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1
이루리 지음 / 북극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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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루리 작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선물받은 책이 사촌형이 사 준 찰스 다윈의 전기 <비이글 호의 박물학자>였고,  두 번째로 선물받은 책은 큰형이 선물한 <무기여 잘 있거라>였다고 한다.

나에게 처음 책을 선물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생각보다 쉽게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때 친구였다.

그 친구의 방은 삼면이 가득 책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친구의 집이 너무 좋아 내집 드나들 듯 드나들며 책 속에 파묻혀 사는 기쁨을 맛보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책을 선물받은 건 기억이 나는데 어떤 책을 선물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나에게 독서의 기쁨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그 친구가 오늘 문득 그리워졌다.

 

이루리 선생님의 책 소개글은 참 소박합니다.

동네 아줌마 같고, 어색하게 아이 책을 골라주는 아빠 같습니다.

작가이자 편집 기획자인데 전문용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평론가들의 책 소개에 익숙했던 나는 당황했습니다.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는데, 쉬운데... 참 깊습니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김소희 관장의 추천사다.

어쩜 이리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꼭 집어 표현해 놨는지...

혹시 그림책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책의 역사니, 그림기법이니 하는 어려운 그림책 이야기가 싫다면,

옆집 아줌마 혹은 옆집 아저씨와 수다떨듯 편안하게 그림책을 볼 수 있는 <아빠와 함께 그림책여행>을 추천한다.

 

이 책을 중간쯤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림책을 보지 않고 그림책 이야기를 읽으려니 왠지 해답지보고 문제 푸는 기분이 들어 영 찜찜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책을 그야말로 한보따리 빌려왔다.

빌려온 그림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동안 내가 그림책을 어떻게 보아왔나 하는게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옷이나 신발, 가방에만 명품 브랜드가 있는 게 아니듯 그림책에도 잘나가는 믿고 보는 브랜드가 있다.

그동안 주로 유명 출판사의 그림책과 잘 알려져 있는 국내외 작가의 그림책만을 보아왔던 나로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책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중 <꿈꾸는 변신대왕>은 '제목을 제외한 모든 것이 재미있는 그림책'이라는 이루리 작가의 생각에 크게 동감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용이 예상되는 뻔한 제목때문에 절대로 펼쳐보지 않았을 그림책이었다.

아이와 엄마의 동문서답하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짠하게 만드는,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편한 그런 그림책이었다.

 

그 외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에게 얼굴을 가릴수 있도록 빨간 풍선을 건네주는 황수민 작가의 <빨간 풍선>과 단점이 있어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조수경 작가의 <내 꼬리>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한때 열심히 보았던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도 반가왔다.

오늘밤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 <눈 오는 날의 생일>과 <작은 새가 온 날>을 다시 봐야겠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여행>덕분에 숨겨져있던 혹은 보지 않았던 혹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그림책들을 펼쳐보게 되었다.

모든 그림책은 일단 펼쳐보고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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