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2003 제2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종은 지음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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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는 서울이 고향인 네 명의 별볼일 없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을 특성 짓는 것은 그들이 나고 자란 도시 '서울', 그리고 각자의 이름이다.

깨우쳐 나아가라는 뜻의 유진(諭進), 살펴 다스리라는 뜻의 찰리(察理),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는 뜻의 호기(護氣), 무리를 이끌라는 뜻의 중만(衆蔓). 작가는 각자의 이름을 얻게 되는 과정을 구성진 가락으로 풀어낸다.

물론, 이들이 이름에 걸맞게 살아온 것은 아니다. 어딘가 하자와 흠결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자라서 모양꼴을 제대로 못 갖춘 성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찰리가 플랜A를 제출하기 시작하고 플랜K를 거치는 동안 계획은 점차 정교해 지는데, 계획이란 다름 아닌 은행 털기 따위이다. 찰리의 계획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터는 데 이르자 넷 모두가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공감하게 되어 실행에 옮긴다. 

준비된 결말은 두가지인데 성공적으로 강탈한 돈을 가지고 건물을 사서 저마다 취향에 맞는 장사를 하며 살아간다는 해피앤딩, 그리고 죄다 경찰서에 굴비두름 엮이듯 잡혀가서 얼토당토 않은 범행동기를 댄다는 언해피 앤딩이 그것이다.

그런데 결말은 하나가 더 있으니, '그들이 휴게소를 털어 성공시킨다'는 것은 네 명이 버거킹에서 모여 나누던 잡담이라는 것이다. 잡담이 끝날 무렵 유진이 버거킹 영업이 몇 시까지 인지 묻고, 매출을 물은 다음 "야 셔터 내려!" 라며 버거킹을 털기 시작한다는 결말이다. 결말이 곧 시작인 구조인 것이다.

 

내 고향은 서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 때엔 본적지를 대거나, 오랫동안 살았던 지방 도시의 이름을 대곤 한다. 겨우 다섯살이 되기 전에 서울을 떠났기 때문에, 서울과 관련한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고향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두번째 숫자'로 표기되어 있을 뿐 정서적으로는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내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서울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작가의 문체는 구성진 가락을 띤다. 만연체이고, 만연체가 때로 그렇듯 비문이 드문 드문 섞여 있다. 이문구식의 해학도 얼핏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느낌도 많이 든다. 해학이란 모름지기 비틀고 꼬고 과장하되 상황을 공감하게 만드는 기운까지 더불어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종은은 공감하게 만드는 면에서 내공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50879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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