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가와미나미는 가마쿠라의 시계관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사건 취재반으로 일한 후 <CHAOS> 편집부에 서 일하게 된다. 그가 맡은 작가는 시시야 가도미. 본래는 주지의 아들이지만 절을 물려받는 대신 마니악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어느 날, 이들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는 신주쿠 파크사이드호텔 직인이 찍힌 편지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씌여 있었다. 내용은 시시야 가도미가 쓴 <미로관의 살인>을 최근에 읽었는데 자신이 겪은 사건에 나오는 장소와 연관성이 있어 꼭 상담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얼마 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최근 시나가와 호텔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나이는 60대이고 이름은 아유타 도마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진술에 자신 없어 했다. 화재 사건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름도 다른 사람이 알려줘서 알게된 것일 뿐, 그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그가 상담을 청한 이유는 불에 타 죽을 위기에서도 손에서 놓치 않은 한 권의 수기 때문이었다. 그 수기에 씌여 있는 내용은 너무나도 기묘했다.


수기에 따르면 아유타 도마는 <흑묘관>이라 불리는 별장의 관리인이었다. 별장을 관리하는 동안 주인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호젓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의 아들과 친구들이 별장에서 며칠 묵어간다는 연락이 온다. 아유타 도마는 노구를 이끌고 집을 치운 후 이들을 맞는다. 찾아온 사람은 총 네 명으로, 흑묘관 소유주의 아들인 가자마 유키, 가자마 유키의 사촌형인 히카와 하야토, 그리고 친구인 기노우치 신과 아사오 겐지로였다. 이들은 세이렌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했는데 최근 보컬인 레이코가 탈퇴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히카와 하야토를 뺀 셋은 개망나니로 LSD를 복용하고 대마초를 피우며 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쓰바키모토 레나라는 여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날 밤도 이들은 마약 파티를 벌이다가 히카와 하야토까지 끌어들인다.

다음 날 아침, 아유타 도마가 광란의 파티가 벌어진 장소에 가보니 쓰바키모토 레나가 빨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방은 밀실이였고, 네 명 모두 그녀와 난교를 벌인 기억만은 뚜렷하다. 결과적으로 넷 중 하나는 살인자였다. 공황 상태에 빠진 이들이 경찰을 부르려고 할 때 아유타 도마가 만류한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별장으로 왔으니 별장 지하에 묻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별장 지하에서 이들은 소녀와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심약한 겐지로가 자신이 쓰바키모토 레나를 죽인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리자 이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는 느낌으로 모든 사건을 덮어버린다.


아모 박사는 양녀와 살기 위해 20년 전에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흑묘관을 건축을 의뢰한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어떤 인물인가? 금세기 초반에 활동한 기괴한 건축가 줄리앙 니콜로디는 시대에 대한 혐오로 쓸모 없는 건축물만 지었다고 하는데, 나카무라 세이지는 이에 영향 받아 비밀 장치와 비밀 방이 있는 기괴한 건축물들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흑묘관도 그 중 하나였다.

수기를 사실이라 가정한 가와미나미와 시시야 가도미는 <흑묘관>을 열심히 추적하지만, 흑묘관과 비슷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수기는 단지 흥미본위의 소설에 불과했던 것일까?


다소 억지스러운 면은 있지만 역위증, 도지슨(루이스 캐럴의 본명), 기억상실 이라는 키워드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반전을  엮어내는 솜씨는 본격물 마니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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