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The Cure)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로버트 ‘울보’ 스미스의 목소리가 생각나고, 그의 진한 메이크업과 부스스한 머리가 생각나며, [Kiss me, Kiss me, Kiss me] 앨범 커버를 가득 채우던 빨간 입술이 떠오른다. ‘Pictures Of You’ 뮤직비디오의 황량한 겨울 들판과 함께 ‘사진으로만’ 존재했던, 혹은 불안하게 떨리는 ‘Catch’의 도입부가 자동으로 재생됨과 동시에 “가끔은 잡으려고도 해보았지만 / 결국 이름조차 잡을 순 없었던” 여자아이도. 아니, 사실은 여자아이들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런 시절이었다.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알고 싶었던, 하지만 끝내 알 순 없었던 여자아이들로 가득했고, 작은 몸 안에서도 폭발하는 호르몬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다시 끝도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어떤 곳으로 떠밀곤 했다.

  언젠가 모리씨가 로버트 스미스를 가리켜 울보라고 비웃기도 했지만, 모름지기 소년들이란 어느 정도씩은 울보인 법이다. 잠도 오지 않는 밤, 좁은 방에 누워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을, 그것을 담고 있는 공간을,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자면 뜻 모를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눈물이었고, 때론 나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눈물이었다. 그러니 ‘소년은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라는 노래야말로 모든 내성적인 소년들의 주제곡일 수밖에. 큐어의 노래는 그런 것이었다. 여물지 못한 연애와 가닿을 곳 없는 감정과 언제라도 터질 것만 같은 눈물에 대한 예감과 그럼에도 웃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입술 끝의 떨림, 같은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로버트 스미스는 마흔을 바라보는 아저씨였다. 그래서 뭐? 우리는 여전히 음감실의 어둠 속에 앉아 종종 닥터 페퍼를, 혹은 마운틴 듀를, 대개는 컵라면과 사이다 세트를 놓고, 아직 ‘형’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던 그의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의) 창백한 얼굴과 그 위에 덧씌워진 검고 또 빨간 메이크업을 질리도록 볼 수 있었는데. 간혹 운이 좋은 날엔 여자아이와 함께 음감실의 어둠을 찾았고,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Manic Street Preachers)나 라디오헤드(Radiohead)나 스웨이드(Suede)나 진(Gene)의 노래들을 지치지도 않고 들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여자아이의 모습을 슬쩍 훔쳐보는 일은 잊지 않았지만, 그럴 때는 이상하게도 큐어의 노래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기억이다. 절대, 라고 말할 수는 물론 없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우리는 성장통을 앓고 있었고, 그들의 음악이 우리를 ‘치료(그러니까 cure)’ 했다고. 조금 유치하지만 그랬다고. 저 홀로 앓는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그건 함께 나눌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그리고 노래가 아니었다고. 닉 혼비 식으로(“우울하기 때문에 우울한 음악을 듣는 걸까, 우울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우울한 걸까?”) 따져보자면 애초에 성장통의 원인은 그들의 노래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나았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리하여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한때 우리를 위로했던 “그 약은 더 이상 듣지 않는다(‘The Drugs Don't Work’).” 그 시절 우리가 즐겨 들었던, 또 다른 밴드의 노래 제목처럼.

  그러니 2008년 들려온 그들의 신보 소식은 조금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이미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과거가, 어느 날 갑자기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기분이랄까. 그것이 어린 시절의 친구라고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일단 악수를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후 뜨거운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지만, 이내 우리에겐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만이 분명해지고, 침묵이 낙엽처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아니 하지 않았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과거의 우물에서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그에게도 그러한 기억이 떠오르고 있고, 그 또한 내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럼에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이미 비어버린 찻잔만 괜히 만지작거리다, 평생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이 지난 후, 결국 몇 배는 더 어색해진 얼굴로 다시금 악수를 나누리라. 즐거웠다는, 다음에 또 보자는, 누구도 믿지 않는 인사와 함께.

  그들의 8년 만의 신작이자 열세 번째 정규앨범인 [4:13 Dream]은 그런 앨범이었다. 차라리 베스트 앨범이라면 지난 사진을 들추듯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아름답게 채색된 추억에 빠질 수도 있으련만. 하지만 영원한 소년으로 남을 것 같았던 로버트 스미스는 (한국 나이로) 쉰 살의 아저씨가 되어 다시금 우리를 찾았고, 무언가를 가져보기도 전에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며 텅 빈 방에서 눈물을 흘리던 우리 또한 그만큼의 나이를 먹은 아저씨가 되어 그를 맞는다. 문을 연다. 귀를 연다. 어쨌거나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최대한의 냉정을 다짐하는 일은 잊지 않는다. 깊은 밤 이불 속에서 우리의 발을 차게 만드는 부끄러운 기억 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잃어버린 꿈과 어느새 흘러버린 시간이 만들어낸 틈새 사이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4:13 Dream]은 그런 앨범이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해도 소용없다. 첫 곡 ‘Underneath The Sky’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사운드스케이프는 당신을 언젠가의 장소로, 이를테면 ‘Pictures Of You’의 겨울들판과 같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쏟아지는 별빛과 함께 더 이상 황량하기만 한 벌판이 아니다. 그리고 그 별빛 아래에서 늙은 소년은, 당신에게 속삭인다. 별의 시점에서 보자면 저 빛은 13억 광년쯤 전의, 까마득한 과거의 것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오고 있는 무엇이라고. 그러니 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우리는 여기, 함께 있다고. 서로의 품에 안긴 채, 마치 영원처럼. 우리의 기억 또한 그러하듯이. 이쯤 되면 도무지 당해낼 도리가 없다. 그저 그가 들려주는 음악에 온 몸을 맡길 수밖에.

  이어지는 음악들 또한 그와 다르지 않지만, 좀 더 내밀한 기억으로 우리를 이끈다. 과거의 노래를 닮은 그것들은, 그러나 조금 다른 울림으로 우리의 귀를 울리는 것이다. 언젠가 그가 연주했던 그것들이, 다시금 우리에게 닿기까지는 십 수 년의 세월이 필요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렇다고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새롭게 편곡된 과거의 기억만은 아니다. ‘Only One’, (뉴오더 식의 베이스라인으로 시작하는)‘Reasons Why’, ‘Siren Song’ 같은 전형적인 ‘큐어 팝’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앨범의 후반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제껏 한 번도 듣지 못했던 큐어의 새로운 모습이다. (NME는 악틱 몽키즈와 아케이드 파이어, 브랜든 플라워스의 이름을 들먹이기까지 한다. 웃기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우스운 것은,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렇게 들린다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Sleep When I'm Dead’, ‘Scream’, ‘It's Over’를 연달아 듣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다. 과거의 당신이 오늘의 당신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시절 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큐어의 음악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는 당신을 향해 로버트 스미스는 노래한다.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존재해 / 나머지는 그저 꿈일 뿐이야”(‘Perfect Boy’)

  그렇지만 설령 이것이 어느 깊은 밤의 꿈이면 또 어떻겠는가. 이것은 새로운 꿈이고, 우리는 여전히 꿈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꽤나 근사한 일이 틀림없다. 큐어의 이 (마지막) 앨범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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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달 2011-12-06 22:58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제 취향은 물론 여전히 thrash 이지만 어쨌거나 좋은 글임에는 틀림없겠습니다. ^^

poptrash 2011-12-07 04:02   URL
thrash... 저는 poptrash 입니다. 하하; 하;
좋은 글인 건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참 좋은 댓글이네요. :)

영구 2011-12-07 21:16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왕 백비트에도 쓰시고. 이제 몇 군데만 더 정복하시면 힙스터로 거듭나는 데에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원치 않으셔도 어쩔 수 없...

poptrash 2011-12-08 05:03   URL
저는 랍스터도 몇 번 먹어보지 못한 도시빈민/서울촌놈인데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민희 2011-12-20 13:44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힙스터라고 평가받는 출판평론가는 처음이예요. 싸인해 주세요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가요. 자주 올께요!

poptrash 2011-12-20 18:11   URL
출판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처음입니다 --;;
혼저옵서예~ ^^

왕타나베 2014-01-10 15:48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Robert Smiths 보고 이혁재 닯았다고 했던 댓글을 본 순간
내 안의 boy 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실은 웃었죠)

돌아갈 수 없는 음감실의 웰치스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웰치스 탄 술처럼 달콤씁쓸한 교향곡 같다는 생각이.
그 시절 즐겨 들었던, 또 다른 밴드의 노래 제목처럼.

poptrash 2014-01-11 23:52   URL
아아... 이혁재라니...

작년인가, 큐어가 왔었죠. 못 간 게 지금도 아쉽네요. 대신 홍대에 있는 cure 바에 갔는데, 여기저기 붙어 있는 로버트 스미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은 로버트 스미스 헤어스타일을 하고 계셨고요...

시간이 참 빠르죠?
 

빌리 코건이 새 프로젝트 밴드 즈완을 결성했다는 소문은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팬들에게는 구원이자 동시에 절망이었다. 빌리 코건의 코맹맹이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분명 구원이었지만, 오직 호박들의 재결성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더없는 시련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즈완의 2003년 앨범 [Mary Star of the Sea]는 결코 온전히 평가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나름 유명짜한 뮤지션들이 합류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차베즈(Chavez) 출신의 매튜 스위니와 토터스(Tortoise) 출신의 데이빗 파조가 기타를 맡고, 퍼펙트 서클(A Perfect Circle)의 파즈 렌천틴이 다아시와 멜리사의 뒤를 이어 코건의 미녀 베이시스트 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무엇보다 펌킨스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께 한 지미 체임벌린이 다시금 드럼 앞에 앉았건 말건. (적어도 한국의) 팬들에게 즈완은 이유 없이 우울했지만 그만큼 찬란했던 90년대를 상기시키는 코건의 목소리만으로 더 이상의 평가가 필요치 않은 밴드이거나, 그 시절이 이미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확인시켜주는 뒤늦은 부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부고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밝고 또 명랑했지만.

하지만 코건의 독재를 견디지 못한 ‘슈퍼그룹’ 즈완은 이내 호박들의 전철을 따랐고, 기다렸다는 듯 멤버들의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 코건은 즈완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시간이야말로 인생 최악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며 펌킨스를 그리워하는 포스트를 올린다(물론 밴드 해체를 다른 멤버들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펌킨스 시절부터 그를 괴롭혔던 음반 산업에 대한 회의가 다시금 그를 잠식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배우가 되겠다며 밴드를 탈출했던 다아시처럼 음악계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외모가 영화배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닥터 이블’ 역은 이미 마이크 마이어스가 꿰찬 후였다) 애초에 그는 음악을 떠나서는 단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Blinking with Fists]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하며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던 그는 2005년, 밴드의 고향인 시카고 지역 신문에 팬들의 마음을 다시금 설레게 하는 전면광고를 개제한다. “지키고자 마음먹었던 비밀들, 그 비밀들과 함께 나는 홀로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스매싱 펌킨스를 새롭게 되살리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나는 되돌리고 싶습니다. 나의 밴드, 나의 노래, 그리고 나의 꿈을.” 그와 동시에 자신의 첫 솔로 앨범 [Future Embrace]를 발표하지만, 어딘지 기괴한 느낌을 주는(심해생물, 그중에서도 대형 문어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랜 공포를 자극하는) 앨범 커버 탓인지 “내면의 마틴 고어에 집중한” 그의 신스팝 친화적인 앨범은 오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채 처참한 실패를 맞아야 했다.

2년 후, 마침내 스매싱 펌킨스라는 이름으로 체임벌린과 함께 돌아온 코건은 밴드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인 동시에 사실상 두 번째 솔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Zeitgeist]를 발표하지만, 나쁘지 않은 차트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우호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평들과 함께 하나의 사실과 대면한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차갑고 단단한 사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던 20세기 소년소녀들은 어느덧 어엿한 직장을 가진 기성세대가 되었고, 커트 코베인의 죽음 이후에 출생을 신고한 21세기의 아이들은 흑인음악과 제 나이 또래의 아이돌에 열광하고 있었다. 코건의 ‘시대정신(zeitgeist)’은 이미 유효기간이 한참 지나버린 것이다. 이후 챔벌린까지 해고한 코건은 [Teargarden by Kaleidyscope]라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에 신곡을 무료로 공개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힘에 겨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함께 했던 그 노랫말처럼, 또다시 그에겐 “버티기 위해 노력해(try to hold on)”(‘Try, Try, Try’)야만 하는 세월이 찾아온 셈이다. 길고도 암울한, 영혼의 티타임이.

아무려나,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흐르고 있으며, 또한 흐를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우리는 낭비해왔다. 그러니 (여기까지 읽은) 당신에게는 불만을 터트릴 권리가 있다. 하물며 스매싱 펌킨스도 아닌 즈완의 앨범을 말하기 위해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이만큼이나 낭비한 것에 대해서. 언젠가 스미스(The Smiths) 앨범의 재발매 소식을 접한 모리시를 따라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 “즈완이라고? 지금 내게 있어 즈완이란 강둑에 말라붙어 죽어가고 있는 물고기와 다름없는 의미일 뿐인데?”

좋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여기엔 ‘Siva’나 ‘Disarm’도, ‘1979’나 ‘Zero’도 없다. 그저 얼간이처럼 웃고 있는(‘Honestly’의 뮤직비디오를 보라) 빌리 코건이 있을 뿐이다. 당신이 언젠가 몇 번 흘려들은 것만으로 이미 짐작했듯, [Mary Star of the Sea]는 그 어느 매체의 ‘○○대 명반’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말마따나 즈완이란 이름은 고작해야 지나간 추억의 하찮은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대 명인’에도 들지 못할 인생과 함께 여기까지 달려 온) 우리들의 과거가 대개 그러하듯이. 하지만 그런가? 정말 그것뿐인가? 글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Honestly’)

나는 다만 이렇게 말하고 싶을 뿐이다. 거대한 에고에 갇힌 채, 필연적으로 뒤틀리거나 모호할 수밖에 없는 자의식의 풍경을 방황하던 한 천재가 환하게 웃으며 진정으로 음악을 즐겼던 순간이 여기 있다고. 너무 빨리 변한 세상과 조로해버린 청춘, 너무나 일렀던 후회 속에서 당신이 잃어버린 시간 또한, 아직 여기에 있다고. 그러니 어쩌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늦어버린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시간은 흐르고 음악은 남는다. 그리고 언제나 음악은, 음악 그 이상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밝은 앨범을 통해 빌리 코건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http://youtu.be/NLPgz9K4D20

http://100beat.hani.co.kr/archives/16924

 
 
비로그인 2011-09-09 04:03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네요. 음악에 대해선 쥐뿔도 몰라 추천만 누르고 말았는데... 그래도 뭔가 할 말이 있을 법도 한데... 정말 쥐뿔도 아는 게 없네요 저는 ㅠㅠ

poptrash 2011-09-09 04:08   URL
어라, 방금 후와 님 페이퍼에 댓글 남기고 왔어요. 이 시간에 종종 후와 님이 깨어있는 기척을 느끼면 괜히 기분이 좋아요. 히힛

비로그인 2011-09-09 04:35   URL
저도 똑같은 답글을 제 페이퍼에 팝님이 달아주신 댓글에 달았어요ㅋㅋ 어쩐지 팝님과 제가 아무도 없는 알라딘에 몰래 숨어 들어온 두 악동 같네요 ㅋㅋ 이젠 눈의 피로를 좀 푸시길...^^

poptrash 2011-09-09 04:48   URL
thieves like us... 라는 노래가/영화가/밴드가 생각나네요. ^^

2011-12-0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왕타나베 2014-01-10 15:31   댓글달기 | URL
there's no place that i could be without you
it's too far to discard the life i once knew.

- 솔직히

지금의 펌킨스는 펌킨스 짝퉁밴드라고, 돈벌라고 예전 앨범 다시 낸다고 욕하지만
여전히 새앨범이나 remaster 반이 나오면 기다렸다 찾아 듣고 한다.

정말 멋진밴드가 있었고,
솔직히 난 아직도 그 자장안에서 산다.

poptrash 2014-01-11 23:49   URL
honestly... 저도 종종 흥얼거리는 부분이에요.
음감실 벽면 가득한 스크린으로 today나 1979 뮤직비디오 보던 시절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