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하이텍스라는 회사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최초 발견자는 회계과장 시게노리였는데, 당직을 서다가 화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진화하려다 실패했다고 진술한다.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에서는 휘발유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이 발견된 점과 날카로운 스쿠터 소리를 들었다는 시게노리의 진술에 따라 방화로 단정한다.
하이텍스 회사와의 원한 관계를 조사하던 경찰은 지역 야쿠자 조직인 기요카즈회에 주목한다. 기요카즈회는 하이텍스사에 정치 후원금을 빌미로한 찬조금을 강요하다가 조직원 몇 명이 구속당한 전력이 있었다. 체면을 살리기 위해 방화를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혼조 서의 형사 구노는 본청의 하토리와 파트너가 되어 수사에 참가한다. 구노는 칠년전 아내를 잃고난 후 장모님을 때때로 찾아뵙는 것 외에는 일체의 인간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불면증을 앓고 있었기에 신경안정제를 상용하고 있었다. 
구노는 하이텍스 지사가 최근 감사를 앞두고 있었고, 회계과장 시게노리가 당직을 자진해서 바꾸었다는데 주목한다. 하이텍스 지사가 반품 들어온 물품을 빼돌려 할인판매점에 넘긴 정황이 포착되었는데 시게노리가 감사에서 이 사실을 적발당할까 우려하여 일부러 방화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했던 것이다.
얼마 후 관내에서 추가 방화사건이 벌어진다. 본청 관리관들은 기요카즈회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구노와 하토리는 시게노리가 범인이라는 정황을 속속 포착하고 있었다. 구노는 관리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만 하토리는 관리관과 다른 라인을 타고 있었기에 최대한 보고를 늦추려 한다. 보고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요카즈회를 설건드린데 대한 책임은 전부 관리관이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시게노리의 아내 교코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소박한 꿈을 꾸던 주부였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보탰고, 얼마 전 구입한 아담한 주택에 화단을 만드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경찰들이 시게노리의 주변을 서성이자 그녀의 생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얼마 전 구입한 남편의 블루버드가 전액 현찰로 샀다는 사실과, 과거 남편의 소소한 부정들이 떠오르면서 회계감사를 앞둔 시게노리가 방화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즈음, 교코가 일하는 슈퍼마켓의 다른 지점에서 일하는 고무로라는 여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법으로 보장된 근로조건을 나열하면서 그녀가 동참해준다면 유급휴가와 퇴직금, 고용보험 가입이 꿈과 같은 일도 아닐 것이라고 설득한다. 망설이던 그녀는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면서 잠시나마 남편의 일을 잊게되고 자신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기요카즈회에 대한 수사가 완전히 헛다리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귀찮은 물건이 압수수색 도중에 나오고 만다. 기요카즈회는 자동차금융에도 손을 대고 있었는데 경찰들에게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고 유착 관계를 맺어왔었다. 그 장부에는 스물 다섯명의 혼조서 경찰들이 올라 있었다.
기요카즈회와의 연결 고리였던 부패 형사 하나무라는 경찰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스물 다섯명이라는 부패 경찰을 모두 징계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경찰은 순차적으로 다른 사유를 들어 핵심 인물만을 징계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구노가 희생양이 된다. 하나무라는 야쿠자와 경찰의 유착에 대해 입다물고 퇴직하는 대신 개인적 원한이 있던 구노도 사표를 쓴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기요카즈회가 하이텍스사의 추문을 가려주는 대신 2억엔을 받고 범인을 제공하기로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을 자진 출두시켜 자수하게 만들자 구노는 시게노리를 자수시키려 한다. 시게노리의 범행으로 자녀들이 피해입고 자신의 소박한 삶이 깨어질 것을 두려워한 교코는 시게노리의 범행을 덮기 위해 제3의 방화를 준비한다. 교코의 범행을 막으려는 구노와, 구노를 살해하려는 하나무라가 한밤중에 격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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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사마(邪魔​)로 200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선정된 작품이다. 수수께끼 풀이 보다는 총체적인 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일본 사회의 실상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다. 
경찰은 야쿠자와 밀착되어 상호 편의를 보아주고, 사건 해결보다는 자기 라인의 성과 내기에 급급해 정보를 독점하고 범인을 조작한다. 기업 역시 경찰과 야쿠자의 도움을 얻어 손쉽게 조직을 방어하려 할 뿐 사원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도 전혀 다를바가 없다. 노동법을 들먹이며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개선을 내걸지만 실상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가해 자기 단체에 찬조금을 내게 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그들은 더 큰 대의를 위해서라고 외장 치지만 실상 도그마와 자기도취에 빠진 추악한 사기꾼 집단에 불과하다. 
등장 인물들 대부분은 이런 부패한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자기 몫을 취하고 있다. 시게노리와 하나무라는 조직에서 소소한 부정을 일으켜 자기 배를 채우고 있었고, 본청 관리관과 부서장 등은 출세를 위해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교코나 구노는 능동적으로 부패에 참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다. 교코는 시게노리가 부정을 일으켜 돈을 벌어오는 동안에는 그 돈의 출처에 대해 불안해 하면서도 소시민의 삶을 한껏 누리다가, 막상 시게노리가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 알게 되자 가차없이 시게노리를 밀어낸다. 작가는 냉정하게 그녀 역시 타락하도록 몰아부친다. 논바닥 한가운데 세워진 모텔에 슈퍼마켓 사장과 밀어넣은 후 그녀 스스로 몸을 팔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부패한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회와 조건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을 항변하는 듯 하다.
구노 역시 마찬가지다. 부서장의 명에 의해 하나무라를 감시하는 구노는 동료를 감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조직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구노의 결말도 좋지 않다. 조직에 수동적이나마 충성을 했건만 사표를 강요 받는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 발로 땅을 딛고 선 사람은 사에키 주임이다. 사에키 주임의 자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세를 위해 출퇴근 거리가 먼 본청으로 전보발령을 받는 것이 달갑지 않다. 승진을 포기하고 지역에서 뼈를 묻기로 결심한 사에키에게 두려운 것은 별로 없다. 바라는 것이 별로 많지 않으므로 그를 유혹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사에키 주임만이 타인의 고민과 삶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화요일부터 여름 휴가였다. 월요일부터였지만 일이 밀려서 쭉 쉴 수가 없었다. 기다리던 결과가 금요일 오후에야 나와서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결과는 좋게 나왔지만, 3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해서 마음이 무겁다. 빈자리를 메꾸어야 할 선배와 동료들에게 면몫이 없다.
소설 속 사에키 주임과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이유야 어쨌든 진급을 위해 올해 여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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