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 전체를 통하여 '책의 운명은 독자의 이해력에 달려 있다'는 격언의 진리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운명만큼 여실히 입증하는 것은 없다. …… 이 책이 여러 각도에서 채택되고 철학자, 역사가, 정치가, 또는 사회학자들에 의해 논의된 뒤인 오늘날에조차도 이 비밀은 아직 완전하게는 밝혀져 있지 않다. 한 세기마다, 아니 거의 한 세대마다 『군주론』에 관한 평가는 달라질 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방향으로 뒤집히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 캇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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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때문에 숱한 오해와 비난을 받아왔지만, 마키아벨리는 좀 더 깊이 살펴 보면 '민중의 자유'를 그 누구보다 맹렬히 외친 가슴 뜨거운 '공화주의자'였다. 『군주론』을 읽고 나서 그보다 훨씬 더 방대한 책인『정략론』(일명『로마사론』)을 읽어 보고 나서야 그걸 알겠다. 그 책에선『군주론』에서 보여줬던 냉혹하고도 교묘한 책략들은 어느새 모두 자취를 감춘다. 그 대신 '공화정'에 대한 불같은 열정이 도처에서 넘실댄다. 이 사람이 과연 그토록 잔혹한 책을 쓴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서릿발 같은 비판과 브루투스에 대한 뜨거운 숭모는 어느 대목에서든 한결같고 붓끝이 매섭다. 그토록 성실한 인간이었고, 명민(明敏)한 관찰가였으니『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이 그를 두고 '당대 최초의 역사가'로 칭송했다는 말도 금세 수긍할 수 있겠다 싶다.


마키아벨리는 언제나 '역사는 인생의 스승'임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종합하여 생각해 보면 비록 도시나 국가가 다를망정 사람들의 욕망과 성분은 시대를 막론하고 같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사정을 꼼꼼하게 검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국가든 그 각각에 앞으로 일어날 만한 일을 예견하고 고대인이 썼던 타개책을 적용하는 것은 손쉬운 일일 것이다."


과연 그랬다. 그의 책 속을 누비다 보면, 여기저기 골목길을 돌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마주치게 되는 낯선 인물들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기분을 자주 맛보게 된다. 묘하게도 그때 마주치는 인물들은 매번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 인물들이 언제나 익숙하다. 그 사람들은 대개 'TV 뉴스 시간'에 이미 너무나 자주 봐왔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은 '헌재 탄핵 심판 최후 변론일'이다. 어쩌면 아직도 안국동 헌재 대심판정의 환한 조명 아래 어느 늙은 변호사는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며 '억지'와 '궤변'으로 점철된 막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탄핵되었어야 마땅할 역대 최악의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그들은 돈을 벌 좋은 기회를 잡았다. 더구나 그들의 의뢰인은 시간을 오래 끄는 걸 아주 좋아하니 이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나도 더이상 긴말 않겠다. 그러나, 500년 전에 마키아벨리가 남긴 목소리 가운데 내가 신중하게 골라 놓은 '녹취록'이라도 좀 들어 보라. 괜히 엉뚱한 녹취록이나 틀자는 허튼 소리 좀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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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그 가면을 벗기게 된다


즉 사람이란 모두가 사악해서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면, 본래의 사악한 성격을 마음껏 발휘해 보려고 틈을 노리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사악함이 잠시 모습을 감추고 있다면 그것은 뭔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의한 것이므로 얼마 안 있어 모든 진리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시간이 그 가면을 벗기게 된다.(163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1권 제3장

 

(나의 생각)

 

그녀가 오랫동안 쓰고 있었던 '온갖 가면들'이 다 벗겨지는 중이다.

그 가운데 가장 무서운 가면은 아마도 '조국과 결혼했다는 여자'의 가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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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하는 권능만큼 유효하고 필요한 것은 달리 또 없다

 

자유를 지키는 임무가 국가로부터 부여된 인물에게, 국가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계획에 관하여 시민을 민회나 행정관들의 위원회 또는 법정에 고발하여 탄핵하는 권능만큼 유효하고 필요한 것은 달리 또 없다.

 

이 정치 제도는 국가에 아주 유익한 두 가지 영향을 준다. 첫째는, 시민들은 고발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을 꾀하지도 않을뿐더러, 만일 꾀한다 하더라도 사정없이 제압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둘째는, 도시에서 어떤 형식으로 특정 시민에 대해 일어나고 있는 노여움에 배출구를 만들어 준다. 이런 노여움에 적당한 배출구를 주지 않을 경우, 그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쏠리게 되므로 국가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 초조한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게 조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힘으로 배출구를 부여해 주는 일보다 국가를 안태(安泰)하게 하고 강고하게 하는 일은 없다.(174∼175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1권 제7장 <국가에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탄핵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하여>

 

(나의 생각)

 

광화문 광장과 박영수 특검은 사실 분노한 시민들의 숨통을 겨우 틔워주는 '배출구'나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조차 꽉 막혔더라면 어디선가는 기어코 다른 양식의 폭발이 일어났을 테니까.

 

 

 * * *


믿을 수 없고, 옹고집쟁이이고, 바보이고, 무능하고,

 

칭찬받을 가치가 있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존경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란 종교의 창시자로서 숭앙받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 가는 것이 왕국이나 공화국을 건설한 사람이다. 이 사람들 다음으로 경모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군대의 우두머리로서 자기 영토나 국토를 확장한 인물을 들 수 있다. 또, 그 다음에는 붓으로써 일어선 사람들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일에는 여러 가지 전문 분야가 있는데 저마다의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존경을 받게 된다. 또한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 기능이나 직업에 따라서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종교를 파괴하거나, 왕국이나 공화국을 파멸로 몰아넣거나, 인류에게 있어 유익하고도 자랑인 미덕이나 학문이나 그 밖의 기능을 적대시하는 자는 파렴치하므로 저주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들이야말로 믿을 수 없고, 옹고집쟁이이고, 바보이고, 무능하고, 게으르고 비열하다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다.(184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1권 제10장 <왕국이나 공화국의 창설자는 찬양되어야 하고 참주정치의 시조는 저주받아야 한다>

 

(나의 생각)

 

이미 500년 전에 마키아벨리가 이번 사건 장본인의 '핵심'을 이토록 명료하게 밝혀 놓았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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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 권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스파르타와 베네치아에는 지배자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감독관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 권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민중 전체가 조금도 부패되어 있지 않더라도 국가의 안태는 보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권력이라면 당장에 민중을 타락시키고,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는 여당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 가령 돈이 없거나, 친족 관계에 의거하는 배경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것은 조금도 없다. 왜냐하면 재부도 그 밖의 이권이 있으면 그것에 따라 굴러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246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1권 제35장 <로마의 10인회는 인민의 자유로운 선거로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의 자유에 해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생각)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 권력'이 강남아줌마, 그것도 사기로 돈을 번 사이비 교주의 딸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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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소리가 곧 하늘의 소리

 

리비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굴한 노예든가 아니면 오만한 주인이든가, 이것이 민중의 본질이다."

 

이상에서 내가 말한 것 같은, 또 모든 필자가 한결같이 비난하고 있는 민중의 이런 결점을 변호해 주어야 할 것인지 어떤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변호한다 해도 기껏해야 엉뚱한 어려움에 빠져들 것이 뻔하고, 아니면 창피를 당하고 그 짓을 포기하든가, 또는 변호의 무거운 짐 때문에 고통만 당할 처지에 놓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러나 이유는 어떻든 간에, 완력을 쓰거나 권위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하나의 기존 사고방식에 대해 조리 있는 이론으로 이에 대결한다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라고 나는 믿어 왔고, 앞으로도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입장에 서게 되면 저작가가 민중에게 가해 온 그 비난을 실은 특정 인물, 특히 군주를 향해 던져야 하는 거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법률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건 무질서한 민중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군주, 또는 지금까지 있었던 군주를 헤아릴 때 그 수효는 굉장히 많은데 정말로 성실하고 현명했던 군주란 극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따라서 백성의 소리가 곧 하늘의 소리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공연한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론이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여 앞날을 내다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뭔가 숨겨진 신통력 같은 것이어서 미래의 길흉을 알아맞히는 것이다. 또한 인민이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에 대해 말하더라도, 그들 인민은 역량이 비슷비슷하면서도 의견이 완전히 대립되는 두 논객의 주장을 들을 경우, 여론은 그 중 우수한 의견 쪽을 따르는 법이다. 이 사실은 바로 그들 인민이 진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297∼300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1권 제58장 <인민은 군주보다 현명하고 또 안정되어 있다>

 

(나의 생각) 

 

민중은 결코 개돼지가 아니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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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여미고 생각해야 할 일

 

이런 말도 안 되는 파렴치 행위를 당한 일에 대해 파우사니아스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필립포스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필립포스는 복수해주겠다고 약속은 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처벌을 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아타루스를 그리스의 한 지방 총독으로 임명했다. 원한에 사무친 자기 상대가 처벌받기는커녕 오히려 발탁되어 출세한 것을 본 파우사니아스는, 자기에게 무도한 짓을 한 그 가해자에 대한 원한을, 이번에는 원수를 갚아 주지 않는 필립포스에게로 돌렸다. 그래서 필립포스의 딸과 에페이로스의 알렉산드로스와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장중한 분위기에 감싸인 어느 날 아침, 필립포스가 아들인 알렉산드로스와 사위 알렉산드로스 두 사람을 데리고 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원으로 막 들어서려는 때에 필립포스를 암살했다.


이 예는 이미 이 장 앞부분에서 든 로마 사절 파비우스의 사건과도 매우 비슷한 것으로서, 통치를 맡아 보는 자로서는 옷깃을 여미고 생각해야 할 일이다. 즉 이미 지독한 변을 당했는데 거기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불행을 당한 사람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한 수치를 당한 사람은, 어떤 위험이나 위해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각오하고 원수를 갚으려 하기 때문이다.(413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2권 제28장

 

(나의 생각)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으리라.

 

 * * *


어떤 벌보다도 더 뼈에 사무칠 것

따라서 옛날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서 사람들이 익혀 온 법률이나 제도나 습관을 군주 스스로 깨뜨렸을 때 국가는 그의 수중으로부터 떠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군주는 명심해야 한다.

 

군주의 권위를 박탈당한 뒤에야, 그때 순순히 충언을 들었더라면 왕국을 유지해 나가기가 쉬웠을 텐데 하고 아무리 후회해 봤자, 국가를 잃었다는 슬픔만 점점 더 더해갈 것이다. 이런 자책감은 어떤 벌보다도 더 뼈에 사무칠 것이다.(439쪽)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3권 제5장

 

(나의 생각)

 

그래서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실토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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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잊지 않는 법

이 사실로부터 군주가 민중에게서 미움을 사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민중으로부터 어떤 소중한 것을 몰수해 버리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빼앗기면 두고두고 잊지 않는 법이다. 걸핏하면 그 물건의 필요성이 뼈저리게 느껴져서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필요성은 매일같이 절실히 느껴지므로 나날이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떠오른다. 또 한 가지 원인은, 군주가 거만하게 보이거나 방자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민중, 특히 자유로운 시민의 미움을 사는 것은 없다.

 

 - 마키아벨리, 『정략론』, 제3권 제23장

 

(나의 생각)

 

국정농단의 주범들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은 일일이 셀 수도 없다. 희망, 자존감, 법과 정의... 그 무엇보다 우린 '주권'을 빼앗겼다. 그래놓고도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단다. 지금까지도... 그래, 조금만 더 두고 보자. 누가 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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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28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키아벨리가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이었군요. 참된 역사가가 맞네요. 청와대에 <정략론>을 보내드려야하는데 워낙 책을 안 읽으시는 분이라...

oren 2017-02-28 12:12   좋아요 1 | URL
˝썩어빠진˝ 청와대에 무얼 더 기대할까 싶습니다^^(마키아벨리의 표현을 살짝 빌렸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8 13:03   좋아요 0 | URL
기대를 말아야죠ㅎ 탄핵이든 하야든 어서 결정났으면 좋겠습니다ㅋ

oren 2017-02-28 13:40   좋아요 0 | URL
곧 그런 시간이 오겠지요.. 문득 아득한 옛날에 신문을 보다가 메모했던 글귀가 생각나 덧붙여 봅니다. 누가 한 말인지,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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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봄은 온다. 이 말이 절대로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아득한 약속일지라도 분명히 봄은 온다. 하루 견디면 하루 견딘 만큼 우리는 봄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