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조선인 하와이 이민선을 타다 - 안재창의 가족 생애사로 본 아메리카 디아스포라
안형주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우연히 들어온 책이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럼에도 술술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몇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저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친 교수다.

그리고 안씨 집안이다.

그의 조상으로 처음 미국에 이민온 주인공 안재창은 저명한 독립운동가 안창호의 삼촌이었다.

하와이로 건너왔다가 본토로 넘어가고 다시 여러 곳을 이동하다가 디트로이트에서 사업을 일으켜 크게 성공하였다.

당시 교포 사회에서 대단한 성공사례였다.

그를 만나러 각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왔고 그중에서도 독립운동 하는 이들을 후원하였다.

"다 떨어진 양복을 입고 온 신사가 열변을 토했다. 국제정세를 이야기하고 독립의 의지를 표명한다

안재창은 그의 옷을 새로 사 입히고 여비를 주고 잘 대접하였다"

바로 이 사람이 이승만이었다.

상해와의 갈등에 대통령에서 해임되고 외로웠던 유랑 낭인의 꾸준한 후원자였다.

안재창이 재혼하려고 할 때 후보를 추천했지만 안창호가 열 받아서 반대했다는 일화도 흥미로웠다.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하와이에서 이승만과 박용만은 끝까지 대립하였고, 결국 중국으로 건너간 박용만은 의열단에 의해 암살되고 만다.

의열단의 대표자 김원봉이 최근 <암살>이라는 영화로 재조명 되고 있다. 해방후 이승만에게 쫓겨 북으로 갔다가 숙청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낸 김원봉의 삶이 불우하다고 볼 수 있다.

박용만 또한 평생 바친 운동의 뒤안길에 불우한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독립운동가들이 열성적인 삶을 살아갈 때, 또 한편 경제인으로서 어메리칸 드림을 만든 인물들이 안재창과 그의 회사 동료들이었다.

이 부분부터 이야기는 경제사,기업사가 된다. 그런데 한편의 기업전쟁 이야기를 보듯이 무척 흥미로운 서술이었다.

중국인들이 도입한 차우면을 통조림과 식자재,외식으로 만들어 배달 공급하는 사업은 아시아와 미국의 문화가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기회였다.

곳곳에 창의력이 도입되었다. 통조림을 하나로 아니면 둘로, 조리법을 간단히 아니면 잘 등 아이디어가 여럿 필요로 했다.

미국 가보면 중국식 프랜차이즈가 꽤 인기다. 싼값에 면과 밥을 맛보고 덤으로 각종 고기도 먹을 수 있어서 맥도날드에 비하면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그 원조에 한국인 기업이 있었다니 정말 신기한 이야기였다.

대공황과 2차대전이라는 격변에서 계속 뻗어가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성공스토리는 정말 재미있었다.

저자의 역사서술은 주인공 개인과 주변인물들의 개인사와 더불어 기업이라는 조직과 주변의 경영활동이 포개진다. 더해서 당시 미국의 경제 환경까지 배경으로 잘 서술해낸다.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의 차이점,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임금차, 미국의 자본가들이 때로는 중국,일본인들을 쓰다고 버리거나 구류하는 것, 그런 순간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회.

이런 일들이 읽는 이에게 꽤 흥미를 준다.


많이 읽히지는 못한 책이지만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역사는 먼 남의 일, 높은 영웅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내 주변,내 조상의 분투기이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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