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여자친구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주인공 '한' 의 곁을 떠난다. 여자친구는 고양이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자신의 취향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으며, 나아가 그 취향을 통해 특별해진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은 그런 그녀의 특별한 취향을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해할 가능성이 없었다. 헤어진 사유는 어쩌면 이런 간극 때문일지도 모른다. 

헤어진 여자친구는 일체의 연락을 끊고 말그대로 '잠수'를 탔다. 애가 탄 '한'의 앞에 여자친구가 키우던 고양이가 나타난 것은 우연이었다. '한'은 구글링을 통해 여자친구가 자주 드나들던 고양이 카페를 알아냈고, 그녀가 정모에 참석한다는 것도 파악한다.

고양이를 노트북 가방에 대충 쑤셔 넣고 정모 장소에 나간 '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그 카페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양이만을 위해 헌신하는 자들이 온통 주변에 깔린 그곳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대접받아 부아가 나던 '한'의 앞에 김B라는 의문의 여자가 나타나고, 둘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뒤 카페를 뛰쳐나온다.

김B는 자신이 '안티 버틀러'라는 카페의 회원이고, '한'이야 말로 그 카페 회원으로 적격이라고 말한다. 버틀러의 뜻은 '집사' 인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범주에 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단어였다. '안티 버틀러'는 그런 집사들에 반대하는 모임이었는데, '고양이를 싫어한다'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단순한 반대는 아니었다. 자신의 취향이 특별하다고 느끼는데서 나아가 타인의 취향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수장은 '곽'이라는 자였는데, 회원은 기껏해야 서너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모종의 대업을 위해 신념을 신념을 갖춘 활동가를 목하 모집 중이었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버틀러'들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낙선시키고, 이를 통해 '취향에는 그 어떤 가치평가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펴고자 했다.

째보 아내가 어릴적부터 고양이와 관련된 속설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정신이 이상해져버려 고양이만 먹고싶어해 고양이 잡는데는 일가를 이룬 '박', 그리고 처음 만난 조건만남녀에게 버림받은 뒤로 비뚤어진 복수심을 품게 된 '오', 소설가 아버지와 자신의 욕망이 어느 순간 불일치 되어 매사에 시니컬해진 '남궁'. 그리고 모임의 수장 '곽'과 '김B', 어리버리한 '한'. 이들이 대통령 유력 후보자 장국태에 맞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라는 기치를 내걸고 테러에 나선다. 과연 이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의식적으로 한국소설을 계속해서 읽었다. 사실 나는 한국소설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재미있지 않아서라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서 라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다. 다만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통해 어딘가 먼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내 성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모르게 현실로 되끌려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그 생생함이 싫을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오래된 정원>을 읽었다. 거대 프로젝트. 불의에 항거하고, 온몸을 불살라 무언가를 주장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그랬던 시대 -비록 그것이 회고담일지라도- 에 관한 소설을 읽다가, '취향'에 대한 소설을 읽으면서, 그 가벼움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리뻥한 태도로 책장을 넘겼다. 대전까지 가서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 세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이 들었음을 느꼈다. 早老의 감정이 찾아오는 주기가 예전보다 훨씬 더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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