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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손익계산서 분석


애널리스트가 주의할 점
444


애널리스트가 주의할 점은 발견한 결과를 과신하여 무조건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애널리스트가 밝혀낸 사실이, 첫째 총체적 진실이 아니라는 점과 둘째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새겨두고 있어야 한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는 과거를 좀 더 정확히 정리한 것이다. 그의 정보는 시의적절함을 상실했을 수도 있고, 시장이 이제 막 반영하려고 할 수도 있다.


'냉정한 시장의 평가'라는 말 460


시장은 똑똑하고,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계산에 능한 집단들의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냉정한 시장의 평가'라는 말을 관례적으로 존중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대중 심리, 잘못된 추론, 불충분한 정보의 피상적인 검증에 근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완벽한 오류 471


한 기업이 의심쩍은 회계처리를 한다면, 투자자는 해당 종목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절대 매입해서는 안 된다. 실제 유나이티드 시가 스토어스가 발행한 우선주는 회계 조작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수년간 매우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지만, 이후 쓸모없는 무가치한 종이쪽지로 변해 버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대평가된 수익이 바로 잡히면 안전 마진은 충분하기 때문에 그 종목이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판단은 완벽한 오류이다. 투자자들은 파렴치한 경영진의 행위를 계산해 계량적으로 차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쓸모없어질 뿐 508


공장 설비는 닳아 빠지는 게 아니라 쓸모없어질 뿐이다. 설비의 90%가 비즈니스 성격의 변화, 기업의 위상 변화, 투자 지역 변경 등 실제 감가상각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쓸모없어진다.


과거 실적을 힘들여 분석한 이유 524

애널리스트가 다뤄야 할 두 번째 화두는 미래의 지표로서 과거 실적의 의미이다. 이는 증권분석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결론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주제이다. 과거 실적을 힘들여 분석한 이유가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분야이지만, 단서를 완전히 믿기가 어렵고 종종 전혀 쓸모가 없어 분석 결과를 만족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증권분석의 가치가 반감하지만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다. 과거 실적은 종목 선정과 가치평가에서 여전히 유효한 출발점이다.


회사의 사업 성격 자체가 그러한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525

계량적인 데이터는 기업의 질적인 측정값들을 설명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어떤 회사의 사업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과거 기록이 안정적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사의 사업 성격 자체가 그러한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평가와 일반적인 비즈니스 원칙 사이의 괴리 527

기업은 호경기에 두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오너는 순이익 변동에 맞춰서 자신의 투자자본 가치를 올리거나 내리지는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월스트리트의 평가와 일반적인 비즈니스 원칙 사이의 괴리이다. 투기적인 대중이 내리는 가치평가 방식이 잘못이므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춘 투자자는 이를 활용해 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해에 주식을 저가에 매입해서 일시적으로 좋아진 해에 고가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용기와 인내심 527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능가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통념과는 반대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용기와 몇 년을 기다릴 수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
가치투자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자 기질이다.



반대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528

시장 전체도 그렇지만 특히 개별 종목은 기본적인 가치가 경기 순환에 따라 크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과거 실적에 비추어 고가에 팔린 어떤 주식이 그 다음의 불황기에도 여전히 높은 값으로 팔릴 수 있다. 반대로 낮은 값으로 팔리는 주식은 다음의 호황기에도 여전히 낮은 값으로 팔릴 수 있다. 이런 지속적인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시장이 기업 실적의 단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의문이다. 시장의 이런 판단 착오는 "이런 변화는 더 확장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다"라는 가정 때문에 빚어진다. 그러나 경험에 비춰볼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계속되기보다는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적 트렌드에 잠재된 두 가지 위험 528

월스트리트는 현재 실적을 크게 강조하고, 동시에 실적 트렌드에도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27장에서 우리는 실적 트렌드에 잠재된 두 가지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첫째는 트렌드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트렌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 있고, 둘째는 트렌드에 기초한 가치평가는 엄격성이 떨어져 쉽게 과장될 수 있다. 평균치와 트렌드는 서로 상반될 수 있다.


긍정적인 전망 531

질적인 평가를 하면, 첫째 두 회사 모두 안정적이라고 할 만하며, 둘째 모두 해당 업종에서 선도 기업이고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두 기업이 1925∼1932년에 보인 실적은 우연적인 결과일 수 있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보다 과거 평균 실적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직관과 건전한 판단력을 구분할 필요 532

특별히 반전의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는 과거 실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는 반전의 가능성을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직관과 건전한 판단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를 예측하는 능력은 더없이 귀중하지만 애널리스트에게 이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가 만약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석이 필요 없다. 애널리스트에게는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예측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상승 중인 실적 추세(트렌드)가 미래에도 계속된다는 가정 546


전문가들은 우량주 주가는 주당 순이익의 10배가 적정한 것이 아니라 15배가 돼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격이 서로 다른 회사에는 서로 다른 배수를 적용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컸던 유틸리티, 프랜차이즈 업종의 주식은 주당 순이익의 25∼40배 선에서 거래되었다. 다양한 업종에서 선도 기업을 지칭하는 '블루칩'의 주가도 이 수준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상승 중인 실적 추세(트렌드)가 미래에도 계속된다는 가정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생각)
지금 현재 대한민국 증시에서의 상황도 거의 비슷하다. 최근 1년 내지 2년 사이에 엄청나게 상승한 주식들의 PER은 대부분 15배∼20배에 달해 있다. 현재 상승 중인 실적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증시는 개표기이지 저울이 아니다 546

불행히도 증시는 과학적인 공식 등을 적용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가치를 결정하고 나중에 결과론적인 이유를 대도록 한다. 증시는 마치 약속 위반을 따지는 법정의 배심원과 비슷하다.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가치를 결정해야 한다. 배심원이 어떻게 해서든 평결을 내려야 하듯이 말이다. 주가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세심하게 계산된 결과가 아니라 인간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일 뿐이다. 증시는 개표기(voting machine)이지 저울이 아니다. 어떤 사실이나 정보는 직접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매매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 작용한다.


PER 16이 상한선 547

어떤 종목의 보수적인 가치는 평균 이익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예측과 관련된 변수에 의해서도 검증받아야 한다. 이는 가치평가의 출발점이 현재 순이익에서 평균 이익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적어도 5년 이상, 바람직하게는 7∼10년의 실적 이익을 바탕으로 해당 종목의 가치를 평가한다. 평균 이익이 동일하면 가치가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주 투자자라면 현재 순이익이 평균을 웃돌거나, 평균보다 나은 전망이 있는 종목에 후한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때 보수적인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배수(PER)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보통주 투자 관점에서 'PER 16'이 상한선이라고 본다. 이 기준도 필연적으로 자의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본래 투자에는 명시적인 가치가 전제되어 있다. 보통주의 가치는 평균 순이익 또는 수익력 등과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가와 견주어 6%도 안되는 순이익으로 현재 주가가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이 정도의 PER에 만족할 진정한 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


투자와 투기 548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이제 분명해졌다. 주당 순이익보다 16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했다고 하여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고가에 매입한 종목이 상당한 수익을 낳을 수 있지만, 현명하거나 운 좋은 투기이다. 분명한 사실은 투기에서 지속적으로 운이 좋거나 현명한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당 순이익의 16배가 넘는 값을 치르고 습관적으로 보통주를 매입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마련이다. 기계적인 상한선이 없다면, 그들은 터무니없는 높은 주가를 합리화할 명분으로 가득한 거품장세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나의 생각)
어떤 책에서 봤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PBR 3배를 상한선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참고할 만하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548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때 주가수익배율을 16으로 한정한다면, 실제 매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투자이론이 주장했던 'PER 10'이라는 기준을 되새겨봐야 한다. 또 주가수익배율의 상한선이 보통주 투자의 유일한 전제 조건은 아니다. 즉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발행 기업은 자본구조, 경영 능력, 전망 등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 이 원칙과 함께 또 다른 비유적인 기준이 있다. "투자에 매력적인 종목은 투기에도 매력적이다"라는 점이다. 즉 어떤 종목이 보수적인 투자 기준을 만족하면 시세 차익 가능성도 높다.



우량종목을 높은 시세에 매입하는 행위 549

우리가 제시한 보통주 투자원칙은 월스트리트의 우량주 평가 기준과 다르다. 월스트리트의 우량주는 주가수익배율이 모두 16 이상이고, 현 주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투자 적격이다. 우량 종목을 높은 시세에 매입하는 행위는 주가가 더 상승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투기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보통주 투자는 주가를 기준으로 중간 정도의 회사이다. 낮은 주가 종목은 실적이나 기업의 안전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기적일 수밖에 없고, 또한 고가주는 높은 주가 때문에 투기적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565

투기적 자본구조에서 보통주 주주는 선순위 증권 보유자의 희생 덕분에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쥐꼬리만한 자기자본(보통주)과 산더미 같은 타인자본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것이다.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와도 내가 이기는 동전 던지기를 하는 셈이다. 보통주 주주의 전략적 지위는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와 같다. 달리 말하면, 적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기업의 미래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옵션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연한 사실 568

대중이 저가 종목을 선호하는 데는 그럴 만한 논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저가 종목을 매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잃는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


진짜 저가 종목 569

진짜 저가 종목은 충분히 투기적 매력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매수를 부추기기 위한 억지 노력은 없다. 주가흐름은 정중동 상태이고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왜 일반 투자자들이 가짜 저가 종목을 매입하고, 진짜 저가 종목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기회를 무시하는지 말해 준다.


잘못된 자본구조를 고치라고 요구해야 한다 577

시장이 진흙 속의 진주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투자 기회를 찾은 경우 다음 두 가지 행동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결국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구조가 잘못되어 저평가가 일어나므로 주주가 나서서 잘못된 자본구조를 고치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장 기본적인 일치의 원칙 578

이상의 사례에서 발견되는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일치의 원칙(basic principle of consistency)이다. 파이프라인 회사가 자산의 대부분을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파이프라인 회사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다. 래커워너도 누구나 탐내는 훌륭한 채권을 헐값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주식으로 바꾼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타바코 프로덕츠의 경우처럼 과중하고 불필요한 세금 부담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이 비논리적인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제6부 대차대조표 분석



주식 투자자는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590

월스트리트가 "그 비즈니스 가치는 얼마입니까?"라고 묻지 않는다는 점은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주식 투자자는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비즈니스맨이 "1만 달러에 지분 5%를 매각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면, 그는 순간적으로 1만 달러에 20을 곱해, 그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20만 달러로 추정한다. 그리고 "20만 달러이면 적당한 가격일까?"라고 자문한다.


처참한 수준 591

장부가격의 16배에 팔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계속 기업'이라 불리기 어려운 펜실베이니아 코울 앤드 코크의 시가총액은 장부상 자산가치의 16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페퍼렐 매뉴팩처링(Pepperell Manufacturing)은 괜찮은 장부가치와 후하고 꾸준했던 배당, 업종 내 좋은 평판 등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대공황에 시달린 부분 소유자(part owners, 주주)들은 단일 소유주 (a single private owner)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살 만한 장부가치의 10%만 받고 처분하려고 했다.


현명한 투자자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591

현명한 투자자의 반열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식을 매매하기에 앞서 얼마를 지불하려 하고, 그 대신에 어느 정도의 유형자산을 가질 수 있는지 셈해 볼 필요가 있다.


유동자산 가치의 중요성 593

보통주의 유동자산 가치는 고정자산을 포함하는 장부가치보다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유동자산 가치는 대체로 청산가치와 비슷하다.
2. 많은 경우 보통주 시가총액이 유동자산 가치보다 낮아서 청산가치 아래서 팔리고 있다.
3. 많은 기업들이 오래 청산가치 아래서 거래되는 현상은 비논리적이다. 이는 시장의 판단 오류이거나, 무능한 경영 때문이거나, 기업 자산에 대한 주주의 태도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청산가치 괴리 현상의 논리적 의미 596

주주, 시장, 그리고 경영진의 관점에서 주가의 극단적인 저평가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계속해서 청산가치보다 낮다면, 이는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거나 회사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1. 주주는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게 된다.
2. 경영자는 청산가치와 주가의 부조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영 방침을 수정하고, 비즈니스의 지속 여부를 주주에게 물어야 한다.

위 결론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청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될 이유는 없다. 기업의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낮다면 이 기업은 청산되어야 한다. 기업의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높다면 주가는 청산가치보다 더 높아야 한다. 결국 청산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은 정상이 아니다.

논리적 추론의 의미 : 논리적으로 추론한 결과 두 가지 의미가 발견된다. 우선 주가가 청산가치 이하인 주가는 극단적으로 싼 값이기에 매력적인 매입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증권분석이 또다시 이 분야에서 힘을 갖게 되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는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상당수 기업은 경영 정책에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자발적이든 주주의 압력에 의해서든 경영자는 정책 실패를 즉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증권의 안정성 605

"증권의 안전성은 채권, 우선주, 보통주 등의 이름 자체나 법적인 권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증권 이면에 있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청산가치의 의미 : 주주와 경영자의 관계
607

주제는 증권분석의 대상이 아니지만 주주의 경각심, 현명함 측면에서 주식가치와 밀접하기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본래 보통주 종목 선정은 일시적인 행위이지만 소유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한 회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려 깊어야 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형적인 주주들은 우리에 갇혀 있는 유순하고 무관심한 동물과 같다. 이사회가 시키는 일만 할 뿐 기업의 주인이자 경영진의 고용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상당수, 아니 대부분의 거대 기업은 주주가 아니라 '경영진'으로 불리는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타당하지만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는 전제 609


주주는 사유 재산권에 내포되어 있는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다. 주주가 순종적이고 무관심해 보이는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그릇된 통념 때문이다.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그 통념은 다음과 같다.

1. 경영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주는 경영진의 판단을 수용해야 한다.

2. 경영진은 주가에 대해 관심이나 책임이 없다.
3. 주주가 경영진의 주요 정책에 반대한다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책이다.


경영진이 늘 유능하고 효울적인 것은 아니다
610

그 통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부분적으로 진실일 뿐이다. 이는 전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기에 더 위험하다. 경영진은 현안을 결정하는 데 유리한 지위에 있기는 하지만 항상 주주에게 이로운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선택하지는 않는다. 무능함 때문에 심각한 실수도 저지를 수 있다. 모든 주주는 경영진이 유능하다는 통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종목을 선택할 때 경영진이 제대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 말은 곧 많은 기업이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주주가 경영이 효율적인지 아닌지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는 충돌할 수 있다
610

주주가 경영진의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주주와 경영진이 충돌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경영진의 보수 : 기본 보수, 보너스, 스톡옵션
2. 비즈니스 확장 : 추가 보수, 경영진의 권한과 특권(옵션) 범위 등
3. 배당 : 사내 유보, 배당 결정 등
4. 기업의 진로 : 무수익 사업 분야, 회사의 퇴출, 감자 등

5. 주주에게 정보 공개 : 평등한 정보 접근성 등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충돌할 수 있는 모든 이슈에 대해 경영진은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중립적일 수 없기 때문에 주주의 철저한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영진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영진에게 백지 위임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주인(고용주)은 믿을 만한 하인(피고용자)을 선택하지만, 하인에게 품삯을 결정하도록 하거나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지 또는 어떤 사업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결정하도록 하지는 않는 법이다.

(나의 생각)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그레이엄은『증권분석』 제3판(1951년)에서 이 부분을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사와 경영자와의 관계
611

이론적으로 이사들은 경영자의 이해에 대항하며 주주의 이해를 대표한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론과 합치되지는 않는다. 이사 개개인은 여러 면에서 경영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이사회가 경영자를 선택하기보다는 경영자가 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흔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주주는 경영자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과 충돌하는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또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지속 여부도 분석되어야 한다
612

경영진은 본성상 자본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자본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 이를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주주에게 더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이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금의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면 기업의 자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경영진의 권한이 축소될 수도 있다. 이론적인 의미에서 자본금을 완전히 소각할 경우 경영진은 실업자가 된다.
(중략)
이런 맥락에서 비즈니스의 주주 여부는 주주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법적인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주주의 몫이지 경영자의 몫은 아니다.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사실에서 볼 때도 비즈니스의 지속 여부는 주주의 몫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결국 이 문제는 시장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지, 아니면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경영진의 잘못을 공격하면, 이를 개인적인 목적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비판받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본래 금융에서 이타주의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싸움에는 시간, 에너지, 돈이 들어간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일이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한 정도의 지분을 소유한 집단이 나선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들은 그 회사에 많은 돈을 걸어두고 있어서 자신의 이익을 지켜야 하며, 그래서 일반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중략)

경영진에 대한 많은 주주의 비판, 위임장 확보 경쟁, 다양한 법적 대응 등은 경영진을 당혹스럽게 만들것이며, 또 많은 경우 이런 일들이 현명하지 않고 부적절한 동기 때문에 빚어지기도 한다. 경영 책임자는 경영자이기 때문에 겪는 일과의 하나일 수 있고, 의식이 깨어 있는 주주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쯤으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인들은 이런 찬반양론을 통해 진실을 알 수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주주는 그만큼 영리해지고, 사태를 더 잘 파악하게 된다. 야유나 인신공격 등으로 논쟁을 막아서도 안된다.

기업의 청산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직원의 이해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주주의 주머니만을 고려한 결정도 합리적이지 않지만, 문제의 핵심과 최종 결정권 등을 혼동해서 얻어지는 것도 없다. 직원의 일자리를 위해 기업을 존속시켜야 하고 그 대가로 주주가 희생해야 한다면, 주주들은 이런 현실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비록 비인간적이지만 청산이 이익일 때는 청산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 주주가 직원의 고용을 위해 투자 원금을 잃어야 할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소유한 기업에서 이런 온정주의는 극히 드문 법이다. (중략)

주가가 청산가치만도 못한 사태는 주주의 이익에 있어 중요한 일이며, 주주는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에게 대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나의 생각)
21세기에 이른 지금까지도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소액주주운동 또한 마찬가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 3월의 정기주총과 그 후 열린 임시주총에서 대주주(경영진)과의 치열한 표대결 끝에 두 번 연속으로 '감사 선임을 부결'시킨 경험이 생각난다. 그 과정을 통해 주주들은(나 자신을 포함하여) 그만큼 영리해진 것도 사실이며, 사태를 더 잘 파악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 감사 후보는 경영자이자 오너인 회장님과 사돈 관계였음이 언론 보도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결국 2007년의 세 번째 열린 주총(두 번째 임시주총)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인물을 감사로 간신히 선임할 수 있었다.



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선 615

"경영진이 주가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논리는 기본적으로 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선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가 특정 종목을 매입할 때 시장성은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이는 진실이 아니다. 시장성은 본래 처분할 수 있는 장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매도할 가능성을 전제한다. 적정 가격 매도 가능성은 적절한 배당, 실적, 자산가치만큼이나 주주에게는 중요하다.


주가의 저평가 상태를 막기 위해 이사회가 해야 할 일 615

"주가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경영진에게 화내지 않을 주주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는 주식의 시장가격에 민감하고,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따라서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그 누구보다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지 감시하는 것만큼 주가가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적정 주가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
615

경영진이 적정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처는 다양하다. 우선 청산가치가 주가보다 높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주주들에게 알린다. 이사들이 청산보다 존속이 더 이롭다고 믿는다면, 충분한 근거를 주주들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다음으로 배당 정책이다. 경영진은 주인들이 비즈니스 지속으로 소득의 감소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배당률을 청산가치와 연동시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발행 기업이 쌓인 잉여금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가능하다.

이어 경영진은 당장 비즈니스에 필요하지 않은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다. 이는 액면가를 낮춰 지분율대로 현금을 되돌려주는 방법으로 가능하고, 공정가격 수준에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이사회는 수익력과 청산가치의 불균형을 청산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 매입의 남용 618

가능한 가장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기업에게는 이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회사에 주식을 판 사람은 많은 손해를 보고, 반대로 주식을 그냥 보유한 사람은 이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은 회사가 다른 자산을 살 경우에는 적절하지만, 자기 회사 주주에게서 주식을 살 경우에는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당하다는 보증은 없다. 경영진은 기업이 매수자 입장이기에 매도하는 주주를 공정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

발행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여유 자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헐값에 매입할 경우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이 이런 식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는 특히 주식을 처분하는 사람이나 계속 보유하고 있는 일반 주주 모두에게 손실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헐값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는 지분을 계속 보유한 주주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
자사주를 싸게 매입하면 주주에게나 기업에게나 무조건 이득이라고 쉽게 생각해 왔는데, 이 내용을 접하고 보니 그레이엄의 생각이 얼마나 깊고 세심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내시 모터스의 사례 : 원칙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발생 620

기업 경영자들이 1928∼1933년에 내린 결정 등은 주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혜롭지 않고 정직하지도 않았다. 이는 그 기간에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진의 이런 태도는 주식회사가 본래 주주의 소유물이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경영진은 주주가 고용한 사람에 지나지 않고, 이사진은 주주의 뜻을 대신해 경영자를 감시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와 함께 주주들은 이런 사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배당, 자사주 매입, 경영진을 위한 보상 및 보수 결정과 감시, 기업 확장에 대한 평가, 잉여 현금 처분 등의 문제를 진정한 주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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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락한 것들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지금 황금기를 구가하는 것들은 언젠가 추락할 것이다."

 - 로마 시인 호레이스의 『아르스 포에티카(Ars Poetica)』중에서


투기의 아포리즘
14


우리는 아마도 무엇을 살 것인가 보다 언제 사고 팔 것인가 하는 투기의 아포리즘(aphorism, 경구)에 다시 매료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최대 약점
22

이 투자원칙의 최대 약점은 특히 투기열병이 번지고 있던 1928∼1929년에는 일반 투자자가 확실하게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악할 만한 손실
23

그러나 1927∼1929년 평판이 좋았던 투자은행들이 그 동안 지켜왔던 안전기준을 무시하는 행위가 시장 전반에 만연했다. 많은 수준 미달 신생 기업의 주식을 대거 인수해 기업 정보를 왜곡하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마구 팔아넘겼다. 전반적인 기업가치 하락의 와중에 특히 이들 불건전한 신규 상장기업들은 치명적인 기업가치 하락으로 주가가 극심하게 떨어졌고, 그 결과 이들 기업들을 투자은행으로부터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경악할 만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 닷컴열풍이 불었던 1999년과 그 이후의 주가 폭락때도 마찬가지였다.



'새 시대 교리'
26

그런데 최근 대세 상승 국면은 1921∼1933년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이는 과거 몇 개월에 지나지 않았던 급등 국면과는 달리 몇몇 투기 세력이 시장을 이끌며 과열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금융시장 참여자에 의해 버블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좋은 주식(혹은 블루칩)에의 투자는 그 주가가 아무리 비싸도 건전한 투자라는 '새 시대 교리'가 이 기현상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교리는 도박이나 다름없는 투기열풍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은 투기를 투자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합리화한 수단일 따름이었다.


엄청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
27

투기꾼의 심리 그 자체가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들은 시장과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 인해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반대로 주가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에는 지나치게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투기꾼의 심리 변화가 이렇기에 예외적으로 극히 일부 운 좋은 투기꾼만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투기 세력이 대부분 손실을 입고 있는 판에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어떤 사람이 투기 테크닉을 아무리 현명하고 철저하게 터득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불행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에는 성공적인 투기로 약간의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끝태 엄청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경험상 많은 경우 36

경험상 많은 경우 평균 실적이나 추세만으로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눈에 띄게 뚱뚱하다면 37

증권분석이란 어떤 증권의 내재가치가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산출해 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내재가치는 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하기에 적정한가 혹은 시장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것은 아닌지 등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내재가치가 명확하지 않거나 근사치 방식으로 산출되어도 괜찮다. 비유하건대, 한 여성이 충분히 성숙해 보인다면 굳이 나이를 몰라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고, 한 남성이 다른 남성보다 눈에 띄게 뚱뚱하다면 굳이 그의 정확한 체중을 몰라도 과체중이라고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나의 생각)
그레이엄의 제자인 워렌 버핏도 특히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재미있는 속설 41

증권분석은 궁극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가설을 전제로 한다. 첫째, 증권의 시장가격은 수시로 내재가치와 괴리하여 형성된다. 둘째, 그 괴리는 스스로 사라지는 속성이 있으므로 시장가격은 본래 내재가치에 수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가설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에서는 "시장의 평가에는 오류가 없다"거나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이 증권의 가치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재미있는 속설도 있다.


저울과 투표기
42

시장은 개별 종목의 품질을 반영해 내재가치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해 주는 저울이 아니라, 참여자의 때로는 이성적이고 때로는 감정적인 요인이 투영된 선택들을 취합하고 집계하는 '투표기'와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의 생각)
이 대목 역시 워렌 버핏이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평범한 사람과 안목이 있는 사람 53

평범한 사람과 안목이 있는 사람의 구매 형태 차이는 페인트나 시계의 구매에서 뿐만 아니라 증권투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서로 상반된 투자원칙을 도출할 수 있는데, 하나는 미숙련 일반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애널리스트에게 유용한 것이다.

1. 미숙련 투자자를 위한 투자원칙 : 발행 기업이 견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발행 조건이 좋더라도 절대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2. 증권 애널리스트를 위한 투자원칙 : 거의 모든 증권은 어떤 가격대에서는 싸지만 다른 가격대에서는 비싼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대치에 기대어 증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61

증권분석은 기본적으로 사실로 뒷받침되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지 기대치(전망, 추세 등)에 기대어 증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의 접근 방법은 이런 측면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추측하는 능력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투기 거래자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물론 애널리스트도 반드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감안해야 하지만, 그의 주된 목적은 이런 변화를 활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로부터 자신의 판단을 경계하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미래를 자신의 판단을 옹호할 근거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판단이 봉착할 위험요소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오를 때마다 63

애널리스트의 판단과 의견이 질적 요인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시장가격이 계량적인 자료만으로는 정당화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오를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에는 이미 증권분석의 분석적 의미가 상실된다. 수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좋은 실적 수치는 애널리스트가 우호적인 결론을 내리는 '필요조건'일 뿐이지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다.


선의의 주주 74

선의의 주주는 비공개·비상장 기업(사기업 또는 합자회사·합명회사)의 동업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 권리는 회사에 해롭게 행사할 수는 없지만, 그 정보 요청의 이면에 부적절한 의도가 있거나 정보 공개가 기업 경영에 유해하다는 입증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슬픈 현실 79

장기투자와 단기 매매의 개념도 모호하고 부정확한 잣대로 구분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는 최근 보통주를 1년 이상 보유할 목적으로 매입하면 투자라고 정의했는데, 이도 그 본질을 정확히 반영했다기보다는 단지 편의적인 구분일 뿐이다. 이 정도로 보유하는 것을 투자라고 정의하는 것은 실제로 '단기투자'가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매입자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투기'하는 것도 슬픈 편실이다(물론 어느 정도는 장기투자 목적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나의 생각)
워렌 버핏의 또다른 스승이었던 필립 피셔의 견해도 참고할 만하다.
주옥같은 교훈들로 가득찬 투자의 명저

투자와 투기 82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본의 안전성과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을 확보하는 행위이다. 이런 원칙을 만족시킬 수 없는 행위는 투기이다.

(나의 생각)
이 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우선적 청구권이 자산가치 하락을 막지는 못한다 102

담보물에 대한 저당권 행사로 채권 보유자는 발행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와는 상관없이 채권 상환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경우에 완전히 허구임이 증명되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담보로 제공한 자산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채권 보유자는 주로 철로, 공장 건물과 설비, 발전 설비 및 기타 공익사업 자산, 교량, 호텔 건물 등에 우선적 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이런 자산들은 당초 사용 목적 외로 이용될 수는 없다. 따라서 채권의 발행 기업이 도산하면 이들 고정자산의 실제 가치는 대개 현격히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 담보로 내놓은 자산을 구입 원가나 추정 가치로 평가하여 채권을 사도록 유인하는 관행은 투자자를 완전히 오도하는 것이다. 담보자산의 가치는 디폴트되었을 때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기업이 도산하면 장부가치는 거의 대부분 믿을 수 없거나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나의 생각)
개인적으로 담보물을 제공받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에도 참고할 만한 유용한 사례이다.



담보자산이란 안전장치 104

채권에 제공된 담보자산이란 안전장치는 단지 투자자의 실수가 낳은 고통을 조금 덜어줄 뿐이다.


투자 손실 위험 ≒ 대화재나 급성전염병 124

생명보험에서는 연령과 사망률의 관계를 정확히 계산해 생명표를 만들어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는데, 이 표의 실제와의 괴리는 매우 서서히 발생한다. 손해보험회사도 생명표만큼 신뢰성이 높지는 않지만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과 화재 발생률의 관계를 잘 정리해 놓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투자 대상과 손실 위험의 관계는 상황 변화에 따라 너무나 불확실하고 변화가 심하여 믿을 만한 수학적 통계표를 만들 수가 없다. 특히 투자 손실은 시간적으로 골고루 분산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 즉 전반적인 불황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투자 손실 위험은 화재보험이나 생명보험에서 예측 불능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화재나 급성전염병과 비슷하다.

(나의 생각)
1997년의 IMF 금융위기 국면,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 국면, 2007년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전세계적 금융공황 국면에서도 이런 특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159

감정가액은 후하게 추정한 그 부동산의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산정되었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후한 금융비용을 포함해서 건설비용이 100만 달러인 빌딩의 감정가액이 곧바로 150만 달러로 평가될 수 있었다. 따라서 건축비용 전액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되므로 건축주나 개발업자는 자기 돈 한 푼도 안들이고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에 상당한 돈이 남기도 했다. 이런 식의 부동산 담보 자금 조달 방식은 치명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관련 당사자들이 원칙, 통찰력, 건전한 상식을 무시한 처사로서 결국은 도가 지나쳐 필연적으로 파국을 맞게 되었다.

(나의 생각)
작금의 부동산 PEF 부실도 똑같은 사례의 반복으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손익계산서의 중요성 167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는 순전히 수익력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발행 기업의 손익계산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백히 말해 주고 있다.


시가총액이 시사하는 것 168

시가총액이 시사하는 것은 그 기업의 실제 가치를 측정하는 대략적인 지표 내지는 실마리에 불과하다.


동전 던지기 171

문제는 채권 투자자가 이 채권을 선정하는 것을 정당화해 줄 만큼 주식이 실제로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기업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 기업의 채권을 매입한다"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논리이다. 마치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지고, 뒷면이 나오면 못 이긴다"는 말과 같다. 주식이 저평가된 것이 맞다면 채권을 사는 것보다는 주식을 사는 것이 분명히 이익이고, 그렇지 않고 주식이 실제로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면 채권투자를 잘못한 것이다. 주식투자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주가가 부당하게 저평가되었는지 여부를 고민할 필요 없는 다른 기업의 채권을 매입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차라리 타당한 논리이다.


합리성이 없는 증권 형태 210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에 도달한다. 즉 우량 우선주는 매우 예외적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채권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경우에 우선주를 발행한 비정상적인 경우 혹은 실수라고 말이다. 따라서 우선주는 발행 기업에도 보유자에게도 별로 유리할 것이 없으므로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주는 기본적으로 합리성이 없는 증권 형태이다.


별로 실익이 없다는 결론 252

이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채권 보유자의 법적 권리는 별로 실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현재 일반적인 관행에 의하면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는 있지만 원리금 청구권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없다.


총체적인 불확실성을 의미할 뿐 252

대부분의 경우 지급 불능 사태는 총체적인 불확실성을 의미할 뿐이고, 결국은 주주권의 소멸 위험이 발생하고 채권 보유자도 원리금 상환에 관한 어떤 보장도 받지 못한다.


'금테 두른(gilt-edged)' 290

전통적 의미에서의 초우량 종목 투자 개념은 1920∼1922년 경기 침체기 동안 지극히 달갑지 않은 경험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안전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증권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또한 경기 침체에 이어 찾아온 그 후 번영의 7년도 서로 다른 투자 종목 군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침에 따라 소위 '금테 두른(gilt-edged)' 종목이라 불렀던 옛날식 초우량 종목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붕괴되었다.


투자 대신 투기를 하는 것 292

두 번째 대안인 투자 대신 투기를 하는 것은 저축과 사업 이익으로 재산 형성을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행위이다. 무지, 탐욕, 군중 심리, 거래 비용, 내부자와 시세 조작자에 의한 불공정 거래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기의 이론적인 우월성은 실제로 아무런 성과가 없다. 우리는 시세 차익의 가능성이 없는데 원본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반복해서 반대해 왔다. 그렇다고 투자 대신 투기를 옹호해 온 것이 아니라, 다만 명백하게 불건전하고 '현명하지 못한 투자' 보다는 '현명한 투기'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비정한 증권시장의 특성상' 293

그러므로 눈치 빠른 투자자는 이런 종목을 의심하거나 눈치 채지 못하는 부주의한 다른 투자자(희생양)에게 파는 것이 가능했다. 그 희생양들은 발행 기업의 명성만 믿고 같은 그룹의 다른 종목에 비해 다소 싸게 매입할 수 있다고 좋아했을 것이다. 비정한 증권시장의 특성상 이런 정도의 행위를 윤리적으로 비난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현명한 투자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부주의한 투자자에 대한 벌칙 정도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못 찾아낼 것도 없다 296

이런 '저가 매수(bargain)' 기회란 분명 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채권과 우선주를 신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검색하면 못 찾아낼 것도 없다. 저가 우량 종목은 십중팔구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은 아무리 기업의 실적이 좋게 평가되어도 싼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이런 종목을 선뜻 매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의 생각)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또한 그레이엄의 언급 내용과 정확히 닮았다.


'투자'에 트레이딩 요소를 가미하는 바람에 300

증권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모든 사람은 바닥에서 매입하고 하락하기 직전에 매도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실 경험상 별로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오히려 그의 '투자'에 트레이딩 요소를 가미하는 바람에 투자에서 얻은 수익도 까먹고 결국은 투기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많이 보았다.


컨설턴트가 비법을 그리 잘 알고 있다면 300

순전히 투기 영역에 대한 자문 수수료를 내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컨설턴트가 비법을 그리 잘 알고 있다면 자기가 직접 투기를 하고 말지 골치 아프게 투자 자문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자문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전문 분야는 투자와 투기의 중간 정도 분야가 될 것이다.

(나의 생각)
요즘 증권방송과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증권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쓸 데 없이 아까운 '자문 수수료'를 내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한줌의 유망종목을 찾아내기 위해 304

미숙한 투자자들은 이런 '저가 종목(bargain issues)'을 절묘하게 피해 가는데, 그 이유는 대개 가격은 싸지만 내용이 부실한 종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제한된 소수의 저가 종목 중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만약 애널리스트가 안전한 확정 소득 투자 종목 선정 방법을 마스터했다면, 이 기술을 우량하면서도 시세가 낮은 종목을 찾아내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단지 한줌의 유망 종목을 찾아내기 위해 수백 개의 종목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고, 특히 숨겨진 취약점이 없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중간적인 접근법에 반대하는 이유 313


순수한 투자와 소위 투기 거래의 어중간한 중간적인 접근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순전히 투자자들의 투자 자세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경우 그 결과 투자자는 혼란스러워하고, 사고의 오류와 자기 기만에 빠지기 십상이다.

(나의 생각)
벤저민 그레이엄의 또다른 명저인『현명한 투자자』에도 이와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신을 중간 범주에 놓고자 하겠지만, 이것은 성취감보다는 실망감을 더 안겨줄 것 같은 절충이다.]


철저한 분석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론 380

이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은, "상장 종목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전형적인 보통주는 아무리 세심하게 분석하더라도 종목의 매력이나 실제 가치에 대해 믿을 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개별 종목에 따라서는 철저한 분석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론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믿을 만한 경우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특정 종목을 분석하는 일은 긍정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주 전반을 놓고 볼 때 증권분석은 투기적 판단을 하는 데 의심스러운 역할을 하거나 혹은 숫자로 표현하기 곤란한 가치 산정을 매우 환상적인 방법을 통해 계량화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투기란 말의 어원 386

본래 투기란 말의 어원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반면에 투자에는 '이미 확보한 이득(vested interests)', 즉 과거에 확보한 재산권 및 재산가치와 연관된 의미가 있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기적이고, 과거는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안전판 역할을 했다.


변화의 원인 388

일반 투자자는 왜 배당, 자산가치, 수익 실적에서 거의 전적으로 수익 트렌드, 즉 기대 수익 변동 전망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첫째 과거 실적이 더 이상 믿을 만한 투자 가이드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둘째 미래 전망이 낳은 시세 차익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새 시대 컨셉의 탄생은 무엇보다 전통적인 기준이 와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경제 변화 속도는 대단히 빨라져서 설립된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과거 10년간 번창하던 기업들도 불과 몇 년 사이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소규모 부실 기업은 급격히 규모가 커지고 수익 신장을 보여 최고의 신용 평가를 받게 되었다. 철도 기업 등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주력 기업 군은 미국 경제의 팽창에 동참하는 데 실패했고 명백한 후퇴의 기미를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도시철도는 1914년 이전까지만 해도 또 하나의 핵심 투자 대상이었지만, 새로운 운송 수단의 등장으로 급속히 투자가치를 상실했다. 전력과 가스 등 전통적인 유틸리티 기업은 전쟁과 전후 인플레이션이 이로운 쪽보다 해로운 쪽으로 영향을 받아 실적이 들쑥날쑥했으며, 이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제조업체의 사정은 격심한 변화로 뒤죽박죽이었는데, 번영의 과실이 매우 불공평하고 간헐적으로 배분되는 바람에 가장 눈부신 성공 사례의 와중에 가장 예상외의 실패 사례도 빈번했다.

(나의 생각)
약 1세기 전의 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에 대한 시대상을 읽는 것 같다. 마치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새 시대의 투자 = 전쟁 전 투기 391

대표적인 투자신탁회사들이 실행했던 '새 시대의 투자'라는 것이 증시 활황 이전에 투기라고 정의했던 것과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투자'는 이자와 배당소득보다늕 시세 차익을 강조하고, 과거의 실적보다는 실적 전망을 더 중시하면서 채권 대신 보통주를 매입하는 것을 의미했다. 새 시대의 투자는 곧 만족할 만한 실적 트렌드를 보인 보통주 매입에 초점을 맞추었던 전쟁 전 투기와 다를 바 없다. 역사적인 주식시장 활황기를 풍미하던 새로운 투자이론은 '투자는 성공한 투기'라는 냉소적인 투자 격언을 살짝 위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나의 생각)
① 1999년과 2007년의 엄청난 활황장세에서 **에셋이 보여준 행태와 너무나 닮았다. **에셋이 현재의 대한민국 펀드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② 2010년 현재 '자문형 랩'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소위 '7공주'등 몇몇 종목에 대한 투기적인 매수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것을 성공적인 투자'로 바라보면서 모두들 그런 경향을 추종하려고 애쓰고 있고, 그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스스로 책망하는 투자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것 또한 미래에셋 출신의 '***'씨가 설립한 ***투자자문 등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 역시 나의 판단으로는 우리나라 증시의 '수준낮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③ 최근에 ***투자자문의 *** 대표가 모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에는 '나는 가치투자에 적합한 종목이라고 언급되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라는 취지의 언급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오만의 극치라고 할 만한 발언이며, '자신감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역사적 대실패들을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내용이다.

④ 2007년 11월, 대한민국 증시가 2,000P 위로 올라섰을 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자신감이 지나쳐 '인싸이트 펀드'라는 상품을 야심차게 시장에 내놓았다. 중극 증시가 피크 국면이어서 워렌 버핏 조차도 '과열'을 경고하면서 중국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히던 시점에, 박회장은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은 20세기에 유행하던 포드자동차에 비유하면서 자신은 21세기 첨단 렉서스식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랑(혹은 합리화)하였다.

⑤ 박현주 회장의 '버블 꼭대기 국면에서의 무리한 펀드 판매'는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참담한 실패'로 이어졌고, '인사이트 펀드'의 기록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뼈아픈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2010년 펀드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인 '주식형 펀드로부터의 대탈출' 국면에서 미래에셋이 직격탄을 맞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처럼 보여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허황된 결과 392

새 시대의 이 투자원칙은 증시에서 돈 벌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는 허황된 결과를 초래했다. 즉 가격 불문하고 좋은 주식을 사 놓으면 그 다음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주가는 당연히 올라간다는 식이었다. 이러한 새 시대 투자이론을 맹신한 결과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가면 일하지 않아도 행운을 잡을 수 있는데 왜 힘들여 일하는가?"라고 들떠 있었다. 마치 골드러시 때 많은 미국인이 클론다이크에 몰려들었듯이 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월스트리트로 몰려들었다. 대단히 중요한 차이점은 클론다이크에는 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생각)
2007년 11월에 출시되었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주로 중국증시에 집중투자하는 펀드)가 꼭 그짝이었다. 중국 주식은 시중에서의 일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좋은 주식을 사 놓으면 그 다음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주가는 당연히 올라간다는 식'이었다. '장기간 묻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박현주 회장의 언급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의 인터뷰 때마다 반드시 빠지지 않은 단골메뉴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바보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앵무새가 멀리 있었던 게 아니었다.


최상의 투자 전략 393

따라서 최상의 투자 전략은 다른 모든 사람이 매입하는 종목만 사는 것이었다. 이 종목들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고 고가에 거래되었던 이른바 '블루칩'이라는 것이었다. 저평가되어 관심권에서 멀어진 종목을 발굴해 내는 원래의 투자원칙은 완전히 폐기 처분되었다. 투자신탁회사들은 실제로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거래가 활발하고 표준적인(인기 있고 주가가 높은) 보통주로만 구성되어 있음을 자랑할 정도였다.

(나의 생각)
1994년에도 그랬고, 1999년에도 그랬고, 2007년에도 그랬다. 대세 상승기만 되면 반복해서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펀드 운용 행태'와 너무나 닮아 있어서 놀랍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2010년 혹은 그 이후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기를 변명하는 도구 396

과거의 이익 트렌드가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많다. 일반적인 경제 논리에 따르면, 수확체감의 법칙과 경쟁 심화 법칙이 작용해 급상승하는 성장 곡선은 결국 둔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 경기 변동 사이클 법칙에 따라 순이익 곡선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바로 침체 직전일 위험도 높다. 실제 1927∼1929년 상황을 돌이켜보면, 순이익 실적 트렌드 이론은 실상 '투자'로 위장한 명백한 투기를 변명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단일 종목 매입은 투자가 아니다 403

분산투자에 관해서는 언제나 투자의 유익한 요소로 인식해 왔지만, 새롭게 제시하는 투자이론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일반적인 보통주 투자 운용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보험회사가 한 건의 보험 계약 만으로 보험 영업을 영위할 수 없듯이, 한 종목의 보통주만 매수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없다.


가격은 모든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 404

투자자가 내재가치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시장가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종목의 내재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적정한 경우에만 해당 종목에 투자 매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투자 결정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매입 시점뿐만 아니라 보유 기간 내내 핵심적인 요소이다. 어떤 종목의 배당수익과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한 계속 보유해야겠지만,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었거나 혹은 가격이 실질가치 이상으로 상승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투자의 관점에서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도 있다.


하기 쉬운 조언,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 405

보통주 투자자도 역시 증권시장의 한 축을 이루는 참여자이다. 이론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로서 "가격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라는 고전적인 상식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처럼 하기 쉬운 조언도 없지만, 이보다 더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도 없다. 비싼 주가와 싼 주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빨간색, 파란색 교통신호처럼 어떤 신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가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고, 월스트리트에서도 주로 과거의 가격과 비교하는 정도이다.


투자신탁의 운용 방식 407

투자신탁의 운용 방식은 사실 이 장에서 제시하는 보통주 투자원칙에 절묘하게 부합한다.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투자신탁은 통계적 분석과 조사에 관해 더 나은 능력을 갖추고 있고, 펀드 규모가 크기 대문에 충분한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또 운용 인력의 숙련도와 판단력도 월등히 우수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신탁회사는 정관이나 계약상 약속에 따라 보통주 매수·매도에 있어서 일관성 있는 보수적인 투자원칙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투기의 유혹을 인간의 의지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때도 투자신탁 운용 책임자는 법적 의무 조항에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있으므로 투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
대한민국의 펀드 운용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다. 한국의 현실이 그만큼 척박하거나, 아니면 한국에서는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배당을 많이 주는 보통주 415

재무제표에 나타난 순이익이 실제 배당 가능한 금액이라면, 주주는 이 돈을 모두 배당금으로 받는 것이 확실히 더 나을 것이다. 배당을 많이 주는 보통주가 똑같은 수익력이 있으나 배당을 적게 주는 다른 보통주보다 주가가 높은 것을 보면 시장 참여자는 무의식중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른 주주에게도 귀속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416

배당에 대한 자의적인 결정권은 비정상적인 저가에 자사주를 매입해 고가에 팔아치우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남용되기도 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고소득에 대한 중과세 때문에 기업 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대주주의 과세 상황에 따라 배당 정책이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지배주주가 높은 보수를 받는 경영진에 포진되어 있는 경우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의 이익이 다른 주주에게도 귀속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통제 아래 있기 떄문에 가능한 한 많은 순이익을 회사 금고에 남겨두려고 한다.


배당원칙 420

주주는 그들이 투자한 자본에서 발생한 순이익 중에서 일부 재투자하기로 한 부분만 제외하고 모두 배당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경영진은 주주의 특별 동의에 의해서만 순이익을 유보하여 재투자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 필요에 따라 유보해야 하는 '순이익'은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의 순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과도한 유동자산 축적 경향을 견제하는 수단 421


이 원칙을 전반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기업 순이익의 사내 유보는 더 이상 당연한 것도 아니고, 경영진의 자의적 결정 사항도 아니며, 자본구조를 변경시키거나 신주를 발행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배당 정책은 지금보다 더 엄격한 감독을 받고 합리적인 비판에 노출되어 경영진의 현명하지 못한 기업 확장과 과도한 유동자산 축적 경향을 견제하는 수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재투자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424

따라서 대규모 사내 유보에 대한 비판은 계속 유효하다. 우리가 사내 유보를 비판하는 것은 후자의 배당 정책, 즉 순익의 70%를 유보하는 데 대한 것이지 순익의 30%를 유보하는 정상적인 재투자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436


자발적으로 사내 유보한 기업 순이익은 이에 상당하는 부분을 정기 주식배당을 통해 자본화하고, 이때 배당주식의 시장가치가 자본전입한 순이익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더 이상 이 증자 자본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기존의 발행 주식을 매입 소각하여 주주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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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Success Book 6
조지 S. 클래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정말 운수좋은 사나이'였던 샤루 다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형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노예로 팔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망적인 사막의 대수로 건설장에서 죽도록 일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애쓴 결과 마침내 자유인이 되고, 후일에는 다마스커스와 바빌론을 오가는 거대한 대상을 이끄는 엄청난 부자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사나이가 가장 운수좋은 사나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아닌 '일'에서 부터 비롯됩니다.

그랬다! 일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노예의 삶을 겪으면서, 그는 그의 고향 하룬에서 전해오는 운명의 노래처럼 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회오리바람이 사람을 에워쌀 때
폭풍이 사람을 몰아세울 때
그 누가 예정대로 달려갈 수 있으리오
그 누가 앞날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으리오.


마침내 열심히 일한 덕분에 (그리고 가장 운수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유인이 되었을 때, 그는 생명의 은인이자 동업자였던 아라드 굴라의 손자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일이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진리가 증명되었던 걸세. 최악의 불행을 맞아서도 우리가 기댈 것은 바로 일이네.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내가 그 죽음의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 믿네. 나의 그런 자세가 자네 할아버지를 감동시켰던 걸세. 그래서 자네 할아버지가 나를 동업자로 삼았던 거지."

일을 즐겨라, 그러면 돈은 소리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밭을 경작할 때, 정직하게 거래할 때, 우리는 땀흘린 만큼의 보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항상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판단을 잘못하거나, 애써 가꾼 농작물을 궂은 날씨가 망쳐버릴 때 보상은 커녕 본전조차 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는 더욱 커져갑니다.
노력하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을 실현시킬 가능성도 아울러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中에서
 

 * * * * *

오래 전에 무척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고, 그 당시에도 책값에 비해 너무나 값진 책이라고 느꼈는데,
오늘 보니 '너무 착한' 가격으로 세일 중이어서 '선물용'으로라도 여러 권 사볼까 싶네요.
옛날에 끄적거려 둔 글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작성일 : 2004-12-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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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0-12-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유명하던데 저도 관심을 두어봐야겠네요..

oren 2010-12-09 13:15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6,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확고하게 '통하는' 진리가 담긴 책이어서 주위 분들께 가끔씩 강추하는 책이랍니다.

수천 년 동안 변치 않는 핵심 원리는 사실 너무 간단한데, 이 책이 바로 그 [돈의 가치를 알고, 돈을 지킬 줄 알고, 그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이들이는] 원리들을 너무나 단순하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더군요.

사실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고 장황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시중에 범람하는 '부자'에 관한 책들의 거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책들인데), 이 책만큼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핵심'을 얘기해주는 책이어서 제게는 참 좋더군요.

6000년 전에 살았던 바빌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돈'에 대한 인식도 현장감있게 느낄 수 있고, 또 책 제목과는 달리 [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과 일의 중요성,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 등]등의 지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oren 2010-12-0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함께《월든》이라는 책도 (착한 가격으로 세일중이어서 선물용으로) 여러 권을 함께 샀는데, 두 권의 책이 '돈 버는 지혜'와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지혜'가 담긴 책들어이서 너무 상반되는 느낌이 들긴 하던데, [돈을 지혜롭게 벌어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참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한테는 '세트'로 한꺼번에 선물해 줘도 좋겠다 싶더군요.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인간의 비전이 3,000년의 역사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그는 미망의 어둠 속에서 헤메이면서,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 괴테

돈은 단일한 실체이다. 돈은 인간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랑과 같은 반열이고, 인간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죽음과 같은 선상에 있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 * * * *

'머니(Money)'라는 말이 로마 신화의 여신 유노의 별칭인 모네타(Moneta)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에서 부터, 금융투기 및 공황과 관련된 현대의 언어 가운데 매니아는 마에나드스에서, 패닉은 신의 이름인 판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등에 비춰보면 '돈'에 대한 얘기 또한 '신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저지르는 불륜에 대한 화풀이로 밤마다 처녀와 하룻밤을 자고 나면 처형을 하게 되는 페르시아의 왕이 있었고, 그런 왕과 결혼하여 1001일 동안 밤마다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듣고 싶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세헤라자데라는 지혜로운 이야기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기쁨과 탄식 가운데 '돈'에 얽힌 문제만큼 '절박한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지난 1000일 동안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우존스지수와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서, 그 격심했던 변동이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킨 '돈'에 관한 숱한 문제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급해진 상황을 앞두고 여러 등장 인물들이 겪게 되는 절박함들이 시시각각 펼쳐지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실제 몸으로 겪었던 1000일 동안의 격동이 여러 사람들을 절박한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힘은 한 나라의 젊은 처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데 그친 고대 페르시아 왕의 절대권력보다 아마도 수백만배 혹은 수천만배는 더 위력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림 1> 1000일 동안의 미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이 글을 작성중인 지금 현재(2010/11/05, 00:10)의 미국 다우존스 지수 또한 급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연중최고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 가서 '돈'을 마구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기필코 막겠다는 언급 때문에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미 FRB 의장께서 어젯밤에도 수천억달러의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해주신 덕분에 아마도 오늘밤 미국 증시가 '돈의 힘' 때문에 자꾸만 더 붕붕 뜨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해 둘 만한 이야기 하나를 잊지 말았으면 싶다. 날지 못하는 '연못 속의 오리' 얘기가 그것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가 들려준 말인데, 그는 상승시세가 투자자를 자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당신이 만약 연못 속의 오리라면, 폭우가 쏟아지면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올라가는 것은 연못의 물이지 당신이 아니다." 


<그림 2> 1000일 동안의 한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제(11/4, 木) 마감한 한국 증시 또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가을 무렵, 900P 마저 무너지면서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아우성을 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한국의 기업과 경제가 과연 저렇게나 급속하게 좋아졌다는 말인가? 정말 종합주가지수 그래프처럼 저렇게까지 나빠졌다가 좋아진 건 물론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늘 '침소봉대'를 좋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는 '달러'가 부족하여 환율이 얼마나 무섭게 치고 올라갔던가?  그리고 꼭 그런 국면만 되면 '혹세무민'하는 얼치기 전문가가 나타나서 반드시 한 술 더 뜨게 마련인데(밤에 우는 부엉이 흉내를 냈었다!), 더욱 한심한 건 그런 얼치기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주장들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입에서도 속절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허무맹랑한 근거를 들이대며 분위기를 부추기는 사이비 전문가의 말에 속아 정말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00P 조차 깨질지 모른다고 지레 겁먹고 공포에 내몰려 역사적 바닥 국면에서 주식을 마구 내동댕이친 순진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2007년 하반기 무렵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 피크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릴 때 새로운 '통찰'을 내세우면서 순진한 부화뇌동 투자자들의 자금을 마구 끌어모아 버블의 꼭대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일조한 국내의 금융전문가들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하긴 1929년의 대공황을 앞두고 미 증시가 연일 상승을 거듭할 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어빙 피셔 또한 아직까지도 인용되는 너무나 유명한 '선례'를 남겼으니 너무 탓할 것도 못될지 모른다. "미국이 낳은 최고의 경제학자" 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갖고 있던 그는 1929년 10월 24일 투자자 모임에서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고원(高原)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 대실수'를 저질렀다.

<그림 3> 800일 동안의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렇듯 마치 성난 황소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난폭하게 움직이는 '시장' 위에서 '고삐'를 단단히 부여잡고 제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과 금융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각국의 경제제도와 국가체제와 국제기구는 또 저런 급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연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꼬박 지난 지금 현재 조차도 세찬 요동 이후에 뒤따르는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 같고, 게다가 어쩌면 또다시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발할 경우에 대비하여 대단히 튼튼한 새로운 국제공조 기구 등을 마련키 위해 지금도 당대의 석학들이 머리를 쥐어짜듯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불과 며칠 후에는 극동아시아의 머나먼 이곳 한국 땅에서 'Group 20'이라는 특별한 동아리에 소속된 수장들이 모두 모여서 화폐의 교(환율)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로 이미 작년부터 약속을 잡아 두고 있었다. 이번 모임이 어떤 식으로 끝이 나고 또 어떤 표정들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게 될지 아마도 전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자꾸만 '월스트리트'로부터 너무 먼 데까지 벗어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 속에서도 FOMC 회의가 진지하게 열리고, 회의장 테이블에서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무너지면 중국과 한국도 위험하다는 식의 언급도 나오는데, 국제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G20 정상회담에 대한 얘기 또한 이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성질의 것도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을 통해서나' 접해볼 수 있는 거대한 선진 자본시장이거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무대'처럼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듯 싶었는데, 그 이후 두 차례의 금융위기(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정말 바로 이웃 동네에 있는 시장처럼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진 1> 월스트리트와 관련된 책들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게도) 작년 5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월스트리트'를 직접 가볼 기회를 가졌었는데,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되었던 데다가 호된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심장박동에 해당되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현장에 다가가서도 '이젠 너네들도 예전처럼 마냥 거대해 보이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었다.

<사진 2>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

(Shooting Date/Time          2009-05-10 23:09:47, 한국시간)


어쨌든 물리적으로 따져봐도 월스트리트를 잠시나마 '내 발 아래' 두고 굽어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 3> 뉴욕 맨하탄의 모습

(Shooting Date/Time          2009-05-11 03:33:27, 한국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월스트리트' 얘기를 할려는 게 아닌 만큼, 다시 저 '끔찍한 변동'에 대한 얘기로 되돌아 가보자.

저기 '1000일' 동안의 극심한 요동과 부침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목숨'이 달랑거렸을까를 생각해 보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1000일 동안의 격렬한 요동이 훑고 지나간 저 그림 속에는 '탐욕과 공포'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햄릿이 말한대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이야기만 하더라도 '돈' 때문에 '피와 살'을 얼마 만큼의 무게로 도려내야 하는가를 따지지 않던가. 베니스와 멀지 않은 도시인 피렌체에 살았던(나중에는결국 쫒겨나서 되돌아오지도 못했지만) 단테는 그의 작품인 '신곡'에서 '돈' 때문에 온갖 다양한 죄악(절도죄, 사기죄, 횡령죄 등등)을 저지른 나쁜 인간들이 온갖 다양한 스타일의 지옥 속에서 얼마나 끔찍한 형벌로 고통받고 있는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단테는 지상에서의 범죄가 운좋게 죽을 때까지 덮어져 드러나지 않는 요행을 누린다 하더라도 결국 삶이 끝나는 그 너머에서부터 시작되는(never ending) '지옥에서의 가혹한 형벌'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신의 섭리'를 들먹이며 우리의 도덕적 감정들을 지배해 왔다.

'돈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겠다 싶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가 스승처럼 존경해 마지 않던 월스트리트의 거물(거대 투자은행의 회장)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투자은행을 살리려 백방으로 애를 써보지만 (표면적인 이유에서나마) 주당 단돈 $1를 더 얻어내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출근길에 뉴욕의 지하철에 몸을 내던지고 만다.

여태껏 있어왔던 숱한 금융위기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의 강도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혜로 무장한 채 '담대한 희망'을 가지고 저 험난한 고비를 정말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건너온 사람들도 어쩌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용케 버텨온 것 같다는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생각보다' 금융위기로부터 너무나 빨리 회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줄곧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문제이다. 첫째는 인간으로서 도대체 피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탐욕과 공포'를 앞으로는 또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와 거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극심한 변동의 폭과 거기에 대한 대응은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진 4> 붐과 버블을 다룬 책들



두 번째는 이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도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나름대로 애썼던(그러나 대체로 그런 시도가 별다른 감흥도 없이 싱겁게 마무리된 것 같은) '돈과 인생에 관한 문제'이다.

<사진 5>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든 게코는 '탐욕'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간다(그는 '탐욕은 좋은 것이다'란 제목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련한 투자가이다). 그렇지만 오랜 형기를 마치고 그가 감옥 문을 나설 때 이 세상에서 반겨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보란듯이 재기하기 위하여 딸과 사위될 사람마저 속이지만, 결국 나중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액의 돈을 포기한다.(혹은 딸과 사위를 위해 '투자'한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인데 '생각보다 너무 싱겁게 뻔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는 것이다. 뭔가 좀 더 거장다운 솜씨가 발휘될 여지는 없었을까 싶은데 내가 생각해봐도 막상 별달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돈'에 관한 철학적 문제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좋은 결론'은 워렌 버핏의 견해를 차용하는 것이다.

돈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나는 나의 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할 수많은 보관증이라고 본다. 이 작은 종이 조각들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만 명쯤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내 초상화만 그리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CNP(국민총생산)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상품의 유용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만명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AIDS 치료약을 개발하도록 하거나 교사나 간호사로 활동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보관증을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물질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 보관증은 아내와 내가 죽은 후에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두 가지 문제 가운데 나머지 한 가지는 '탐욕과 공포' 그리고 '극심한 변동'에 대한 대처방법인데, 그 점에 관해서라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한테서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6> '벤저민 그레이엄'과 관련된 책들



당신이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당신이 투자에 투입하는 지식과 노력 그리고 투자 도중에서 만연하는 어리석은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있을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더 어리석을수록 실제 투자에서 더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 Graham을 따르라. 그러면 당신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그것에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워렌 버핏)

기본적으로 가격 변동은 진정한 투자가에게 있어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그것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현명하게 사고, 엄청나게 상승했을 때 현명하게 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격언 가운데 두 가지가 다시금 생각난다. 욕심많은 돼지에 관한 유명한 격언은 나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또 가끔씩 인용하는 말인데 이 영화에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자막'으로 등장하여 깜짝 놀랐었다. 두 번째 격언이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훨씬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요즘들어 부쩍 '낙관론'이 점점 더 득세를 하는 분위기인데, 머지 않아 여러 투자자들이 '행복감'에 도취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러면 강세장은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어김없이' 사라져갈 테니 말이다.


"황소나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축당할 뿐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간다"

천일야화 속의 세헤라자데는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와도 같았던 아라비안 나이트로부터 벗어나 페르시아의 왕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일 밤마다 천일야화의 속편을 계속해서 들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속편은 '절실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1편 보다 분명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이 영화의 부제처럼, '시장' 역시 문을 닫는 일은 결코(혹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또다시 거대한 파도처럼 심하게 요동치며 우리를 덮쳐올 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며, 또 같은 말이지만 '비관과 낙관'에 빠지지 말고 거기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돈이 잠들지 않는 속성을 최대한 살려 '돈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월스트리트'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그대의 정신을 억제하라’는 유명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아폴론처럼 '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너무 싱거울 것이다.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던 시장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휩쓸게 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날뛰는 디오니소스처럼 되고 만다.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느 곳이 되었건 '시장'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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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위기에 대해 쓴 책 가운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20 
    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1910~2003)는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MIT 경제학과 교수로재직한경력만 33년(1948∼1981)에 이르며, 2003년에 타계할 때까지도 MIT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그는 경제사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은'대공황 시절'에는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마샬 플랜을 입안하기도
 
 
마녀고양이 2010-11-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동성 장세로 망했는데,
다시 돈을 더 풀고 더욱 유동성 장세로 우리 증시나 미국 증시가 붕붕 뜨고 있네요.
사실 두렵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어렵구요.

돈, 정말 필요악인지라 한숨이 나옵니다.

2010-11-08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8 21:43   좋아요 0 | URL
엄밀히 말하면 '유동성 장세'로 망했다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온 '익숙한 과정들'이 다시 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직전의 버블(1999년의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2003년까지) →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 넘쳐나는 유동성에 따라 물 위로 둥둥 떠오른 오리들이 마치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탐욕이 발동되기 시작 → 마침내 말도 안되는 레버리지와 투기가 만연(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경우엔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투자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틈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확산, 한국의 경우에는 펀드로의 무분별한 자금 유입과 극성스럽게 팽창되던 위험천만한 부동산 PEF 등) → 마침내 부풀어오른 풍선(버블)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뻥'하고 터지는 일련의 과정이 다시금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oren 2010-11-09 13:59   좋아요 0 | URL
'투자에는 일급 발레리나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에 버금가는 자질이 요구된다'라고 말한 사람의 언급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저는 참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투자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낮은 비율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전세계적으로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부자가 소수이고 대부분이 그저 그런 수준의 소득과 부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요. 투자가 성공을 거둘 경우에 뒤따르는 무한대에 가까운 엄청난 보상 때문이겠지요.

투자에 관해서 조금 아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아는 것'을 바탕으로 무모하게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더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더욱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큰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이겠지요.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눈부신 성과를 완전한 수포로 되돌리고 말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투자에 뛰어들어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없다면 '이 바닥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말리고도 싶습니다.(워렌 버핏의 충고입니다.)

그래도 투자에 관해 배우고 싶다면 '몇 권의 책들'은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분야에서는 지식보다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고, 경험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기질'이라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군요.

① 돈에 관한 책들
-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들은 대부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읽기도 쉽고, 이해가 쉽게 됩니다)
-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이웃집 백만장자 등

② 투자에 관한 책들
- 가장 좋은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의『현명한 투자자』인데 비전공인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 좀 더 쉬운 책으로는 '피터 린치'의 책들입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도 필독서이고,
『증권투자로 돈버는 비결』같은 책도 좋습니다.
- 워렌 버핏을 다룬 책들도 좋습니다.『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등 다수
- 존 템플턴의 책들도 모두 좋습니다.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는 매우 얇지만 정말 좋은 책입니다.
- 워렌 버핏의 스승인 필립 피셔의 책들(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도 좋습니다.

그 밖에도 '투자'와 관련해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은 수십 권도 더 추천해 드릴 수 있겠지만 그건 지금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9 08:34   좋아요 0 | URL
코스톨라니 책은 두권 있네요. 예전에 읽었는데, 남는게 없는걸 보니 제대로 안 읽었나봐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현명한 투자자는 사놓고 아직 못 읽었구요.

읽어보고, 궁금한 점 있으면 다시 여쭤볼께요.
감사드려요~~

2010-11-09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2:47   좋아요 0 | URL
***님은 이미 '고수' 반열에 진입하지 않으셨나요?

'향후 증시 전망'은 너무나 오랫동안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어서, 저 '세 단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소위 '가치투자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알라딘에서까지 '세 단어'를 들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ㅎㅎ

(저의 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봅니다.

그 이후로는 '흉악한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RB의 너무나도 과도한 대응(무기고의 열쇠를 던져버리고 무제한 방출 mode로 전환한)이 결국은 '악마와의 계약'이었음을 인식하는 날이 또다시 다가오겠지요.

끝으로, 찰리 멍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습니다.
* * * * *
시장, 경제 그리고 증권 분석가가 아니라 기업 분석가가 되라.
비법을 얻으려는 것보다 분명한 것을 기억하는 것이 더 좋다.
위험과 그 위험이 주는 영향 전체를 고려해라.
파생되어 나타날 수 있는 충격 그리고 더 큰 충격을 조심하라.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라. 항상 역전을 생각하라.
알맞은 상황이 주어지면 결단력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
다수가 욕심을 내면 조심하고, 다수가 두려워하면 욕심을 내라.

2010-11-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빈 서판 -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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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 주면 인간은 한결 나은 존재가 될 것이다.
 - 안톤 체호프

먼 미래에는 ······ 여러 가지 분야가 개척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은 개개의 정신적인 힘이나 가능성의, 점차적인 변화에 의한 필연적 획득이라는 새로운 기초 위에 세워지게 될 것이다. 인간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광명이 던져질 것이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중에서

* * * * * * * * * * *

다윈은『종의 기원』에서 인간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밖에 언급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종의 기원』의 성공을 위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인간의 기원에 관한 나의 신념을 남에게 보이는 것은 유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윈이 탄생한지 200년이 갓 지난 오늘날 '인간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증거들은 너무 많이 발견되었다 싶어서 오히려 충격적이다.


인간과 돼지, 인간과 소는 50개가 넘는 긴 배열을 공유한다. 모든 것이 살아있는 새끼나 젖이나 털만큼이나 설득력있는 공통 후손의 증거이다. ...... 대부분의 유전학적 전망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생쥐와 인간은 모든 부분에서 같으며, 수천개의 인간 유전자가 생쥐의 유전자와 정확히 똑같다. DNA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생쥐 염색체의 절반 이상이 인간의 염색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는 우리와 훨씬 더 많이 닮았다. 모든 식물 유전자의 절반이 생쥐의 유전자와 같다. 벌레는 고유 유전자의 1/5을 효모와 공유한다(효모는 벌레로부터 10억 년 전에 갈라져 나왔다).
-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 中에서

최근까지의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증거들을 든든한 배경으로 삼아 언어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신념들을 제대로 풀어낸 것같다. 이미 그의 전작들(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단어와 규칙)을 통해 심리학의 새로운 기초를 세우는데 일익을 담당한 전력이 있었던 만큼,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펼치는 주장은 신념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저자의 신상에 유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본래부터 타고난 '인간 본성'을 이제는 정말 제대로 파악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중세 라틴어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의역한 말이다. '타불라 라사'라고 하면 오래 전 한 때 자주 접했던 용어라서 생소하지 않는데,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회사인 N사가 '울티마' 시리즈의 아버지로 유명한 게리엇 형제들을 거액을 주고 영입하면서, 그들이 세계시장을 휩쓸 목적으로 개발에 나선 온라인게임의 이름이 바로 '타뷸라 라사'였던 것이다. 오늘 문득 살펴보니 7년간 개발한 그 게임의 흥행은 실패했지만 N사에 대한 스톡옵션을 통해 게리엇 형제들은 무려 600억 이상을 챙겼다는 뉴스도 보인다.

어쨌든 2001년경 타불라 라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흥미가 생겨 알아본 바로는 그 말이 라틴어가 어원이고 '빈 판때기' 정도의 뜻을 지니고 있다는 정도로 알았었다. 그런데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을 통해 뭘 좀 제대로 알고 보니 이 용어의 기원은 존 로크의 『인간 오성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단다. 어쨌든 로크는 흰 종이와도 같은 인간의 마음이 오로지 '경험으로부터' 채워진다고 주장하면서 '빈 서판 개념'을 들고 나왔던 것이고, 그의 경험론은 중세의 암흑기는 물론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 동안 인류에게 자명한 진리로 강요되었던 교회의 권위와 신성 왕권을 힘차게 타파하고 체제로서의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를 확립하는 데 유용한 정치 철학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토머스 홉스가 흔히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서로를 증오하고 파괴하는 비합리적 충동에 사로잡힌 존재라고 주장했던 것에 영향을 받아(혹은 반발하여), 루소는 소위 '고상한 야만인'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자연 상태의 인간은 욕심이 없고 평화로우며, 탐욕, 근심, 폭력과 같은 병폐는 문명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로크와 루소, 베이컨과 데카르트 등을 거치면서 경험적 합리주의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인간이 '고상하지 못하고 야만스러운' 본성을 타고난다는 주장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되고 20세기로 건너올 때까지도 교육과 환경의 중요성만 더욱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인간이 조상으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받게 되는 '타고난 본성'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 적을수록, 인간이라는 존재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개조 가능한 말랑말랑한 원재료 쯤으로 여기게 된 맹신들은 결국 유토피아적인 이상형 인간의 추구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스티븐 핑커가 '빈 서판' 이론을 맹렬히 비난하는 근거지로 삼는 무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무시한 채 '고상한 야만인' 상태의 인간을 대상으로 훌륭한 환경과 교육 등을 통한 인위적인 '양육'으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책이 이처럼 두꺼워진 주된 이유도 '빈 서판' 이론을 맹공하기 위한 무기 역할을 하는 그의 지식의 창고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MIT에서 21년간, 하버드에서 8년째) '인간 본성의 과학' 연구에 매진해온 학자 답게 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간 본성에 관한 증거들을 끊임없이 우리들 앞에 제시한다. 일견 지루할 것도 같지만 그의 주장은 유력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명료하고, 논점이 고르고, 공정하고, 깊이가 있고, 탄탄하고, 위트가 넘치고, 교양적이고, 자극적'이어서 전혀 따분하지 않다! 다만, 다윈의 영향을 깊숙히 받아들인 대부분의 과학자들처럼 '압도적인 증거에 의해 자연스럽게 침몰할 것'으로 보는 '창조론'을 아직까지도 압도적으로 믿는 서양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기 때문에 그가 특히 종교적 문제에 관해 지나칠만큼 자세한 설득과 논리적 반박에 지면을 너무 할애한 점은 아쉽다.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이라는 도발적인 책을 써서 수많은 교회를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드나드는 열성 신도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이 책에서 스티븐 핑커가 '허위와 날조'의 증거로 찾아낸 종교적 기록들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싶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삼위일체 이론에 대한 비판이나 교황청의 신성하고도 권위있는 발표는 물론이고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성서의 기록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이다.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 이론과 '고상한 야만인' 이론에 대한 광범위한 탐구를 통해 그 허구성을 반박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을 제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더 나아가 인간의 영혼 또한 신의 입김을 통해 생겨난 것이 아님을 인정하더라도) 인간의 도덕 관념이나 윤리, 정치 조직이나 사회 제도가 혼란에 빠질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린다. 오히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등과 평화, 그리고 인류가 추구하는 즐거움과 행복한 삶이 오히려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이러한 주장들은 일견 만들어진 신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인간의 기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 종교적·이념적 분쟁이 사라지고 진정한 인류의 삶의 목적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본문 내용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주석을 따로 제쳐두더라도 참고문헌 목록만 해도 817쪽∼870쪽에 걸쳐 빼곡히 나열할 만큼 엄청나다. 솔직히 쉽게 읽겠다고 덤벼들기에는 다소 벅찬 내용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또한 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물학과 인문학은 물론이고 역사와 철학적 방법론까지 포괄하는 거의 모든 지식 영역에서 다윈주의의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고된 '건축'에 해당한다고 할만큼 독특한 깊이를 지닌 책이다.

저자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부인 혹은 인정이 인간의 삶의 거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데 주목하면서 사람의 '마음'이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우리 인류의 삶과 직접 대조하면서 하나 하나 올바른 해결책들을 찾아 나선다. 그는 주로 정치, 폭력, 성(性), 어린이, 예술과 인문학에 대해 '인간 본성'이 던져주는 주요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역시 어린이에 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하는 이론은 부모들에게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양육 체제를 강요해 왔다고 본다. 그래서 각자 타고난 본성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은 결국 바라는 대로 성장해 주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통을 배가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양육의 효과는 유전자의 영향보다 훨씬 작으니 부모가 양육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충고한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말대로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현재를 아주 비참하게 만들 힘도 쥐고 있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의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통해 좀처럼 거부하기 힘든 '타고난 인간 본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또 인정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마냥 극단적인 '본성' 입장에 서서 극단적인 '양육' 입장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러차례 선을 긋는다. 그는 본성(nature) 대 양육(nuture)의 오래된 논쟁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리기에 앞서 책의 앞부분에서 미리부터 '진리는 그 중간 어딘가에 놓여 있다'고 한 발을 빼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그가 나름대로 '본성 대 양육'에 대해 생각하는 '저울의 눈금'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를 제대로 엿볼 수 있다.

행동 유전학의 세 가지 법칙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일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법칙이 여러 시사 잡지의 커버 스토리를 통해 소개되었음에도,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략)
세 법칙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전자 50퍼센트, 공유 환경 0퍼센트, 단독 환경 50퍼센트(조금 양보하자면, 유전자 40∼50퍼센트, 공유환경 0∼10퍼센트, 단독 환경 50퍼센트).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된 지도 벌써 6년쯤 된 것 같다. 이 책이 소개된 글을 보고 '뭔가 대단한 깊이가 있는 책'일 것같아 사두기만 하고 읽기를 미뤄오다가 뒤늦게 2007년 초에 읽기를 마쳤었는데 그 후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좀 더 쉽고 훨씬 더 흥미로운 책이 뒤늦게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면서 스티븐 핑커의 '마음'에 좀 더 다가갈 기회를 얻었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빈 서판'을 읽어보니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처음에 읽을 때보다 훨씬 속도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5월에 아이들과 함께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대학들(하버드대, MIT대,예일대, 컬럼비아대 등)을 탐방할 기회를 가졌었는데(아이들이 그 쪽으로 진학할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단지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 가운데 하나가 '여행'이라는 생각을 실천한다는 차원), 하버드대 교정에 들어섰을 때는 정말 이 사람, 스티븐 핑커만은 꼭 한 번 만나봤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했었다.(설사 누가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었더라도 언어 '본능'이 아니라 언어 '환경' 탓에 내가 그를 만나고 싶었던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독후감'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는데, 방대한 책의 무게에 압도되어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밑줄친 부분과 노트에 적어둔 일부 내용들 덕분에 이렇게 두서없는 서평글이나마 쓸 수 있어서 저자에게 진 빚을 조금은 갚은 기분도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인 스티븐 핑커가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이 훌륭한 책이 퓰리처상의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다가 결국 수상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스티븐 핑커의 주장이 너무 과격한 탓이어서 나름대로 종교적·정치적인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혹시 지나치게 두꺼운 책의 부피가 수상을 가로막은 장애요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지적 도전과 탐험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읽기를 권해 드리고 싶고, 혹시라도 이 책의 두께 때문에 미리부터 읽기에 실패할까봐 걱정이 앞서는 분들을 위해 제 나름대로 (스크롤에 대한 압박은 있을지 몰라도) 두께에 대한 부담없이 이 책을 맛볼 수 있는 요약본을 덤으로 준비했으니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빈 서판 ① ② ③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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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 서판 ① ② ③ ④
    from Value Investing 2011-03-04 10:56 
    인류의 초상화 15이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금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금기에 대한 도전이 정말로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익숙하지 않은 것인가를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또한 이 책은 이제 막 윤곽이 잡히고 있는 인류의 초상화에 호기심을 느끼거나 그 초상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금기로 인해 우리가 긴급한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완전한 기반 없이 해결을 시도하고 있음을
  2. 이런, 내가 우리 부모랑 똑같이 되어가고 있군!
    from Value Investing 2013-08-11 11:41 
    (밑줄긋기) 기적의 모든 난해성보다 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일우리가 여느 때 보고 있는 사물들 중에도 기적의 모든 난해성보다 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일들이 많다고 본다.도대체 이 정액 한 방울이라는 것이 무슨 괴물이기에 거기서 우리가 생겨나며, 거기에 우리 조상들의 육체적 형태뿐 아니라, 그 사상과 경향의 흔적까지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 물방울은 어디다 이 무한한 수의 형태를 깃들이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 물방울들은 종잡
 
 
라로 2010-10-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적 도전은 즐기고 싶지만 탐험까지는 아직,,아니 탐험을 하기엔 이제 머리가 안돌아가요,,ㅠㅠ
저는 님이 올려주신 요약본으로 만족 해야 할 듯~.^^;;

oren 2010-10-06 14:34   좋아요 1 | URL
어쨌든 이 책은 '좀 읽기 어렵겠구나' 싶은 분들은 지나쳐도 좋을 만큼 '너무 두꺼운 게' 흠이에요.

사람들마다 각자 나름대로 취향들이 다 달라서 저는 일단 책의 부피가 '얇은 책'들은 괜히(혹은 이상하게도)사 놓고도 읽지 않게 되고, 늘상 '두꺼운 책'을 붙들고 고생 고생한답니다.(어쩌면 책과 거의 씨름하다시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은 나비님과 같은 분들처럼 이 곳 알라딘에 계신 많은 분들이 엄청난 권수의 책들을 '아주 날렵하게' 읽어내시는 모습들이 부러울 때도 무척 많답니다.

제가 서평글에서 쓴 '지적 도전과 탐험'은 역자의 표현에서 빌린 건데요.
이 표현을 보면서 '가짜 지식인의 화려한 서가에 오랫동안 읽히지도 않고 꽂혀 있겠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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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조금만 어려우면 그 속에 담긴 내용과 질에 상관없이 '이런 책을 과연 누가 읽을 수 있을까요'라며 손사래를 치는······ 다만 지적 도전과 탐험을 즐기는 '지식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며 가난한 지식인의 낡은 서가에 오랫동안 꽂혀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할 뿐이다.(875쪽)
- 역자 후기 中에서

마녀고양이 2010-10-06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사려고 보관함에 넣어놓고,
아직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도 함께 넣어놓아야겠네요.

본성과 양육, 진리는 그 중간 어딘가에 놓여있다에 열렬하게 동의합니다.
교육이란 인간의 사회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도 너무나 많다고 봅니다.
또한 많은 부모는 자신의 아픔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영하는 경향이 있고,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향도 있다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분야인데, 꼭 맞게 감사드립니다.

oren 2010-10-06 14:22   좋아요 1 | URL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책이 먼저 나왔고, 책의 내용도 훨씬 흥미롭더라구요. 심리학의 대가인 저자가 '사람의 마음속'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며 저자 자신이 '본 것들'을 독자들에게 말해주는 책이니까요.

'빈 서판'은 '마음이....'에 비하면 범위를 너무 넓힌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나서 전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려 '사람이다보니 떠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책이니까요. ㅎㅎ

oren 2010-10-07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정재승님이 '내 인생의 책'으로 소개한 글이 있어서 덧붙여 봅니다.
2만여 권의 책을 가지고 계시다는 정재승님이 '내 인생의 책' 5권 가운데 이 책을 꼽았다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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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는 책이에요. 이 책이 꼭 진실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어서 많이 권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스티븐 핑커라는 교수가 쓴 책인데요. 우리는 흔히 사회생물학자들이나 생물학적 결정주의자들의 생각 -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어 있고, 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은 별로 없다 - 은 너무 과격한 주장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러나 반대로, 사실은 인문사회과학자들 또한 굉장히 과격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육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는 주장처럼, 인간이 완전히 하얀 백지/빈 서판이라는 것 또한 과격한 주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저도 사회생물학이라든가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결정되어있다는 생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결국 자신이 속한 문화/사회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은 과격한 이야기라는 것을 예전에는 좀처럼 하지 못했거든요. <결국엔 그 모든 것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인간 하나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주장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는 좀 두껍긴 하지만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물리학자 정재승의 서재,《정재승의 서재는 일요일 오후의 공동묘지이다》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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