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무처럼님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완독할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여태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네요. 요며칠 사이에 동네서점과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서점을 찾아가 봤더니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세 권짜리 동서문화사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만 있더라구요. 그 책엔 아쉽게도 `주석`이 전혀 없었지만 (제가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읽었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전기 부분을 살펴보니 번역 상태가 별로 흠잡을 데는 없어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동서문화사판으로 구매할까 마음먹고 있답니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가 `출신 가문`에 대해 유별난 태도를 취하는 건 그의 다른 저작에서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미 삼아 그 부분을 인용해 보고 싶네요.

* * *

우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관한 얘기로 말문을 여는 게 좋을 듯한데, 나는 훌륭한 자손을 둘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창녀나 첩과 같은 여인들과 함부로 동거하는 일을 삼가라고 권하고 싶네. 왜냐하면 아버지 쪽이든 어머니 쪽이든 태생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천한 출신에 대해 지울 수 없는 수치감을 지니기 때문이지. 뿐만 아니라 이는 일생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그것을 이용하길 원하는 자에게 곧바로 비난과 모욕의 화젯거리를 제공해 주네.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지혜롭게도 이렇게 읊고 있네.

      가문의 주춧돌이 잘못 놓이면,
      후손은 꼭 불행해지는 법.


반면에, 아주 보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고귀한 태생인데, 이러한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어, 후손을 적자(嫡子)로 낳기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지. 사물의 속성상, 혈통이 근본적으로 천하거나 가문을 위장하는 사람들은 늘 의기소침(意氣銷沈)한 상태에 있게 되는데,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이를 매우 적절히 선언하고 있다네.

      남자란 비록 대담할지라도
      어머니나 조상의 불명예를 알게 될 때는
      언제나 노예처럼 되는 법.


훌륭한 양친을 가진 아이들은 물론 그 때문에 기쁨과 긍지로 가득 차 있네. 아무튼 사람들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아들인 클레오판토스가 종종 많은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항시 아테나이 사람들이 동의해 주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의 어머니 역시 원했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테미스토클레스 역시 원했고, 테미스토클레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모든 아테나이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한다네.

(중략)

우리 조상이 간과하지 않은 한 가지에 대해 말해 주겠네. 무엇인가 하면, 자손을 위해 부인에게 다가가는 남편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조금 마셨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왜냐하면 아버지가 취중에 어쩌다가 낳게 된 아이들은 술을 좋아하기 십상이고 과음을 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므로 디오게네스는 감정적이면서 정신 나간 한 젊은이를 보고,

      젊은이! 자네를 가질 때 자네 아버지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네.

라고 말했지.

 

 



-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자유인의 자식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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