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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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짚어 용빌로 돌아왔다. 그들은 진흙 위에 나란히 찍힌 그들의 말 발자국, 그리고 아까 보았던 관목, 풀숲의 같은 조약돌들을 다시 보았다. 그들 주변에는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산이 자리를 바꾼 것보다도 더 엄청난 무슨 일인가가 갑자가 일어난 것이었다. 로돌프는 때때로 몸을 굽혀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를 했다.

 

말을 탄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날씬한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말갈기 위에 무릎을 접은 채 바깥 공기에 조금 상기된 얼굴이 붉은 저녁 노을빛에 젖어 있었다.

 

용빌에 들어서자 그녀는 말을 탄 채 포도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사람들은 저마나 창문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저녁 식사 때 그녀의 얼굴색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산책이 어땠느냐고 묻자 그녀는 못 들은 체했다. 그리고 타고 있는 두 자루의 촛대 사이에서 잠시 옆에 팔꿈치를 짚은 채 앉아 있었다.

 

「엠마!」하고 그가 불렀다.

 

「왜요?」

 

「실은 말이지. 오늘 오후에 알렉상드르 씨한테 들렀더니 그 집에 나이가 좀 먹은 암말이 한 마리 있더군. 무릎에 상처가 조금 있을 뿐 아직은 참해. 백 에퀴 정도면 틀림없이 양보해 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걸 맡아놓았어…… 이미 사버렸어…… 잘한 일일까? 말을 해봐」(234∼235쪽)

 

 

 

 * * *

 

 

로돌프와 만나면 그것이 언제나 변함없는 화제였다. 그의 어깨에 기대면서 그녀는 속삭이는 것이었다.

 

「저기요! 우리가 역마차를 타게 되면!…… 당신도 그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될까요? 마차가 내닫는 걸 느끼는 순간은, 그건 마치 기구를 타고 붕 떠오르는 것 같고 구름을 향해서 떠나는 기분일 거예요, 내가 날짜를 손꼽아 세고 있는 걸 아세요?…… 당신은 안 그래요?」

 

이 무렵만큼 보바리 부인이 아름다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녀는 환희와 열광과 성공이 가져다주는 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한 몸에 담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기질이 처지와 맞아떨어진 조화 바로 그것이었다. 마치 비료와 비와 바람과 햇빛이 꽃에 작용하듯이 그녀의 갈망, 슬픔, 쾌락의 경험, 언제나 젊디젊은 환상이 그녀를 점점 발전시켜 가지고 마침내는 그 천성을 충분히 살린 풍만한 모습으로 꽃피워 놓은 것이었다. 그녀의 눈꺼풀은, 사랑에 빠진 나머지 눈동자가 꺼져들어간 기나긴 시선을 위해서 일부러 새겨놓은 것 같았고 한편 뜨거운 숨결로 인하여 그녀의 작은 콧구멍이 벌름거렸고 약간 거뭇한 솜털에 빛이 닿아 그늘진 두터운 입술 끝이 위로 당겼다. 목덜미를 덮은 머리칼은 마치 음탕한 분위기의 표현에 능란한 화가가 손질해 놓은 것 같았다. 그 머리털은 간통의 몸부림으로 매일같이 풀어졌다가 묵직한 다발을 이룬 채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려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나긋나긋한 억양을 띠었고 몸매도 그러했다. 그녀의 주름지는 옷자락이나 발을 굽히는 태도에서 마음을 파고드는 야릇한 그 무엇이 발산되고 있었다. 샤를르의 눈에는 그녀가 신혼 때와 마찬가지로 감미로워서 감당 못할 지경이었다.(281∼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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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를 새치기당한 처지'를 몽테뉴만큼 재치있게 묘사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 샤를 보바리의 말과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르는 자의 아이러니'는 '징벌을 주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오쟁이진 남편의 '사실에 대비하는 자의 아이러니'와 얼마나 대조적인가.

 

 

알려짐으로써 더 꼬집히는 불행

사실을 밝혀 주는 자가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줄 방법과 도움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알려 주는 일이 큰 해독이며, 사실을 밝힌 공로보다도 더 마땅히 칼을 맞을 만한 일이다. 사람들은 사실을 모르는 자와 마찬가지로 애써 가며 사실에 대비하는 자를 비웃는다. 마누라를 새치기당한 수치는 지워질 수 없다. 한번 걸리면 영원히 걸린 것이다. 그것에 징벌을 주면 잘못한 일 자체보다도 더 사실을 드러내 놓게 되는 셈이다. 알려지지 않은 의문을 풀어서 우리들의 개인적인 불행을 드러내고 비극의 무대 위에 나발을 불어 대면 보기 좋은 꼴이다. 그것은 알려짐으로써 더 꼬집히는 불행이다. 왜냐하면 착한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은, 그 사실을 말함이 아니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 괴롭고도 쓸모없는 지식은 피하는 편이 현명한 일이다.

그래서 로마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올 때에는 먼저 집에 사람을 보내서 아내에게 자기의 도착을 알려 주며 엉겁결에 들이닥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떠든다

"그러나 세상은 떠든다." 나는 점잖게 그리 꼴 흉할 것 없이 아내에게 속고 있는 사람 백 명은 알고 있다. 물론 활달한 대장부는 그 때문에 동정을 받아도 경멸은 받지 않는다. 그대의 인격이 불행을 틀어막게 하라. 점잖은 사람이라면 그런 사정을 저주하게 하라. 그대를 모독한 자는 그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리게 하라. 그리고 천한 자, 귀한 자 할 것 없이 이런 의미에서 소문나지 않은 자인가?

수많은 군대를 지휘한 장군까지도 ······
모든 점에서 너보다 나은 자들도 그렇다, 이 못난아.    (루크레티우스)

그대 앞에 하고많은 점잖은 인물들이 이런 책망에 걸려 드는 것을 보는가? 다른 데서는 그대 일도 빼놓지 않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아마 부인들까지도 그대 일을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 여자들은 금실 좋고 평화로운 결혼 생활 말고, 다른 무엇을 조롱하기를 더 즐기는가? 그대들은 각기 어느 누구의 마누라를 건드렸다. 그런데 본성은 모두가 마찬가지로 인과응보로 변화무상하다. 이런 사건이 잦다는 것은 이제부터는 고민거리가 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것도 습관이 되어 버린다. 못난 격정이지만, 그것은 또 남에게 상의할 수 없는 일이니 딱하다.

운명은 우리에게 불평을 들어 줄
귀마저 내주기를 거절한다.    (카툴루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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