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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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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영화『부당거래』가 생각났다. 검사/변호사가 매우 거친 일을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사마천 2011-06-24 00:37   댓글달기 | URL
부당거래와 비슷하다면 한번 볼만하겠네요... 감사 ^^

2011-08-27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Success Book 6
조지 S. 클래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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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정말 운수좋은 사나이'였던 샤루 다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형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노예로 팔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망적인 사막의 대수로 건설장에서 죽도록 일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애쓴 결과 마침내 자유인이 되고, 후일에는 다마스커스와 바빌론을 오가는 거대한 대상을 이끄는 엄청난 부자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사나이가 가장 운수좋은 사나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아닌 '일'에서 부터 비롯됩니다.

그랬다! 일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노예의 삶을 겪으면서, 그는 그의 고향 하룬에서 전해오는 운명의 노래처럼 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회오리바람이 사람을 에워쌀 때
폭풍이 사람을 몰아세울 때
그 누가 예정대로 달려갈 수 있으리오
그 누가 앞날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으리오.


마침내 열심히 일한 덕분에 (그리고 가장 운수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유인이 되었을 때, 그는 생명의 은인이자 동업자였던 아라드 굴라의 손자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일이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진리가 증명되었던 걸세. 최악의 불행을 맞아서도 우리가 기댈 것은 바로 일이네.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내가 그 죽음의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 믿네. 나의 그런 자세가 자네 할아버지를 감동시켰던 걸세. 그래서 자네 할아버지가 나를 동업자로 삼았던 거지."

일을 즐겨라, 그러면 돈은 소리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밭을 경작할 때, 정직하게 거래할 때, 우리는 땀흘린 만큼의 보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항상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판단을 잘못하거나, 애써 가꾼 농작물을 궂은 날씨가 망쳐버릴 때 보상은 커녕 본전조차 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는 더욱 커져갑니다.
노력하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을 실현시킬 가능성도 아울러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中에서
 

 * * * * *

오래 전에 무척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고, 그 당시에도 책값에 비해 너무나 값진 책이라고 느꼈는데,
오늘 보니 '너무 착한' 가격으로 세일 중이어서 '선물용'으로라도 여러 권 사볼까 싶네요.
옛날에 끄적거려 둔 글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작성일 : 2004-12-09 23:21)




 
 
사마천 2010-12-08 23:51   댓글달기 | URL
책은 유명하던데 저도 관심을 두어봐야겠네요..

oren 2010-12-09 13:15   URL
이 책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6,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확고하게 '통하는' 진리가 담긴 책이어서 주위 분들께 가끔씩 강추하는 책이랍니다.

수천 년 동안 변치 않는 핵심 원리는 사실 너무 간단한데, 이 책이 바로 그 [돈의 가치를 알고, 돈을 지킬 줄 알고, 그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이들이는] 원리들을 너무나 단순하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더군요.

사실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고 장황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시중에 범람하는 '부자'에 관한 책들의 거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책들인데), 이 책만큼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핵심'을 얘기해주는 책이어서 제게는 참 좋더군요.

6000년 전에 살았던 바빌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돈'에 대한 인식도 현장감있게 느낄 수 있고, 또 책 제목과는 달리 [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과 일의 중요성,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 등]등의 지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oren 2010-12-09 13:22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함께《월든》이라는 책도 (착한 가격으로 세일중이어서 선물용으로) 여러 권을 함께 샀는데, 두 권의 책이 '돈 버는 지혜'와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지혜'가 담긴 책들어이서 너무 상반되는 느낌이 들긴 하던데, [돈을 지혜롭게 벌어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참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한테는 '세트'로 한꺼번에 선물해 줘도 좋겠다 싶더군요.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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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비전이 3,000년의 역사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그는 미망의 어둠 속에서 헤메이면서,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 괴테

돈은 단일한 실체이다. 돈은 인간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랑과 같은 반열이고, 인간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죽음과 같은 선상에 있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 * * * *

'머니(Money)'라는 말이 로마 신화의 여신 유노의 별칭인 모네타(Moneta)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에서 부터, 금융투기 및 공황과 관련된 현대의 언어 가운데 매니아는 마에나드스에서, 패닉은 신의 이름인 판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등에 비춰보면 '돈'에 대한 얘기 또한 '신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저지르는 불륜에 대한 화풀이로 밤마다 처녀와 하룻밤을 자고 나면 처형을 하게 되는 페르시아의 왕이 있었고, 그런 왕과 결혼하여 1001일 동안 밤마다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듣고 싶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세헤라자데라는 지혜로운 이야기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기쁨과 탄식 가운데 '돈'에 얽힌 문제만큼 '절박한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지난 1000일 동안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우존스지수와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서, 그 격심했던 변동이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킨 '돈'에 관한 숱한 문제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급해진 상황을 앞두고 여러 등장 인물들이 겪게 되는 절박함들이 시시각각 펼쳐지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실제 몸으로 겪었던 1000일 동안의 격동이 여러 사람들을 절박한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힘은 한 나라의 젊은 처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데 그친 고대 페르시아 왕의 절대권력보다 아마도 수백만배 혹은 수천만배는 더 위력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림 1> 1000일 동안의 미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이 글을 작성중인 지금 현재(2010/11/05, 00:10)의 미국 다우존스 지수 또한 급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연중최고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 가서 '돈'을 마구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기필코 막겠다는 언급 때문에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미 FRB 의장께서 어젯밤에도 수천억달러의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해주신 덕분에 아마도 오늘밤 미국 증시가 '돈의 힘' 때문에 자꾸만 더 붕붕 뜨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해 둘 만한 이야기 하나를 잊지 말았으면 싶다. 날지 못하는 '연못 속의 오리' 얘기가 그것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가 들려준 말인데, 그는 상승시세가 투자자를 자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당신이 만약 연못 속의 오리라면, 폭우가 쏟아지면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올라가는 것은 연못의 물이지 당신이 아니다." 


<그림 2> 1000일 동안의 한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제(11/4, 木) 마감한 한국 증시 또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가을 무렵, 900P 마저 무너지면서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아우성을 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한국의 기업과 경제가 과연 저렇게나 급속하게 좋아졌다는 말인가? 정말 종합주가지수 그래프처럼 저렇게까지 나빠졌다가 좋아진 건 물론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늘 '침소봉대'를 좋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는 '달러'가 부족하여 환율이 얼마나 무섭게 치고 올라갔던가?  그리고 꼭 그런 국면만 되면 '혹세무민'하는 얼치기 전문가가 나타나서 반드시 한 술 더 뜨게 마련인데(밤에 우는 부엉이 흉내를 냈었다!), 더욱 한심한 건 그런 얼치기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주장들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입에서도 속절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허무맹랑한 근거를 들이대며 분위기를 부추기는 사이비 전문가의 말에 속아 정말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00P 조차 깨질지 모른다고 지레 겁먹고 공포에 내몰려 역사적 바닥 국면에서 주식을 마구 내동댕이친 순진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2007년 하반기 무렵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 피크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릴 때 새로운 '통찰'을 내세우면서 순진한 부화뇌동 투자자들의 자금을 마구 끌어모아 버블의 꼭대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일조한 국내의 금융전문가들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하긴 1929년의 대공황을 앞두고 미 증시가 연일 상승을 거듭할 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어빙 피셔 또한 아직까지도 인용되는 너무나 유명한 '선례'를 남겼으니 너무 탓할 것도 못될지 모른다. "미국이 낳은 최고의 경제학자" 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갖고 있던 그는 1929년 10월 24일 투자자 모임에서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고원(高原)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 대실수'를 저질렀다.

<그림 3> 800일 동안의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렇듯 마치 성난 황소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난폭하게 움직이는 '시장' 위에서 '고삐'를 단단히 부여잡고 제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과 금융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각국의 경제제도와 국가체제와 국제기구는 또 저런 급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연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꼬박 지난 지금 현재 조차도 세찬 요동 이후에 뒤따르는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 같고, 게다가 어쩌면 또다시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발할 경우에 대비하여 대단히 튼튼한 새로운 국제공조 기구 등을 마련키 위해 지금도 당대의 석학들이 머리를 쥐어짜듯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불과 며칠 후에는 극동아시아의 머나먼 이곳 한국 땅에서 'Group 20'이라는 특별한 동아리에 소속된 수장들이 모두 모여서 화폐의 교(환율)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로 이미 작년부터 약속을 잡아 두고 있었다. 이번 모임이 어떤 식으로 끝이 나고 또 어떤 표정들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게 될지 아마도 전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자꾸만 '월스트리트'로부터 너무 먼 데까지 벗어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 속에서도 FOMC 회의가 진지하게 열리고, 회의장 테이블에서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무너지면 중국과 한국도 위험하다는 식의 언급도 나오는데, 국제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G20 정상회담에 대한 얘기 또한 이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성질의 것도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을 통해서나' 접해볼 수 있는 거대한 선진 자본시장이거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무대'처럼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듯 싶었는데, 그 이후 두 차례의 금융위기(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정말 바로 이웃 동네에 있는 시장처럼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진 1> 월스트리트와 관련된 책들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게도) 작년 5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월스트리트'를 직접 가볼 기회를 가졌었는데,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되었던 데다가 호된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심장박동에 해당되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현장에 다가가서도 '이젠 너네들도 예전처럼 마냥 거대해 보이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었다.

<사진 2>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

(Shooting Date/Time          2009-05-10 23:09:47, 한국시간)


어쨌든 물리적으로 따져봐도 월스트리트를 잠시나마 '내 발 아래' 두고 굽어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 3> 뉴욕 맨하탄의 모습

(Shooting Date/Time          2009-05-11 03:33:27, 한국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월스트리트' 얘기를 할려는 게 아닌 만큼, 다시 저 '끔찍한 변동'에 대한 얘기로 되돌아 가보자.

저기 '1000일' 동안의 극심한 요동과 부침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목숨'이 달랑거렸을까를 생각해 보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1000일 동안의 격렬한 요동이 훑고 지나간 저 그림 속에는 '탐욕과 공포'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햄릿이 말한대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이야기만 하더라도 '돈' 때문에 '피와 살'을 얼마 만큼의 무게로 도려내야 하는가를 따지지 않던가. 베니스와 멀지 않은 도시인 피렌체에 살았던(나중에는결국 쫒겨나서 되돌아오지도 못했지만) 단테는 그의 작품인 '신곡'에서 '돈' 때문에 온갖 다양한 죄악(절도죄, 사기죄, 횡령죄 등등)을 저지른 나쁜 인간들이 온갖 다양한 스타일의 지옥 속에서 얼마나 끔찍한 형벌로 고통받고 있는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단테는 지상에서의 범죄가 운좋게 죽을 때까지 덮어져 드러나지 않는 요행을 누린다 하더라도 결국 삶이 끝나는 그 너머에서부터 시작되는(never ending) '지옥에서의 가혹한 형벌'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신의 섭리'를 들먹이며 우리의 도덕적 감정들을 지배해 왔다.

'돈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겠다 싶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가 스승처럼 존경해 마지 않던 월스트리트의 거물(거대 투자은행의 회장)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투자은행을 살리려 백방으로 애를 써보지만 (표면적인 이유에서나마) 주당 단돈 $1를 더 얻어내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출근길에 뉴욕의 지하철에 몸을 내던지고 만다.

여태껏 있어왔던 숱한 금융위기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의 강도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혜로 무장한 채 '담대한 희망'을 가지고 저 험난한 고비를 정말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건너온 사람들도 어쩌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용케 버텨온 것 같다는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생각보다' 금융위기로부터 너무나 빨리 회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줄곧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문제이다. 첫째는 인간으로서 도대체 피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탐욕과 공포'를 앞으로는 또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와 거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극심한 변동의 폭과 거기에 대한 대응은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진 4> 붐과 버블을 다룬 책들



두 번째는 이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도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나름대로 애썼던(그러나 대체로 그런 시도가 별다른 감흥도 없이 싱겁게 마무리된 것 같은) '돈과 인생에 관한 문제'이다.

<사진 5>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든 게코는 '탐욕'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간다(그는 '탐욕은 좋은 것이다'란 제목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련한 투자가이다). 그렇지만 오랜 형기를 마치고 그가 감옥 문을 나설 때 이 세상에서 반겨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보란듯이 재기하기 위하여 딸과 사위될 사람마저 속이지만, 결국 나중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액의 돈을 포기한다.(혹은 딸과 사위를 위해 '투자'한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인데 '생각보다 너무 싱겁게 뻔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는 것이다. 뭔가 좀 더 거장다운 솜씨가 발휘될 여지는 없었을까 싶은데 내가 생각해봐도 막상 별달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돈'에 관한 철학적 문제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좋은 결론'은 워렌 버핏의 견해를 차용하는 것이다.

돈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나는 나의 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할 수많은 보관증이라고 본다. 이 작은 종이 조각들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만 명쯤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내 초상화만 그리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CNP(국민총생산)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상품의 유용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만명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AIDS 치료약을 개발하도록 하거나 교사나 간호사로 활동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보관증을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물질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 보관증은 아내와 내가 죽은 후에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두 가지 문제 가운데 나머지 한 가지는 '탐욕과 공포' 그리고 '극심한 변동'에 대한 대처방법인데, 그 점에 관해서라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한테서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6> '벤저민 그레이엄'과 관련된 책들



당신이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당신이 투자에 투입하는 지식과 노력 그리고 투자 도중에서 만연하는 어리석은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있을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더 어리석을수록 실제 투자에서 더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 Graham을 따르라. 그러면 당신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그것에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워렌 버핏)

기본적으로 가격 변동은 진정한 투자가에게 있어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그것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현명하게 사고, 엄청나게 상승했을 때 현명하게 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격언 가운데 두 가지가 다시금 생각난다. 욕심많은 돼지에 관한 유명한 격언은 나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또 가끔씩 인용하는 말인데 이 영화에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자막'으로 등장하여 깜짝 놀랐었다. 두 번째 격언이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훨씬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요즘들어 부쩍 '낙관론'이 점점 더 득세를 하는 분위기인데, 머지 않아 여러 투자자들이 '행복감'에 도취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러면 강세장은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어김없이' 사라져갈 테니 말이다.


"황소나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축당할 뿐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간다"

천일야화 속의 세헤라자데는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와도 같았던 아라비안 나이트로부터 벗어나 페르시아의 왕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일 밤마다 천일야화의 속편을 계속해서 들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속편은 '절실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1편 보다 분명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이 영화의 부제처럼, '시장' 역시 문을 닫는 일은 결코(혹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또다시 거대한 파도처럼 심하게 요동치며 우리를 덮쳐올 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며, 또 같은 말이지만 '비관과 낙관'에 빠지지 말고 거기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돈이 잠들지 않는 속성을 최대한 살려 '돈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월스트리트'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그대의 정신을 억제하라’는 유명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아폴론처럼 '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너무 싱거울 것이다.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던 시장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휩쓸게 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날뛰는 디오니소스처럼 되고 만다.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느 곳이 되었건 '시장'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




  1. 경제위기에 대해 쓴 책 가운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20 
    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1910~2003)는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MIT 경제학과 교수로재직한경력만 33년(1948∼1981)에 이르며, 2003년에 타계할 때까지도 MIT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그는 경제사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은'대공황 시절'에는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마샬 플랜을 입안하기도
 
 
마녀고양이 2010-11-08 20:44   댓글달기 | URL
유동성 장세로 망했는데,
다시 돈을 더 풀고 더욱 유동성 장세로 우리 증시나 미국 증시가 붕붕 뜨고 있네요.
사실 두렵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어렵구요.

돈, 정말 필요악인지라 한숨이 나옵니다.

2010-11-08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8 21:43   URL
엄밀히 말하면 '유동성 장세'로 망했다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온 '익숙한 과정들'이 다시 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직전의 버블(1999년의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2003년까지) →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 넘쳐나는 유동성에 따라 물 위로 둥둥 떠오른 오리들이 마치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탐욕이 발동되기 시작 → 마침내 말도 안되는 레버리지와 투기가 만연(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경우엔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투자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틈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확산, 한국의 경우에는 펀드로의 무분별한 자금 유입과 극성스럽게 팽창되던 위험천만한 부동산 PEF 등) → 마침내 부풀어오른 풍선(버블)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뻥'하고 터지는 일련의 과정이 다시금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oren 2010-11-09 13:59   URL
'투자에는 일급 발레리나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에 버금가는 자질이 요구된다'라고 말한 사람의 언급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저는 참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투자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낮은 비율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전세계적으로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부자가 소수이고 대부분이 그저 그런 수준의 소득과 부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요. 투자가 성공을 거둘 경우에 뒤따르는 무한대에 가까운 엄청난 보상 때문이겠지요.

투자에 관해서 조금 아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아는 것'을 바탕으로 무모하게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더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더욱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큰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이겠지요.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눈부신 성과를 완전한 수포로 되돌리고 말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투자에 뛰어들어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없다면 '이 바닥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말리고도 싶습니다.(워렌 버핏의 충고입니다.)

그래도 투자에 관해 배우고 싶다면 '몇 권의 책들'은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분야에서는 지식보다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고, 경험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기질'이라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군요.

① 돈에 관한 책들
-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들은 대부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읽기도 쉽고, 이해가 쉽게 됩니다)
-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이웃집 백만장자 등

② 투자에 관한 책들
- 가장 좋은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의『현명한 투자자』인데 비전공인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 좀 더 쉬운 책으로는 '피터 린치'의 책들입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도 필독서이고,
『증권투자로 돈버는 비결』같은 책도 좋습니다.
- 워렌 버핏을 다룬 책들도 좋습니다.『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등 다수
- 존 템플턴의 책들도 모두 좋습니다.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는 매우 얇지만 정말 좋은 책입니다.
- 워렌 버핏의 스승인 필립 피셔의 책들(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도 좋습니다.

그 밖에도 '투자'와 관련해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은 수십 권도 더 추천해 드릴 수 있겠지만 그건 지금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9 08:34   URL
코스톨라니 책은 두권 있네요. 예전에 읽었는데, 남는게 없는걸 보니 제대로 안 읽었나봐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현명한 투자자는 사놓고 아직 못 읽었구요.

읽어보고, 궁금한 점 있으면 다시 여쭤볼께요.
감사드려요~~

2010-11-09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2:47   URL
***님은 이미 '고수' 반열에 진입하지 않으셨나요?

'향후 증시 전망'은 너무나 오랫동안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어서, 저 '세 단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소위 '가치투자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알라딘에서까지 '세 단어'를 들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ㅎㅎ

(저의 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봅니다.

그 이후로는 '흉악한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RB의 너무나도 과도한 대응(무기고의 열쇠를 던져버리고 무제한 방출 mode로 전환한)이 결국은 '악마와의 계약'이었음을 인식하는 날이 또다시 다가오겠지요.

끝으로, 찰리 멍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습니다.
* * * * *
시장, 경제 그리고 증권 분석가가 아니라 기업 분석가가 되라.
비법을 얻으려는 것보다 분명한 것을 기억하는 것이 더 좋다.
위험과 그 위험이 주는 영향 전체를 고려해라.
파생되어 나타날 수 있는 충격 그리고 더 큰 충격을 조심하라.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라. 항상 역전을 생각하라.
알맞은 상황이 주어지면 결단력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
다수가 욕심을 내면 조심하고, 다수가 두려워하면 욕심을 내라.

2010-11-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의 탄생 (양장)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김현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잘 살아 볼 시간을 천연시키는 일은 강을 건너려고 물이 다 흘러가 버리기를 기다리는 촌 사람 격이니라. 그 동안 강물은 흐르며 영원히 흘러갈 것이다.
  - 호라티우스

******

현대 세계의 발전에 관한 종합적인 그림을 좀 살펴볼 수 없을까? 이 책은 이같은 물음에 대해 정말 놀랍도록 많은 그림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번스타인 박사는 미국내 투자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또한 그는 금융전문지『모닝스타』의 객원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독특한 배경은 경제사라는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무척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600쪽에 가까운 두툼한 분량과 책의 뒷부분에 딸린 수많은 참고문헌들을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학술서와 비슷한 책에서 마주칠까봐 걱정스러운 지루함 혹은 부담감(다소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는 학구적인 논증과 주장들을 애써 따라가야만 할 것 같은) 등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기본적으로 부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 전개 자체가 폭넓은 시공간을 무대삼아 종횡무진으로 워낙 속도감있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제 뿐만 아니라 역사, 지리, 정치, 군사, 과학 등 인류 문명의 거의 전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인류 역사를 장식해온 온갖 흥미로운 사건이나 인물들과 끊임없이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를 조금만 따라가보면 어느새 저자가 이끄는 흥미진진한 역사 탐험단의 일원으로 나선 듯한 묘한 즐거움도 느껴진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두루 한바탕 신나게 휘젓고 다니면서 '부의 흐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신명나는 탐험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 책의 저자가 '부(富)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주된 분석 틀로 삼은 것은 4가지 요소이다. 즉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과 수송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4가지 요소를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제1부에서 저자는 번영에 꼭 필요한 이들 네 가지 요인들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류의 진보 속도가 1820년경까지는 거의 제로였다는 점, 구텐베르크와 베이컨 이전 시대의 기술 진보가 얼마만큼 더뎠던가 하는 점 등은 인간의 삶이 홉스가 말한 '고독하고 가난하며 불결하고 야만적이며 부족한' 자연 상태로부터 벗어나기가 얼마만큼 어려웠던가를 절감하게 한다.

종이, 인쇄술, 화약을 발명한 중국인들 못지 않게 영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창조해낸 인도의 수학자들 얘기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및 핼리를 거쳐오면서 실제 모습의 우주에 다가서는 '과학적 합리주의'가 얼마만큼 넓은 영역에 걸쳐서 인류의 번영을 촉진시켜 왔는가 하는 점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여러 과학적 발견보다 훨씬 더 역사가 오래된 재산권의 흔적에 대해서도 깊숙히 파고든다. 로마의 치명적 결함이 어디에 있었는지, 인류생태학자 가렛 하딩의「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서의 '재산권의 마련'이 얼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실감나게 설명한다. 왜 북한은 99%의 문자 해독률과 더불어 정말 부지런히 일하는 사회이지만 일인당 GDP가 900달러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사실 재산권은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욱 중요하다. 현대 세계에서 안전한 재산권은 부국과 빈국, 번영을 두고 벌이는 경쟁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모든 것이다."

"'인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재산의 수용과 강제 매각은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가난에 속박된 주민을 구해내는 데 필요한 제도 자체를 좀먹을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은 요즈음의 여러 경제정책들과 관련해서도 음미해볼 만한 내용들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번영을 불러오는 마지막 요소는 수송과 통신의 발달이다. 동력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정보의 전파 속도를 눈부시게 향상시킴에 따라 부가 뒤따랐음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오늘날 정보 통신 시대의 엄청난 발달이 초래하고 있는 놀라운 번영 속도에 대해서 저자는 '댐이 터지는' 것처럼 멈출 수 없는 급류가 계속 되리라고 비유적으로 말한다.

이 책의 제2부에서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부를 창출한 국가인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두 번째로 부를 창출한 국가인 프랑스, 스페인, 일본, 마지막으로 뒤처진 국가들인 이슬람 세계와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무척 많다.

금고와 장롱 속에 묻혀진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 '땅에서 일하기'라는 한 가지 직업이 오늘날 1만 2,740개의 직업으로 나눠지게 된 '분업'(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중요하게 다룬)의 진화, 스페인과 로마제국의 쇠퇴기 동안 일어난 일들이 얼마나 유사했던가에 관한 내용들, 이슬람 세계의 미래가 여전히 많은 의문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들은 이 책 속에서도 여전히 흥미롭게 다뤄지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제3부에서 다루는 내용은 좀 더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 부유해지면 행복할까, 국가의 번영과 개인의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 만인의 소득 증가가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는가, 소득 불평등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설득력있는 근거들과 함께 담겨 있다.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부를 소득의 비례적 증가에 따라 '로그함수적으로' 인지한다고 가정해 왔는데, 이것은 인간이 실제로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행위하는 드문 예들 중의 하나로 증명된 사례라고도 한다.

헨리 루이스 멩켄이 좀더 통렬하게 지적했듯이, 부자란 그의 동서(아내의 여동생의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말은 무척 현실적이다. 경제사가 찰스 킨들버거는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만큼 한 사람의 복지와 판단에 혼란을 주는 것도 없다."고 표현했다. 인간 본성의 기반을 이루는 것 중의 하나인 이 '이웃 효과'(neighbor effect)는 다른 많은 분야에도 적용될 만큼 보편적인 경향이 있음도 사실이다.

국가의 장기적인 번영과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늘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번스타인이 이 책에서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애덤 스미스가 번영의 필수 조건으로서 '평화, 가벼운 세금, 적절한 사법행정'을 최초로 확인한 이후 250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그의 간단한 처방전을 세련화시켜왔다. ...... 안전한 재산권과 법치로부터 생겨나는 번영은 민주적 발전을 촉진한다. 부가 민주주의를 낳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바로 그 번영이 역시 군사적, 지정학적 힘을 낳는다. 개략적으로 말해, 법치와 재산권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국가는 민주주의와 힘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등에서 인용한 부분이 여러 곳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즐겨 인용한 이들 책은 물론이거니와 저자의 이 책까지 포함시켜 봤을 때 두드러진 특징 두 가지가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한 가지는 이 책들은 본질적으로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라는 점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책을 쓴 저자들의 박학다식함과 경탄할 만한 이야기 솜씨이다.

최근에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 가운데 찰스 P.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라는 책을 접할 수 있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어보는 것도 여러모로 대비되는 점들이 눈에 띄어서 흥미로웠다. 킨들버거의 책이 경제사 분야의 대가 다운 깊이와 꼼꼼하기 그지없는 자료들이 돋보이는 반면, 번스타인의 책은 그에 반해 다양한 부문을 두루 아우르는 넓이와 대중적인 접근성 측면에서는 좀 더 돋보이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킨들버거의 책이 상당히 어렵고 빡빡한 내용이지만 대단히 풍부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아주 훌륭한 경제학 교과서라고 부를 수 있다면, 번스타인의 책은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양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번스타인의 이 책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경제적 번영이나 부의 축적에 수반되는 경제적 감속과 부의 쇠퇴 등에 대한 접근을 거의 배제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역사가 증명해온 사실 대로 모든 위대한 국가들의 최종적인 운명은 쇠퇴와 몰락이었다. 번영과 부, 몰락과 쇠퇴, 위험의 추구와 회피, 검약과 과시소비, 기업가적 동력과 혁신 능력의 약화 등등 여러 다양한 주제들을 우리나라의 현실과 함께 생각해 보면 마음이 편치 못한 점들도 적지 않다. 인구학적인 "부양력과 회복력"의 상실이 우려될 만큼 출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고령화가 유난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생명력과 에너지를 가진 젊은 국가들은 오래된 독점권에 도전하지만, 늙은 국가들은 이러한 도전에 혁신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킨들버거의 주장과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학적 고령화 현상과는 별 관계가 없기를 희망해 본다. 베이컨이 말했듯이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관련성을 찾아내고 음모를 추측하는 본성을 지닌, 패턴을 추구하는 영장류"라고 하지만, 이것 또한 인간 본성의 결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까 말이다.

끝으로 국가의 번영과 부에 관해 놀랍도록 재미있는 얘기들을 담고 있는 번스타인의 이 책에 대해 덧붙일만한 게 한 가지 더 있다면 신문 지상에 실렸던 아래의 두 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봐야할 사람 : 1순위 현직 대통령, 2순위 차기대권 노리는 정치인...
보면 짜증날수도 : '부의 탄생'이라면서 내 돈 만드는 법은 한마디도 없네


<끝>



 
 
사마천 2005-07-16 00:02   댓글달기 | URL
오렌님, 글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가셔도 좋겠습니다. 부에 관한 좋은 책 모음이라는 주제로.

oren 2005-07-16 14:09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읽은 책도 턱없이 부족하고, 글 쓰는 일도 여러모로 부족한데, 책으로 만들 생각은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저 리뷰글이라도 꾸준히 써 올릴 수 있다면 다행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돈 그 영혼과 진실 - 돈의 본질과 역사를 찾아서
버나드 리테어 지음, 강남규 옮김 / 참솔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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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있다고 해서 모두 의미있는 것은 아니고,
의미있는 것이라고해서 모두 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위의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역사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가, 경제주의와 연역론을 활용한 여러 과학은 오늘날 근대정신이 그토록 강렬히 저항했던 중세의 종교 도그마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학에 치중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세계관 사이에는 극단적인 긴장감이 유발된다. 이는 교회가 일정한 정통교리에 의문을 제기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 주류의학과 마찬가지로 주류경제학은 근대주의자들에게 있어 절대적인 교리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리학 등 경제학이 그토록 닮고자 하는 자연과학은 모호성 등 수학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을 서서히 다루기 시작하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 역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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