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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돈 벌자고? ㅣ 창비아동문고 261
박효미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1년 1월
평점 :
1980년대 초반, 아들이 별나게 많은 바닷가 작은 마을에 전나무 집만 딸이 셋이다. 가희, 나희, 다희.
그 해 겨울, 연탄을 아낄 요량으로 엄마는 가희와 나희를 한방에 몰아넣는다.
멋대로 자고 내키는 대로 일어날 거라고, 가희는 방학 첫날 결심했다. 그게 방학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는 학교 다닐 때만으로도 충분했다.
책가방은 방학한 날 던져 놓은 그대로 책상 밑에 처박혀 있었다. 물론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은 채였다.
방학 숙제 따위야 상관하지 않았다. 숙제야말로 개학 직전에 얼렁뚱땅 해치워야 제맛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곧 새 학년이 되는데, 은근슬쩍 넘기면 그만이다. (8쪽)
와! 깜짝 놀랐다. 어쩌면 우리집 딸아이와 이렇게 똑같은지...
'~에 대한 예의, ~래야 제맛' 이라는 말은 딸아이도 자주 쓰는 표현이다.
방학 숙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판이하게 다르다.
여름방학숙제는 나름 성의를 보이는 편이지만 겨울방학은 아니다.
그저 가희처럼 전날에 얼렁뚱땅 해치우고 제출한다는 데 의의를 두는 편이다.
곧 새 학년이 되기 때문에 선생님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나희는 지우개똥 하나만 떨어져도 벌벌 떨며 숫제 언니처럼 구는 동생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두 자매가 한 방에서 살게 됐으니 서로 미칠 노릇이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은 오직 '돈'밖에 없다는 결론하에 가희는 백만장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희 또한 미덥지 못한 언니지만 속는 셈치고 언니의 제안에 동참하게 된다.
자기네 논에서 장치기를 하고 노는 남자아이들에게 입장료로 구슬을 받기 시작한 자매는 제대로 '구슬맛'을 알아간다.
입장료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고구마도 구워 팔고, 장치기용 막대도 팔며 구슬주머니를 점점 불려간다.
원래 겨울이면 집 안에서만 지냈던 전나무집 자매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된다.
특히 가희는 이제 아예 대놓고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장치기, 구슬치기, 벽치기, 썰매타기 등 바깥놀이에 완전히 빠진다.
급기야 구슬 흔드는 소리만 들어도 몇 개인지 알아 맞춘다는 짤짤이의 달인 팔석이에게 구슬을 몽땅 잃게 된다.
한 방이면 된다는 생각에 그만 엄마의 돈에 손을 대게 되는 가희.
어떻게든 구슬을 되찾기 위해 애쓰던 와중에 우연히 엿보게 된 어른들의 무시무시한 '쩐의 전쟁'.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려고 했던 가희의 꿈은 그렇게 사그라졌지만, 그 해 겨울 가희는 누구보다도 많이 배웠을 것이다.
돈, 친구, 우정, 놀이, 가족애,,,,,
거친듯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뒷부분의 급격한 상황변화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든 <오메 돈 벌자고?>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신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토지문화관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박효미 작가의 말에 더욱 기뻤다.
왜? 여기는 토지문화관이 있는 원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