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잃었다는 사실, 그에 대해 내가 느끼는 회한은 헤아릴 길 없다. 일단 말을 하기 시작한 사람에게 어떤 불행이 덮치는가는 말할 수 없다. 부동의 불행, 그것 자체가 묵언에 바쳐진 불행. 그것으로 인해 호흡할 수 없는 것이 내 호흡의 기본 원소가 된다. 나는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혔고, 집에는 아무도 없고, 집 밖에도 거의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고독 자체가 말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대로 이 말하는 고독에 대하여 말을 해야 한다.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침묵 위에 그것보다 더 큰 침묵이 지켜보고 있고, 그것 위에는 또 그보다 더 큰 침묵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고독이 소리를 죽이고 침묵하기 위해서만 말을 받아들이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고독은 무한히 말의 반향을 일으키고, 무한은 그것의 메아리가 된다.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