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 P25

저는 어제, 많은 것을 변하게 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데다 너무 복잡해서 글로 표현하기 어렵군요. 그러니 돌발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제 행동을 그냥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P43

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문두스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도 모릅니다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 테니까요.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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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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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원하고 소설을 평생 벗 삼을 것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다. 특히 아래에 소개하는 소설의 네 가지 분석틀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설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기를 바래본다.

 

 

p16

오카노야 가즈오는 자신의 저서 <새의 노래에서 인간의 언어로>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니콜라스 틴베르헌이 동물행동학의 기본으로 제시한 네 가지 질문이라는 것을 소개했다. 동물의 행동에 관한 다음 네 가지 사항이다.

1-메커니즘 2-발달 3-기능 4-진화

틴베르헌의 네 가지 질문이 실은 소설을 읽을 때의 접근법으로서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p18~

소설의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마니아다운 독서법일 것이다. 작가 편에 서는 독서법이라고 무방하다. ...... 작가는 그러한 요소를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독자에게 하나의 세계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 소설은 왜 이렇게 재미있지? 이 소설은 왜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겠지? ...... 소설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 ‘발달이라는 것은 한 작가의 인생에서 어떤 타이밍에 그 작품이 나왔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는 일이다. ...... 한 작품만 읽었을 때는 얼른 다가오지 않던 이야기가 그 전 작품, 그 전전 작품까지 찾아 읽다보면 아하 이 테마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구나하고 퍼뜩 이해되는 일이 있다. ...... 한 작가로 좁혀 들어가 그 과정을 더듬어보는 일을 통해 그 작가의 작품을 한 편만 읽었을 때는 놓쳤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도 소설을 읽고 나면, 아니 읽기 전과 읽는 중간,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책 뒤쪽이나 날개에 있는 설명을 자주 참고한다. 소설을 다 읽고 작가 연표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이 사람이 이 글을 쓸 때는 이 때즘이었는데 나중에 이런 일도 겪고 이렇게 살다가 갔다는(아니면 살고 있는) 걸 알아보는 게 재미있다.

 

 

진화에서는 사회의 역사,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소설이 어떤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어떤 소설이든 그 사회와 시대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고 나아가 앞서 나온 작품, 동시대의 다른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받으며 쓰이게 된다.

 

...... ‘기능이라는 것은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갖게 되는 의미를 가리킨다. 작가가 인간의 선량함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때 독자는 거기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받아들인다.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설을 써냈다면 독자는 그것을 읽고 조금이나마 작가에 대해 이해한 듯한 마음이 든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조명하거나 인간의 심리적 어둠을 추구한다는 것도 모두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양쪽에 대해 지닌 기능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가 어긋나는 일도 적지 않다.

 

 

소설의 진화기능을 고려할 때 잘 알려진 고전이 지금 재미가 없고 이해나 공감이 안 되는 문제가 설명이 된다. 고전이라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다른 문화권에서 수십년에서 수백년 전에 지어진 작품이니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여 만나려면 이런 분석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의 발달이나 진화에 대해 잘 알아도 한계는 있다.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성장소설이니 헤르만헤세의 대표작이니 어떤 수식어와 비평을 읽어봐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전운이 감도는 백 년 전의 유럽 사회를 상상하는 게 잘 되지 않았다. 전쟁의 소문이 무성하고 전쟁이 난다면 곧바로 징집이 되어야 할 청년이 느끼는 불안을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문학이 너무 소수인 것 또한 아쉽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5천년이라 해도 한글이 사용된 게 불과 백 년 남짓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역사인지. 한글 사용에 관한 사실을 찾아보니 훈민정음 반포는 1446년이었는데 한글이 국문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게 450년이나 지난 갑오경장(1894-1896) 때이란다. 다시 한 번 안타깝다.

 

 

p66

근대 소설에서는 작가가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그것이 등장인물의 참모습이었고 독자 또한 작가가 묘사한 대로 받아들이며 읽는 경향이 강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는 이러저러한 인간이라고 묘사되지만, 도스토옙스키라는 괴팍한 작가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을 뿐, 사실은 전혀 다른 인간일 수도 있다는 등의 의심은 독자의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 소설에서는 독자 스스로의 의식을 촉구하면서 그런 차이를 아예 전체조건으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대 문학'이라는 작품에 적응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설명이다. 현대에 살고 있지만 근대에 태어나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길러지고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근대의 무언가에 많이 익숙하다. 하지만 읽다 보면 현대 문학의 맛에 좀 더 길들고 그러다가 좀 더 빠져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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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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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책을 잃다가 분인(分人)’에 대한 글을 보고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개인은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단위가 아니며 상황과 역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있는데 이를 분인(分人)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의 여러 가지 정체성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위한 처방이라 하는데 아래 기사가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이 개념은 <나란 무엇인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작가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어서 이 책을 잃게 되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129000523&md=20130201004841_AP

 

책을 읽는 방법으로 우선 '슬로 리딩'을 권한다. 많이 읽는 것보다 천천히 의미를 곱씹으며 읽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속독법에 반론을 제기하듯 속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속독을 권하지도 않고 가르치는 기관 같은 게 거의 없는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지 속독법을 매우 의식하고 쓴 글 같다. 무엇이든 성급하게 해치우는 것보다 천천히 음미하는 게 좋은 건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p32

한 달에 책을 백 권 읽었다느니 천 권 읽었다느니 자랑하는 사람들은 라면 가게에서 개최하는 빨리 먹기 대회에서 십 오분 동안 다섯 그릇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속독가의 지식은 단순한 기름기에 불과하다. 그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며, 쓸데없이 머리 회전만 둔하게 하는 군살이다. 결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소량을 먹었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의 맛을 감칠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미식가로 존경받을 것이다.

 

자랑삼아 하는 속독을 경계하는 말로 이해가 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책을 빨리 많이 읽는 사람은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니 조금이라도 빨리 읽게 되고 읽다보면 권 수가 의도치 않게 불어나는 경우가 있다. 작가의 미식가운운하는 문장은 어쩐지 (조심스럽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는 면이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니 많이 읽는 것일테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은 권수 자체를 자랑한다니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자랑을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책의 권 수를 자랑하기엔, 너무 어렵지 않은가.

 

오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글이든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독자가 약간의 착각을 보태어 자신만의 텍스트로 읽을 때 만들어지는 창조적인 오독이 유익하다고 설명한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면 책은 이제 작가를 떠나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개별 독자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글을 어디선가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다. 이렇게 보면 개별 독자에 맞는 고유한 독서를 굳이 '오독'이라고 해야하는지 의문이다. 각자의 독법에 맞게 읽히는 게 책의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베껴 쓰기를 비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p77

첫째로 이것은 음독과 같아서 베껴 쓰는작업에 집중하게 되는 나머지 내용이나 문장에 대한 이해는 조금도 깊어지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 또 실제로 해 보면 알겠지만 한 글자, 한 구절, 구두점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베껴 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원본을 자주 확인하게 되고 그러나보면 문장의 흐름이 끊겨버려 정작 중요한 리듬도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경전 베끼기처럼 일종의 정신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그 문장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반복하여 묵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매력적인 문체를 가진 작가를 만나기도 하고, 닮고 싶은 생각을 가진 작가를 만날 때도 있다. 그래서 언젠가 필사해 보리라 마음먹은 책들이 있는데 이 작가는 이렇게 필사를 반대하고 있다. 아직 필사를 해 본적은 없으니 하게 되면 이 의견을 경고 삼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몇 권의 작품을 예로 들어 소설을 이해하는 다양한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본문 일부를 인용하여 밑줄을 그어 가면 여기는 이렇고 저렇게 생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용된 소설을 저작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건 별로 재미없었지만 몇 가지 표현은 인상적이었다. 글에는 화살표가 있는 것 같다. 문장에 있는 작은 화살표, 단락과 글 전체에 나타난 화살표, ......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동감한다. 소설은 언제나 나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내용이 어느 정도 알려진 소설도 재미있지만 낯설고 처음 보는 제목의 소설을 읽게 되면 기억이 오래 간다. 나도 이렇게 예고 없이 침입하는 소설이 좋다. 다음 장을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은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인생과 비슷한 면이 있다.

 

p135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교양이나 오락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극한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더욱 드물 것이다. 소설은 그러한 우리의 인생에 예고 없이 침입하는 일종의 이물(異物)이다. 그것을 그냥 배제해버리고 말 것인지 아니면 잘 다듬어서 진짜와 같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는 독자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 ...... 한 권의 책을 뼛속 깊이까지 완전하게 맛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독자 자신의 창조적인 글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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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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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여행을 가서 가끔 현지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이 통하기는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 와중에 외모, 언어, 문화라는 장벽이 엄청나게 막강하다는 걸 느낀다. 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 소통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누군가가 하는 이 말을 내가 과연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비현실감이 드는 어느 여행 중에 문학의 위대함을 느꼈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인간으로서 같은 걸 느끼고 공감하게 만드는 게 예술의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장벽을 넘게 해주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백 년 전 독일에서 태어난 작가가 당시 사회를 그린 이 소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너무 실감나게 와 닿는다. 가정부로 착실하게 살아오던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어느 날 우연히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이 남자가 수배중인 은행 강도였다. 경찰은 수사를 한답시고 카타리나의 주변과 과거 행적을 파고들고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로 가세한다. 언론에 의한 폭력으로 개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이 두고두고 읽히는 가운데 작년에 한 진보 정치인의 자살과 관련되어 이 책이 다시 호명되어 주목을 받았다. 누군가가 그의 아내의 운전기사를 언급했는데 한 일간지가 사실 확인 없이 아내의 운전기사에 대한 논평을 실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물론 이 사건과 그의 죽음은 직접 관계가 없지만 언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아찔한 사건이었다.

 

주인공을 집요하게 취재하여 파멸로 몰고 간 기자도 결국 파국을 맞는다. 이 결말은 소설로서 누릴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이 아닐까. 주인공이 치를 대가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소설에서는 이렇게 안타까우면서도 통쾌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쉽게 잊히지 않는 복잡한 장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

 

작가 하인리히 뵐은 약 백 년 전에 태어났던 독일의 저명한 소설가로 19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실제 있었던 비슷한 일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래 기사의 자세한 설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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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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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은 상태에서 괜찮은 상태로, 점점 괜찮아지는 중이라고 제목이 말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저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조금씩 나아지는 일상을 기록한 이야기다. 바닥은 친 것 같고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왠지 각성이 되고 힘이 난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학에서 스웨덴어를 공부하고, 스웨덴에서 유학 후 박사학위를 받고 스웨덴 린셰핑의 대학에서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이혼을 막 했고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 이 에세이의 흐름을 주도하는 소재이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관계, 가족이나 아이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꽤 사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는 에세이다.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 궁금했지만 심리학 관련 연구로 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는 이야기 정도만 읽을 수 있었다.

 

전남편과의 힘겨웠던 생활의 그림자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부담이 살짝 느껴지지만 따뜻한 이웃들 덕분에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진심은 통하나보다. 저자가 받은 사랑은 자신이 그동안 보냈던 것을 되돌려 받는 것이리라. 예기치 않은 로맨스의 등장은 이 에세이에 어떤 좋은 향료를 더하는 것 같다. 로맨스란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는지. 살면서 안 좋을 때가 있고 괜찮아질 때가 있는데 괜찮아지는 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이 겨울이라, 스웨덴 날씨의 어둡고 추운 기운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햇살이 좋은 지역이라면 어땠을까. 햇빛이 들어오는 정도는 일상의 배경색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햇빛이 그리워진다. 동향집에 짧게 들렀다가는 햇살이 아쉬울 때가 많다. 이웃들도 내 곁을 따뜻하게 만드는 햇살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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