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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51/100 (공감2 댓글2 먼댓글0) 2008-02-13

오늘은 무슨 노래죠? 그러니까, 며칠 전에는 엘리엇 스미스의 [either/or]을 다섯 번이나 들었잖아요. (사실 그 앨범은 너무 짧아요. 그 사람처럼요) 그러니까 오늘은 제프 버클리? 쌓여있는 CD들을 뒤적여 봐도 음, 별로 내키는 게 없네요. 코헨 아저씨는 어때요? 확실히 이런 밤에 어울리잖아요? 운이 좋으면 야한 꿈도 꿀 수 있겠고. 플레이어 속에 들어있는 씨디는 walkmen 이군요... 사실 잘은 몰라요 이런 친구들은. 그럼 오늘은... 네? strokes? 그것도 [is this it?], 정말 그거? 이것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네요. 그럼 서둘러야 겠어요. 

자,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도 역시 미약하기만 한 이야기. 어떤 이야기에나, 그것이 완결된 경우라면, 적어도 한 두 번의 빛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인데.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미약하기만 한 이야기. 상쾌하게 빛나는 봄도 아니고,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은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쓸쓸하지만 아련한 가을이거나 하얀 입김 사이로 저마다의 불안을 숨기는 겨울도 아닌, 그렇고 그런 이야기.

그것보단 차라리 문득 잠에서 깨어난 어느 어슴프레한 순간, 아침이 밝아 오려는 건지 밤이 찾아 오려는 건지,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열에 살짝 달뜬 것 같기도 해 귀가 빨개지려는 순간,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순간, 을 닮은 이야기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누군지 영영 알아낼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다지 궁금해 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말을 적게 할수록 몸은 더욱더 무거워진다. 팔다리는 점점 더 가늘어 오는데, 그 무게는 다 어디로 간걸까? 아마도 머리. 그리하여 거꾸로 세워진 오뚝이처럼, 작은 바람에도 나는 자꾸만 넘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머리를 위로 세우고 살아가야 하므로, 넘어질 것을 알지만 나는 자꾸만 고개를 든다. 입은 여전히 다문채. 입을 열면 모래가 쏟아져 들어오니까. 마치 <모래의 여자>에서처럼 나는 구덩이를 판다. 그러니까 카뮈는, 음, 인용은 이제 좀 지겹고.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배웠다. 나는 충분히 비겁한 인간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얼마 안되는 배움을 잃기가 두렵다. 대개의 비겁한 인간은 조금이라도 더 잘난 인간이 되고 싶어하므로. 그래서 나는 여전히 모래를 판다. 바람이 불고, 나는 넘어지고, 모래가 쌓이고, 나는 깨어난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내가 누군지 영영 알아낼 수 없을 것임을 안다. 그러니까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시지프는 돌이 올라가야 하는 곳을 알았다. 그것이 다시 굴러 떨어질지언정. 하지만 모래를 파는 것은 어떤가? 물을, 유적을, 석유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면. 그건 꽤 텁텁하다. 그래서 미약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래알 같은 단어들. 쥐어도, 빚어도, 구워도 결코 단단한 무엇은 될 수 없는 그것을 그저 바람을 피해 늘어 놓는 것으로 겨우겨우 이어나가는 이야기. 그치만 바람은 곧 불기 마련이고 이야기는 흩어지며 나는 또 넘어진다. 입안 가득 모래를 물고.

이것은 사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어떤 것을 위함도 아니다. 입안 가득한 모래가 뱉어져 순간적으로 이루는 앞뒤 맞지 않는 문장이 연결되어 이어나가는 이야기. 그렇게 벌린 입을 제때 닫지 못해 또다시 모래를 뱉어내는- 그리하여 끝나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들은 아주 작지만 때론 사람을 미치게 할 수도 있다. 입으로, 눈으로, 귀로 한없이 스며드는 모래들.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모래가 혹은 책이, 필요한가?

세헤라자데는 결코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듣는 것이 언제나 쉬운 법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은 이야기를 한다. 샤 라아드는 흉포한 왕이 아니라 단지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었고 그리하여 모래 속에 갇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비겁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려 한다. 어쩌면 조금 늦었을지도 모른다. 내 머리는 이미 너무 무거워졌고, 입을 벌려서 뱉어내는 모래보다 받아먹는 모래가 더 많으니.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욕망도 구원도 아니다. 단지 어느 순간, 발작처럼 뱉어낸 그 모래가 마치 기적처럼 하나의 완벽한 문장을 이루는 것.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 비록 곧이어 불어온 바람이 그 모래를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고, 나역시 당치 않은 바람에 코가 깨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한 순간이 있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비겁하게, 하지만 비루하지는 않게.

미약한 이야기 속에서마저 비루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sudan 2008-02-14 13:40   댓글달기 | URL
태그가... -_-;;;

poptrash 2008-03-02 02:37   댓글달기 | URL
썩었어요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