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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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 자신도 그렇게 가라앉았었지

 

맑게 갠 대기에,

어느새 낫 모양의 달

자홍색 노을 사이를 핏기를 잃은 채

시샘하듯 살금살금 가고 있을 때 :

ㅡ 낮에 적의를 품고,

한 발짝 한 발짝 소리 없이

장미꽃 해먹을

낫질해가며

밤 속 저 아래로 창백하게 그렇게 내려앉기까지 : ㅡ

 

언젠가 나 자신도 그렇게 가라앉았었지,

진리에 대한 나의 망상에서 벗어나

낮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나,

낮에 지치고, 빛에 병든 몸으로,

ㅡ 아래로, 저녁을 향해, 그림자를 향해 가라앉았었지.

진리 하나로 인해

불에 타 목말라하며 :

ㅡ 뜨거운 심장이여, 너,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가, 너, 기억하고 있는가,

너 얼마나 목말라했었는지를? ㅡ

모든 진리로부터

내쫓긴 몸이 되었다니

어릿광대일 뿐!

시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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