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졸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7명의 친구들 이야기이다. 이들은 모두 T대학으로 진학하여 우정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마키무라 쇼코라는 여학생이 손목을 그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쇼코는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자살한 이유도 적혀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일기는 며칠 전에서 멈춰 있었고, 이렇다할 고민도 적혀 있지 않았다. 가장 괴로워한 것은 쇼코의 남자친구 도도 마사히코였다. 

검도부 소속인 가나이 나미카가 쇼코가 자살한 날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을 때 인기척이 없었고 잠겨있었다는 진술에 따라 사건은 자살로 종결 처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옆 방에 사는 학생이 그 직전 쇼코의 방 문을 열었을 때 잠겨있지 않았다는 진술이 추가 확보되고, 방바닥에 흘린 피를 닦아낸 흔적이 있다는 경찰 감식 결과도 나와 사건은 타살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한편 검도시합 결승전에서 석연치 않게 패배한 나미카는 쇼코가 자살한 이후 검도 연습도 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소원하게 지낸다. 은사인 미나미사와 마사코의 집에 모여 설월화 게임(설월화가 적혀 있는 카드를 골라 차나 다과를 마시는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그날 나미카가 차를 마신 후 쓰러진다. 그녀는 청산가리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이었다.

설월화 게임은 누가 차를 마시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미카가 쇼코를 살해한 후 죄책감에 자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쇼코의 방에서 비소가 든 화장품 병이 발견되고, 설월화 게임 카드가 모교에서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나미카 역시 타살된 것이 분명했다.

 

1986년도에 발표된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번째 작품이자 가가 형사 시리즈의 출발이다. 부제는 <雪月花 살인게임>이다. 1985년에 발표된 공식 데뷔작 <방과 후>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보인다. 가가 교이치로는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이유가 아버지가 경찰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사토코라는 여성에게 고백을 하면서 가가는 경찰의 꿈을 접고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방과 후>의 수학 교사 마에시마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너희들에게 이제 가르칠 것은 없어'라고 말하며 교사를 그만두는데, 가가 교이치로가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되는 과정이 <방과 후>에서 설명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방과 후>와 <졸업>은 모두 인간의 냉혹한 측면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방과 후>에서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계획 살인을 저지르는 고등학생이 등장하고, <졸업>에서는 출세를 위해 자살에 실패한 여자친구의 손목을 세면대에 다시 집어 넣는 비정한 남자친구가 등장한다. 교사와 경찰이라는 두 개의 직업이 대비되는 점이 흥미로운데, 교사가 '가르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직업이라면 '경찰'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파헤쳐 사후적으로 바로잡는 직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교사라는 직업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정한 인간 본성'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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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에서 범인은 도도 마사히코이다. 쇼코가 여름 여행에서 남자들과 문란한 성관계를 가진 후 성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도도 마사히코에게 고백한다. 도도는 그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한 직후, 만약 쇼코가 성병에 걸렸다면 자신과 사귀었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한다. 이에 절망한 쇼코가 손목을 그어 자살하는데 이는 미수에 그친다. 도도 마사히코가 쇼코의 방으로 갔을 때 그녀는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향후 자신의 출세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한 도도는 쇼코의 손을 다시 세면대에 집어넣어 그녀가 죽도록 방치한다. 방에 침입한 방법은 형상기억합금으로 문고리를 변경해 놓은 덕분이었다.

한편, 나미카는 검도 시합 결승 때 자신이 약물에 중독되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은 뜻밖에도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와코와 하나에였다. 와코는 형이 운동권이었기 때문에 변변한 직장에 취직하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나미카의 결승 상대가 미시마 그룹 총수의 딸이었다. 하나에는 남자친구의 취직 자리를 얻기 위해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나미카의 스포츠드링크에 약을 탔던 것이다.

나미카는 도도가 쇼코의 사망과 관련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도도를 협박해 와코나 하나에를 비소에 중독시켜 테니스대회에서 자신이 맛보았던 절망감을 똑같이 맛보게 하기로 결심한다. 설월화 카드를 훔쳐내 도도와 짜고 그들을 비소 중독 시키려 하지만 도도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나미카를 청산가리에 중독시켜 사망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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