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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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양반아!」돈 안토니오가 말했다. 「그대가 저지른 모욕을 하느님이 용서하시기를 바라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광인을 제정신으로 돌리고자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을 가하다니 말이오.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줄 수 있는 이득이 그가 미친 짓을 함으로써 주는 즐거움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시오? 게다가 학사 양반께서는 온갖 머리를 다 쓰신다 해도 그토록 철저하게 돌아 버린 자를 제정신으로 돌려놓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게요. 매정한 말 같지만, 난 돈키호테의 병이 절대로 고쳐지지 말았으면 하오. 그가 낫게 되면 그로 인한 재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그의 종자 산초 판사의 재미까지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오. 그 사람의 익살은 무엇이 됐든 우울 그 자체를 기쁨으로 되돌리는 능력이 있으니 말이오. 어쨌든 나는 입을 닫고 그에게 아무 말도 않겠소.」

 

······

 

돈키호테는 엿새 동안 침대에 자리보전을 하고 있었으니, 자기가 패한 그 불운한 사건을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하면서 번민에 잠긴 채 서글프고도 애달픈 마음으로 괴로워했다. 산초는 여러 가지 말로 그를 위로했는데, 그중 이러한 이야기도 있었다.

 

「나리, 고개를 드시고 가능하면 좋게 생각해 보세요. 땅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는데도 갈빗대 하나 부러지지 않은 걸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요. 그리고 나리께서도 이제는 인과응보라든가 말뚝이 있는 곳에 늘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셨겠지요. 이런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니 의사는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시다요. 우리가 모르는 땅이나 장소로 모험을 찾아다니는 일은 그만두자고요. 비록 나리께서 아주 심한 변을 당하시기는 했지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기서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접니다요.······」

 

······

 

「그런 말씀 마세요, 나리.」산초가 말했다. 혀에 종기가 나도 닭은 꼬꼬댁 울어야 하고, 오늘이 너의 날이면 내일은 나의 날이라지 않습니까요. 그리고 이런 결투나 충돌 같은 것에 너무 마음에 두실 필요가 없습니다요. 오늘 쓰러진 자 내일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침대에 있기만을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새로운 싸움을 위해 다시 기운을 차릴 생각도 없이 맥 빠져 있지 마시라는 겁니다요.」

(806∼809쪽)

 

 - 『돈키호테 2』, <65, <하얀 달의 기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식과 돈 그레고리오의 구출, 그리고 그 밖의 사건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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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군요...산초는 무슨 만담꾼 같습니다. ㅎㅎㅎㅎ

oren 2015-08-03 11:53   좋아요 0 | URL
산초 판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정말 `걸작들`이 많습니다. `산초 어록`을 따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로 말이지요. `말재주`로만 따진다면 그 어떤 소설의 어떤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산초를 따라갈 인물이 없을 듯해요. 그의 입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기가 막힐 정도로 놀라운 속담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