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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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 오늘 그라프튼 가(街)에서 덜컥 그녀와 마주쳤다. 군중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우리 둘은 걸음을 멈추었다. 나더러 왜 오지 않았느냐고 물으면서 내게 대한 온갖 얘기를 들었노라고 했다. 그건 시간을 끌자는 것에 불과했다. 내게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누구에 관한 시를 쓰겠느냐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 물음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혼란케 했으며 그래서 나는 미안했고 야비한 짓을 했구나 싶었다. 곧 대화의 안전판을 돌리고, 단테 알리기에리가 발명하여 모든 나라에서 특허를 얻어놓은 그 정신적 · 영웅적 냉각장치를 틀어놓았다. 내 자신과 내 계획에 대해서 빨리 이야기했다. 그 도중에 불행히도 혁명적 성격의 갑작스러운 몸짓을 했다. 나는 한 줌의 완두콩을 허공에 던지고 있는 녀석처럼 보였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은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헀다. 그녀는 잠시 후에 악수를 하고 떠나면서 내가 말한 것을 실천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니 그걸 우정 어린 소망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오늘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약간? 아니면 많이?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그것은 내게 새로운 감정이었다. 그러니 그런 경우에는 그 나머지 것, 내가 생각한다고 여긴 모든 것, 내가 느낀다고 여긴 모든 것, 여지까지의 그 모든 나머지 것, 사실은 ……. 오, 포기해 버려, 이 녀석아! 잠이나 자며 잊어버려!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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