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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잃었다는 사실, 그에 대해 내가 느끼는 회한은 헤아릴 길 없다. 일단 말을 하기 시작한 사람에게 어떤 불행이 덮치는가는 말할 수 없다. 부동의 불행, 그것 자체가 묵언에 바쳐진 불행. 그것으로 인해 호흡할 수 없는 것이 내 호흡의 기본 원소가 된다. 나는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혔고, 집에는 아무도 없고, 집 밖에도 거의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고독 자체가 말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대로 이 말하는 고독에 대하여 말을 해야 한다.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침묵 위에 그것보다 더 큰 침묵이 지켜보고 있고, 그것 위에는 또 그보다 더 큰 침묵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고독이 소리를 죽이고 침묵하기 위해서만 말을 받아들이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고독은 무한히 말의 반향을 일으키고, 무한은 그것의 메아리가 된다. (p.48)





 
 
 


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

의심이 없는

성실한

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


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

맹세를 모르고

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

모든 것을 부인하는 중


죽은 사람의 과거가 빈방에서 깊어가고

소년들은 캄캄한 글씨를 연습하느라 손가락만 자라고

늙은 개의 이빨은 우우 짖을 때마다

설탕처럼 녹아가는데


신축건물들이 들어서자

몇개의 골목이 중얼중얼 완성되고

취한 남자는 검게 그을린 공기 속을 흘러가고

밤은 그의 긴 골목이 되었다가

그가 되었다가


드디어 외로운 신호처럼 

보안등이 켜지자

개의 이빨은 절제를 모르고


갓 태어난 울음들이

집요하고 가득한 밤을 향해

오늘도 녹아가는 이빨을

필사적으로 세우고


- 밤의 연약한 재료들, 이장욱 <생년월일>





 
 
 
요츠바랑 데일리 캘린더 2012 [탁상용 미니 캘린더 포함]

아즈마 키요히코, 요츠바 스튜디오 엮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매일 기분이 좋네요.


 
 
 

외국의 내 지인들은 구체적인 논평이나 수치를 대면서 한시라도 빨리 가능한 한 서쪽으로 피신하라는 충고를 메일로 보내오고 있다. 광주의 ㅅ교수는 "살 집을 마련해둘 테니 빨리 한국으로 건너오라"는 친절한 연락까지 해왔다. 그러나 아내와 의논 끝에 이곳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앞날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나만 도망가는 게 미안하다거나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도 아니다. 지금 내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하긴 어렵다. 다만 나치스가 대두한 뒤 홀로코스트 위기가 임박한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망명하지 않았던(또는 망명할 수 없었던) 유대인들을 거듭 떠올리고 있다.

집에 돌아와 창밖을 보니 전기가 끊어진 거리는 어둡게 가라앉았고 그 상공에 검붉은 노을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걸 보고 "예쁘기도 해라"하고 아내가 말했다. 오히려 불길한 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잠시 망설이다 그 생각을 말했더니 "불길한 건 예뻐요"하고 아내는 말했다. 

- 서경식, 2011.3.20 한겨레



 
 
 
Broken Bells - Broken Bells 
브로큰 벨즈 (Broken Bell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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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좋군요 이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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