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나와 베르사이유로
베르사이유로 가는 길은 기대가 크다. 그녀가 아무리 욕을 먹고 죽임을 당할 만큼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사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화려함의 상징 베르사이유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전철을 나오면 기웃거리며 이정표를 찾을 새도 없이 무리의 사람들을 따라가면 그곳이 바로 베르사이유다. 앞 서 가는 여행객들을 보니 갑자기 줄을 서야 할 걱정에 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이미 입구엔 줄이 꼬불꼬불 길기도 하다. 아침 일찍 나섰건만 그녀의 인기는 죽은 뒤에 사그라들지도 않나 보다. 이런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생전에는 국민의 혈세를 뽑아 탕진하고 호화 궁전을 지어 원성을 샀지만 죽은 뒤에는 이런 볼거리를 남겨 업적과는 별개로 그들과 관련된 유적지에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말이다. 역시 세인의 관심사는 지극히 세속적인 것인가 보다.
궁으로 들어가는 줄이 조금이라도 줄기를 기다리며 정원으로 먼저 간다. 어마어마한 정원의 크기에 프랑스 땅이 넓음을 새삼 실감한다. 인공의 호수에서 조정경기 시합을 할 정도라면 그 크기가 이해가 될까? 그런데 그런 호수가 달랑 하나가 아니라면 또 짐작이나 할까? 그러니 백성들한테 쫓겨난 것일 지도. 아무튼 정원은 아름드리 나무로 채워져 있다. 곳곳의 분수와 조각상, 미로공원까지 즐거이 채워져 있다. 너무 넓어 걷기엔 무리, 자전거를 빌려서 탄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를 달리면 마치 어느 시골에 와 있는 듯 하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그늘과 싱그러운 냄새로 상쾌하다. 정해진 코스도 없이 이러저리 정원을 돌다 보니 별궁으로 만든 작은 궁을 하나 만났다. 분홍색이 감도는 대리석으로 꾸며진 아담한 궁이다. 애첩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시원한 여름날 저녁, 몸을 타고 흐르는 하늘하늘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정원에서 와인 파티열기에 좋을 듯 싶다.
인내심으로 긴 줄을 참고 들어온 베르샤유 궁. 역시나 화려하다. 비싼 가구점에서 본 듯한 가구들과 장식, 그림으로 장식된 벽과 천정, 치렁치렁 매달린 장식의 샹들리에가 떨어질 듯 무거워 보인다. 방들은 각각 다르게 꾸며져 있다. 일직선 상에 놓인 구도는 비슷하지만 현재 관람을 위해 당시의 소품들을 최소화 한 듯 하다. 덜렁하니 작은 침대가 놓인 방 ? 사실 작다고 하지만 화려함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다고 한 것이지 무척이나 비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 그림으로 가득한 방은 당시의 화려했을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많은 방들을 지나면 거울의 방이 나온다. 벽과 천정의 주요 장식물이 거울이고 샹들리에도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무도회와 같은 모임이 열렸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방 중에 하나.
궁전 내부를 한참 만에 돌아 나와도 밖에는 아직도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베르사이유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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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를 만난다. 라데팡스
어디를 가나 묵직하고 고풍스런 건물이 시야에 가득 차던 파리 시내와 달리 이 라데팡스는 미래의 도시다. 네모 반듯한 건물, 유리로 채운 벽, 반듯한 보도, 규격에 맞게 깔린 길, 계획적인 도시의 모습이 사뭇 새롭다. 어디선가 불쑥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튀어나와 신분증 검사라도 할 것 같고, 미래를 구할 로보트라도 튀어 나올 듯하다.
라데팡스 지구의 가장 윗 부분에 있는 신 개선문은 튼튼한 두 다리를 가졌다. 신 개선문은 마치 높은 곳에서 라데팡스와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통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 개선문을 올라갈 수 있는데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신 개선문에서는 멀리 샹제리제 거리가 보인다. 신개선문과 샹제리제의 개선문이 마주 보게 지어졌는데 날이 좋으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라데팡스 지구의 특이한 점은 이러한 현대적인 모습에 비해 자동차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데팡스라 불리는 곳 안에 자동차가 안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치의 자동차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도시인 이곳은 설계할 때 아예 자동차 모습은 물론이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도록 지하통로 혹은 우회도로를 이용해 자동차 모습을 사라지게 했다 한다. 그러니 더욱 미래 도시같다. 신 개선문 계단에 걸터 앉아,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샹제리제와 나폴레옹의 개선문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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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 유람선 타기
그렇게 세느 강을 찬미하던 사람들에 의해 우린 많은 환상과 편견을 키워왔다. 그래서 어쩌면 다소 실망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워한 세느 강은 그 크기와 규모가 아니었다. 세느 강이 만들어 주는 파리의 분위기와 그리고 파리에서 만든 추억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세느강 유람선은 밤에 타야 한다. 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네모 반듯반듯 한 한강의 다리와 달리 부드러운 아치와 비슷한 듯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 세느강의 다리들은 작아서 친근하다. 오히려 한강의 다리가 거대하다 느껴질 정도다. 밤이 되어 불이라도 밝혀지면 그 돌로 만들어진 다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강 주위로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과 거리, 그리고 은은한 가로등이 보여주는 모습은 낮과는 사뭇 다르다. 조명으로 빛나는 에펠탑도 멋진 몸매를 자랑하고 강바람을 맞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머리카락이 느낌이 좋다. 밤은 사람들을 로맨티스트로 만들어주고, 세느강과 파리는 잔뜩 그 기분을 부추기고 있다.
길거리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파리엔 유난히 길거리에 테이블이 많다. 작은 공간이라도 보이면 어김없이 테이블을 내놓고 거리에서 음식 먹기를 즐긴다. 아무래도 햇볕이 흔하지 않은 유럽의 날씨 탓인 듯 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야외 테이블은 아무리 햇볕이 흔하고 공해가 없는 도시라 해도 삭막함으로 가득 차 낭만을 잊었다면 흉내내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먹는 것이 더 이상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즐길 줄 알고 여유를 찾아야만 가능한 것. 파리에선 아주 많은 여유를 즐겨야 한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유난히 여유롭다. 햇살이 그렇게 하는지는 아니면 유럽인들의 식사시간이 넉넉한 이유 인지는 몰라도 커피 한잔을 마셔도 느긋하다. 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혹은 멋진 카페를 만났다면 주저 없이 앉아 커피 한잔을 시켜보자. 그러고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자. 물론 무례하지 않게.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멋진 미소로 답례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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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알뜰하게 여행하자!
- 파리 비짓 패스와 까르네 교통패스를 이용하면 그때 그때 표를 사는 것 보다 편리하고 또 저렴하다. 파리 비짓 패스는 1일, 2일, 3일, 5일권이 있는데 파리와 파리 근교의 지하철, RER, 버스, 교외 기차등을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랜드와 베르사이유궁, 공항까지의 교통편 이용도 포함된다.
반면에 파리의 지하철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까르네가 있는데 10장을 한꺼번에 사서 사용하는 것으로 하나씩 살 때 보다 저렴하다. 대신 베르사이유나 디즈니랜드와 같은 파리 교외선은 이용할 수 없지만 일행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 박물관 패스 파리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다. 애초에 이 방면에 관심이 없다면 모르지만 박물관 몇 곳 들어 가다 보면 입장료가 적잖이 들어간다. 박물관 애호가들을 위한 패스가 박물관 패스다. 이 패스로는 정해진 기간 동안 파리와 파리 근교의 박물관, 기념관 60여 개를 자유로이 들어갈 수 있다. 1일, 3일, 5일권이 있다.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들
- 유럽 국가 중 수도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사 마시는 물 중에는 가스 성분을 함유한 물과 그렇지 않은 미네랄 워터가 있는데 가스 성분의 물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잘 골라서 선택. 그리고 식당들은 별도로 물값을 받는 곳이 많아 생각 없이 주문하다간 영수증에 올라와 있는 물 값에 놀랄 지도 모른다.
- 파리 시내에서 움직일 때는 아무래도 지하철이 가장 편리한데, 영어표기가 많지 않아 필요한 용어를 알아 가는 것이 편리하다. 출구는 Sortie, 갈아타는 곳은 Correspondance, ~행(방향)은 Direction이다. 또한 지하철 중에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것도 있으니 타고 내릴 때 문 중간에 있는 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려서 직접 열면 된다.
- 조심조심, 소매치기 조심 여행객이 많은 유럽의 도시 치고 소매치기 없는 곳이 드물어 관광지나 지하철 내부, 역 주변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항상 소지품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