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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의 약속 매그레 시리즈 8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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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덟 번째 매그레 시리즈의 서평을 쓸 차례가 왔다. 석 달 간에 걸쳐 <매그레 기동수사대 1기>로 활동해왔는데, 활동기간 동안 빈둥빈둥거리면서 좋은 기사며 서평을 써 올리지 못해서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매그레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통하여 프랑스 고전 추리 소설의 신대륙에 상륙하여 마음껏 그 새로움을 탐험할 수 있었던 둘도 없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고, 기동수사대 웹진에도 수준 이하의 서평이며 기사를 올려 재차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매그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사건인 <선원의 약속>은 아니나다를까, 역시 페캉이라는 항구의 어선 오세항 호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도저히 범인이라 생각할 수 없는 훌륭하고 멋진 훈남청년이 불가피하게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매그레 반장은 수십년 동안 늘상 가던 휴가지를 사건 현장으로 바꾸어 짐을 꾸리게 된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역시나 바다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뱃사람들이다. 휴가 겸 사건 수사를 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매그레 부인의 비중이 이전의 작품에 비해 큰편이고, 대사분량(?)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매그레 씨와 매그레 부인의 티격태격 대화를 읽어나가는 것도 이 작품의 다른 매력이다.

이 작품에서는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이 피해자를 둘러싼 등장인물과의 심도 깊은 대화와 추리를 통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이 큰 재미를 가져다 주는데, 전작인 네덜란드 살인사건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격정과 애증에 큰 중점을 두고 있어, 인간 본연의 욕망과 이기심을 차근차근 파헤쳐 볼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가 된 듯 하다. 뱃속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와 그러한 폐쇄적인 공간을 삶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배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농이 그려내는 배와 뱃사람들의 세계는 그리 단순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아 보이지만 심농과 매그레가 보여주는 뱃사람들의 인생에서는 삶의 짠내가 가득히 느껴진다. 추리 소설의 영역에서 이토록 삶의 애환과 한숨소리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작품군은, 아무래도 매그레 시리즈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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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살인 사건 매그레 시리즈 7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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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반장은 파리 경찰청을 주 무대로 근무하고 있는 나름 정통 파리지앵(?)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시리즈의 배경은 프랑스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독일, 작가의 본향인 벨기에,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랑스 인근의 국가들 또한 사건의 무대가 되고 있는데, 매그레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인 <네덜란드 살인사건>에서는 네덜란드 북동부의 도시 델프제일이 사건의 무대이다. 발단은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매그레가 사건에 개입하는 전형적인 사건개입 유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해군 사관 학교 교수가 살해당해 프랑스인 교수에게 혐의가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등장인물들의 집과 사건의 무대들은 주로 운하를 끼고 있기 때문에, 이전 매그레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운하나 강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매우 익숙한 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발생장소나 요소요소에 운하나, 강, 바닷가 등이 매그레 시리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감초처럼 등장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20대 초중반에 심농은 작은 배를 타고 프랑스 각지의 운하와 강을 자유자재로 탐험했으며, 또 이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작품속에서 보여줌으로써, 당대 프랑스인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는 탁월한 범죄 소설 시리즈이면서 풍속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여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매그레 반장은 특유의 작품 배경에서 나오는 이미지와 감정,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애증과 인간의 본성을 철두철미하게 해부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셜록 홈즈나 크리스티 전성기의 작품들을 읽는 것과 같은 본격적인 트릭과 공식에 심농이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복잡다단한 주택의 구성과 사체, 그리고 알리바이 파괴와 불가능 범죄의 해부에 이르기까지... 실은 작품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잖았는데, 오픈키드님이 만들어주신 주택 도면을 보고 어느정도 의문이 풀렸다. 앞으로 출판사에서는 작품의 이해가 필수적인 도면이나 배치도와 같은 시각적인 자료 또한 작품에 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 소개나, 작품 발간 당시의 오리지널 삽화나 관련 자료를 좀 더 보강해주어 책을 만들어준다면, 좀 더 친절하고 충실한, 전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비록 해군 사관 학교 교수가 살해당했지만, 작품 전체에는 서민적이고 발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피해자를 둘러싼 애증의 관계를 지속하는 생기발랄한 여성들이나 운하를 무대로 살아가는 뱃사람들이나 인부들과 같은 서민들과의 대화와 탐색에서 나오는 매그레의 더욱 멋들어진 수사 솜씨는 그야말로 가을날 알알이 영글어 가는 포도송이처럼 초기 작품들에 비해 더욱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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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 밤 매그레 시리즈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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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매그레 시리즈인 <교차로의 밤>은 매그레 시리즈 중 최초로 영화화된 작품으로, 현란한 빛과 어둠의 이미지가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작품 자체가 영화로서의 흥행 요소를 고루 가미하고 있어 당대의 영화인들이 또한 흥분해 마지 않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이 발표된 다음 해에 장 르누아르가 바로 이 작품을 각색했는데, 매그레 반장 역할은 감독의 동생인 피에르 르누아르가 맡았다고 한다. 작가인 심농은 영화와 주인공 모두에 만족했다고 하며, 이 영화를 통하여 장 르누아르와 절친한 우정을 맺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맛보게 되고, 이후 연달아 영화화된 매그레 시리즈 두 편 또한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연이은 참패 이후, 1939년에 이르러서야 심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고, 이후 영화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매그레 시리즈가 만들어진다. 매그레를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 중에서도 <교차로의 밤>은 첫 번째로 영상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 본인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에도 관심이 적잖이 있어, 나름 매그레가 나오는 영화들을 찾아보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매그레 영화로 꼽히는 <매그레, 덫을 놓다>(1958년, 장 들라누아 감독) 정도를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여건이 안되지만, 장 르누아르의 <교차로의 밤> 또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화 <매그레, 덫을 놓다>(1958)에서의 매그레 반장(장 가뱅). 생각보다 굉장히 날씬해(?)보이신다.
  

교차로의 밤은 빛과 어둠의 현란한 표현도 그렇지만 <누런 개>에 이은 탄탄한 작품 구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으며,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재능을 분출해내기 시작한 젊은 심농의 탁월한 재능을 더욱 더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사람을 지켜보고 욕망하는 그 관음증적인 심리의 묘사도 매우 탁월한데다가, 심심치 않은 반전과 비애가 작품 곳곳에 넘쳐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어본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가독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살인과 반전은 당대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전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매그레 시리즈에는 다른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한 그 무엇인가 다른 하나가 있다. 이 작품도 그 무엇인가 다른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독자들을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기묘한 마력이 곳곳에 묻어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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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개 매그레 시리즈 5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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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누런 개>는 매우 황송하옵게도(!!)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에 번역된 적이 있는 심농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77년경에 <사나이의 목>이라는 작품과 함께 <황색의 개>라는 제목으로 함께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에 포함되어 출간된 바 있다. 이 동서미스터리북스의 구입연도는 2005년 2월경이다. 이 책을 살 때만 해도 매그레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번역 출간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이십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난 시간들이 꿈같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질의 번역물이 넘쳐나는 지금이, 환상적이면서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근자에 번역된 그것과 약 35년전에 번역된 같은 작품을 한 손에 잡고 뒤적이다보니, 묘한 감정이 솟아오름을 금할 수 없었다.

오래된 중역본인 <황색의 개>를 읽었을 때에는 그 어두운 분위기와 무서운 동물의 이미지가 겹쳐져 묘한 감정의 변화와 본격적인 추리물로서의 재미를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좀 더 깔끔한 번역을 통하여 작품의 묘미와 본질을 더욱 쉽고 감질맛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매그레 시리즈를 그렇게 많이 읽어본 것은아니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 번역된 네 작품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분위기와 초현실성, 그리고 보다 더 강화된 본격추리의 틀과 사회상의 반영을 더욱 심도깊게 그려냄으로써, 다양한 장점들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앞의 네 작품과 비교되는 이 작품의 특화된 장점은 바로 더욱 높아진 작품 자체의 중량감과 수준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앞의 작품들에 비하여 이 작품에서는 개인의 아픔과 사건이 사회 전체의 공포와 타격으로 심화됨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건의 동기나 범행 자체 등에 있어도 거대하면서도 냉혹한 사회의 영향력과 힘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마치 마쓰모토 세이초의 초기 작품들과도 흡사한 작품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 외에도 앞의 네 작품들에 비해 더욱 강화되고 세련되어 졌다고 볼 수 있는 순수미스터리로서의 작품의 재미 또한 대폭 강화되어,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그 수준이나 노련함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지역 유지, 기자, 기업가 등의 다양한 사회 계층이 작품에서 제시되고 또 이들을 둘러싼 범죄가 시(市) 전체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사회 반영적이고 사회 고발적인 경향을 가진 작품으로도 이 <누런 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에 대한 분석이나 사건 전체를 큰 틀에서 보는 매그레의 추리 경향도 이제는 정점에 오른 듯 하여, 다양한 한계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정점에 오른 추리물로서의 매그레 시리즈의 위치를 확실하게 다진,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의 무대는 콩카르노 시의 라미랄 호텔 일대인데, 이 작품이 발표되고 1932년 영화화되자, 이 작품의 무대가 된 콩카르노 클랭슈 호텔의 소유주는 작중 호텔명인 <라미랄 호텔>로 개명하도록 작가에게 요청했다고 하니, 이미 인기절정의 젊은 작가가 된 심농의 위상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매그레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매그레는 살아 움직이는 우리들의 친구이다. 그것도 매우 전도가 유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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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매그레 시리즈 4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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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살의 조르주 심농은 선박 유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지네트>호를 타고 프랑스의 운하와 강들을 유람했다. 이 때 심농은 선원, 수문 관리인, 마부(말의 힘만으로 배를 가동시키는 선박이 있었던 시기였기에)들의 세계에서 작품의 많은 영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스물 여섯 무렵에는 <오스트로고트>호를 타고 유럽 북부까지 진출했으며, 네덜란드의 델프제일 항에서 인부들이 배의 널빤지 틈을 메우는 동안, 처음으로 매그레 반장을 구상했다. 뱃사람들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매그레 시리즈의 네 편째 작품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뿐만이 아니라, 앞서 발표된 세 작품 또한 심농의 배 <오스트로고트 : 프랑스어로 괴짜, 버릇없는 놈이라는 뜻>호에서 상당부분이 집필되었다. 그만큼 심농의 작품세계와 선박, 그리고 뱃사람들의 세계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는데, 오래전에 국내에 번역된 <누런 개>나 <제1호 수문>에서도 역시 뱃사람들의 세계를 심도깊게 그려내고 있다.

심농이 유럽의 강과 운하를 유람하며 작품을 집필하는 모습 또한 흥미로운데, 물가에 텐트를 쳐놓고 그 속에 들어가 매일 대중 소설을 서너 장씩 쓰곤 했다고 한다. 이 때 농부들 또는 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반바지 차림에 웃통을 벗어부치고 맹렬히 타자기를 두드려대는 심농을 구경하곤 했다고 한다.

또 1931년 여름 혹은 가을에, 범죄 관련 최신 정보에 목말랐던 심농은 당시 타고 다니던 오스트로고트 호를 라페 가의 시체 공시소 옆에 정박시킨 뒤, 시체가 한 구 들어올 때마다 법의학 연구소로 달려가거나, 하녀를 대신 보냈다고 한다. 그가 하녀에게 지시한 것은 시체의 간략한 작성문을 작성하고 모발 견본, 15X18규격의 사진들을 구해 오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 공시장의 시체들을 보면서 최고의 작품 주제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그는 <데텍티브>지의 사진사, <폴리스 마가쟁>지의 주간 그리고 수사국의 수장 그자비에 기샤르 본인과 함께 무프타르가 살육극의 현장 검증에 참여하기도 했다. 맹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이 창조자는 이처럼 많은 경험을 통해 풍요해져 갔다. (버즈북 2권, 조르주 심농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입니다.)

네 번째 매그레 시리즈인 <라 프로비당스 호의 마부>는 운하와 함께 살아가는 뱃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영감이 반영된 첫 번째 작품으로, 운하와 강의 안개가 자욱하면서도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역시 작품 초반에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매그레 반장은 발견된 사실들을 차례대로 이치에 맞게 분석해보지만, 범죄의 상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올 뿐이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화려한 선박을 끌고 다니는 영국군 대령과 그 주변인들이 점차적으로 등장하고, 뱃사람들을 흥미롭게 묘사하는 심농의 솜씨도 점차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배들과 운하 주변의 카페, 호텔 등을 무대로 하고 있어서 작품배경 특유의 분위기가 전작들에 비해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있으며, 비 오는 밤, 안개, 그리고 강과 물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는 심농의 풍부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작품인 <갈레 씨, 홀로 죽다>에서 보았던 비극적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뱃사람들의 연대의식과 가족에 대한 끈끈한 애정, 그리고 회한과 향수가 잘 어우러져, 강과 운하를 무대로 하는또 다른 전형적인 심농 스타일의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은밀한 영향력을 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의 소재나 배경이 끝없이 확대되는 경향 또한 작품 읽기의 재미를 배가해준다.

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심농의 이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지만,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이처럼 인간과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그려내는 작가의 재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이제 매그레 시리즈 네 권을 다 읽었으니, 또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 시리즈의 성공과 장수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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