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샤브루베시를 거쳐 다시 카트만두로


열흘 남짓 '히말라야의 산길'만 죽어라 오르내릴 줄 알았던 우리 일행에게 '포카라에서의 1박 2일'은 예정보다 사흘씩이나 일찍 찾아온 고된 산행 후의 달콤한 휴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뜻밖의 여정'이었다.

솔직히 나는 '포카라'에 도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곳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단지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쪽으로 트레킹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도시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포카라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은 카트만두와는 너무나 다른 도시였고, 왠지 며칠이라도 좀 머물며 편안하게 쉬었다 가고 싶은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었다.

매연으로 답답했던 카트만두와 달리 포카라는 공기부터 온화하면서도 쾌적했다. 길거리도 그만하면 카트만두보다 훨씬 더 깨끗한 편이었으며 우리가 머무를 숙소에 도착하고보니 말로만 들었던 안나푸르나의 '마차푸차레'가 야트막한 산능선 너머에 거짓말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우리가 랑탕의 설산을 보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버스를 타고 '하루 온종일'을 달려갔던 걸 생각하면 '안나푸르나'는 포카라에서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포카라행 비행기를 타느라 서둘렀던 우리는 호텔에 도착한 후 곧바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산마루'를 찾았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고산병 때문에 입맛을 잃었던 데다가 현지식 메뉴판은 펼쳐보기 두려울 정도였던 우리 일행들은 김치찌게와 된장찌게가 마냥 반가웠고, '우리 고유의 음식'에 대한 한동안의 간절했던 욕구를 '산마루'에서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모처럼 아침을 든든하게 채운 우리는 산책도 할겸 포카라의 페와 호수 주변을 따라 이어진 일명 '레이크사이드'를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목사님과 함께 비용이 가장 저럼한 곳을 찾아 '예약'을 해 놓기도 했다.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포카라 시내에 있는 '국제산악박물관'을 두시간 가까이 관람했다.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영상물'은 몹시 빈약했지만, 나머지 전시물들은 하나하나 눈여겨 볼 만했다. 특히나 히말라야 등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산악계의 영웅들'을 그곳에서 직접 만났을 땐 가슴 뿌듯한 자긍심도 느꼈고, 안나푸르나에서 대원 2명과 함께 실종된 박영석 대장과 낭가파르밧에서 하산하는 길에 추락사한 고미영 대장을 마주 대할 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슬픔과 함께 잠시나마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금 빌었다.

두시간에 가까운 박물관 관람을 마친 우리는 다시금 '산마루'로 되돌아와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산마루'는 아침 식사도 정말 맛있었지만 두번째로 들러 늦은 오후에 마시는 '막걸리'와 '감자전' 맛이 그만이었다. 우리 일행은 '감자가루'가 바닥이 나도록 '막걸리'와 '감자전'을 끝없이 주문해서 배가 터지도록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햇살이 누그러지는 초저녁에 다시금 헤와 호수 주변 골목길로 산책을 나갔다.
 
서너명씩 자유롭게 호수까지 걸어가 보트를 타기도 하고 커피숍에 들러 차도 마시고 또 맥주를 마시기도 하였다. 뿔뿔이 흩어져 다니던 우리 일행들은 밤길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길거리에서 다시 합류한 뒤 '맥주와 튀김닭'을 사들고 호텔 앞뜰로 이동하여 '맥주파티'를 즐긴 다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포카라는 원래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던 히피들이 자연스레 이곳에 모여들면서 만들어진 도시였다고 한다. 지금은 히피들이 다 떠나고 없다지만 우리 일행이 단지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왜 수많은 여행객들이 그토록 오래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는 곳인지 금방이라도 알 것만 같았다.


 -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미니버스로 이동중.




 - 우리가 탈 비행기는 대략 46인승쯤 되는 듯.




 - 히말라야의 햇빛 덕분에 검게 그을린 장대장님.




 - 매연이 자욱한 카트만두 상공




 - 오른편 창가로는 '히말라야 산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 비행한 지 불과 30분 만에 착륙.




 - 가로수처럼 심어놓은 나무엔 보라색 꽃이 활짝 피어 있다.




 - 호텔 베란다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6,997m), 네팔 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며 등정이 금지된 미답봉.




 - 한국음식점 '산마루' 한켠에 내걸린 광고 플랭카드.



 

 - 페와 호수 주변, 일명 '레이크사이드'




 - 레이크사이드를 산책하는 공이사.




 - 그 뒤를 따르는 상준이.




 - 저만치 앞서가는 이대표와 상준이 아빠.




 - 30여 년 전 안암골에서 함께 공부했던 세 분의 동창생.



 - 힘든 일도 억척스레 해내는 네팔 여인들.




 - 포카라는 벌써 한여름 분위기.




 - 태극기가 보이는 거리.




 - 이곳이 바로 여행자들의 천국




 - 셰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 3극점,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




 - 김재수, 엄홍길, 한왕용 대장, 세 사람 모두 14좌를 완등했다.




 - 세계 최단기간 14좌를 완등한 김창호 대장, 촐라체 사고로 두 손을 잃은 박정헌 대장.




 - 고미영 대장.
    2006년부터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등정에 나서 4년간 11좌를 등정하였으나,
    마지막으로 등정한 낭가파르밧에서 하산하던 중 '칼날능선'에서 실족하여 사망했다.



 - 박영석 대장,
   1989년 랑탕리룽(7,225m)에 최연소 원장대장으로 도전해 동계 세계최초 등반. 
   1991년에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도전했으나 100m 추락후 이틀 동안 의식을 잃는 사고를 당함.
   2001년 K2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인 최초 14좌 완등, 세계에서는 8번째 기록.
   2004년과 2005년 남극점과 북극점 정복에 성공하여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 슬램' 달성.
   2011년 안나푸르나(8,091m) 남벽에 신루트 개척을 위해 나섰다가 강기석, 신동민 대원과 함께 실종.



 - 전설 속의 설인, 예티




 - 산악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 WHO LOST THEIR LIVES




 - 보트를 타러 헤와 호수로~


 - 놀러 나온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물'을 치며 고기를 잡는 중.



 - 페와 호수에 드리운다는 '안나푸르나'는 찾을 길 없고 꽃잎만 떠다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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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 포카라의 '낮술'에 모두가 쓰러질 뻔.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7 
    포카라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이튿날 '사랑곳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고 호텔을 출발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겠다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갔을 땐 연무 때문에 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여명을 뚫고 빨간 해가 짠~ 하고 나타났을 땐 속에서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일출을 감상한 뒤 호텔로 되돌아와 아침을 먹고 나서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한 일곱명은 다시 사랑
 
 
 
6. 캉진 곰파에서 라마호텔로


어제 오후에 라마호텔(2,410m)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산병'이 아직 제대로 가시지 않았는지 어제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숟가락을 뜨다가 속이 너무 울렁거려 그 자리에서 토할 뻔 했다.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감자를 두 개쯤 간신히 먹긴 했으나 나중엔 물조차 마시기에 역겨울 정도로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는다. 혹시나 잠을 자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삶은 감자를 두 개 챙겨들고 내 방으로 일찍 올라와 드러누워 쉬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삶은 감자 두 개는 나중에 카트만두에서 배낭을 정리할 때 툭 튀어 나왔다.)

간밤에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은 한결 몸이 나아진 듯싶다. 아침을 먹을 때부터 조금씩 입맛이 살아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젠 히말라야를 내려올 만큼 내려왔고 오늘밤이면 다시 카트만두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쉽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산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다 내려갈 수 없을까를 궁리해 보았다. 혹시라도 원하는 동참자가 있으면 뱀부(1,970m)에서 다시 툴루샤프루(2,210m)로 올라가 거기서 1박을 더 머문 후 다음날 아침 툴로바르쿠(Thulo Bharkhu, 1,860m)로 하산해서 카트만두로 들어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피력해 보았다. 다행히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이대표와 여전히 생생한 공이사가 '그게 좋겠다'고 합류할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우리 일행 셋은 포터 2명과 함께 (1박 2일간) 따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런데 나머지 일행들이 오늘 밤에 카트만두로 들어가면 내일은 곧바로 '포카라'로 날아갈 예정이라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과연 여기서 하루를 더 머물기 위해 '포카라'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싶었고, 세 명만 따로 이동하는 데 따른 교통편 등을 생각해 보니 따로 움직이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모두가 함께 오늘밤 카트만두로 복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라마호텔에서 샤브루베시까지 내려가는 길은 반나절이면 족한 거리였다. 그래서 모두들 '내일은 포카라에 간다'는 부푼 희망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내려왔다. 하산을 마칠 즈음엔 빙하가 녹아내린 랑탕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그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다시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위험스런 비포장도로도 걱정이었고, 카트만두로 되돌아가는 깜깜한 밤길 주행도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너무 늦지 않은 시각에 무사히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된 산행이 끝남과 아울러 고산병에서도 점차 벗어나 입맛까지 되돌아왔다. 늦은 밤 카트만두의 한국음식점에서 시켜 먹었던 '시원한 물냉면'은 정말 '온몸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눈물겹게 맛있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롯지보다 훨씬 더 편안한 숙소로 되돌아와 말끔하게 샤워도 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더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제 고생은 다 끝났구나' 싶은 안도감과 함께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 이른 아침 라마호텔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들.



 - 포터들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때가 가까워졌다.



 - 오늘을 끝으로 히말라야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다들 조금씩 아쉬운 느낌도 드는 듯...




 - 담배 피는 아저씨.
어릴적 할아버지가 피우시던 곰방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 다 큰 아들이지만 그래도 배낭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주고픈 게 아빠의 심정.



 - 어제 하루종일 말을 타고 이동하느라 고생이 심했던 이상무의 모습도 오늘은 한결 나아진 듯.




 - 벌써 뱀부...... 




 - 체르코리를 오를 때 유일하게 마주쳤던 팀이자, 이번 트레킹을 통해 만난 유일한 아시아팀인 '말레이지아팀' 




 -흐르는 저 랑탕 콜라(Langtang Khola)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조금 더 참아 본다. 기회가 있겠지......



 - 이제 가파른 산길도 거의 다 내려온 듯싶다. 




 - 내려온 길을 되돌아보니 '설산'은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어느새 주위가 온통 푸르다.



 - 이젠 정말 다 내려왔다. 여길 지나치면 발 담글 곳조차 없다. 




 - 공이사는 아예 '온몸'을 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속에 완전히 담갔다. 물론 곧바로 튀어 나왔다. 덜덜덜 떨면서...



 - 다시 버스를 타고 샤브루베시를 떠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 여기가 아마도 '따망 마을'이 아닐까 싶다. 가파른 산비탈에 제법 많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 몹시도 좁은 도로이지만 서로들 용케 비켜 다닌다.




 - 높은 산속 읍내

 


 - 도로 한켠이 마치 읍내 장터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약장수가 '퍼포먼스'를 곁들여 무슨 물건을 파는 듯.




 - 저 멀리 우리가 떠나온 곳을 되돌아보니
아직도 여전히 '설산'이 보인다.




 - 위험한 비포장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 아이들은 이 길을 따라 등하교를 하는 모양이다. 모두들 책가방을 둘러멘 차림이다. 



 - 산길을 다 내려오니 이런 '평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산행을 끝내고 여기서 먹은 '물냉면'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동치미국물도 너무나 시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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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 '여행자의 천국' 포카라를 가다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7 
    열흘 남짓 '히말라야의 산길'만 죽어라 오르내릴 줄 알았던 우리 일행에게 '포카라에서의 1박 2일'은 예정보다 사흘씩이나 일찍 찾아온 고된 산행 후의 달콤한 휴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뜻밖의 여정'이었다.솔직히 나는 '포카라'에 도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곳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단지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쪽으로 트레킹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도시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포카라에 도착하고 보니 그
 
 
 
5. 랑탕빌리지에서 체르코리까지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왕체력을 자랑하는 장대장님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새벽 6시에 '랑시사카르카'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고(어쨌든 오늘은 각자 원하는 대로 이동하여 저녁에 '라마호텔'에서 모이기로 했다.), 어제 체르코리 대신 곰파(티벳 불교 사원)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벌써 '라마호텔'을 향해 출발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와 공이사, 그리고 상준이 셋은 '캉진 곰파'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설산들을 코앞에 놔두고 그냥 '훌쩍' 떠나기에는 마음이 좀체로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낮에 올랐던 체르코리는 밤새 내린 눈으로 뒤덮혀 하얀 설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캉첸포도 어제 보다는 훨씬 더 뚜렷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을 환히 드러내 놓고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여기서 하루 이틀 더 머물면서 저녁 일몰과 새벽 일출까지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이제 여길 떠나면 언제 다시 저 멋진 봉우리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태초에 대지가 일어나고 빙하가 흘려 내렸던 그 까마득한 옛날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인 대자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어디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을까. 사진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특별한 느낌들'만 그저 한가득 가슴에 품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잘 있거라 랑탕 리룽이여, 캉첸포와 체르코리여!

우리는 캉진 곰파를 출발하여 라마호텔로 이동하는 내내 체르코리의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자주 '위쪽'을 되돌아보며 걸었다. 그러나 어제 무리하게 체르코리를 오르려다 고산병을 얻었는지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려 이제는 초콜릿 조차도 먹기 싫을 정도가 되었다. 점심 때에도 거의 먹지 못하고 한 켠에 드러누운채 휴식을 취했다. '입맛'이 떨어져 먹은 건 없지만 이상하게도 배는 고픈 줄 몰랐다. 랑탕빌리지에서 잠시 쉬는 동안 비싼 '코카콜라'를 한 병 사서 세 사람이 나눠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콜라는 전혀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었다.

오후 늦게 라마호텔에 도착해 보니 다들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에베레스트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힘든 산행'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난 뒤에 찾아오는 '홀가분함'에 살짝 물든 듯했다. 그러나 다들 잃어버린 입맛 때문에 그저 마음만 앞설 뿐 몸이 따라주지 못했고 뒤이은 저녁식사도 겨우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난 뒤 '향후 일정'에 대해 또다시 의견들을 수렴한 결과 [툴루샤프루-촐랑파티-고사인쿤드-신곰파]로 이어지는 코스는 결국 포기하기로 하였다. 내일 아침부터 '곧바로 하산'하여 샤브루베시를 거쳐 버스를 타고 다시 카트만두로 되돌아가기 한 것이다. 다들 (별로 원치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복잡한 카트만투'로 되돌아간다는 우울한(?)소식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좋아라 하고 반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지만 그 당시로서는 어서 빨리 '입맛'을 되찾아 뭐라도 좀 배불리 먹고 싶은 생각 뿐이었으니, 히말라야 조차도 '금강산도 식후경'에서 조금도 예외일 수 없었다.


 - 화창하게 갠 아침, 왼쪽의 랑탕 리룽(7,225m)과 오른쪽의 킴슝(6,745m)의 모습



 - 하산할 채비를 마친 일행들




 -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컨디션이 엉망인 이상무는 결국 라마호텔까지 '말'을 타고 하산하기로......




 - 캉진 곰파에 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꼬맹이.


 - 꼬맹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보지만 그다지 '협조'할 생각이 별로 없는 듯.




 - 뒷편으로 펼쳐진 강자 라 히말(Kangja La Himal)을 배경으로.




 - 마음은 금방이라도 '체르코리'를 다시 올라가고 싶지만......




 - 킴슝을 배경으로.




 - 어디서 오는지 몰라도 이른 아침부터 짐을 메고 내려오는 부지런한 포터들.




 - 체르코리여 안녕~




 - 랑탕리룽과 킴슝.




 -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빛나는 체르코리와 캉첸포(6,387m).




 - 뒤돌아보니 어느새 조금씩 캉진 곰파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 불경을 새겨넣은 돌탑인 마니월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 마니월과 눈으로 덮힌 체르코리.




 - 러시아에서 왔다는 두 명의 아가씨와 함께.




 - 드넓은 목초지에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중.




 - 티벳에 가까이 사는 이곳 아이들은 마치 우리나라 시골마을의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 초콜릿에 눈이 멀어 내 배낭에까지 손을 대다가 엄마한테 '팔뚝'을 한 대 얻어맞고 계면쩍게 긁적이는 아이.





 - 광활한 계곡, 푸른 하늘과 설산이 아스라히 펼쳐진 랑탕 계곡.




 - 체르코리는 어느새 눈이 녹아 산허리까지 맨살을 드러낸 모습으로 바뀌었다.




 - 고라타벨라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말에 오르는 이상무.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올 때 말에서 떨어지면서 '크게 다칠 뻔' 했단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 * *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①_랑탕리룽의 일출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②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③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④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⑤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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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샤브루베시를 거쳐 다시 카트만두로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7 
    어제 오후에 라마호텔(2,410m)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산병'이 아직 제대로 가시지 않았는지 어제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숟가락을 뜨다가 속이 너무 울렁거려 그 자리에서 토할 뻔 했다.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감자를 두 개쯤 간신히 먹긴 했으나 나중엔 물조차 마시기에 역겨울 정도로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는다. 혹시나 잠을 자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삶은 감자를 두 개 챙겨들고 내 방으로 일찍 올라와 드러누워 쉬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4. 둘째날, 랑탕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다.


오늘은 드디어 '체르코리'(4,984m)에 오르는 날이다.

당초 일정대로였다면 우리는 랑탕빌리지를 출발하여 캉진 곰파(3,870m)까지만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일찍 캉진 곰파까지 이동하게 되면 오후 시간이 통째로 남게 되지만, 그래도 고산 등반에 필수적인 '고소 적응'을 위해 '그저' 캉진 곰파 마을과 주변만 둘러보자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이드인 '텐디'의 얘기로는 '우리 일행의 진행 속도'라면 캉진 곰파에서 체르코리까지 4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으며, 내려오는 데에도 2시간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랑탕빌리지에서 출발하여 체르코리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일정이 바뀌었던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단순 계산 상으로도 표고차만 1,654m(체르코리 4,984m - 랑탕 빌리지 3,330m)에 달하는 코스를 올라갔다가 다시 캉진 곰파로 내려와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선택한 이유는 하산하는 길에 '코사인쿤드(4,380m)를 '보다 여유로운 일정'으로 오르기 위한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 랑탕빌리지에서 출발하여 체르코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건 여러모로 힘든 일정임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차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내심 무리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자는 데 모두들 동의했다. 물론 체력에 자신없는 사람들은 캉진 곰파에 남기로 했기 때문에 모두가 '완강하게' 반대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체르코리 등정 일정은 무리였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우선 랑탕 빌리지에서 캉진 곰파까지 이동하는 동안에 '고소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이○○상무가 예상외로 너무 일찍 '퍼지고 말았다.' 맨먼저 10시쯤 캉진 곰파에 도착한 우리 일행들은 가이드인 '텐디'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학수고대했지만 맨 뒤에 홀로 뒤처진 이상무를 보살피느라 도무지 언제쯤 도착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면서 결국 우리 일행은 보조가이드 1명과 포터 1명만 데리고 체르코리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체르코리까지는 무리일 것 같다고 판단한 4명은 캉진 곰파에 그냥 남아 있기로 하고, 나머지 6명이 사뭇 '비장한 각오'로 길을 나섰다. 그렇지만 '고소적응'을 과감하게 생략한 댓가는 제법 가혹했다. 6명 가운데 3명은 4,300여 미터쯤 오른 이후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어 결국 오후 1시를 전후해서 차례로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너미지 세 명은 금방이라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정상'을 바라보며 계속 전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눈으로 뒤덮인 바위투성이 너덜지대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주위가 온통 바위 뿐인 너덜지대에 눈까지 뒤덮여 있어서 도무지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보조 가이드에게 '길'을 물어봤지만 체르코리는 처음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포터는 무거운 배낭(간단한 점심과 삼각대 등 카메라 장비를 담았다) 때문에 힘에 겨웠는지 먼저 내려가겠다고 했다.

우리 세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체르코리 정상을 오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쉴 틈도 없이 길을 재촉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위를 건너뛰기도 하고 눈 위를 잘못 디뎌 허벅지까지 눈 속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우리 셋은 그곳에서 체력을 너무 소모한 탓에 많이 지쳤다. 게다가 시간적인 여유도 별로 없었고 날씨조차 점점 빠르게 악화되는 듯해서 결국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대략 8부 능선에서 9부 능선까지 올라갔던 터여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더라도 우리가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 과감하게 '하산'을 결정한 건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조금 더 무리를 해서 기어이 정상을 밟았다고 하더라도 그 시각에는 이미 정상에서 좋은 경치를 기대하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하산하는 길 역시 1,000m가 넘는 표고차의 가파른 산길을 서둘러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몹시도 지치고 힘이 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날 저녁에는 실제로 날씨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눈비가 쏟아져 내렸다.

우리가 몹시도 지친 몸을 이끌고 캉진 곰파의 숙소로 되돌아왔을 땐 주위가 제법 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체르코리에서 '고산병'에 제대로 걸렸는지 그날 저녁을 거의 먹지 못하고 기진맥진한 채로 일찍 내 방으로 올라가 그대로 쓰러져 잤다.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 채 침낭 속에 몸을 들이민 채 지퍼를 잔뜩 올리고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더니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는 '오한'이 30분 이상 멈출 줄 몰랐다. 옷을 더 껴입고 핫팩까지 주물럭거려 보았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이러다가 병이 나겠다 싶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고 그후엔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히말라야의 5,000m에 가까운 봉우리를 너무 겁도 없이 무모하게 덤벼들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정상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무사히 내려온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 아침식사를 마친 후까지도 '오늘 일정'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 보조가이드(맨 왼쪽)와 포터들도 괜히 덩달아 심각한 표정들.




 - 랑탕 빌리지에서 출발한 이후 문두(MUNDU, 3,410m)를 지나는 중.




 - 포터들은 저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도 끄떡없이 잘도 걷는다.




 - 갈 길은 멀고...... 목은 마르고......




 - 앉아서 쉬기 딱 좋은 곳이니 잠시 쉬었다 가야지...




 -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히말라야 트레킹은 '너무 즐거워'




 - 히말라야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훌쩍 날아보자 '야호~'




 - 우리 일행 네 분이 뒤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분들 모두 체르코리에는 미련이 없는 분들.




 - 랑탕계곡의 물줄기가 제법 줄어든 걸 보니 많이 올라오긴 올라온 듯.




 - 왼편 끝에 보이는 산이 체르코리(4,984m) 오른편으로는 강첸포(6,387m)와 팡젠도쿠(5,930m)




 - 캉진 곰파가 빤히 보이는 언덕, 바위에 올라서서 한 컷.




 - 캉진 곰파에 다 왔다. 가장 멀리 왼편으로 보이는 뾰족한 산이 강첸포(6,387m)




 - 왼편에 보이는 눈덮인 산이 우리가 올라가야 할 체르코리(4,984m)




 - 캉진 곰파에서 '티벳' 쪽으로 보이는 킴슝(6,745m)을 배경으로~




 - 체르코리를 오르기 위해 길을 가다 보면 넓은 강처럼 드넓게 펼쳐진 광경을 만나게 된다.




 - 체르코리에 도전하는 6인의 결사대.



 - 강물처럼 하얗게 빛나는 부분은 강물이 아니다.



 - 체르코리의 초반부 가파른 능선을 거의 다 올라왔다. (3부 능선쯤 되는 곳)




 - 능선 저 아래로 보이는 강처럼 생긴 곳을 거슬러 올라가면 랑시사 카르카(4,160m)까지 다녀올 수 있다.




 - 이 곳 고도는 대략 4,300m가 넘을 듯한데 가파른 길을 올라와서 그런지 아래쪽이 벌써 까마득하다.





 - 뒷편에 흰구름으로 덮인 산이 랑탕 히말에서는 가장 높은 랑탕 리룽(7,225m)
    벌써 고산병이 심하게 찾아온 이○○ 대표는 아예 바닥에 드러 누웠다. 
    이대표는 곧바로 등산을 포기하고 하산하기 시작했으나 내려가면서도 무려 세번씩이나 쓰러져 잤다고 한다.




 - 체력엔 문제없는 장대장님. 랑탕 리룽을 배경으로~




 - 장대장님과 함께 끝까지 완주한 공이사



 - 나도 랑탕 리룽을 배경으로~




 - 고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늦은 오후로 흐르면서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 보조가이드와 포터도 다소 힘에 겨워하는 모습. 저 친구들도 '고소'에 어려움을 겪는 듯.




 - 구름이 좀처럼 말끔하게 걷히지 않지만 이만하면 킴슝(6,745m)을 보기에 충분한 듯




 - 씩씩하게 잘 걷기만 하던 '뻐덤'도 높은 고소가 힘겹기는 마찬가지인 듯.




 - 8부 능선 쯤 올라 잠시 쉬는 사이에 이미 정상을 밟고 하산길을 재촉하는 말레이지아 팀을 만났다.




 - 이 높은 고도(대략 4,500m 내외)에서도 야크는 살고 있다.




 - 포터 1명도 힘들다며 마저 하산하고, 이제는 보조가이드 한 명과 우리 일행 셋 밖에 남지 않았다.



 - 눈에 뒤덮인 너덜지대를 힘겹게 통과하는 중. 고도는 4,800m 내외, 시간은 벌써 오후 3시 25분



 - 길을 잃어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밭을 악전고투끝에 통과하고 나니 거의 탈진할 지경이다.



 - 오후 4시 20분. 정상을 100여m 남겨둔 지점. 더 이상 오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하산을 결정하고 한 컷.



 - 끝까지 함께 한 공이사도 한 컷.



 - 하산을 재촉하는 장대장님. 마치 채석장과도 같은 너덜지대를 다시 통과해야 한다.



 -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남았고 시간은 벌써 오후 5시 31분. 날씨가 급변하고 있다.



 - 온통 짙은 구름에 휩싸인 체르코리. 이날 밤에는 요란한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눈비가 쏟아졌다.



 * * *


 - 곰파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1




 - 곰파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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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 캉진 곰파에서 라마호텔로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6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왕체력을 자랑하는 장대장님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새벽 6시에 '랑시사카르카'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고(어쨌든 오늘은 각자 원하는 대로 이동하여 저녁에 '라마호텔'에서 모이기로 했다.), 어제 체르코리 대신 곰파(티벳 불교 사원)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벌써 '라마호텔'을 향해 출발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와 공이사, 그리고 상준이 셋은 '캉진 곰파'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
  2. 푸니쿨라의 추억
    from Value Investing 2017-03-02 00:21 
    높은 곳에 오르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혹 있을지도 모르겠다. 높은 곳을 오르기엔 다리도 몹시 아프고 숨도 벅찰 테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높은 곳에 오르기가 아주 쉬워졌다. 바로 푸니쿨라(등산전차)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푸니쿨라를 몇 번씩이나 타봤으면서도 그걸 나폴리 민요인 '푸니쿨리 푸니쿨라'와 연결해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저 그 노래를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만 여기고, 그 노래에 얽힌
  3. 푸니쿨라의 추억
    from Value Investing 2017-03-02 11:45 
    "여기에서는 전망은 트이고, 정신은 고양된다." ㅡ 그러나 높은 곳에 있고 전망이 트여 있는데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반대 부류의 인간이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 * *높은 곳에 오르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혹 있을지도 모르겠다. 높은 곳을 오르기엔 다리도 몹시 아프고 숨도 벅찰 테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높은 곳에 오르기가 아주 쉬워졌다. 바로 푸니쿨라(등산전차)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2013-06-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 사진이 아주 좋습니다. 한 컷 한 컷 상당히 공들여 찍은 것 같습니다.
신들이 산다는 히말라야에서 사진 찍는다는 것이 매우 힘들것 같은데 정성이 대단합니다.
덕분에 생생한 사진 잘봤습니다.....

oren 2013-06-03 14:5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르코리(4,984m) 올라갈 때 함께 가져간 삼각대와 망원렌즈(70-200mm)는 (숨이 가쁘고 너무 힘이 들어서) 꺼내볼 엄두도 못냈습니다. ㅎㅎ
 
3. 트레킹 첫날,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은 고도를 3,330m까지 올려 랑탕 빌리지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다. 우리 일행 가운데 너댓사람을 제외하고는 일찌기 경험해 보지 못한 '고지대'를 체험하는 첫날이기도 하다. 다들 고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때는 마침 풍광 좋은 고라타벨라(3,000m)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는 소식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고, 멋진 설산이 환히 보이는 그곳 산장에서 모처럼 맛있는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우리 모두 잠시 동안 행복에 겨워했다. 먹는 즐거움을 기대하기 힘든, 혹은 식사시간마다 메뉴를 고르기조차 고민일 정도로 밥맛을 잃어버렸던 '그 후 여러번의 식사 시간'을 떠올려 보면 이 때만 해도 정말 양반이었다는 생각 뿐이다.

랑탕 계곡은 세계적인 오지 탐험가인 틸만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계곡 중의 하나'라고 칭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끄는 영국인 탐험대에 의해 1949년에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지도상에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비경의 보고였다고도 한다. 랑탕 히말라야 지역은 1971년 네팔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한 랑탕 계곡을 4월에 가본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한다는데, 그건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지천으로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갔을 때에도 랄리구라스는 어김없이 만개해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봄철 산자락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벚꽃이나 복숭아꽃, 살구꽃을 보는 것처럼 계곡 주변은 물론 가파른 산중턱에도 무수히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과연 멋진 설산과 쏟아지는 폭포와 함께 아름답게 피어난 랄리구라스를 함께 보노라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트레킹 일정 가운데 '자연의 아름다움'과 '산행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었던 날이 아니었나 싶다.


 -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출발 채비를 하는 모습, 포터들에겐 하루의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고개를 올라서니 느닷없이 하얀 설산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 Bamboo에서 상준이가 '포터' 흉내를 내보고 있다. 40kg에 가까운 짐을 이마에 메고 가뿐히 들고 일어난다.



 -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고라타벨라에서 동네 처녀들과 함께.



 - 점심 식사를 했던 고라타벨라.



 - 고라타벨라. 멀리 왼편으로 랑탕(6,561m)의 모습이 보인다.
 




 - 야호! 설산이 나타났다!



 - 고라타벨라에서 '오은선 대장과 함께 하는 히말라야 원정대'를 다시 만났다.
    오대장님이 '기념사진'을 찍는데 일일이 함께 해 주셨다.



 - 여성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오대장님'을 만나 다들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 김상준 군도 오은선 대장님과 기쁘게 한 컷.



 - 우리 일행 모두와 함께~ 



 - 고교동창 4명은 산악회 플랭카드까지 꺼냈다.



 - 상준이는 셔츠를 내밀어 오대장님의 멋진 사인을 받았다.



 - 만년설로 뒤덮인 랑탕의 고봉들이 조금씩 구름에 가리기 시작.



 - 그림같은 풍경.




 - 목사님의 비서인 '뻐덤'과 가이드 '텐디'와 함께.



 -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 아버지와 아들이 환한 웃음으로 함께.



 - 고라타벨라를 지나자말자 고혹적인 자태의 랄리구라스가 우릴 반긴다.



 - 갑자기 시야가 탁트이고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  우뚝 솟은 랑탕Ⅱ(6,561m)를 배경으로~



 - 나마스테~ 체코에서 왔다는 중년의 부부와 함께~


 

 - 흰색 랄리구라스가 눈부시다. 




 - 꽃길을 지나니 다시 한번 탁트인 길이 나온다.




 - 멋진 풍광 아래 말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어 더욱 평화로운 풍경.



 - 이 꽃들에게는 랑탕 콜라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노래처럼 들리지 않을까
싶다.



 - 야크를 찾아 나섰는지 노파가 길 위로 불쑥 나타나 이리저리 주위를 살핀다.



 - 저 멀리 까마득한 곳에선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며 내리는 물줄기가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 길은 몹시 가파르지만 풍경은 오르막 경사를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이다.



 - 멀리 남쪽으로 나야캉(Naya Kang, 5,844m) 봉우리가 아스라히 보인다.



 - 온사방이 랄리구라스로 뒤덮여 있다.



 - 가파른 언덕을 넘으니 또다시 시야는 탁 트이고 계곡 물줄기가 끝없이 이어진 모습이다.



 - 저 멀리 계곡 끝 너머로 눈덮인 체르코리(4,984m)가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 뒤쪽을 바라보니 우리 일행들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가 지나온 길도 어느새 까마득하다.



 - 계곡 양쪽으로 펼쳐진 산줄기들이 겹겹이 아스라하다.



 - 랑탕 빌리지가 멀지 않은 듯싶지만 잠시 쉬면서 치즈스틱이라도 꺼내 먹어야 할 시간.



 - 입맛이 뚝 떨어진 이상무는 이맘때부터 '비싼 코카콜라'를 찾기 바빴다.



 - 온통 바위투성이 산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이런 척박한 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다.



 - 롯지에서 처음 만난 아낙네의 표정이 그저 정겹기만 하다.



 - 꼬맹이는 사탕을 양 손에 쥐고도 뭔가 못마땅한 듯.



 - 어느덧 랑탕빌리지(3,330m)에 들어섰다.



 - 주위는 순식간에 몰려든 구름에 휩싸인 가운데 마을 아낙네들은 부지런히 밭을 일구고 있다.



 - 우리가 묵을 숙소 주위도 온통 구름에 휩싸였다.



 - 몰려다니는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 롯지 방안에서 내다본 풍경.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한 느낌도 든다.



 - 입맛이 더 떨어지기 전에 '라면'을 넉넉하게 끓여 저녁식사때 함께 먹기 위해 다들 애쓰는 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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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 랑탕빌리지에서 체르코리까지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6 
    오늘은 드디어 '체르코리'(4,984m)에 오르는 날이다. 당초 일정대로였다면 우리는 랑탕빌리지를 출발하여 캉진 곰파(3,870m)까지만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일찍 캉진 곰파까지 이동하게 되면 오후 시간이 통째로 남게 되지만, 그래도 고산 등반에 필수적인 '고소 적응'을 위해 '그저' 캉진 곰파 마을과 주변만 둘러보자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이드인 '텐디'의 얘기로는 '우리 일행의 진행 속도'라면 캉진 곰파에서 체르코리까지 4시간이면 충분
 
 
오늘은 2013-06-0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라면맛은 어떤 맛이었을까...
둘이먹다 한 명이 죽어도 모를 맛이었을 것이다.

oren 2013-06-04 10:11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 보기엔 엄청 맛있어 보여도 사실은 '3,330m에 달하는 낯선 고도' 때문에 라면맛이 기대했던 '바로 그 맛'이 아니었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