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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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사는 집 근처'를 말한다. 그러니 누구나 '동네'를 갖고 있다. '동네'에 관한 느낌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그곳에 가면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정을 나누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로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럽다. 동네의 역사와 그 사람의 생이 사이 좋게 어우러져 자라왔을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무슨 동이 들어간 소설이나 노래 등에 남다른 애착이 간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이문구의 <우리 동네> 같은 소설도 좋았고, 김현철의 <동네>나 동물원의 <혜화동> 같은 노래도 좋다. 미노루 후루야의 만화들도 주로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다. '동네'를 소재로한 대부분의 소설이나 노래는 그 시선이 과거를 향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져버려서 서운하고 애틋한 감정을 노래한다.


하지만 <망원동 브라더스>는 현재형이다. 잡지 만화가로 등단했으나 현재는 일거리가 줄고 의욕도 저하되어 망원동 옥탑방에서 근근히 생계를 연명하는 주인공, 직장을 잃고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대안이 없어 한국으로 되돌아온 기러기 아빠 김 부장, 한 때 잘나가는 만화 스토리 작가였으나 지금은 황혼 이혼 당할 처지에 놓인 주인공의 싸부, 그리고 만년 공시생 삼척동자가 망원동 브라더스의 일원이다.

이들은 과거에 성공가도를 달렸거나, 미래에 달리고 싶지만, 어찌됐건 현재에는 몹시도 '별볼 일 없는' 처지이다. '책력 봐 가며 밥 먹는 처지' 만 겨우 면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사실상 짐이 되는 관계지만, 용케도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며 나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조화가 조만간 깨어질 것이 확실한데, 바로 그 점이 '현재형'임에도 불구하고 애틋함과 향수를 자아낸다. 조만간 과거가 될 모습을 현재형으로 그리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다 큰 성인 남성들이 주요 등장 인물이지만 '청춘'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들의 나이와 무관하게 '청춘'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유예된 처지'에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짐작 가는 진행과 결말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하게 에피소드 중심으로 재미있게 꾸며져 있는 점은 이 소설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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