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이라고는 고작 30명 남짓이며, 다른 사람 미니홈피에 방문하여 글을 쓰는 일도 거의 없는 내 **월드 미니홈피의 1일 방문자 수가 100명에 육박했던 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메일 찾기로 미니홈피를 알아낸 누군가가 찾아왔더라. 유난히 멀리하고 싶었던 사람은 아니었음에도 게시판 폴더의 대부분을 비공개로 해놨던 걸 그때만큼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차라리 말해주지 말지.

그래, 블로그는 블로그다. 꽁꽁 숨어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한때는 비공개 클럽을 만들고 "엄선된 일촌"들만을 초대하여 회원가입 시켜 미니홈피 대용으로 사용할까 생각했었고, 그러다 어이없어 혼자 웃었다. 그냥 안쓰면 그만일 것을, 인간관계의 그룹이 섞이는 걸 그토록 싫어하는 내가, 일촌 뿐만 아니라 무촌과 이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내가 기어이 미니홈피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어떤 사람이 내가 주로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메일과 게시판의 글을 몽땅 훔쳐본 일이 있었고, 삐삐를 사용하던 시절 음성을 도둑맞았던 적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이 내 아이디를 도용하여 글을 써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나는 유명인이 아니니, 결국 삶을 잘못 산 것일까.

어쨌거나 나의 **월드 블로그는 사진첩 모음집이 되어간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사진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 같은 건 없이 나만의 독사진이 그득그득한. 어차피 얼굴이야 빤히 아는 것 아닌가. 다만 내가 누구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스케이트를 타는지는 알 수 없을 뿐.

 언젠간 이곳도 마찬가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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