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여행도 어느새 오늘이 마지막이다.
    화사한 빛깔의 우산 아래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지닌 핸드백들조차 여행자에겐 구경거리 그 자체이다.
    여행이란 때론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혹은 같은 뜻의 다른 말인 `낯선 것들과의 조우`일 테니까...

 

 

 - `영웅 광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세체니 다리`를 다시 쳐다봤다.
    1839년부터 10년에 걸쳐 건설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폭파되었다가 재건되었단다.
    그저 `다리` 하나일 뿐인데도 `부다페스트의 상징`으로 격상된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세체니 다리는 자동차만 건너 다니는 다리가 아니었다.
    이 다리 위를 직접 걸어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도 많았고, 다리 자체가 관광코스가 되어 있었다.

 

 

 -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화려한 내부.
    비록 극장 안까지 완전히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현관만 보더라도 이 극장이 얼마나 화려할지 짐작이 간다.

 

 

 - 혼자서 부다페스트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던 황후 엘리자베트는 특히 이곳에 몰래 와서 자주 오페라를 감상했다고.
    그래서 무대 왼쪽 위 발코니는 황후의 애칭을 붙여 `시씨 로제`라고 불린단다.

 

 

 - 언드라시 거리에서 가장 빛나는 건축물인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외관.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화려한 건물이다.

 

 

 - 언드라시 거리.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우리 일행의 여행 안내를 맡은 현지 가이드. 훤칠한 키와 외모가 돋보인다.

 

 

 - 이슈트반 대성당의 장엄하고도 화려한 내부.

 

 

 - 본당 중앙의 돔은 높이가 96m에 이른다고 한다.

 

 

 - 이슈트반의 오른손 뼈가 들어 있다는 `성스러운 오른손`을 보기 위해 헤맨 끝에,
    우리 일행 몇 명은 결국 대성당 꼭대기에 있는 돔 전망대까지 올라오고 말았다. 
    결국 오른손은 구경도 못한 채 뜻밖에 `부다 지역`과 `페슈트 지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저 멀리 왼쪽으로는 왕궁, 오른쪽으로는 마차시 교회와 어부의 요새까지 보인다.

 

 

 - 이슈트반 대성당의 웅장한 외관.
    헝가리 초대 국왕이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인인 이슈트반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부다페스트 최대의 성당이다.
    1851년에 착공하여 1906년에 완성되기까지 3명의 건축가가 대성당 건축에 참여했다고..

 

 

 - 시내 투어도 모두 끝나고 다시 자유시간이다. 다시 바찌 거리로 이동중...

 

 

 - 관광객들로 늘 넘쳐나는 바찌 거리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퍼포먼스(?). 이토록 어려운 자세가 가능할까?
    결국 의심많은 이 아가씨한테 딱 걸렸다. 저 사람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다! 허수아비가 돈을 벌고 있었던 셈.

 

 

 - 이 아이는 의심많은 아가씨에 의해 결국 `가짜임이 들통난 우스운 꼴`의 허수아비를 한참이나 살펴보고 있다.

 

 

 -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알록달록한 치마가 예쁜 부다페스트에 사는 아이들.

 

 

 - `도나우 강 크루즈`를 위해 수백 명이 너끈히 탈 수 있는 커다란 유람선에 딸랑 우리 일행만 승선했다.
    최석채 가이드님이 우리를 위해 미리 준비한 `토카이 와인`을 테이블 위로 내놓고 있다.

 

 

 - 저녁 8시에 승선해서 10여 분쯤 달리자 어느새 국회의사당 건물이 나타난다. `야경`을 보기엔 아직 너무 밝다.

 

 

 - 토카이 와인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고 극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6세기 중반에 토카이 지방에서 세계 최초의 귀부 와인(botrytised wine, ~ )이 개발되어 일약 유명해졌다.

 

 

 - `도나우 강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에 저녁 노을이 차츰 물들기 시작했다.
    유람선에서는 아까부터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선율이 계속 흘러 나오고,
    토카이 와인과 도나우강의 물결 위로 시원하게 부딪혀오는 저녁 강바람에 취해 우리는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다.

    도나우강은 알프스에서 흘러 내려 오스트리아의 평원을 건너 북쪽 빈을 지나 멀리 동쪽 흑해로 흘러가는
    매우 긴 강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왈츠곡 가운데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곡으로, 유유히 흐르는 
    이 강의 양쪽 언덕의 아름다운 물 위에서 즐겁게 노니는 온갖 새들과 사람들과 강바람까지 연상케 한다.

 

 

 - 세체니 다리 아래를 지날 때쯤 부다페스트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야간 조명`이 막 켜지기 시작했다.

 

 

 - 도나우 강변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건물이 바로 이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건설하는 데 20년(1884∼1904)이나 걸렸으며 `내부의 모든 것들이 현란함으로 매혹된다`는데,
    우리는 그저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야경만 봐도 충분히 매혹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 정면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빈의 의사당을 능가하기 위해` 더욱 현란하고 호화롭게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 크루즈가 끝날 무렵 문득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도나우 강 위로 펼쳐진 온갖 건물들이 마치 `동화속`처럼 여겨진다.

 

 

 - 우리 일행 몇몇은 도나우 강 크루즈가 끝난 뒤에도 도나우 강변을 오르내리는 트램에 계속 머물렀다.
    한참 후에 트램에서 내린 우리는 걸어서 도나우 강가로 다가가 아름다운 야경을 좀 더 즐겼다.
    이 왕궁이 최초로 지어진 것은 13세기 중반이지만 몽골 군의 습격, 오스만투르크 군의 공격 등으로 
    여러 차례 파괴되었다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에 마침내 큰 궁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헝가리 국립 갤러리, 부다페스트 역사 박물관, 세체니 도서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고.

 

 

 - 세체니 다리의 야경. 다리 너머로 저 멀리 마차시 교회와 어부의 요새도 보인다.
    길이 375m, 너비 16m인 이 다리는 중앙에 있는 48m의 돌 아치와 사슬에 의해 지탱된다고.

 

 

 - 오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헝가리를 떠나는 날이다. 드디어 햇살이 환하게 비친다.
    아무런 일정이 없이 오전 11시에 공항으로 이동 예정이어서 아침 식사 이후에 다시 한번 세체니 다리를 찾았다.

 

 

 - 세체니 다리 위애서 올려다본 왕궁. 
   15세기, 중세 헝가리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마차시 1세 시대에 이 성은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고,
   이탈리아에서 문인들과 예술가를 불러들여 르네상스 문화를 개화시킨 주무대 역할을 하기도 했단다.

 

 

 - 오랫동안 계속 비가 오는 날씨 탓이었는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불그스레한 도나우`로 변해 있었다.

 

 

 - 실로 오랫만에 본 푸른 하늘과 흰 뭉개구름. 
    강물만은 여전히 `오랫동안 내린 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비 온 뒤 불어난 한강`을 꼭 닮았다.

 

 

 - 이 낯선 여행객은 또 어디에서 와서 이곳 세체니 다리 위에서 저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을까.
    여행이 끝나는 이 순간마저 어느새 또다른 여행을 꿈꾸는 건 왜일까. 그건 바로 여행만큼 우리의 삶에 
    본질적이면서도 항구적인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것도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도착하기만 바란다면, 역마차를 집어타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작《에밀(Emile)》에서 한 말이다. 나도 `도착하기` 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말인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늘 얘기했던 것처럼, `가는 것` 그 자체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中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동화속 같은 동유럽 여행`은 이제 끝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다른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이 걷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닐 일이 조금은 걱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힘이 들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신종 플루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09년 봄에 미국 동부지방과 캐나다를 여행하던 중에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그때 `다리 떨릴 때 여행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열심히 여행다녀라`던 가이드의 말에 나이 드신 분들이 유별나게 박장대소를 하며 맞장구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무슨 일에든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여행` 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는 노년에 성욕에서 벗어난 것을 자랑하며 "나는 거기에서 벗어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네. 꼭 미쳐 날뛰는 포악한 주인에게서 벗어난 것 같다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나중에 혹시 늙어서 `여행 의욕`마저 잃게 된다면 삶에서 그것만큼 서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부터 떠올린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월든』이라는 책에서 이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좋은 말을 남겼다. `휴양없는 인생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것은 여관에 묵지 않으며 오랜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당나라의 선승이었던 임제선사는 내가 이 여행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여덟 글자로 매우 간결하게 요약했다.

"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는 법)

이렇게 길고도 긴 여행 후기를 남기고 보니 이제야 마침내 내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지녔던 `숙제를 덜한 기분`으로 학교에 가는 심정이 비로소 말끔히 사라지는 듯하다. 미처 못다한 숙제까지 마치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6-11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3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ssbaum 2015-06-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사진과 글.. 마음이 탁 트입니다. 일상 속 마음이 꿈틀하기도 하고요. oren 님 여행 후기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

oren 2015-06-13 13:47   좋아요 0 | URL
Nussbaum 님께서 제가 돌아다녔던 여행 코스를 둘러보셨더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사진과 글들을 무수히 쏟아내셨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과 미술에 특별히 남다른 깊이를 지니신 만큼 언제 기회가 되시면 `동유럽 음악&미술 여행`을 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제 친구도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몇 개월 음악 강의를 듣고 나더니 그 강좌의 수강생들과 함께 `유럽 음악 연주 감상 여행`을 다녀오더라구요.

낭만인생 2015-06-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기가막힙니다.

oren 2015-06-13 13:53   좋아요 0 | URL
카메라에 담지 못한 순간들과 풍경들도 정말 많았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무엇보다 직접 그 장소와 시간 속으로 풍덩 빠져 보는 것이 최고일 듯해요. 사진으로는 공기의 기온과 바람의 느낌도, 음식의 맛과 냄새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들 까지도 포함해서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말이지요.

수이 2015-06-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ren님 사진과 글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니까 필터 효과 있는 사진은 더 이상 찍고 싶지 않아졌어요.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든다는 누스바움님의 말씀 그대로_

oren 2015-06-16 16:27   좋아요 0 | URL
야나 님께서 올리시는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들`이 혹시 필터를 쓰신 건가요?
그런 사진들은 풍경사진들과 달라서 경우에 따라 필터를 쓰는 게 훨씬 더 나아 보일지도 모르니 너무 괘념치 않으셔도 될 듯요...

cwk 2015-06-3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답게 산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네. 오재한 동우 아내의 미소가 정말 행복해 보이네.
사진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서정적이네. 참 잘 다녀 왔구만. 부러우이... 행주 동양화 연구모임.

oren 2015-06-30 20:30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서 아이들도 떼어 놓고 아무런 부담없이 홀가분하게 여행길에 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시간을 멈춰 세우는 듯한` 여행을 즐기다 온 듯합니다. 낭만이 가득 넘치는 듯했던 그곳 동유럽의 여러 장소들이 어느새 차츰 그리움으로 번질 만큼 말이지요... 선배님께서도 언제 한번 훌쩍 다녀오시길 바랄께요~~

2015-07-16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6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0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5-08-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정말 예술이군요.
마치 그 장소에 다시 가 있는 느낌.
동유럽이 그리우면 사진 보러 올게요.
고맙습니다.