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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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군인 조르주 뒤루아는 수중에 가진 돈이 3프랑 40상팀 밖에 없는 빈털터리로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이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알제리에서 함께 복무했던 친구 포레스티에를 만난다. 그는 불과 3년만에 신수가 훤해졌는데 자신이 <라비 프랑세즈> 신문사 정치부장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면서, 생각이 있다면 조르주에게 신문사 일을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뒤루아는 하늘이 내린 기회라 생각하여 선뜻 승락한다.

다음 날 포레스티에를 찾아간 뒤루아는 사장 왈테르를 소개 받고 그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왈테르는 뒤루아에게 알제리에서의 경험을 연작 기사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즉시 일에 착수한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기려 하니 막연하기만 할 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뒤루아는 어쩔 수 없이 친구 포레스티에를 찾아가 기사쓰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친구집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친구는 자신이 경황이 없어 도와줄 수 없으니 아내 마들렌에게 기사 쓰는 방법을 배우라고 한다. 마들렌은 포레스티에가 말하는 과거 이야기를 적당히 각색하여 기사를 써주었는데 그녀는 매우 재기발랄한 필치를 자랑했다. 포레스티에 역시 아내 마들렌의 도움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첫 번째 기사가 사장 왈테르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뒤루아는 다음 회에 착수했지만 자신이 다음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다시 마들렌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친구 역시 이제는 자신을 부하 직원으로 대하며 거리를 두었기에 기사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렇다고 뒤루아에게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포레스티에의 집에 드나드는 부유한 드 마렐 부인이 뒤루아에게 반해 정부가 된 것이다. 드 마렐 부인의 딸이 뒤루아에게 '벨아미(Bel-Ami, 미남 친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뒤루아는 이 별명이 썩 맘에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귀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뒤루아의 야망은 드 마렐 부인으로 충족되지 않았다. 자신의 빼어난 외모를 잘 이용한다면 더 높은 지위로 상승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 뒤루아는 포레스티에의 부인 마들렌을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마침 포레스티에가 앓던 폐병이 악화되자 뒤루아는 대담하게 마들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포레스티에가 죽자 마들렌을 아내로 맞는다.

이제 뒤루아는 포레스티에의 아내뿐 아니라 그가 살던 집, 그리고 정치부장이라는 직위까지 물려 받는다. 마들렌은 결혼 즉시 귀족 행세를 하기 위해 뒤루아의 이름을 나누어 뒤 루아 캉텔이라는 귀족처럼 들리는 이름으로 변경하는 꾀를 낸다. 또 수완을 발휘에 후에 장관이 되는 라로슈 마티외를 비롯한 정계의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맺고 뒤루아의 신문 기사 재료를 모은다. 뒤루아는 그녀 덕분에 신문사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되었고, 마들렌과 수상쩍은 관계였던 보드렉 백작이 죽으면서 남겨준 유산 100만 프랑 중 50만 프랑을 나눠 갖게 되어 상당한 재산도 얻게 된다.

 

하지만 뒤루아의 욕심은 만족을 몰랐기에 왈테르 부인을 정복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녀는 정숙한 여자였고 추문에 휩싸인 적도 없었지만 뒤루아의 집요한 구애에 결국 무녀져 내리고 만다. 그녀는 뒤늦게 알게 된 욕정에 눈이 멀어 맹목적으로 뒤루아에게 달려들어 서투룬 애정 행각에 온 몸을 바친다. 뒤루아는 처음엔 그녀를 정복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집착하자 싫증이 나고 말아 어떻게 하면 떼어낼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 즈음 왈테르와 라로슈 마티외 등이 아프리카 침공 계획을 비밀리에 붙인 채 전쟁 공채를 사들여 큰 이득을 취한 사건이 일어난다. 수천만 프랑을 손에 거머쥔 왈테르를 보면서 뒤루아는 자신이 진작 왈테르의 둘째 딸 쉬잔을 취했더라면 큰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자신이 목적하는 바가 명확해지자 그는 즉시 경찰을 섭외한다. 진즉부터 정부와 놀아나던 마들렌을 미행하여 불륜 현장을 덮치기 위해서였다. 마들렌과 라로슈 마티외의 불륜 현장을 잡아낸 뒤루아는 즉시 그녀와 이혼하고 쉬잔에게 구애하여 그녀를 꼬드겨내는데 성공한다.

그녀와 결혼하는 날, 왈테르 부인은 질투와 배신으로 죽을 듯한 얼굴이었고 드 마렐 부인은 향후 불륜을 암시하는 손짓을 뒤루아에게 건낸다. 물론 뒤루아는 이에 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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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프랑스 소설의 주된 경향은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였다. 스탕달과 발자크가 연 사실주의 소설의 시대가 플로베르에 이르러 정점에 도달하고 에밀 졸라가 자연주의 문학을 탄생시켰다. 모파상은 플로베르에게 배워 감성을 억제하고 대상을 치밀하게 연구한 자연주의 작가로 분류된다.

1880년 에밀 졸라의 주도 하에 자연주의 작가들의 작품집 <메당의 저녁>이 출간되는데 모파상은 이 작품집에 <비곗덩어리>를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후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884년 여름부터 1885년 2월까지 씌여진 이 책은 잔혹한 인간성을 개연성 있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된다. "나는 내 책이 말하도록 내버려둘 뿐이다."라는 모파상의 말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입을 삼가고 사실적인 묘사로서 독자가 소설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작품관이 담겨져 있다.

소설은 1880년에서 1885년 사이에 프랑스가 국내 경제 부양을 위해 식민지 확장 정책을 쓰던 때가 배경이 되고, 자본주의적 가치가 사회 전반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뒤루아는 이러한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이다.끼니를 거를 지경이었던 뒤루아가 기존 가치 질서를 가차없이 부정하고 신과 도덕을 짓밟고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소설에서 유일한 쉼표는 '죽음에 대한 공포' 뿐이다.

뒤루아는 늙은 시인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결투에 휘말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리고 친구 포레스티에가 죽었을 때 문득 '죽음'이 상기시키는 인간의 유한성에 공포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수록 뒤루아는 욕망에 몸을 내맡김으로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자 한다. 결국 뒤루아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다. 모파상은 이에 대한 평가을 온전히 독자에게 맡겨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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