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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법칙 - 현명한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거둔다
리처드 코치 지음, 공병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확률은, 확률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때만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의존은 확률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확률이 우리에게「인생의 지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존 로크(Tohn Locke)가 말했듯이, 신은「우리의 관심사 대부분에」단지 미광(微光)만을 부여하셨다. 내가 여기에 부연해 덧붙인다면,「신은 우리에게 확률이라는 미광만을 부여 하셨다」라고 하겠다. 이는 가정하건대, 신이 우리를 놓고 즐거워하셨던「평범(Mediocrity)」과「수습기간(Probationership)」의 상태에 걸맞은 표현일 것이다.

 - 피터 L.번스타인, 리스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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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0/20 법칙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80/20 법칙은 특히 우리나라가 '97년의 IMF 위기를 겪은 이후에 사회구성원들의 소득과 부가 급속하게 재편되는 현상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각종 불균형의 문제들에 대해 '80/20 법칙'이라는 신비한 열쇠만 들이대면 베일 속에 가려져있던 비밀이 쉽게 풀려버리곤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 때는 방만한 경영의 대명사였던 우리나라 재벌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키워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토록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떠맡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00여년 전 경제학자 파레토가 처음으로 발견한 80/20 법칙과 그 이후 집프, 주란 등으로 이어지면서 발전되어온 이론들을 현대의 카오스 이론과 그에 관련된 과학적 개념들까지 접목시켜 가면서 80/20 법칙을 마침내 '희망의 도구'로 까지 격상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저자는 '20은 80보다 크다'는 '80/20 사고방식'을 활용하여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철학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해 놓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80/20 법칙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유용한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법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개인편], [기업편], [사회편]에 걸쳐서 세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그 대부분의 설명들은 이 책의 부제가 말하는 내용과 닮아있다. 즉, 덜 일하고 많이 버는 길, 적게 투자하고 많이 남기는 길, 덜 싸우고 풍요로워지는 길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항상 뇌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소수'의 개념을 각인시켜라. 그리고 늘 하찮은 다수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소수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보도록 하라.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저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령, 시간 혁명을 다루는 부분에서 저자는 가치있는 성취의 80%는 투자한 시간의 20% 안에서 달성된다고 말한다. 또한 소수의 인간관계가 행복의 대부분을 좌우한다는 점도 사례로 든다. 기업편에서는 특정 제품과 특정 고객이 기업 수익의 80%를 창출한다는 통계치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저자의 말대로 이론적 직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타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된 결과물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소수의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비밀임을 계속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운명을 좌우하는 소수의 고객들에게 촛점을 맞추도록 우리를 설득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잘 진행된다면 그 일에 두 배 세 배로 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한다. 극소수의 탁월한 투자 단 몇 건이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복잡성과 민주주의가 결혼하면 결국 낭비와 게으름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은 적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단순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보통 한 사업분야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경우에 벌어들이는 이익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쟁사와 경쟁하고 있는 다른 사업분야에 비해 몇 배나 높다고 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들은 이 책의 제8장 '돈을 버는 투자 10계명'과 함께 실제 투자에서도 매우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는 80/20 법칙을 적용한 주식투자의 80/20 법칙
이라는 책도 쓸 만큼 사업가이자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80/20 법칙에 대하여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우리들의 삶을 바꾸는 데 매우 유용한 부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아주 익숙해져 있는 50/50 사고를 그만두는 대신에, 80/20 사고방식을 갖추라고 주장한다. 즉, 20%가 80%를 만들고 80%지만 20%의 결과 밖에 못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주식시장이 그 전형일 것이다.) 그리고 80/20 식으로 행동하라고 한다. 즉,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80%의 활동에 들어가는 자원을 빼내 20%의 중요한 활동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로 하여금 '소수의 핵심'이 지니는 엄청난 가치를 우리들에게 새삼 일깨워준데다가 또한 그것에 집중하도록 부단히 촉구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소수의 방법, 소수의 행동, 소수의 원인과 접근법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찾아라. 그리고 확대하라. 성과는 단순한 향상을 넘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80/20 법칙이 개인과 기업과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저자 또한 이 책의 한 부분에서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역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즉 실패의 대부분은 타인이 원하는 경쟁에 참가하는 경우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성공의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경쟁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잘못된 경쟁, 다시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 경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경쟁에 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저자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80/20 법칙'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실패로 귀결될 것인가 아니면 성공을 낳을 것인가?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 또한 이 법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소수인가 아니면 다수인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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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 - 14억 중국인의 경영 정신이 된 최고의 경전 중국인의 지혜 시리즈 1
스유엔 지음, 김태성.정윤철 옮김 / 더난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중국 청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호설암(胡雪巖/후쉐엔, 1823∼1885)이라는 인물의 '상술'과 '상도'에 관해 쓴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호설암은 비록 가난하고 비천한 출신이었으나 그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다양한 특수성과 권력의 흐름을 이용하여 당대의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거대한 재산을 쌓아올렸던 인물이다.

이 책은 호설암이 직접 기록하지 않고 전업 작가가 쓴 책이다. 그런데다가 책의 형식 또한 영웅들의 일대기를 그리는 일반적인 방식인 연대기적 서술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이 책의 구성은 '호설암 어록'과 '본문' 그리고 '상경에서 배우는 경영정신'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렇다보니 호설암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에 대한 '온전한 모습'을 계속해서 이리 저리 꿰맞춰보아야 하는 어려움도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흔히 에피소드의 나열 식으로 구성된 이런 류의 책은 각 장 마다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결여되기 쉬워서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제조차도 파악하는데 애를 먹기도 하며, 때로는 각 장 마다의 단절이 주는 묘한 불편함과 산만함 등에 따라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도 들게 마련인데 이 책의 경우도 그리 예외는 아닌듯 싶다.

그렇지만 이 책은 대단히 실용적인 책일 뿐만 아니라 교과서적인 의도를 가지고 씌어진 책이기 때문에 책의 구성에서 오는 압박감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많은 실제적인 교훈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아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이 책은 적지 않은 분량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인 스유엔이 호설암이라는 인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여러 고전과 역사로부터 뽑아낸 수많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다양하고도 풍성하게 덧대어 놓았기 때문에, 저자가 골라 뽑은 호설암의 핵심적인 경영 철학과 다른 여러 본받을만한 사례들을 함께 비교해 가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호설암에 관한 책으로 그치지 않고 중국인의 상술에 대한 '집대성'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얻게 되었다고도 생각된다. 하지만 14억 중국인의 경영 정신이 된 최고의 '경전'이라고까지 내세우는 점은 다소 지나친 과대포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이 책의 내용에 관한 측면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다름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될 호설암에 대한 숭배의 감정을 다소나마 누그려뜨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 관한 부분이다. 이 점은 '작가에게 맡겨진 영웅에 관한 기록들'이 흔히 내포하는 보편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구태여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다고도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호설암에 관한 어록과 성공담들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서 주인공에 대한 미화와 합리화에 너무 많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약간은 당황스럽다. 저자의 이런 노력은 호설암이 이미 중국의 후대 상인과 기업가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될만큼 유명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대륙의 일반 독자들에게는 별다른 의심없이 쉽게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호설암이라는 인물에 대해 금시초문인 다른 많은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할인'도 필요하겠다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두가지 상반된 요소들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나면 이 책의 알맹이들을 끄집어 내는 일이 남는다. 호설암이 가장 중요시했던 상도의 핵심 요소를 단 3가지로 요약해 볼려고 한다면 그것은 첫째가 사람, 둘째가 신뢰, 마지막으로 셋째가 관계(關係)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를 좀 더 세분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호설암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었던 비법은 '인재의 쓰임을 아는' 용인관과 '시세를 잘 활용하는' 시국관, '정부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관상관, '과감한 지모와 재빠른 행동을 앞세우는' 모략관, '시장을 조정하고 만들어가는' 영업관, '폭넓게 통찰하여 지리와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처세관 등에서 유래한다.

이처럼 호설암의 성공을 뒷받침한 핵심 개념들은 동서고금의 성공적인 기업가들로부터 살펴볼 수 있는 지배적인 원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호설암의 경우에는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왔던 서구 자본주의의 경영 환경을 바탕으로 한 많은 성공적인 기업가들의 사례와는 다소 동떨어진 요소들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호설암이 주로 활동했던 무대가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있어서도 서방세계의 그것들과는 여러모로 사뭇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즉, 1,800년대 중후반의 중국 중.남부는 서구 열강들의 중국 대륙에 대한 접촉이 매우 활발해지던 시기였는데다가, 중국 내부에서는 청나라 말기의 온갖 혼란한 정치적 상황이 봉건주의적 유교문화와 양무운동 및 태평천국의 난 등과 함께 뒤엉켜 소용돌이치던 시대였었으며, 호설암의 성공 전략도 그와 같은 바탕에 최적인 전략들이 많이 포함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호설암 상술의 특징들은 심리전에 매우 능통하며, 전략이 매우 치밀하다는 점과 동양적 연고주의를 최대한 활용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정관계에 대한 다양한 로비와 뇌물수수 등 비합리적 관행까지도 핵심적인 요소로 포함시킬 만큼 독특하기도 하다.

호설암의 상술 및 상도에 관해 읽다보면 조선시대 후기의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상도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느낌도 들며, 좀 더 가까이는 한국의 산업화 초창기 시대의 주역들이었던 여러 재벌 창업주들도 떠오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히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설암을 특징짓는 면모들 가운데 고 정회장과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열거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① 시대의 흐름과 외부조건을 최대한 활용 ② 과감한 처신 ③ 정치적 감각 및 관계와의 로비 ④ 성실과 신의 ⑤ 돈을 버는 진짜 마술 ⑥ 원대한 시야와 날카롭고 정확한 안목 ⑦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 자세 등

이 책에 나오는 호설암의 많은 어록들 가운데에는 중국인의 독특한 상술을 느끼게 해주는 오래된 중국의 속담들과 함께 중국 상인들의 지혜의 깊이를 풍성하게 맛볼 수 있어서 마음속에 새겨둘 만한 말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의 각 장 마다 한자 두 글자로 표현되는 18가지의 비방들도 재미있는데 이들 가운데 몇 가지만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ㅇ기회를 만들 줄 아는 지혜 : 지신(砥身)
   '지(砥)'란 연마를 뜻하고 '신(身)'이란 마음의 형상을 말한다.
   스스로 마음을 갈고 닦으면 반드시 강해진다.
   자고로 좋은 일에 힘이 많이 드는 법이니,
   역경에 처했을 때는 인내하는 것이 바로 지신(砥身)이다.

ㅇ큰 상인과 작은 상인의 구별 : 용모(勇謀)
   '용勇'이란 결단을 말한다. 시기를 잘 잡아 일을 결정해야지 우유부단해서는 안된다.
   '모謀'는 남이 알지 못하는 전략을 말한다.
   '모'는 '용'의 근거가 되고 '용'은 '모'의 추진력이 된다.

ㅇ사업을 일으키는 근본 : 수활(手活)
   '수手'란 인간이 갖고 있는 도구로서 수법 또는 수단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활活'이란 활발하고 민첩한 것을 말한다.
   손이 활발하고 민첩하면 사업이 번성하고 일이 순조롭지만,
   손이 둔하고 느리면 사업이 부진하고 하는 일이 위태로워진다.

끝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살펴보니《중국인의 상술》(강효백 지음)이라는 책에서 호설암에 대해 '관상결탁으로 일어나 관상결탁으로 쓰러졌으며, 한 20년 간 반짝했다가 말년에 폭삭 망한 별로 본받을 만한 것이 못되는 상인'으로 혹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근세의 비즈니스 환경과 역사뿐만 아니라 대륙 고유의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 중국인들의 상관습과 상술 및 상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독특한 지혜들을 풍성하게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실상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해보려는 시도로서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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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3막 11장
존 휘트니 외 지음, 송홍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전후를 살피도록 풍부한 판별력을 부여하신 분이,
그런 능력과 존엄한 이성을 주었을 땐,
사용도 못해본 채 곰팡이가 생기도록
하시려 함은 확실히 아니렷다.

<햄릿> 4막 4장, 36-39

4세기 전에 문학사상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의 위대한 작품들을 남긴 셰익스피어는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본성에 관한 빛나는 글귀들을 통해 여전히 우리들과 호흡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154편의 소네트, 몇 편의 장시와 39편의 극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탐색하지 않은 주제는 하늘 아래 거의 없다.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정의와 불의, 오만과 겸손, 죄의식과 결백, 전쟁과 평화 등 그는 세상사의 모든 주제를 다루었다. 셰익스피어는 인간 심리 연구의 대가이기도 하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는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창조'를 해낸 사람이 셰익스피어라고 말했다. 예일 대학의 저명한 문학비평가 해롤드 블룸은 셰익스피어의 극이 현대적 의식을 담은 세속의 성경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이렇듯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에 담긴 온갖 주제들 가운데에서도 리더십에 관한 주제들만 골라, 현직 최고 경영자이자 콜롬비아 대학 경영학과 교수인 존 휘트니와 셰익스피어 극단을 직접 이끌고 있는 티나 팩커가 공동으로 집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 속에 담긴 향기로운 명문장들을 수없이 음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휘트니 교수의 수십년간에 걸친 경영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담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비즈니스에 관한 많은 교훈들도 접할 수 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들과 CEO들은 대략 GE, 제너럴 모터스, 포드, IBM, 디즈니, 모토롤라, 반스앤노블, 아마존닷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잭 웰치, 빌 게이츠, 알버트 던랩, 워렌 버펫, 제프 베조스, 래리 보시디, 존 스컬리, 마이클 아이스너, 스티브 잡스, 캐서린 그레이엄, 마사 스튜어트, 칼리 피오리나 등이다. 이 밖에도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리더십과 깊은 관련을 지니는 '권력'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많은 정치가들의 사례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된 작품들은《리어왕》, 《리처드 2세》, 《리처드 3세》, 《맥베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오셀로》, 《줄리어스 시저》, 《코리올레이너스》, 《햄릿》, 《헨리4세》, 《헨리5세》, 《헨리6세》, 《헨리8세》 등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뒤따르는 인물들로도 햄릿을 비롯해서, 줄리어스 시저, 부르터스, 마크 안토니, 클레오파트라, 율리시즈, 오셀로, 이아고, 그리고 샤일록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리더십에 관한 문제들은 11장에 걸쳐 다뤄지고 있는데, 특히 권력의 개념, 리더와 참모, 리더십과 설득력, 리더십과 거짓말, 보전과 혁신에 관한 내용들은 셰익스피어의 뛰어난 통찰과 더불어 비즈니스의 현실 세계와도 직접 맞닿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까지도 제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마지막 11장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리더십,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다. 즉,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가 되는 것이다.

...난 모르겠어,
아직 살아서 "이것은 해야지"라고 말만 하고 있는 이유와,
나에게는 그렇게 해야 할 명분과 의지, 힘 그리고
수단도 있거늘.

<햄릿> 4막 4장, 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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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의 조건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책의 제목이 주는 거창함과 책의 앞부분에 놓인 추천사(이 책은 '신뢰'가 기업 경영을 위한 핵심 자산이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유용한 도구인지를 밝힌 최초의 책이다....) 때문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신뢰가 경제적 성공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며 '경영의 도구로서의 신뢰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천사 내용의 핵심 부분(추상적이고 모호한 관점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신뢰의 개념과 의미를 밝혀내며, 신뢰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에 대해서는 뭔가 체계적 논증이 다소 부족한듯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는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하며, 신뢰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이 책의 효용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신뢰는 그 자체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신뢰란 어떤 시대에나 늘 필요로 하는 것이겠지만, 신뢰는 본질적으로 공동체 혹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고, 신뢰가 기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주체들간의 상호작용'들을 반드시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신뢰는 선한 것이다.'라는 명제에 데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신뢰에 대한 결정적인 오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비도덕적인 신뢰관계도 있는 것이며 신뢰가 악용되거나 그럴듯하게 포장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부터 넓게는 국가라는 조직에 이르기까지 신뢰는 늘상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유용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에 빗대어 보자면, 신뢰 또한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갈수록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 가운데 기업의 존재 만큼이나 그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기에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기업이라는 조직속에서 어떤 경제적 메커니즘을 가지는지에 대해, 또한 무엇이든지 측정하고 또한 축적하고 싶은 인간 본성의 욕구에 따라 신뢰라는 무형의 요소를 기업 경영에서 어떻게 '측정'하고 '구축 또는 강화'하며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슈프렝어가 제시한 해답도 읽어볼만 하다. 이 책은 경영의 유용한 도구를 찾으려는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필요하겠지만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적 요소'로서의 '신뢰'에 대해 궁금해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펩시사의 회장인 크레이그 웨더는 "사람들은 실수를 너그럽게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들의 신뢰를 망가뜨린다면 그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뢰를 가장 귀중한 재산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노르만 슈바르츠코프 장군은 이에 대해 더욱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지휘란 전략과 신뢰를 견고하게 혼합시켜 놓은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전략을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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