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나 예술이나, 단 한 가지 필수적인 사항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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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동영상을 만들 때마다 느끼는 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름난 문학작품일수록 유튜브에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때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사실도 거듭 느낀다. 자칫하면 작품에 담긴 내용 자체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오독했으면서도 그걸 도리어 자랑스레 떠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이 아니라 활자화된 글이라면 나중에라도 대처하기가 아주 쉽다. 아무 때나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는 즉시 흔적도 없이(!) 자신의 문장들을 고치거나 없애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은 한번 업로드한 이후에는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기가 몹시 어렵다. 그 영상을 송두리째 삭제하기 전까지는.

 

수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명망(?) 있는 유튜버가 올려 놓은 동영상에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게 분명해 보이는 '형편없는 오독'을 발견할 때에는 쓴웃음이 나온다. 구독자들의 수준이 유튜버를 따라 형성되는지는 몰라도, 그런 동영상에 덕지덕지 달린 수많은 댓글 중에서 따끔한 비판 한 마디 없는 걸 보면 더욱 씁쓸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나름대로 상당한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어떤 영상을 살펴 보고는 쓴웃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섰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 자체를 바꿔 놓은 정도는 실수나 애교로 봐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등장인물들 사이의 '만남' 자체를 뒤죽박죽으로 순서를 뒤바꿔 놓은 부분은 너무 엉성해서 할 말을 잊을 정도였다.

 

여주인공인 안나가 갑작스레 모스크바로 친정 오빠와 올케 언니를 만나러 오게 된 계기, 올케 언니를 만나기 앞서 기차역에서 우연히 브론스키부터 먼저 만난 경위, 안나가 키티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무도회에 갔다가 도리어 브론스키에 매혹되어 키티의 훼방꾼으로 뒤바뀐 아이러니, 안나가 자기도 모르게 브론스키에게 매혹된 자신의 모습에 당혹해 하며 서둘러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가지만, 귀가행 기차 안에서 또다시 브론스키를 만나 점점 더 그에게로 빠져드는 모습 등등을 (작가가 그려놓은) '사실임직한 순서 그대로' 정확하게 해설하지 않고도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이 가능할까.

 

우리의 여주인공(!) 안나가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니고 브론스키 백작이 가장 먼저였다. 그런데도 안나가 모스크바에서의 볼 일을 다 끝내고 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가는 길에 기차역에서 '처음으로' 브론스키를 만났다고 해설하는 동영상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은 일일까. 등장 인물들 사이의 '만남의 순서' 자체를 뒤바꿔버린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 해설 동영상'이 이미 수 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에 의해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검색 상위 노출의 혜택'을 꾸준히 누릴 듯한 이 기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알라딘의 책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안나 카레니나』는 어쨌든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남긴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 위선, 질투, 신념, 욕망, 사랑 등 인간의 감정과 결혼, 계급, 종교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에 대한 톨스토이의 모든 고민이 집약된 소설이다. 동시대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는 평가와, 러시아 출신 소설가인 나보코프로부터 '톨스토이 스타일의 정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이런 걸작 소설에 대한 '작품 소개'를 한답시고, 리얼리티가 생명인 소설에서 '리얼리티 자체'를 뒤바꿔 버리면 어떡하란 말인가. 톨스토이가 그토록 강조했던 '단 한 가지 필수적인 사항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너무 배치되는 게 아닌가.

 

이런 불편한 얘기는 이쯤 하고, 차제에 다시 한번 『안나 카레니나』의 문학적 위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도 이번에야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나의 나이브한(?) 생각보다는 훨씬 더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일부러 직접 만들어 본) 다음의 표다.

 

 

놀랍게도 『안나 카레니나』가 영미권 유명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로 뽑힌 것이다. 『마담 보바리』 가 뜻밖에도 2위였고, 『전쟁과 평화』가 3위였다. 나는 <최고 작품 20선>에 뽑힌 작품 가운데 세 작품(7위, 10위, 19위)만 빼놓고는 다 읽었는데, 이 가운데 몇몇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로 바꾸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콕 집어내듯 어떤 작품을 빼고 어떤 작품을 대신 집어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밝히고 싶지 않다.(너무나 개인적이면서도 주관적인 판단이고, 내 생각에 선뜻 동의해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도 않기 때문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작품의 명성에 걸맞게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서 '영화화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기회에 살펴 봤더니,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았던 여배우들은 과연 쟁쟁했다. 그레타 가르보(1935년), 비비안 리(1948년), 소피 마르소(1997), 키이라 나이틀리(2012년) 등이 그 주인공들이었다.(소피 마르소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작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 때 주로 사용했던 이미지들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나섰던 2012년작 영화를 많이 참고했는데,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 때 상상했던 안나의 이미지와는 조금 벗어나지만, 뜻밖에도 안나의 내면 연기를 아주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일 아쉬운 건 '레빈의 시골 생활'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다. 레빈이 여름철마다 농부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풀베기에 열중하는 장면, 애완견과 함께 멧도요를 사냥하는 장면 등등은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명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작품 소개 동영상에서는 그걸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24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미지 컷은 대략 200장 가까이 소요됐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그림도 따로 만들어 봤다.

 

 

이 작품을 해설하면서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의 비교 설명도 조금 덧붙여 봤다. 톨스토이의 다양한 이미지도 찾아 보고, 『전쟁과 평화』의 육필 원고, 『안나 카레니나』의 육필 원고 이미지까지 찾아 넣었다.

 

이렇게나 열심히(!)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지만, 업로드한 지 무려 24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조회수'는 고작 50회 남짓이다. 도대체 왜 이토록 『안나 카레니나』에게 무관심한 걸까. 이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위안으로 삼아 본다. 바이러스는  참으로! 밉다!!

 

유튜브 동영상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3rMl-7frv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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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2-04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말씀이...ㅋㅋㅋㅋ
이렇게 열심히 만드시는데 조회수 50이라니 기운 빠지긴 하시겠어요.
그러고 보면 알라딘 서재가 처음 생기고 서재질 시작했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만해도 하루 조회수 50이면 꽤 괜찮은 수치였던 것 같은데...
저는 하도 와 봐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이걸 더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아마 처음이라 그럴 것이고 차츰 늘어나리라 믿습니다. 오렌님 글은 이미 이곳에선 정평이 나 있지 않습니까?
좀 더 욕심을 내신다면 직접 출연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카메라가 다소 부담되시겠지만 유튜버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과 안 하고는 차이가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튜버는 카메라는 보고 말하는 거지만 독자는 직접 보고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습니까?
용기를 내보심이...!ㅎ

그렇지 않아도 오늘 EBS에서 <지식의 기쁨>란 프로의 지난 방송분에 윤새라 교수의 ‘톨스토이를 읽다‘가 있어
봤습니다. 그분도 ‘안나 카레니나‘를 언급했는데 톨스토이가 8부는 자비를 들여 따로 출간했다고 하더군요.
왜냐면 그때 톨스토이는 반전주의자가 되었는데 8부가 그런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 사회 분위기가
반전을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라 편집자와 뜻이 안 맞아 자비출판을 했다고 하더군요.
암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유튜브도 번창하시길 기원드립니다.^^

oren 2020-02-04 15:41   좋아요 2 | URL
알라딘 서재 초창기 시절엔 누구나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초창기 1년 내지 2년 동안은 하루 방문자수가 5회를 넘긴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으니까요. 나중에 하루 50회 혹은 100회를 넘어가는 걸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었고요.

유튜브에서 얼굴을 (고의든 아니든) 드러내지 않고 영상을 만든다는 건 유튜버로서는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지요.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데도 음성통화만 고집하는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유튜브 영상에서는 유튜버의 생생한 표정과 아이컨택과 몸짓 등등이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일 테니까요. 저도 그 점은 충분히 알고 있는데, 화면에 얼굴을 드러내고, 시청자들과 눈을 맞춰 가면서 ‘설명‘을 하자면, 지금보다 추가적인 장비가 상당히 들어갈 듯해서(웹카메라, 마이크, 조명, 프롬프터 등) 일부러 자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8부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톨스토이의 반전 사상‘이 실려 있어서, 편집자가 강하게 출판을 반대했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영상을 만들면서, 다른 영상들은 하나도 참고하지 않았는데(심지어 영화조차도 챙겨보지 못했고요.) 윤새라 교수님의 영상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여러모로 유익한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Mind 2020-02-05 0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알라딘이 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렇게 탁월한 글을 읽고 “좋아요”밖에 누르지 못하니까요. 알라딘은 페이스북처럼 좋아요 · 최고예요 · 웃겨요(재밌어요) · 멋져요 · 슬퍼요 · 화나요 같이 다양하게 글을 추천하거나 비추천할 수 있도록 추천 기능 설정을 개편해야 합니다. 알라딘은 너무나 시대에 뒤처지고 있어요. 알라딘 블로그 글을 누군가가 공유했는지도 알 수 있도록 (페이스북처럼) 개편해야 합니다. 이모지(emoji)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필수적으로 설정해놔야 하고요. 알라딘은 책 파는 데만 신경 썼지 (알라딘 매출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블로그 활동을 위한 블로그 웹 페이지 개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합니다. 알라딘 블로그는 너무나 구시대적이고 휙휙 돌아가는 시대의 혁신적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와 같이 울나라 인터넷 기업들 웹 페이지 운영 대부분이 한심스러운 수준이지만, 알라딘은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말 블로거들의 블로그 활동을 위해 뭔가 대대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 진출은 꿈도 못 꾸고(안 꾸고) 걍 국내 소규모 인터넷 서점으로 만족하겠다는 것일까요?

그리고 아무튼, oren 님의 유튜브 채널 운영 방법이랄까 동영상 제작상의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이랄까, 이런 걸 몇 번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기회를 내지 못했네요. 걍 개인적 의견입니다. 제 얘기가 틀리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데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oren 님 생각은 저와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른 독자분들이나 시청자분들도 제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죠. 하니 걍 이런 의견도 있구나 참고만 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① 목소리 톤(음색 · 음정 · 음강도 · 빠르기 · 리듬 등등)에 대해서 고민하셔야 할 듯합니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다시 말해서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자기 목소리를 일상에서의 그 모습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아마추어라고 봅니다. 유튜브는 일종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점검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남들보다 앞서 갈 수 있고 더 많은 시청자와 구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얘기를 접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걸 누구는 모르겠냐고들 반응하는데요. 그런 반응은 사후약방문적이고 후험적인 것이며 뒷북치기식 반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평이한 사항이라도 먼저 깨닫고 먼저 실제에 적용해야 비로소 알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② 제가 볼 때 oren 님 목소리는 일상에서는 정말 인간적이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한테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한데 유튜브 동영상에서의 oren 님 목소리는 다른 수많은 유튜버들의 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를 고려할 때 다듬어야 할 여지가 많다는 얘깁니다. oren 님의 원래의 일상적 목소리에서 검토와 훈련을 통해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시청자들의 귀를 좀 더 유혹하고 솔깃하게 만들 수 있는, 뭔가 끌리는 소리로 청각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음색 · 음정 · 음강도 · 빠르기 · 리듬 등등을 섬세하게 개발해서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건대 oren 님의 목소리 톤은 아직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물론 목소리에서의 열세를 내용으로, 오로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칸텐츠(콘텐츠)로 극복하고 승부하겠다는 생각도 분명 일리는 있죠. 하지만 거기에 다수 시청자가 원하는 목소리를 뽑아내 입힌다면 정말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즉 음색을 oren 님 원래 목소리에서 조금 더 맑고 투명하게 뽑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각자는 자기 목소리 음색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자기 머리통이 소리통이 되어 들리는 자기 목소리는 일종의 공명음이기 때문입니다. 입 밖으로 발설돼 나가 타인의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와 공명음으로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애초에 우리 모두는 자기애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좋은 감각으로 느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기나 동영상으로 객관화해 들어도 이미 자기 목소리에 길들여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해서 내 목소리가 남한테도 내가 듣는 것처럼 좋게만, 최소한 별다른 이상 없이 들리리라는 무의식적 혹은 무자각적 심리 상태를 우리는 분석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 oren 님께서도 자신의 음색이 어떤 음색인지 다각도로 파악해 가다듬고 조율할 방도를 생각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③ 음정 · 음강도(강약) 등도 좀 더 부드럽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황과 때에 따라 적절히 구사해야 하겠죠. 말의 빠르기 대해선 아마도 사람들 의견이 양분될 텐데요. 제 의견은 우리 한국인들은 대체로 말하기 속도가 느리다고 봅니다. 인터넷 혁명 시대, 클릭 하나로 빛의 속도로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를 맞아 한국인들은 좀 더 빠르게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말을 빨리 한다는 건 생각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걸 의미하겠죠. 생각의 속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배경 지식과 견문과 통찰력 등이 더 풍부하고 더 앞선다는 걸 의미할 겁니다. 이런 사실은 말 빠른 사람이 더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이런 논리가 모든 경우, 모든 상황, 모든 맥락에서 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빠른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커다란 강점이 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인 듯합니다. 해서 유튜브 시청자들한테도 풍부한 내용을 빠르게 전달해주는 동영상이 훨씬 더 강점을 지닐 것이라 봅니다. 물론 깊은 사유와 느린 음미가 그 본질이랄 수도 있는 문학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말 빠른 전달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우려도 있지요. 하지만 유튜브 문학류 동영상의 주 핵심은 ‘소개’ 혹은 ‘길잡이’ 혹은 ‘맛보기’에 있다고 봅니다. 또한 유튜브 동영상 시청자들도 호흡이 짧고 감각적인 것에 더 잘 반응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휙휙 옮겨가길 밥 먹듯이 하는 부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의 성향에 맞춰 빠르게 소개해주고 빠르게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 하나의 방안이 말을 빠르게 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호흡 짧고 감각적이고 변덕 심한 유튜브 시청자들을 효과 높게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 대해 (oren 님의 말하기 속도가 그닥 느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oren 님께서는 깊게 고민해보셔야 할 듯합니다.

④ 말하기의 리듬 또한 우리 현대 한국어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한데 이것도 어느 정도의 훈련으로 충분이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말의 빠르기에 말 그대로 ‘리드미컬한’ 리듬과 가락(박자나 장단)을 넣어준다면, 문학 작품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의 경우 그 효과는 크게 배가되리라 봅니다.

⑤ 목소리 연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oren 님께서 세계 명작들을 소개해주실 때 작품 속 대사들을 낭독하거나 연기해주시는데요. 제 판단에는 너무나 서툴고 투박하고 딱딱하고 어설프게 들립니다. 이왕 할 거면 성우처럼, 영화나 극 중의 배우처럼, 대사에 맞는 감정을 넣고 연기력을 발휘해 아주 프로답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문 성우나 배우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oren 님께서 목소리 연기를 그럴듯하게만 해주신다면 유튜브 시청자들한테 더 많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고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으리라 봅니다.

⑥ 앞으로 oren 님께서 직접 출연해 얘기해주는 동영상 제작으로 나아가시리라 예측이 되는데요. 그런 때를 대비해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사항들을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목소리 동영상’을 제작해나가는 동안 적극적으로 반영 · 적용하셨으면 합니다. 일종의 ‘목소리 디자인’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봅니다. 칸텐츠(콘텐츠) 디자인과 영상 편집 디자인 못지않게, 아니 그와 동등한 중요성으로 목소리 디자인 개념을 챙기셔야 할 줄 압니다.

이상 (다른 드릴 말씀도 많았는데 쓰려고 하니까 싹 사라져 버리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oren 님께서 이미 고려하고 계획 · 추진 중인 내용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내용도 있을 줄 압니다. 아무쪼록 (칸텐츠 측면에서는 여타 유튜버들보다 훨씬 윗길을 가시는) oren 님께서 훌륭한 유튜버로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oren 2020-02-05 13:06   좋아요 1 | URL
조목조목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중한 말씀들을 어쩌면 이토록 조리 있고도 귀에 쏙쏙 박히도록 말씀해 주시는지요. 일부러 청해서라도 이런 조언들을 듣고 싶었는데, 자원(自願 & 自遠)해서 소중한 말씀을 남겨주시니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알라딘의 블로그 활동에 대한 무신경한 대응은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알라딘에는 단순히 책을 구매하기 위한 이용자들도 많겠지만, 구매와 더불어 블로그 활동까지 곁들이는 분들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블로그 활동까지 적극적인 분들은 책 구매량 또한 상당한 경향이 있고요. 그런데도 알라딘은 충성스런(?) 알라디너들의 블로그 활동에 대해 정말 너무 무신경한 듯합니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양질의 컨텐츠와 이용자들을 붙잡아 두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다른 많은 플랫폼들과는 너무 다른 행태들 때문에, 오랫동안 알라딘에서 블로그 활동을 했던 사람들마저도 ‘미련을 접고‘ 떠나가는 분들도 많은 듯하고요. 저 역시 알라딘에 오래 머무는 동안 적잖은 글을 쓰고는 있지만 알라딘으로부터 ‘블로그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받거나, 육성된다는(?) 느낌 같은 건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글쓰기를 적극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들이 계속 생겨나고, 네이버나 유튜브처럼 직접적으로 ‘광고수익을 쉐어하는‘ 플랫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모습들을 보면, 알라딘의 디지털 마인드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 지기도 합니다. 알라딘 얘기는 이쯤 하고요.

제 유튜브 채널에 대한 귀중한 조언들에 대해서도 답변을 드려 보겠습니다.

우선, 유튜브 영상에서 목소리나 음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오디오가 동영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이라고도 말하더군요. TV나 유튜브 영상물들이 아무리 넘쳐흘러도 여전히 라디오를 애청하는 사람들이 많고, 유튜브 영상에서도 영상 보다는 목소리와 배경음악을 중시하는 구독자들이 상당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목소리는 훈련에 의해서도 개선되고 향상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유튜브를 시작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을 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제 목소리였습니다. 사투리 억양도 있는 데다가,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거나, 음정의 톤이나 음색이 너무 조용한 편이어서 강약조절이나 악센트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무튼 무턱대고 영상을 하나하나씩 만들다 보니까, 다른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제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컨텐츠는 나름 봐줄 수 있을 듯한데, 목소리가 너무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제 스스로도 느끼게 되더군요. 그래서 영상을 새롭게 만들 때마다 조금씩(!) 목소리의 톤이나 억양, 혹은 감정들을 담아보려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제 영상을 보고 들을 때마다 ‘목소리 연기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더군요.

여기에는 하드웨어적인 요소도 얼마쯤 작용하는 듯합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유튜브 장비라고는 친구한테 빌린 ‘2만 원짜리 핀 마이크‘ 하나가 전부인데, 인기 유튜버들은 상당히 좋은 성능의 마이크를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초보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오디오‘ 부분이 현저히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녹음 장비는 물론 녹음 환경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저 역시 아직까지도 몰래 숨어서 녹음하다시피, 간신히 짬을 내어 조용하게 녹음하는 처지니까 말이지요. 초보 유튜버들은 심지어 건물의 옥상이나 지하 주차장의 자동차 안에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분들도 심심찮게 보이더군요.)

어차피 유튜버로서 문학작품을 좀 더 호소력 있게 전달하려면 ‘목소리 연기‘는 필수인 듯합니다. 저보다 몇 달 앞서서 유튜브를 시작한 제 친구 왈, 유튜버는 어차피 ‘1인 크리에이터‘이면서 동시에 ‘작가, 연출가,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배우처럼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는 정말 공감합니다. 앞으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 ‘목소리 디자인‘이라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디오‘를 참 많이 듣는 편인데,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는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멘트에 대해서 유심히 듣게 되더군요. 그들의 ‘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탐이 나고 부럽더군요. 그런데 그런 아나운서나 배우들도 정말 10년, 20년씩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런 경지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치게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유튜버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영상 제작 스킬‘뿐 아니라, ‘목소리 연기를 포함한 오디오 부문‘에서도 초보 유튜버와 인기 유튜버들 사이에는 누가 보더라도 확연할 정도로,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니까 말이지요.

Mind 님의 소중한 조언들을 두 번, 세 번 거듭 읽으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글을 쓸 때는 무신경하게 넘어갔던 많은 부분들이,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고스란히‘ 백일하에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컨텐츠의 깊이나 퀄리티뿐 아니라, 그 컨텐츠를 설명하는 배우 또는 성우(결국 유튜버 자신이지만요)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얼마나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더욱 실감하게 되고요.

까마득한 옛날 고대 비극 시인들이 그저 단순히 시만 잘 쓴 게 아니라 ‘운율을 담은 노래가락처럼‘ 음송하는 실력 또한 얼마나 뛰어났을까를 생각하면, 요즘 유튜버들의 낭송 수준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만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전달능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 어디에서도 구해 들을 수 없는 알차고도 귀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카스피 2020-02-0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알단 안나 카레리나를 필두로 러시아 문학들은 현재 입장에서 본다면 초 장편이라 일반 독자들이 제목을 들었지만 실제 읽은 분들은 적어서 아마 쉬이 관심을 가질수 없기 떄문일 겁니다.저한테 안나 카레리나는 뭐랄까 지루함이 대명사처럼 느껴지는데 러시아 영화 안나 카레리나에서 눈길의 마차 장면 클로즈업만 30분이나 나와서 책을 읽을 엄두를 못냈기 때문이죠.
그나저나 영미권작가들이 뽑은 최고 작품중에서 다른것은 그렇다 쳐도 롤리타가 들어있는 것은 참 의외입니다.국내에선 소아성애 변태문학쯤으로 치부되는 책인데 말이죠.

oren 2020-02-05 23:13   좋아요 1 | URL
영미권 작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 가운데 TOP 10 안에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무려 넷이나 뽑힌 것도 그렇고, 1위와 2위 작품이 모두 ‘불륜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라는 점도 좀 특이하긴 하더군요.

그렇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너무 뛰어나서, 세계 최고의 작품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문학성과 예술성이 뛰어날 뿐더러, 결코 소아성애자의 변태성욕을 다룬 소설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왜곡되어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봅니다. 저도 그 작품은 한 번밖에 읽지 못해서 그 소설의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번 혹은 세 번쯤 읽고 그 작품에 대한 리뷰나 소개를 할까 맘 먹고 있는데, 변태문학으로 알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그 작품의 1/10이 아니라 1/100도 읽지 못하고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싶습니다.^^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얘기이지요...
 

 

여행지에서 겪은 일 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흥분 상태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우리 일행 네 명이 난생 처음으로 베를린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겪은 온갖 이야기만큼은 몹시 특별했다고, 아직까지도 나는 믿고 있다.

 

우리 일행은 2014년 여름에 독일을 중심으로 해서 자동차로 완전히 한 바퀴를 뺑 도는 '17일 동안의 장기 투어'를 떠났는데, 첫 도착지인 뮌헨에서부터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드는 상황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 구글 지도로 살펴본 '여행 예정 경로'
 

 

 

허츠에 미리 예약해 놨던 '짐칸이 넉넉한 4인승 자동차' 대신 벤츠에서 나온 신형 미니밴부터 부담스러웠다. 출고된지 6개월도 안 된 최신형 미니밴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하라는 권유마저도 달갑지 않았다. 장거리 이동에는 무척이나 좋겠지만, 도심지의 좁은 주차장을 들락거릴 때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용했던 벤츠 미니벤, Viano)

 

우리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아우토반을 시속 250km까지 뿡뿡 내달려도 소음과 진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땐 마냥 좋았으나, 유럽에서도 오래된 여러 도시의 좁은 주차공간을 드나들 때마다 몹시 신경이 쓰였다.

 

첫 번째 '주차 사건'은 바로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에 벌어졌다. 호텔 종업원이 우리가 타고 온 차를 보더니, 호텔에 딸린 지하 주차 공간으로 내려가라면서, 호텔 건물을 끼고 한참이나 돌아 들어가는 '복잡한 동선'을 가르쳐줬다. 간신히 지하주차장 입구를 찾아 내려가면서도 조마조마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몹시 좁았기 때문이다.

 

커브길을 따라 지하로 2개층 정도를 내려가니 거기서 다시 커브로 꺾어 들어가는 출입구에 차량 제어바가 나타났다. 버튼을 누른 뒤 제어바가 올라가자 우리는 차를 조심조심 들이밀었다. 그런데, 아뿔싸! 우리가 탄 차가 예상보다 '덩치'가 너무 컸다. 차량의 우측 전방과 좌측 후미가 동시에 주차 제어 시설에 '꽉' 끼고 말았다. 주차 시설의 경광등이 삐뽀~ 삐뽀~ 울리고, 차는 꼼짝달싹도 못하고, 우리 뒷편으로 쭈욱~~ 주차를 위해 내려오는 차들은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기다리고... 정말로 난감했고, 진퇴양난이었다.

 

간신히, 간신히, 상황을 수습했다. 우리 뒤로 뒤따라 들어온 차량들을 일일이 뒤로 물린 끝에, 간신히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 우리는 (차량 손상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용감히 후진을 해서 화물차가 이용하는 통로로 간신히 우회해서 빠져나왔다. 무턱대고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해준 호텔 종업원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간신히 주차를 하고 나서는, 그날 저녁에 벌어지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구경하러 나섰다. 그날은 마침 독일과 프랑스의 8강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모든 시름을 잊고 축구 경기를 맘껏 즐겼다. 그리고 그 경기가 끝난 뒤 독일 축구팬들이 한꺼번에 길거리로 마구 쏟아져 나와 즐겼던 '뒷풀이'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렇게 베를린에서의 첫날 밤이 지났고, 이튿날이 되자 우리는 본격적으로 베를린 시내 투어에 나섰다. 그러나 둘째날은 첫째날보다 더 험악한 사건,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둘째날의 당혹스러움은 저녁 식사때까지 줄곧 이어졌다. 한낮의 대소동을 간신히 수습하고도 모자라, 안도의 저녁 식사를 즐기다가도 난데 없는 봉변을 겪었다. 베를린에서도 가장 오래된 맛집이고, 식도락가였던 나폴레옹뿐만 아니라 베토벤과 찰리 채플린까지 즐겨 찾았다는 그 유명한 식당을 간신히 찾아간 우리는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헤프닝'을 실제로 겪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뜻밖에도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을 읽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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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27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월드컵에 독일이 한국에 지고, 조별 꼴찌로 탈락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ㅎㅎㅎㅎ

oren 2020-01-27 20:0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토록 강해 보였던 게르만 전차군단이 4년 만에 녹슨 고철 덩어리처럼 허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2014년 저 당시만 하더라도, 독일 축구팬들 가운데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데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심지어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짜리도 손흥민을 잘 알고 있더라구요.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프레이야 2020-01-3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과 일주일 전 베를린에 다녀와서 귀 쫑긋하고 잘 듣고 보았습니다. 저 레스토랑을 미리 알았더라면 가보았을 걸 아쉽네요. 겨울이라 날씨가 별로여서 감기도 들어버리고 좀 그랬네요ㅠ 오렌님 구수한 말투로 유튜버로서 완전 자리 잡아가시는 거 같아요. 유머와 재미 그리고 책여행이 아주 잘 어울리고 영양가도 높아요. 구독자 중 한 사람입니다 ^^

oren 2020-01-30 23:22   좋아요 1 | URL
불과 일주일 전에 베를린을 다녀오셨다구요? 정말 정말 깜놀이네요. 베를린이 무슨 이웃동네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 식당을 제대로(!) 촬영한 동영상을 외국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봤는데, 어찌나 감회가 새롭던지, 눈물이 다 나올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도 포크 통을 내리치던 그 용감무쌍하고 겁없던 40대 여종업원은 찾지 못하겠더군요. 이번 영상은 최대한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자 갖은 애를 쓴 덕분에, 그나마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을 얼마쯤 얻는 데 성공하긴 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지속성 있고 영양가 있는 영상을 만들어 보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채널을 구독해 주시고 성원해 주셔서 정말 고맙고요.^^
 

 

자애심과 인간적 자아(自我)의 본질은 자기만을 사랑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이 대상이 결함과 비참으로 가득 찬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못난 자신을 본다. 그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그는 뭇 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결함이 그들의 혐오와 경멸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안다.

 - 파스칼, 『팡세』중에서

 

 * * *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올리고 나면 잠시 동안은 맥이 풀린다. 하나의 동영상을 만드느라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짬이 나는 시간들을 몽땅 뭉뚱그려 맹렬하게 동영상 제작과 편집에 매달린 끝에 잠깐씩 찾아오는 '휴식 시간'이니, 어찌 잠깐이나마 맥이 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영상을 올리고 나서도 이상하리만큼(?) 혹은 예상 밖으로(?) 지지부진한 '조회수'와 '좋아요'와 '구독자 숫자 변동'을 바라볼 때면 더욱 그렇다. 유튜브는 본질적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강하게 지배하는 곳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세상이 새삼 원망스러울 때조차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대목에서야말로 파스칼이 『팡세』에서 했던 말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 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못난 자신을 본다. 그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

 

나는야 기껏해야 구독자 수 백여 명 남짓한 햇병아리 유튜버일 뿐이다. 그러니 잔소리 말고 부지런히 내 할 일이나 할 뿐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계제조차 되지 않는 신세가 아닌가.

 

구독자가 이미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씩 되는 유튜버들이 난들 왜 안 부럽겠는가. 그러나 그 사람들의 채널에 직접 들어가서 '정보'를 확인해 보면 재빨리 현실을 수긍하게 된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동영상들을 만들어 올렸으며, 누적 조회수가 10만, 20만이 아니라 100만 혹은 1,000만을 훌쩍 넘긴 경우도 많다.

 

유튜브에서 대체로 가장 쉽게 추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법칙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구독자 수 / 누적 조회수> 비율이 대략 1%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비율이 가끔씩 2%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고, 0.5%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살펴 보면 1% 전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에 해당하는 '조회수'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법칙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듯이, 조회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구독자는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채널의 이 시각 현재 구독자 수와 누적 조회수는 다음과 같다.

 

137명 / 9,318회 = 1.47%

 

영상 조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구독자 수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수치를 보면서 문득 '알라딘 서재 조회 숫자'가 생각났다. 알라딘에서 지금까지 내 서재를 방문한 누적 방문자수를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수처럼 바꿀 수만 있다면, 내 채널의 가상 구독자 수는 지금쯤 743,874 × 1.47% = 10,935명에 육박했을 게 아닌가!

 

 

더군다나 매월 방문자수를 바탕으로 삼아 그걸 유튜브 영상 조회수로 환산할 수 있다면, 매월 구독자가 적게는 33명(2,262 × 1.47%)에서 많게는 143명(9,757 × 1.47%)까지 저절로(?) 늘어날 게 아닌가.

 

이런 쓸데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된 데는 물론 햇병아리 유튜버로서 '구독자'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생 유튜버에게 '구독자 수' 모으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만 하더라도 가장 최근에 올린 두 개의 영상에서 구독자 수 증가는 '-1'이다. 그 두 개의 동영상을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아무튼 현재 스코어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책 읽는 순서에 대하여...>라는 영상의 경우, 그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나서 불과 몇십 분도 지나지 않아 구독자가 한 명 보란듯이 '이탈'했다. 그 영상이 도대체 왜 그렇게 그 사람 맘에 안 들었는지는 나는 당연히(!) 잘 모른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그 익명의 구독자 한 분을 빼고는 추가적인 구독자의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추가 이탈도 없었고, 구독자 수 증가도 없었다.

 

그 영상에 뒤이어 올린 건 사마천의 <사기>를 소개하는 동영상인데, 그 영상을 올린 지 무려 24시간이 지나도록 '구독자 숫자의 변동'은 없다. 사마천의 <사기>는 우선 책을 읽기에도 벅차고, 그걸 또다시 동영상으로 만들어 소개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사기>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알맞은 이미지'가 필요한데, 그걸 구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애써 책을 읽고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건만, 조회수는 아직까지도 100회를 넘기지 못하고 있고, 구독자 숫자 또한 불변이다.

 

이럴 때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정녕 파스칼의 '팡세' 뿐인가.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아직 결함과 비참으로 가득 찬 신생 유튜버일 따름인 것을. 그는 빵빵한 유튜버를 원하지만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본다. 그는 유튜브로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불행을 느끼는 자신을 본다.

 

내가 사마천의 <사기>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얻은 예상 밖의 소득이 하나 있었다면, 그건 바로 사마천이 <사기>를 지을 때 느꼈던 심정인 '발분저서' 정신이다. '발분저서'란 억울하다 싶을 때 더욱 발분하여 작품을 지어낸다는 뜻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때도 정녕 '발분저서'가 필요한 듯하다.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v_rz9O96i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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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oren/856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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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온통 『폭풍의 언덕』과 함께 보냈다.

 

줄이고 또 줄여서 28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드는 데도,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대본 쓰고, 녹화(주로 녹음이지만) 하고, 알맞는 이미지 찾아 해당 장면에 넣고, 책 속 문장들을 타이핑 하는 과정까지는 나름대로 '영상 창작의 재미'가 느껴지는데, 맨 마지막 마무리 작업으로 자막을 집어 넣는 작업은 진짜 고역이다.

 

30분에 가까운 동영상을 만들다 보면, 내 입으로 쏟아낸 '말들'이 정말 이렇게나 많았나 싶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 많은 말들을 알맞은 타이밍에 딱딱 맞게, 길이도 영상의 흐름에 적당하게 맞춰 가면서 제자리에 딱딱 집어넣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다.

 

30분짜리 동영상을 하나 만들자면 자막을 타이밍에 맞게 짜넣는데도 최소 30분 ×5회 = 150분은 그냥 잡아 먹는 것 같다. 먼저 순차적으로 영상을 틀어 보고, 알맞는 자막 길이를 집어 넣고, 다시 그 화면의 시작부분으로 되돌아 가서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고, 끝나는 부분에 맞춰 자막을 자르고, 다시 그 다음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에 맞춰 다음 자막을 짜 넣고, 다시 제대로 정확하게 타이밍에 맞는지 또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다시 처음부터 쫘악 재점검하고.. 등등)

 

내 목소리를 갑자기(!) 이토록 자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런 '과잉 친절'만 생략하더라도, 동영상 만들기는 얼마나 수월할 텐가. 그런데 요즘 가만히 보면 방송 프로그램조차 '자막'을 일일이 뿌려 주고 있다. 빤히 들리는 명확한 대사나 말인 경우에도 그렇다. 그것도 매번 자막 폰트까지 바꿔 주고, 크기와 색깔과 모양까지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데 초보 유튜버가 무슨 배짱으로 감히 '자막'을 생략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발음'도 부정확한 주제에...

 

어쨌든 동영상 제작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며칠 만에 뚝딱 30분짜리 동영상 하나 만들어 '업로드'하는 보람이 적지는 않다. 이렇게 올린 영상은 '이론적으로는' 전세계 20억 명에 가까운 유저들에게 완전히 공개되는 셈이니까. 그리고 내가 억지로 그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하지 않는 한 그 영상은 오래도록 살아서 계속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즐겁게(?!) 할 테니까.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apGaXXvz-r0)

 

『폭풍의 언덕』에 대한 폭풍(!) 같은 작품 소개를 다 끝낸 뒤에 <에필로그> 삼아 차분하게 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랑을 반추할 겸 『소란한 무덤(The Unguiet Grave)』이라는 애잔한 시를 하나 덧붙였는데, 이 가사에 붙은 음악인 <The Unguiet Grave>라는 음악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음악은 무려 600년 전부터 전승되어 온 '유서 깊은' 노래라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끝내 사별하고 난 뒤에 '무덤가'에서 나누는 대화가 가슴을 후비도록 애절하고 통절한데, 그 시에 딱 맞는 이 유명하고도 가슴 저린 노래를 '저작권'이 무서워 BGM(일명, 브금)으로 깔아드리지 못한 게 내내 아쉽기만 하다.

 

 * * *

 

내 사랑이여, 오늘 바람이 불고,

  몇 방울의 비도 내리는구려;

진정한 사랑 외에 내 가진 것이 무엇이겠소,

  차디찬 무덤 속에 그녀가 누워 있으니,

 

내 진정한 사랑을 위하여서는 무엇이든 하겠소.

  그 어떤 젊은 연인보다도;

그녀의 무덤 앞에 앉아 언제까지나 서러워하리오.

  열두 달 하루라도.

 

열두 달 하루가 끝나자

  죽은 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오 내 무덤 앞에 흐느끼며

  그리하여 날 잠들지 못하게 하는 분은 누군가요?"

 

"내 사랑, 그대 무덤 앞에 앉은 자는 나요.

  그대 잠들지 못하게 하는 자는:

진흙처럼 차가운 그대의 입술로 한 번의 키스를 해 주길 갈망하오.

  그것이 내가 구하는 전부일 테니."

 

"그대 진흙처럼 차가운 내 입술로 한 번의 키스를 받고 싶어하는군요.

  하지만 내 숨결에는 진한 흙 냄새;

내 진흙처럼 차가운 한 번의 키스를 받는다면

  그대의 삶도 오래지 않아 끝나고 말 거예요."

 

"저 건너 아래 초록의 정원,

  사랑, 우리가 걷던 그곳에,

이전에 보았던 그 멋진 꽃도

  시들어 줄기만 남으리니."

 

"줄기가 시들어 마르듯, 내 사랑,

  그렇듯 우리의 심장도 썩어갈 거예요;

그러니 내 사랑, 이제는 단념하세요.

  신이 그대를 부를 때까지."

 

 - 「소란한 무덤」중에서.

     (『교양인의 책 읽기』에서 인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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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1-06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ren 님!
계속 유투브 작업하시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oren 2020-01-06 12:11   좋아요 2 | URL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벌써(!) 다섯 편을 만들었네요.
<월든>, <몽테뉴 수상록>, <설국>, <죄와 벌>, <폭풍의 언덕>...
폭풍처럼 시간은 휙휙 지나갔지만, 나름 보람도 있는 듯해요.^^

이제 ‘영상 편집 기술‘은 대충 익숙해지는 단계가 되었고, 알맞는 이미지를 찾는 작업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니, 영상의 분량을 어떻게든 줄여보도록 하는 게 최대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컨텐츠가 좋아도 10분 내지는 15분이 넘어가면 그냥 패쓰(!) 하는 분위기라, 좀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시청시간을 늘리자면 ‘보다 더 압축적으로, 보다 더 간략하게‘ 분량을 줄이는 노력을 해봐야지 싶어서요. 한가지 편법으로다가, 대본을 ‘매우 빨리 읽는 방법‘을 취하고는 있는데, 그게 은근히 지루함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암튼 여태껏 써왔던 리뷰들을 중심으로 동영상 제작은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책 속에 담긴 수많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이리저리 연결시키고, 다양한 방식으로 책 속의 내용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영상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런 특장점을 제대로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가령, <폭풍의 언덕>을 설명할 때, 그 영화의 일부분을 직접 배경화면으로 흐르게 하면서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 봐야지 싶습니다.^^)

다른 유튜버나 북튜버들에 비해 상당히 긴 동영상들이지만, <몽테뉴 수상록>이나 <월든>과 같은 동영상을 내리 두 번씩이나 연거푸 시청했다는 분들도 있는 걸 보면, 나름 성과는 있는 듯합니다.^^

페넬로페 님꼐서도 늘 성원해 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빵굽는건축가 2020-01-06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가 와서 음악이 더 잘 들려요 셀틱계통의 음악 인가봐요^^

oren 2020-01-06 20:52   좋아요 1 | URL
오늘처럼 을씨년스럽고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는 더욱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위키백과에는 이 곡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더군요. 참조하시길 바랄께요.^^
* * *
˝The Unquiet Grave˝ is an English folk song in which a young man mourns his dead love too hard and prevents her from obtaining peace. It is thought to date from 1400[citation needed] and was collected in 1868 by Francis James Child, as Child Ballad number 78.[1] One of the more common tunes used for the ballad is the same as that used for the English ballad ˝Dives and Lazarus˝ and the Irish pub favorite ˝Star of the County Down˝.

CREBBP 2020-01-08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랬동안 블로그를 해왔지만 이거 묻혀 없어지고 사라질 글들이란 생각에 점점 소홀히 하다가도 오렌님의 작업에 자극을 받아 언젠가는 유튜브같은 다른 매체의 소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비전을 보기도 해요. 사진 모으고 씽크 맞추고. 작업 소모 시간 엄청 소모되셨겠지만 아주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고요.

제 의견은.. 길이고 뭐고 일반적인 유튜버의 시장 논리와 법칙은 무시하시고 그냥 오렌님 방식대로 밀고 나가시는 것도 차별화 전략상 장기적으로 그리고 충실한 구독자 확보 면에서는 이득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얄팍하고 가벼운 동영상에 더 많은 구독자가 따르기도 하겠지만 진지하게 깊이있는 컨텐츠를 원하는 진중한 구독자도 있을 거거든요. 특히 고전들을 찾는 독자라면 말이에요. 그래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더라구요. 응원합니다

oren 2020-01-08 12:37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읽은 책들에 대해 글을 남겼던 게 나중에 또다른 매체의 소스가 되리라는 생각은 저도 예전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곰곰 생각해 보니 ‘알라딘 서재‘마저 없었더라면 내가 그동안 책을 읽고 난 뒤에 그 책에 대한 글을 쓰고, 때로는 책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곁들여 페이퍼를 쓰고 했던 작업들이 과연 가능했겠느냐, 혹은 온전히 남아 있었겠느냐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점에서는 알라딘 서재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더라구요. 여러 알라디너 분들과 알고 지내게 된 것도 크나큰 보람이자 소득이었구요.

유튜브에 책 소개 동영상을 올리는 작업들은 아직까지는 워낙에 초창기여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 가장 알맞는 컨텐츠가 어떤 것일까, 동영상의 길이는 이대로 좋은지, 절반 가까이로 줄이면서도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는지, 깊이만 추구하다가 외연 확장에 너무 소홀하는 것은 아닌지, 유튜브 동영상에 어울릴 만한 요소(가령 짧으면서도, 몹시 재미있고, 유익하고 등등)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그 부분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등등 고민거리가 정말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아직 얼마 안 되는 동영상들이나마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 몹시 고무적이긴 합니다. 조회수가 낮은 동영상들도 시청시간 측면에서는 도리어 조회수가 많은 다른 영상들을 압도하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요.(<몽테뉴 수상록>과 <월든> 소개 동영상이 대표적입니다.^^)

마침 어젯밤에는 저도 드디어 유튜브로부터 ‘구독자 100명‘을 돌파했다는 축하 이메일을 받았는데, ‘구독자 100명 돌파‘ 유튜브 동영상들을 검색해 봤더니, 그 영상을 올린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분들이(기껏 2개월 혹은 3개월 정도) 벌써 구독자가 1천명, 혹은 3천명, 5천명씩이나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구독자 100명 모으는데 석달 걸린 사람이 100명에서 1,000명 도달하는데 2주밖에 안 걸렸다는 분들도 보이고 말이죠.(그런데 유튜브 입장에서는 구독자가 하루에 100명 혹은 1000명쯤 늘어난다고 해도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는 20억에 가까운 인구가 매일이다시피 접속하는 어마어마한 네트워크에 그 정도 숫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니까요.)

결국 컨텐츠가 경쟁력이 있고, 양질의 컨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할 수 있으면, 그걸 구독해 줄 독자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어찌되었건 유튜브 이용자들은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고, 날이 갈수록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은 낮을 테니까요. 결국 핵심은 컨텐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CREBBP 님께서도 정말 부지런하신 분이니, 유튜브 채널 만드는 걸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열심히 성원해 드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20-01-08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 님. 드디어 폭풍의 언덕.어느새 다섯번째네요. 대단하십니다 좋아요는 스무개 누릅니다 ^^ 지금 밖이라 귀가 후 조용히 저 슬픈 노래까지 모두다 들으러 다시 올게요. 두근두근 설렘 ^^

oren 2020-01-08 22:13   좋아요 0 | URL
좋아요를 듬뿍 주시고 가셨군요, 프레이야 님~
아무래도 저토록 슬픈 노래는 홀로 조용히 감상하시는 게 감동적이리라 저도 믿습니다.^^
또한, 영문학을 전공하셔서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친숙하시겠지요?

카스피 2020-01-09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며 새해복많이 받으셔요^^

oren 2020-01-09 17:58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께서 모처럼 방문해 주셔서 새해 인사까지 남겨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카스피 님도 해새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즐거운 나날 만드셔요!

페크pek0501 2020-01-12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다섯 편이나 만드셨군요. 여기저기 홍보해 드리겠습니다.

oren 2020-01-13 18:26   좋아요 1 | URL
작품 소개 영상은 다섯 편이고, 이것 저것 다 하면 15편이나 된답니다!
페크 님께서 ‘여기 저기‘ 홍보해 주시겠다니, 이보다 더한 희소식이 없습니다.
늘 힘을 보태주셔서 고맙습니다.

FLAKSUIT 2022-02-22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어느 출판사 번역이 읽기 좋은지 여쭤봅니다.어려서 읽은건 읽은게 아닌듯합니다.

oren 2022-02-22 13:05   좋아요 0 | URL
저는 민음사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번역이 아쉽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FLAKSUIT 2022-02-22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oren님

oren 2022-02-22 13:18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