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은 중견기업의 기획부서에서 일하는 '나'는 회식이 끝나고 술이 부족한 김에 간 2차에서 진호와 키스를 하게 된다. 그의 키스 테크닉에 매료되어 가진 두 번째 만남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디에 가고 싶으냐는 물음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에 보이는 남산타워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소탈한 '나'의 대답에 진호는 더욱 호감을 느끼고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주기적으로 만나 카섹스를 하는 관계로 까지 발전한 어느 날, 진호의 휴대폰에 찍히는 문자를 훔쳐보게 된다. 발신자는 진이라는 이름이었고 진호와 같은 뒷번호였다. 확실히 해두자는 생각에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과는 그다지 확실한 얘기도 못했고, 장소가 파티장인지라 샴페인만 정신을 잃도록 마신 후 필름이 끊겨 보라라는 여대생과 집에 돌아온다.

진은 진호의 첫사랑으로 결혼한 후에도 그와의 관계를 이기심 때문에 지속시키고 있었고 보라 역시 진호와 모종의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여기에 '나' 까지 엮여들게 되어 셋은 진호라는 민감한 사안은 묻어 둔 채 교류를 하게 된다.

'나'는 회사에서 잘린 후 진이 차린 이벤트 기획사 일을 도와주며 진호와의 관계도 계속 유지한다. 기획사의 이름은 '걸프렌즈'였는데, 그 이름의 진정한 의미는 셋만이 공유하고 있었다.

진호가 '나'에게 반지를 선물한다. 프러포즈하는 진호에게 즉답을 피한 '나'는 사실 셋 모두가 진호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 진은 진호 이외의 남자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고, 보라는 진호를 휴게소와 같은 존재로 생각했으며, 그런 마음 상태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돌잔치 이벤트를 마친 후 진호와 함께가 아니라 '걸프렌즈'와 함께 남산 타워를 오른다.

 

<오늘의 작가상>을 거꾸로 거슬러 읽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언제부터 <오늘의 작가상>이 애널리스트들이 선정하는 유망한 기업에 대한 예측보고서처럼 변질되었는지 알아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심사위원들의 그럴싸한 평과 달리 그들의 예측보고서는 눈감고 다트를 던진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의 역량은 과거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들의 그것과 달리 금세 밑천을 드러내거나 최초의 가능성마저 잠식당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걸프렌즈>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적절히 뒤섞은 것 같은 소설이다. 소설은 가볍고 경쾌하게 이어진다. 진중한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진호'라는 매개물을 통해 맺어진 그녀들의 관계를 '진호의 처분, 혹은 극복'까지 끌어갈 작가의 내공이 부족하다. 소설은 돌잔치라는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행사를 끼워 넣어 어정쩡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5637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