜 경찰 라프토가 사건을 맡게 된다. 그는 라일라 오센의 친구 온뉘 헤틀란에게서 라일라 오센이 만나는 남자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온뉘 헤틀란도 살해한 뒤 라프토에게 단 둘이 만나자는 전화를 건다.


2004년은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 해이다. 이 해에 헤리 홀레 반장의 상황은 최악을 겨우 면한 정도였다. 파트너였던 엘렌 옐텐과 잭 할보르센, 그리고 상관이었던 비아르네 묄레르는 사망했다. 연인이었던 라켈과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고,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힘들었으며, 집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해 공사가 필요했다. 

그런 시기에 베르겐 경찰청에서 4년을 근무한 카트리네 브라트가 전근을 와서 홀레 반장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 그녀는 경험은 적었지만 새로운 일터에 금방 적응했고, 거친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강단이 있었다.


이들이 맡게 된 새로운 사건은 유부녀 실종 사건이었다. 필리프 베케르라는 물리학 교수의 아내 비르테 베케르가 어느 날 실종된다. 둘 사이에는 요나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녀가 사라진 대신 마당에 누군가가 만든 눈사람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눈사람 목에는 요나스가 선물해준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 뒤 눈사람 속에서 발견된 비르테의 노키아 휴대폰은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단서였다.

홀레는 자신에게 배달된 이상한 편지가 떠올랐다. 편지에는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지?' 라고 반복적으로 묻는 내용이었는데, 언론에 유출된 적 없는 연쇄살인범의 이름 '무리' 가 적혀 있었다. 홀레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 혹은 일부라고 느낀다.

얼마 뒤 쉴비아라는 여자가 사라진다. 그녀는 롤프라는 남자와 결혼하여 쌍둥이를 두고 있었는데 이 여자도 실종된 뒤 눈사람이 발견된다. 이번에는 눈사람의 머리 대신에 쉴비아의 머리가 올려져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살인사건 전담팀을 구성한 홀레는 실종된 여자들의 자녀들이 같은 병원에 다녔다는 것과 1992년 이후 매년 첫눈이 내릴 때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연쇄살인이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이들이 다녔던 병원 원장은 이다르 베틀레센이라는 남자였는데, 홀레의 여자친구가 새로 사귄 마티아스와 의대 동기였다. 마티아스를 통해 알아본 이다르 베틀레센은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성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운영했는데, 파르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대해서도 전문가라고 했다.

홀레는 호텔 주변을 탐문한 결과 이다르 베틀레센이 창녀들뿐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적 관계를 맺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즉시 이 사실을 바탕으로 이다르 베틀레센을 압박한다. 하지만 얼마 뒤 의사는 카나드리옥사이드를 스스로 주사해 자살하고 만다. 모든 정황은 이다르 베틀레센이 범인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다르가 창녀와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홀레는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를 해 봄으로써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다르 베틀레센의 몸에서는 20mm의 카나드리옥사이드가 검출되는데, 이 약물은 8mm 정도가 주입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누군가 강제로 주입한 것이 틀림 없었다.

홀레는 유부녀 연쇄 살인 사건의 시작이 1992년이고, 당시에 사건을 맡았던 형사 라프토가 실종되었다는 것에 마음이 걸렸다. 그가 연쇄살인범일까? 아니면 그는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했을까?

얼마 뒤, 라프토의 오두막 냉동고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된다. 잘려나간 코에 당근이 매달려 있었고, 입은 실로 꿰메져 있었는데 그 모습은 눈사람 같았다.


다음으로 떠오른 유력한 용의자는 아르베 스퇴프였다.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언론인인 그가 실종, 혹은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아르베 스퇴프, 그리고 실비아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에게는 파르 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이 있어서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카트리네 브라트가 아르베 스퇴프를 유혹해 그의 집으로 가서 그를 살해하려 한다. 간신히 홀레 반장이 그녀를 제지한다. 카트리네 브라트는 라프토의 딸이었고, 그녀는 오로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경찰에 투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단서를 따라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멈춘 홀레 앞에 젖꼭지가 없는 사내가 등장한다. 그가 노리는 사람은 홀레 반장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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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운데 작가가 1980년과 1992년, 그리고 2004년이라는 세 개의 시간대와 이다르 베틀레센, 아르베 스퇴프, 그리고 카트리네 브라트라는 세 명의 페이크 용의자를 직조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수께끼 풀이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프롤로그를 세심하게 읽어보면 살인범의 살해 동기와 신체적 특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소설에서는 수수께끼 풀이보다 핏줄이 다른 부자관계들을 흥미 깊게 살펴본 것 같다. 헤리와 올레그, 그리고 필리프 베케르와 요나스.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 부자의 관계를 보다 보면 브레히트의 <코카시아의 백묵원>이 떠오른다. 모정이건, 부정이건 그것은 핏줄이 담지하는 독점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계산동 홈플러스 4층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다. 처음 몇 달간은 임시영업 현수막을 걸고 운영하더니 장사가 꽤 되는 모양인지 정식 입점했다. 아이 키즈카페 데리고 가는 길에 들러 책을 사가지고 읽었는데, 새로운 안경 성능이 매우 만족스럽다. 근 6개월 이상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거의 못 읽었고, 그래서 의기소침했었는데 다시금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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